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이 점잖게 피를 마실 때 - 네오픽션 ON시리즈 11

나의 집이 점잖게 피를 마실 때 - 네오픽션 ON시리즈 11

$15.00
Description
601호에 사는 미지의 존재, 몸에서 자라나는 뼈, 죽음이 사라진 세계…
독특하고 기괴한 세상으로 초대하는 일곱 편의 디스토피아

기이하고 기괴하며 기발하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한마디의 감상만을 허락한다면, 끔찍하면서도 아름다운 작품!
_남유하(소설가)
끔찍하고 기괴한 이야기를 통해 현실의 본질을 꿰뚫다
거침없는 상상력으로 과감하게 선보이는 기묘한 이야기들
호러, 미스터리, SF, 판타지를 넘나드는 일곱 개의 세상

눈을 뜨니, 안방 침대에 온몸이 꽁꽁 묶여 있었고 입도 뻥긋할 수 없었다. 정신이 점점 선명해지는 가운데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누군가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가 누구든 놀라지 않을 각오로 눈을 부릅 뜨고 있던 찰나,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만다. 눈앞에 서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또 다른 ‘나’였다.
“안녕? 놀라게 해서 미안해. 보시다시피 내가 너고 네가 나야.”
또 다른 나는 나를 협박하여 각종 통장의 비밀번호를 캐려고 했다. 거부하니 돌아오는 것은 전기 충격이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저 사람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나 뜬금없이 금융 정보를 캐묻는 걸까?

표제작 「나의 집이 점잖게 피를 마실 때」는 갑작스러운 도플갱어와의 조우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간을 역행하여 서술하며 과거에 있었던 일을 파헤치는 흥미로운 전개를 선보인다. 도플갱어는 어디에서 왔는지, 왜 ‘나’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는지, 각종 정보를 캐내려는 이유는 무엇인지 낱낱이 밝혀지는 과정이 기괴하고 섬뜩하다. 빚에 허덕이면서도 집을 구하려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영끌’이 존재하는 현실에 기시감이 들기도 한다.
박해수 작가는 데뷔작이자 첫 소설집 『나의 집이 점잖게 피를 마실 때』에서 기괴한 이야기들을 과감하게 선보인다. 표제작 「나의 집이 점잖게 피를 마실 때」를 포함하여, 601호에 괴물이 산다는 설정으로 기괴함을 보여주는 「블랙홀 오피스텔 601호」, 끝없는 지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세컨드 헤븐, 천삼백하우스」, 사람의 몸에서 갑자기 자라기 시작한 뼈로 인해 정상인과 비정상인으로 나뉜 세계를 그린 「몰락한 나무들의 거리」, 로봇의 오작동으로 인해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다룬 「범인은 로봇이 분명하다」, 죽음이 사라진 세계를 상상하는 「신의 사자와 사냥꾼」, 코로나 이후 막강한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아비규환이 되어 인간의 폭력성과 이기심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때 홍대라고 불리던 곳에서」까지 총 일곱 편의 디스토피아가 수록되어 있다.

저자

박해수

한때는미친듯이영화에몰입했지만지금은텍스트가영상보다더많은것을보여준다고믿는다.좋은문장을음미한다는것이얼마나큰즐거움인지를,그뒤에작가만의깊은세계가숨겨져있음을한창알아가고있다.르클레지오를비롯한프랑스소설과이토준지의공포만화,백진스키의그림을좋아하는데거기에타고난멜랑콜리가더해지다보니지금과같은글을쓰게되지않았나생각한다.재즈와데스메탈,카레,홍차,울적한기분으로산책하기를사랑한다.소설을통해자신만의거대하고괴기한세계관을구축하는것이목표다.

목차

블랙홀오피스텔601호
세컨드헤븐,천삼백하우스
나의집이점잖게피를마실때
범인은로봇이분명하다
몰락한나무들의거리
신의사자와사냥꾼
한때홍대라고불리던곳에서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재미뿐만아니라현재를담아내는것에도집중하다
공포소설에서엿보는우리세상의현주소

기괴한이야기지만절대허황되고뜬금없는내용이아니다.박해수작가는세상에없는이야기를그리면서도세상에존재하는것들을담아냈다.「블랙홀오피스텔601호」「세컨드헤븐,천삼백하우스」「나의집이점잖게피를마실때」에서는‘집’에대한열망과허망함을,「범인은로봇이분명하다」에서는로봇이라는완벽해보이는존재의불완전함을,「신의사자와사냥꾼」에서는주변을보지못하고오로지쾌락만을쫓는인간군상을,「한때홍대라고불리던곳에서」에서는극한에몰렸을때드러나는인간의이기심을그려내며어디선가겪어본듯한사건들을떠올리게한다.

