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할 수밖에

그렇게 할 수밖에

$14.00
Description
“내가 죽이려던 그놈이, 살해당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복수와 사건의 진실
우리에게는 모두 ‘이유’가 있다

2021 네오픽션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내가 죽이려 했던 놈이 의문의 사고로 죽었다
죽음에 다가갈수록 선명해지는 진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제9회 네오픽션상 우수상을 수상한 최도담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 ON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로 출간되었다. 눈을 뗄 수 없는 흡입력과 뛰어난 반전으로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은 『그렇게 할 수밖에』는, 타인의 죽음 그 이후를 살아가야 하는 이들을 위해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라경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이 그려가는 복수극과 사건의 진실, 수수께끼의 인물 ‘연’의 정체, 그리고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때로 뭉클한 감정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라경은 엄마를 수없이 폭행하고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기섭을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살인을 청부하여 이기섭을 제거하는 데 성공하는 듯하나, 의뢰에 실패했다는 답신이 오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이기섭은 이미 사망한 상태. 누가, 왜 그를 죽였는가? 사건의 진실 속으로 뛰어들수록 충격은 더 커진다.
이야기는 이기섭을 죽인 진짜 범인을 향해 흘러간다. ‘청부살인’이라는 섬뜩한 주제를 품고 있으나, 한편으로 서서히 드러나는 반전을 통해 사랑과 이해관계를 풀어나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다.

저자

최도담

2021년단편「책도둑」으로공직문학상금상을수상하고활동을시작,같은해『그렇게할수밖에』로자음과모음네오픽션상우수상을수상했다.낮에는공무원,밤에는소설을쓰는작가,그이중생활을성실히풀어갈예정이다.

목차

봄날
마지막눈
더비기닝
축배
비밀거래
오늘의목적
악의귀환
적정온도
뒷조사
세이굿바이
허기의순간들
메시지
인터미션
밤의카페
여행가이드
숲의이면
공모자들
의뢰인
별의시간
에필로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타인의고통과죽음을어떻게받아들여야하는가
무언가를잃었음에도살아가야하는이들을위한이야기

소중한것을잃을때마다라경이선택한것은회피였다.본인이선택한것이지만한편으로는무엇이든아무렇지않게맞이하는지나가내심부러웠다.지나와함께하면서,그리고여러차례고난을맞이하면서라경은천천히‘잃는것’에대한두려움을극복해간다.처음에는엄마의부재를그저피하려고만했던라경이점차성장하며곤란한상황마저도똑바로마주하는모습을보일때는벅찬감동마저느껴진다.

할머니와는3년전부터따로살기시작했다.할머니와함께있는것은행복하면서도힘겨웠다.할머니와나,그사이에는엄마의부재가항상끼어들었다.할머니와나에게엄마의존재는슬픔이라는공통분모였고,애써피하려했지만피하려한다는것의의미를서로알고있었다.
-p.13

“그런데넌,어쩌다이렇게씩씩한캐릭터가된거지?”
나는불현듯물었다.지나는까르르웃더니맥주를넘겼다.
“씩씩해보이는거겠지.난그러려고노력해.”
“씩씩하게보이려고?”
“발가락을잃었을때,내가씩씩하게웃는다고엄마가다행이라고하더라.사랑하는사람에게씩씩해보이는게그사람을안심시킨다는걸알았지.그때부터만들어진원칙같은거야.”
-p.34~35

“상하의얘기는확실해보입니다.학원비를대신내주겠다고접근했고술을먹이고벌인일입니다.지금성폭력상담소에신고가된상황입니다.”
“아,강샘좀성급하네.상하그아이,아르바이트하면서학원에다닌다는거죠?요즘애들은워낙맹랑해서,혹시돈을목적으로…….”
“거기까지만듣겠습니다.”
-p.63~64

스릴러라는장르적성격을띠고있지만『그렇게할수밖에』는‘부재’와‘타인’에대한이야기를담고있다.엄마의부재를느끼는라경,새끼발가락의부재를느끼는지나,라경의부재를느끼는준,그리고저마다의상처와그리움을안고살아가는사람들.지금의그들이있기까지모든일에는나름의이유가있었다.소설은인물들이자신의결핍을어떻게대하는지를보여줌으로써‘살아가는의미’에대한질문을던진다.

목표물은죽었는데의뢰는실패했다.라경은혼란에빠진다.연은마치의뢰에실패한것을사죄라도하는듯라경의곁에머문다.그들이‘악’에대해서,스스로를지키는것에대해서이야기하는부분이인상적이다.마치이기섭의죽음은어쩔수없으며그런선택을할수밖에없었다고변명하는것처럼,그들은담담하게이야기를이어간다.

“문어도자신을방어할수있겠죠.”
“그렇죠.살아있으니까.”
“무언가를파괴하기위해서가아니라자신을지키기위해서.”
“파괴하는것이목적이아니라는게마음에드네요.”
“목적이다른일이죠.그러니까파괴라는개념자체를쓸필요가없다고봅니다.애초에파괴가아니니까.”
“그건옳은일일까요?”
“옳고그름을떠나…….결국악을막는건우리를지키기위해서니어쩔수없다고해야겠죠.”
“우리지금문어에대해서말하고있는거죠?”
“그럼요.독을쏘는문어에대한얘기죠.”
-p.133

『그렇게할수밖에』는나름대로상처를희석시키며살아가는인물들을통해우리근처에서일어나고있는‘죽음’이라는사건을담담하게떠올린다.그들이죽음과상처를받아들이는방식을통해,상실감에도불구하고살아가야만하는가혹한현실속에서따뜻한위로를느낄수있다.

