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여사는 킬러 - 네오픽션 ON시리즈 7

심여사는 킬러 - 네오픽션 ON시리즈 7

$15.26
저자

강지영

경기도파주에서태어나파주에서소설을쓰고있다.첫소설인『굿바이파라다이스』에서인간의가장깊숙한감정까지자극하는중독성강한스토리텔링을선보여큰주목을받았다.이후미스터리,스릴러,판타지,로맨스등다양한장르를넘나드는실험적인작품세계를구축해오고있다.소설집『굿바이파라다이스』,『개들이식사할시간』,장편소설『신문물검역소』『심여사는킬러』,『엘자의하인』,『프랑켄슈타인...

목차

심은옥/박태상/오신자/이성란/이옥순/이순영/최준기/김진아/나한철/김상호/홍미숙/박현석/심은옥/김진섭/이성란/최준기/박태상/심은옥/이성란/백영식/나한철/이성란/김진아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심여사는어떻게킬러가되었나

심은옥은13년동안칼질을했다.남편과함께라지만거의혼자서정육점을운영했다.잘생긴만큼인물값을하던남편은늙어추레해지더니당뇨로눈이멀었다.어느날술을마시고차를몰고나가호프집을들이받고즉사했다.자살로판명되어보험금도받지못했다.정육점을정리해호프집변상을하고나니,방두개짜리임대아파트만가족에게남았다.슬플짬도없다.등록금이없어입학하자마자군대에간아들진섭이와,아빠의죽음이후공부에미친고등학생딸진아와함께먹고살아야한다.심여사는마트정육코너의파트타임직원으로일했지만그나마사장이도박으로구속되어일을그만둘수밖에없다.어떻게살아야할까.구인정보지를살핀다.나이제한에걸리거나거리가너무멀거나보수가너무적다.그러다눈에들어온문구.
‘40세이상주부사원모집,월300보장,비밀유지상여금500%지급,스마일’
중졸에경력이라곤정육점운영뿐인심은옥은동앗줄이라도잡는심정으로스마일에간다.그러나알고보니그곳은흥신소였고,정육점경력에눈을빛낸사장박태상은난데없이칼을쥐어달라고한다.

나는눈을감았다.농밀한어둠속에서나는검게그은커다란짐승의털을슥슥벗겨냈다.그러자발그스름한살이드러났고누릿한피비린내가코끝에닿았다,이내사라졌다.칼날이고기를자르고밀어내고또다시새로운고기틈으로파고들었다.박자와장단을넣어칼날을휘두르다보니제법신이났다.늘혼자해온일에감탄할준비가되어있는관객이있다고생각하자묘한쾌감이들었다.

“단도직입적으로제안하겠습니다.킬러가되어주세요.”

심은옥은쉰한살아줌마다.평생고기를해체해왔지만그건죽은동물이지,산사람을죽이는킬러가되기에는간담도작다.자신은킬러감이아니라며도망치려는그녀를잡은건“누구나죽이고싶도록미운사람이하나씩은있지않을까요?심여사님이결심만하시면억울한사람들의간절한소망을대신이뤄줄수있습니다.”라는허울좋은소리가아니다.박태상은그녀의눈앞에금괴하나를꺼내든다.죽어도싼놈을죽이면,일종의청소를해치우면금괴하나를받을수있다.7천만원상당의일이었다.

7천만원.3년간한푼도쓰지않고매일열시간가까이일해야벌수있는목돈이었다.그돈이면월세를내지못해한달후면보증금이바닥날아파트를구할수있다.진섭이를대학에복학시키고밀린공과금과세금을치르고진아에게과외를시킬수도있다.죄책감을앞세운알량한내자존심만아니라면모두가행복해질수있는돈,은혜로운7천만원이었다.

“살인자가되는거네요.7천만원때문에.”
박태상이웃었다.그의곁에서있던청년도덩달아멋쩍게웃었다.그건나를향한비웃음이아니었다.그들역시나와같은생각을품고있기에쏟아낼수밖에없는자조였다.
“여사님,우리살인자대신해결사라고부르기로하죠.”
웃기지않은농담이었지만나는그들을따라어줍게웃어보였다.초록은동색이니까.

죽이면살수있다.그러니스마일흥신소에출근할수밖에.

요지경속스마일
요지경속행복
요지경속세상

스마일흥신소박사장의말처럼심여사는타고난킬러의모습을보여준다.수더분한외모에날렵한칼솜씨,불우한가정환경을필두로살인을맡기러온이들에게족족공감해가며세상의쓰레기들을처리해가는것이다.이런그녀덕분에스마일흥신소는업계1위를달성하고,덕분에경쟁업체인행복기획의견제를받기시작한다.행복기획의사장,나한철은어떻게하면스마일흥신소의신인심여사를거꾸러트릴까고민하다가그들이과거의한지점에서악연으로엮여있다는사실을알게된다.나한철은심여사에게복수하기위해그녀가가장사랑하는것을건드리기로마음먹는다.바로그의아들,김진섭이다.