“여해원씨.현재정식으로고용된직장은없으시고요?”
“네,없습니다.몇년전일자리를잃고는제대로된일을해본적이없습니다.보시다시피제나이가벌써40대중반이다보니일을구하기가쉽지않네요.”
“좋네요.서류를보니까연소득이500만원정도로잡히셨고요.”
소득이야기가나오자해원은불안해졌다.어쩌면지원자들중에500만원도못버는인간들이수두룩할지도모른다는생각이들었다.좀더가난했어야하나?
-P.32,「세컨드헤븐,천삼백하우스」중에서

“도망치지마라,태기야.”
태기는속으로움찔했다.양정은이상할정도로그를빤히올려다보고있었다.뭔가다른말을하려는것같았다.
“난네녀석속을다안다고.그러니까도망치지마,현실로부터말이야.넌항상내가마약이나하면서현실도피한다고조롱했지만실은그반대야.현실을외면하고있는건바로너라고.우린이세상의꼭대기에결코올라갈수없어.시간이아무리많아도.왜냐하면먹이사슬은이미완성됐으니까.치고올라갈틈이없다고.사람들이왜마약에매달리는지알아?자신이누군지잊고싶기때문이야.그래야만살아갈수있거든.마약에취해서모든걸잊은채로아무것도아닌상태가되는거지.그게우리가선택할수있는유일한죽음이야.”
-P.203,「신의사자와사냥꾼」중에서

쾅!쾅!쾅!쾅!
드디어요란스럽게현관문을두들기는소리가났다.
“살려주세요!문좀열어주세요!안에계시면제발요!”
여자가내집까지오고말았다.나는방한가운데에서어정쩡하게선채로굳어버렸고머릿속으로는양심과생존사이를빠르게오갔다.원래는감염여부를생각해열어주지않을작정이었지만막상여자가문을두들기며도움을청하자쉽게무시할수없었다.누군가살기위해나에게매달리고있다고생각하니마음이너무괴로웠다.
-P.264,「한때홍대라고불리던곳에서」

박해수작가는쓰라린현실의모습을가감없이녹여내며이야기에진정성을더한다.현실은늘희망적이지만은않기에우리는이야기로부터위로를얻고,그속에서미래를꿈꾸기도한다.우리곁의이야기를날카롭게그려낸『나의집이점잖게피를마실때』는‘호러·미스터리’라는장르를새롭게써내려간하나의또다른장르가될것이다.

무서운이야기보다더무서운‘현실’적인이야기
단순한공포에서입체적인실상으로진화하다

‘귀신보다더무서운것은인간’이라는말이있듯이,마찬가지로‘상상으로만들어낸그어떤공포이야기보다더무서운것은현실’이아닐까.뉴스를보면공포영화보다훨씬잔혹한이야기가쏟아지는세상이다.단순한‘공포’에열광하던시대는지났다.그렇다면앞으로의공포소설은어떻게변화해야할까?

제가그려낸세계는오래전퇴색해버린슬픈세계라고생각합니다.미래를배경으로했거나SF적인부분이있음에도더이상주인공이될수없는슬픈운명의세계말입니다.사람들이강시,처키,프레디,터미네이터에열광하던시대는다시오지않겠지요.무섭지만나름의흥취가있었던그시대는끝나버린것같습니다.왜냐하면지금은현실이더살기힘들고무서우니까요.
-P.277,「작가의말」중에서

‘사람들의공감을받는,무서운데재밌는’이야기.『나의집이점잖게피를마실때』는그부분에초점을맞추었다.그저기괴하기만한플롯에서벗어나현재를고민하고더나은미래를상상할수있도록유의미한이야기를만드는것이앞으로작가의의무이자공포소설의의무가될것이다.

■ON시리즈

오리지널(Original)네오픽션(Neofiction)시리즈‘ON’은자음과모음의장르문학브랜드입니다.호러,미스터리,판타지,SF등‘읽는즐거움’으로가득한다채로운소설을소개합니다.허구속재미를추구할뿐만아니라현실과사회의빛과어둠을담아우리의주변에서일어나는현상들을복기합니다.

■작가의말

제가쓰고싶고,또쓸수있는것은공포와괴기뿐이기에이시대를공부하고느끼려애쓰는중입니다.시대에뒤쳐지지않도록노력하며사람들의공감을받을수있는,‘무서운데재밌는’이야기를만들고싶습니다.어떻게든자신의시대에대해이야기하는것이작가로서의의무라고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