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들 (채헌 장편소설)

해녀들 (채헌 장편소설)

$15.00
Description
일제 강점기, 제주의 중심에는 해녀들이 있었다

부당한 요구를 하는 일본과 해녀조합에 맞서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해녀들의 투쟁기!

“우리의 다음, 그다음 해녀덜안티 당당해야 허지 아녀쿠과?”
제10회 네오픽션상 공모전 수상작,
2023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

일제 치하에 있었던, 뼛속 깊이 새겨져 내려온 차별과 부당함의 고통
그 속에서 섬을 뒤집고자 했던 위대한 여자들의 이야기

일본의 그늘 아래에서 핍박받으며 살아야 했던 일제 강점기, 육지에서 갖은 항일 시위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제주도에서는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해녀들이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그저 해산물을 캐다가 파는 상인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물질로 제주도 전체를 먹여 살리는 터줏대감이었다.
서복 일행 역시 하루하루를 벌어먹고 사는 것에 만족하며 살던 해녀들이었다. 그들은 글과 숫자를 읽을 줄 몰랐으며 그래서 일제의 눈속임에도 무덤덤해지는 것을 택했다. 원래 세상이 그런가 보다 했다. 무언가 잘못된 줄 알면서도 고칠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누군가의 작은 바람이, 찰나의 말이 그들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손에 든 빗창으로 하늘을 찌르게 하고 물질하러 가자며 외치던 목소리를 거친 함성 소리로 바꾸었다.
육지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에도 그저 먹고살기 바빴던 그들을 움직인 것은 대체 무엇일까? 한반도 끝자락 섬까지 들이닥친 검은 그림자를 과연 거둘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제주 해녀들의 처절했던 몸부림에 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과감한 결심으로 섬 전체를 뒤바꾼 위대한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

채헌

왜나무늘보나팬더로태어나지않았는지의아한.이왕인간으로태어났으니최대한하고싶은걸하며살려한다.주로먹고자고읽고쓴다.8년간의습작기를지나는동안여섯편의장편과네편의단편을완성했다.그중네번째장편인『해녀들:seasters』로2022자음과모음네오픽션공모전우수상을받았다.작고반짝이는것을오래응시하고그에관해느리게쓰고자한다.

목차

바당밭으로
조합이악귀신이라
기타나이,데테이케,구소타레!
이자타타카완이자
영허영은못살주
다덜목숨걸어서마씨
빗창소리가천지를진동하니
도사와의독대
호수돈결사대
먹돌아,들러키라!
다시,바당밭으로

작가의말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이고소리술처럼독한게제주고제주사름이우다.”
빗창과함성소리가울려퍼졌던그날을생생하게그리다

일찍부터‘조선이되조선이아니었던’제주도는사건과사고가많았던곳이다.정치적·역사적으로핍박당했던기록이다수존재한다.그중에서도이소설에서중심이되는것은‘제주해녀항일운동’이다.일제강점기한반도에서항일운동이점차퍼지면서제주도까지그영향이미쳤는데,시위의주체가해녀들,즉여자들이었다는점에서이목을끈다.국내최대여성항일운동으로꼽히기도한다.
바다라는뜻의‘sea’와자매라는뜻의‘sister’를합쳐‘seasters’라는합성어를새롭게탄생시킨『해녀들:seasters』는박물관과다양한서적들을통해철저하게조사한내용을바탕으로,위태로웠던당시해녀들의생활과격렬했던시위현장을마치직접겪는것처럼생생하게전한다.
어렸을때부터애기상군이라고불리며똑부러지게행동하는서복을필두로대상군두실,맏언니석실,행동대장억대,소심하지만강인한덕순,새침떼기깍지까지각양각색의성격을가진해녀들이입체적으로움직이며이야기에더욱흥미를더한다.