악이전에사랑이있었다
사랑하고이해하는방식을고민하다

이이야기에는완전한악이나완전한선은존재하지않는다.평범하게살아왔지만엄마의죽음으로살인을도모하는라경,라경의엄마를죽음에이르게했지만또다른협박에시달렸던이기섭,따뜻하게라경을감싸주고자했지만결국이기적인선택을했던준,타인을지키고자하는따뜻한마음과죽이고자하는차가운마음을안고사는연.누구에게나그렇게할수밖에없는이유가있다는사실을다독이며결말또한‘선의완전한승리’나‘악의완전한패배’라는전형적인형식에서벗어난다.또한복수라는메마른전개속반전은모든결정에는사랑이따른다는것을마음에새기게한다.

『그렇게할수밖에』는라경의시선,은유와독백으로인물의서사를날카롭게파고드는한편분절된개인의세상속에서서로사랑하고이해하는방식을돌아보게한다.소중한사람을떠올리며인물들을따라가다보면결말의의미가더욱짙게다가올것이다.

-ON시리즈
오리지널(Original)네오픽션(Neofiction)시리즈‘ON’에서는‘읽는즐거움’으로가득한다채로운소설을소개합니다.

작가의말

어떤순간에도살아있다는것,그것은기적이다.나는기적에대해쓰고싶었다.꿋꿋하게살아남아나아가는인생의기적에대해.그것이기적인줄도모르고살아가는것조차기적이라는것에대해.그기적은아인슈타인으로부터비롯되었다.
아인슈타인은기적에대해이렇게말했다.“인생을사는방식에두가지가있다.기적이없다고생각하며사는것,모든순간이기적이라고믿으며사는것.”
사랑하고이해하는것과견줄만한기적이또있을까.이소설은악을제거하는이야기가아니다.사랑하고이해하는방식에대한이야기다.사랑에대해말하려면먼저악에대해써야한다고생각했다.사랑은극적인사건에부딪혀야모습을드러내기때문이다.

책속에서

누군가를죽이기위해가장필요한건인내심이다.적정한때를포착하기위해기다리는것,그것은인내심을요구한다.낙타가사막을건너는속도라고할지라도오랫동안준비하고기다릴수록성공확률이높아진다.당연한얘기지만,우리인생은당연한것들을놓치는오류때문에망가진다.아니,당연한것을모르기때문에궁지에몰린다.
_「봄날」중에서

지나처럼살고싶다는강렬한열망에빠질때가있다.과거의기억들을착착접어던져버렸으면좋겠다고.지구의환경을걱정하고,기아로굶어죽는아이들을염려하고,북극곰의위기에공감하는삶을살고싶었다.자신의문제로전전긍긍하지않는인생은얼마나호화스러운가.
_「축배」중에서

“그사람을죽이고싶어요.”
상하의목소리가속삭였다.
“우리죽이지는말고할수있는걸하자.”
“죽이는거말고다른건다싫은데.”
“그럼죽일까?”
불행은삶의방향감각을흐트러트린다.어디로가야하는지도무지보이지않는다.가야할길도가고싶지않은길도흐릿해지고지워진다.그런한가지는분명하다.상처를미래로끌고가지않으려면여기서끝내야한다.
_「악의귀환」중에서

할머니는고개를끄덕이고는십자수를놓기시작했다.할머니가뭐말하고싶어하는지알지만나는짐짓고개를돌렸다.잠시후할머니는중얼거렸다.
“행복하게살아야해.행복해야다괜찮아진다.”
십자수를놓던손이잠시멈추었다.
“지금도행복해.”
처음으로행복하다는말에진심을실었다.
“아냐.더행복해져야지.그러겠다고약속해주겠니?”
“그럴게.걱정마요.”
_「적정온도」중에서

집으로돌아가면할머니는이미햄버거하나를먹어치운나에게밥을지어먹였다.갈비찜이나불고기,오이김치나새우튀김을만들어나를식탁에앉혔다.많이먹고얼른크면다괜찮아진다,먹고또먹으면시간이갈거다,그러면괜찮아질거다.할머니는내맞은편에앉아말했다.밥을먹이는것으로나를치료할수있다고믿었던것같다.아니면그것밖에할수있는게없는것이었는지도모른다.
_「허기의순간들」중에서

“오늘은내가가자는곳으로가보면어때요?”
연의목소리가침묵속으로뛰어들었다.나는연을바라보았다.
“패키지여행같은걸왔다고생각하고절그냥따라다니면되는겁니다.”
연은무언가를더말하려는듯하다가입을닫았다.그러고는안경을치켜올리고커피를마셨다.
“삼나무숲길이있는데오후에는거기를갑시다.
그는약간신이난목소리로말했다.당신이무슨생각을하는지아는데,그런건다던져버리고그냥여행이나하자,그런의미로들렸다.명쾌하게선을그어주어나는한결편안해졌다.쾌활한척하는것으로정말쾌활해지기도하는법이다.
_「여행가이드」중에서

”네엄마가죽기전날,나는……네엄마를다그쳤다.멍청하게살지말라고.이제정신좀차리라고.네엄마는자기가네인생을망쳤다고자책하더구나.모든게자기탓인데앞으로어떻게살아야하냐고……내가잘못한거였어.그날내가그렇게살지말라고하지만않았어도좋았을거다.네엄마가잘못한것이아니다.알지?네엄마를용서해라.“
나는엄마를원망하지않는다고,할머니의잘못도아니라고진심을담아말했다.진심이서로를자유롭게하기를바랐다.
_「의뢰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