『심여사는킬러』는심여사를둘러싼인물들의이야기를옴니버스형식으로펼쳐나간다.횟집에서일하다천하박색인횟집사장딸의눈에들어인생이꼬인스마일흥신소박태상사장,어머니를찾아서울로올라왔다가스마일흥신소에박혀일하게된최준기,최근부쩍늘어난살인사건을조사한다는핑계로스마일흥신소에위장취업한경찰의아내이성란,젊은시절심은옥을사랑했다가거절당하고평생깡패짓으로먹고사는행복기획나한철사장,아버지의노름빚에팔린후,갖은고생끝에미용사가된나한철의아내홍미숙,영혼결혼을주선하며먹고사는홍미숙의정부한병팔과그의어리바리한친구김상호,똘방똘방공부잘하고눈치빠른심여사의딸김진아,가장인어머니를돕고싶어하다가얼결에경쟁사에취직하게된김진섭…….음모에휘말려아들과맞서게된심여사의이야기를큰축으로,각자의목적과욕망으로사건을벌여가는주변인물의이야기가때로는숨가쁘게,때로는짠하게,때로는코믹하게펼쳐진다.

중년여성킬러라는새로운소재로장르문학세계에등장했던『심여사는킬러』는킬러라는극단적인소재를가지고우리사회를이리저리절단해보여준다.어두운곳에서인간의온갖욕망을처리하는흥신소를배경으로,그주변에모인바닥의삶을사는인간군상들과윤리를뛰어넘어생존의문제를풍성한어휘와표현으로풍자해내는심여사의모습은현재에도유효한울림을가지며,유쾌하면서도씁쓸하게현대사회의파편을확장하고있다.

ON시리즈
오리지널(Original)네오픽션(Neofiction)시리즈‘ON’에서는‘읽는즐거움’으로가득한다채로운소설을소개합니다.

작가의말
뻔한킬러이야기가싫어중년여성을주인공삼아쓴작품이『심여사는킬러』였다.어느덧내대표작이되었고,첫영상화판권계약의기쁨을안겨주기도했다.그러고도긴시간이흘러심은옥은어느사이내안의또다른자아로자리잡았다.도무지풀리지않는원고를쓸때,결과가뻔한연재를시작할때,청중이드문강연장에들어설때마다심여사는내게잘벼린칼한자루를건넸다.“고민한다고뭐가달라져?이봐,강작가.닥치는대로삽시다.그게늘우리방식이었잖아.”친근하게충고를했다.

책속으로

“조금더칼끝을올려보세요.아뇨,팔을조금치켜들어서.네,네.맞습니다.”
칼이그의눈을사로잡았다.나는눈을감았다.농밀한어둠속에서나는검게그은커다란짐승의털을슥슥벗겨냈다.그러자발그스름한살이드러났고누릿한피비린내가코끝에닿았다,이내사라졌다.칼날이고기를자르고밀어내고또다시새로운고기틈으로파고들었다.박자와장단을넣어칼날을휘두르다보니제법신이났다.늘혼자해온일에감탄할준비가되어있는관객이있다고생각하자묘한쾌감이들었다.
“됐습니다.그만앉으셔도좋습니다.”
박태상의목소리에눈을떴다.다시낯선사무실이었다.나는땀이촉촉이밴칼을쇼핑백에담았다.그제야조금전오방난장이조금부끄러워졌다.(17~18쪽)

“어떻게하면사람을죽이지?”
한쪽안구가쏟아져나올듯한사내아이에게물었다.
“이모가가르쳐줬잖아.젓가락으로놈의눈을찔러.어설프게찔렀다간죽도밥도안되는거야.더들어갈수없을때까지힘을주어깊이후벼파.알았니?이혹덩어리야.”
이모의목소리를흉내내던두아이가동시에까르르,웃음을터뜨렸다.아이들의충고가옳았다.그를부르려면무엇이든죽여야했다.(146쪽)

“나는심여사를믿지않아.”
뜻밖의말이었다.매출의일등공신인심여사를믿지않는다니.내가모르는새두사람사이에어떤갈등이생긴걸까.
“지난내생일날기억하지?갑자기경찰이들이닥쳤던때.”
“기억하죠.그일때문에우리모두몇번이나경찰서를들락거렸는데요.참별일이죠?”
박태상의눈꺼풀이가볍게떨리고있었다.
“그날,경찰이아니었다면나는죽었을지몰라.심여사의손에말야.”(171쪽)

지금내핸드백속에는38구경리볼버한자루가들어있다.빠르고정확한데다킬러다운멋을내기에도칼보다나았다.(350쪽)

엉덩이를뒤로빼며애원을해봤지만나무덩굴처럼단단하게손목을감싼준기의손은꼼짝도하지않았다.마침내그가닫힌방문을열었다.그순간,나는직감했다.권총을써야할때가왔다는걸.(3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