“지집이쓸데없이공부를허난간이배밖으로나오는거주.왜놈덜아니래도야학은다닐게아니라.지집년이공부해서뭐헐티?일만잘허믄되주.”
서복이숟갈을탁소리나게내려놓았다.
“공부허는디사내가어디있고지집이어디있수과?공부를어디좆으로햄수꽈?”
“그건언니말이맞주.좆으로는딴걸허는거주.”
깐족거리던달복이한씨에게꿀밤을얻어맞고는뒤통수를문질렀다.
“내년부터는달복이도데리고다닐거우다.보통학교도보내고상급학교도보낼거우다.학비는나가물질해서댈거난돈걱정은맙서예.”
서복이야무지게책보를챙겨들고집을나섰다.
_p.34~35

두실의굵은음성이장터를울렸다.
“해녀조합은악법을폐지허라!해녀조합은해녀덜을보호허라!”
해녀들이따라외쳤다.
“저리비켜!”
“독새기(달걀)값은물어주고갑서!”
달복이삼동의옷자락을붙들었다.삼동이달복을떼어내려했지만달복은끈질겼다.그사이두실이정리해온요구사항을읊었다.
“지정판매제를없애고가격등급은지정헌대로매겨라!계약금은우리해녀덜이보관헐수있게하라!금후로악덕상인에게는상권을절대허락허지말것이며그간해녀덜의손해를보상허라!악덕상인과결탁헌부도덕한직원도해고허고조합재정을명명백백히공개허라!”
“아니,저년덜이!”
_p.139~140

해녀들의시위뿐만아니라시장에서묘기를무리던사당패의정체,테러리스트와군자금사건의진실등다양한이야기가버무려져눈을뗄수없게만든다.
시위가이루어지는과정은만만치않다.해녀들틈에서도해녀들을우악스럽고무식하다며싫어하고부당한조합의편을드는이가있는가하면,일본의보복이두려워쉽게나서지못하는이들도있고,같은동포를착취하는조선사람까지등장하며시위는뜻밖의난항을겪는다.치밀하게엮인갈등관계,그리고이들이어떻게난관을헤쳐나갈지지켜보는과정은소설의재미를더욱북돋는다.

우리,이렇게살아도괜찮을까?
먹고사는삶이전부였던해녀들의과감한결심

해녀들은처음부터시위를벌일생각이아니었다.그들에게일생일대가장중요한것은오로지‘물건을많이건져서값을많이치는것’이었다.그러나오사카에다녀온넉실에의해해녀들의생각은송두리째뒤바뀐다.

“계속이렇게싸우다보민달라진다허드라고.”
“누게가?”
“막쓰렌닌인가허는,엄청나게유식헌사름이있는디,그사름이우리같이힘없는사름덜이다같이들고일어나민세상이뒤집힐거라했다는거라.”
힘없는사름덜이들고일어나민…….서복의뇌리에그러다스러진몇몇이름들이스쳤다.그중에는한실도있었기에서복의얼굴은조금어두워졌다.
_p.77

서복은넉실의말에용기를얻어앞장서서시위를계획한다.큰것을요구하는것도아니고인간으로서누려야할당연한것들을요구하는것이었다.이렇게대규모의인원이모여야만간신히조합과일본앞에설수있다는사실에절망하기도하지만그래도솟아날구멍은있었다.해보지않으면모르는일이었다.걱정만해서는,투덜대기만해서는절대로이룰수없는것을향해그들은과감하게한걸음씩내딛는다.
그들의결심은어떤결말을맞이하게될까?일본으로부터해방되고승리할수있을까?그결심의끝자락에무엇이기다리고있을지,해녀들의발자취를따라움직이다보면그들이평생몸담아온바닷속에서발견한한자락희망을마주할수있을것이다.

작가의말

월정리,세화리,하도리……이름도어여쁜곳을느릿느릿돌던어느날제주해녀박물관을발견했다.해녀에대해막연하게나마관심이있었던지라한번들러나볼까,하고들어갔다.전시관입구에는해녀들의쉼터인불턱과해녀들을재현한대형디오라마가있었는데그걸본순간나는발을떼지못했다.‘맞닥뜨렸다’고밖에할수없다.어떤결정적장면과맞닥뜨린기분.
남은여행길에서내내한가지생각을했다.해녀들의이야기를써야겠다고,쓰고싶다고,써야한다고.

ON시리즈
오리지널(Original)네오픽션(Neofiction)시리즈‘ON’은자음과모음의장르문학시리즈입니다.호러,미스터리,판타지,SF등‘읽는즐거움’으로가득한다채로운소설을소개합니다.허구속재미를추구할뿐만아니라현실과사회의빛과어둠을담아우리의주변에서일어나는현상들을복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