“부처의눈으로삶과사람을다시바라보다”
안현심시인의열세번째시집『혜초여,부처의눈을저랑같이보아요』는기억과순례,연민과생명의존엄을한줄기로엮어낸깊은사유의시집이다.시인은유년의밥상에서시작해서역의순례길을걷고,이웃과자연을바라보며,마침내노년과죽음을담담히응시한다.삶의가장평범한풍경속에서존재의본질을길어올리는그의시는,사람과세상을향한따뜻한시선으로오늘을살아가는우리에게존재의의미를다시묻는다.인공지능이범람하는시대에도인간만이쓸수있는체험의언어와기억의온기를품은이번시집은,한편한편이삶을비추는‘인생경전’처럼독자곁에오래머문다.
·사람냄새나는시,인간만이쓸수있는언어
안현심시인은이번시집에서인공지능시대의시가무엇이어야하는지를묻는다.데이터와기술이만들어내는문장이아닌,몸으로살아낸시간과기억,상처와사랑이스며든언어야말로시의본질임을말한다.「시인의말」과「시를쓰듯이」는인간만이지닐수있는체험의온도를시의근원으로삼으며,‘사람냄새나는시’를향한시인의오랜창작철학을보여준다.
·기억은기도가되고,기도는시가된다
유년의밥상과어머니의손맛,가난했던시절의음식과풍경은이번시집에서단순한추억이아니라삶을지탱하는기억의원형으로되살아난다.「그리운기도」,「엄마의나물보따리」,「콩나물김칫국」등은사라진시간을현재의언어로불러내며,그리움이기도가되고기도가다시시가되는과정을따뜻하게그려낸다.
·혜초를따라걷는순례,세상을바라보는새로운눈
표제작「혜초에게」를비롯한순례의시편들은여행을기록하는데머물지않는다.시인은혜초의길을따라진리를향한인간의내면을탐색하며,부처를만나는것이아니라‘부처의눈’으로세상을바라보는법을묻는다.광활한자연과서역의풍경은결국자신을돌아보는내면의순례로이어지고,독자에게도삶을새롭게바라보는시선을건넨다.
·삶의끝에서발견하는생명의존엄
이번시집은늙음과죽음을두려움의대상이아니라삶을완성하는마지막계절로받아들인다.「가을마늘」,「최송석」,「나태주」,「백양나무처럼」,「달팽이처럼」등은노년의품격과존재의존엄을따뜻한시선으로바라보며,마지막순간까지자신의삶을사랑하고지켜내는인간의아름다움을노래한다.결국이시집은삶을오래견딘사람만이쓸수있는,한권의‘인생경전’으로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