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슬로우 퀵 퀵 - 네오픽션 ON시리즈 15

슬로우 슬로우 퀵 퀵 - 네오픽션 ON시리즈 15

$16.50
Description
좀비로 아비규환이 된 영생도에서 살아남아라!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대탈출
극한의 환경에서 펼쳐지는 군상극을 담다
“좀비예요, 좀비! 분명해요!”
호러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 전건우의 짜릿한 좀비 아포칼립스
기묘한 독극물로부터 시작되는 대탈출을 그리다

특유의 기괴함으로 호러, 미스터리 등 장르소설을 대표하는 전건우 작가의 신작이 네오픽션 ON 시리즈 열다섯 번째 책으로 출간된다. 그는 이번 소설에서 섬에 갇혀 좀비 사태를 맞이한 사람들의 숨막히는 탈출극을 그렸다. 주인공의 시점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의 서사를 풀어나가며 대탈출을 이끄는 전개가 흥미롭다.

박 경사 일행이 신고를 받고 출동해 도착한 중국 어선에는 시체가 즐비했다. 코를 찌르는 악취, 피가 낭자한 선체 바닥. 그리고 너무나도 수상하게 열려 있는 출처 미상의 독극물 드럼통. 박 경사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참혹한 광경을 너무나도 많이 봐온 탓이었다. 그러나, 죽어가는 어느 선원의 입술을 비집고 나온 말은 대담한 박 경사에게 전에 없던 불길함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꿔에이빠오(도망가). 그것을 신호탄으로 순식간에 배 위는 아수라장이 되고, 박 경사는 바닷속으로 떨어져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뜬다. 한편 사건의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 죽어가는 영생도를 살리려는 주민들과 스러져가는 동아리를 살려보기 위해 엠티를 떠나온 학생들은 앞으로 펼쳐질 사태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
『슬로우 슬로우 퀵 퀵』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떠올리기도 전에 과감하고 잔인한 장면이 머릿속을 파고든다. 앞으로 무슨 일이 펼쳐질지 상상해보라는 듯, 프롤로그는 망망대해에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사람을 던져놓고 끝나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 소설은 ‘죽은 듯 산’ 이들의 정체를 굳이 숨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대놓고 좀비 사태를 예고하고 있지만 이상하게 얼굴을 책장에 더 파묻게 만드는 짜릿함이 있다. 좀비를 애정하는 사람, 호러 장르에서 빠질 수 없는 스토리텔러 전건우 작가는 이렇듯 어느 날 갑자기 독자들을 새로운 군상극으로 던져놓는다. 마치 바다 위를 표류하는 박 경사처럼.

저자

전건우

2008년단편소설「선잠」으로데뷔한후줄곧호러,미스터리,스릴러,추리장르의소설을쓰고있다.『밤의이야기꾼들』『소용돌이』『고시원기담』『살롱드홈즈』『뒤틀린집』『마귀』『안개미궁』등의장편소설을발표했으며다수의단편집과앤솔러지를통해단편작업도꾸준히하고있다.

목차

표류선
영생도
제3종근접조우
아수라장
마을회관
대탈출
라스트댄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엠티를왔을뿐인데좀비가될수는없어!
진퇴양난,영원을사는괴물들틈에서살아남기

우리는늘새로운공간으로향하여새로운경험을할생각에부풀어있다.일상에서탈출해느끼는잠깐의여유와미래의가능성을꿈꾸는시간.그런데앞에갑자기침을흘리며괴상한소리를내는좀비가나타났다고한다면여러분은어떻게할것인가?곁에있는사람들은어떻게행동할까?
영생도를방문한미래대학교학생들도보통사람들과다르지않았다.비록앞으로동아리를살려야한다는막중한임무를안고끌려오다시피한엠티지만새로운경험을발판삼아나아가리라는확신이있었다.영생도의주민들역시마찬가지였다.활력이사라져가는섬을살릴방도로농촌체험마을로선정되기위해고군분투중이었다.그런그들앞에갑자기나타난괴물.속에서끓는소리를내며얼굴이이상하게일그러진그괴물이아는얼굴이라는충격이가시기도전에,학생들과영생도주민들은감염된이와앞으로감염될이만남은현실에던져진다.

“절대로사람을향해서휘두르면안된다.”
문득,스승이했던말이떠올랐다.일본의사시미명인에게서기술을전수받았던사람으로성격은괴팍했으나솜씨는좋았다.자고로칼은두발달린것들에게는쓰면안된다고,스승은누누이말했다.그러면닭은요?그런질문을했다가숫돌로두들겨맞았던기억도떠올랐다.
스승님.근데저건사람이아닌것같습니다.
_P.58~59

“나래야.괜찮아?”
대현이다시한번불렀다.나래가번쩍눈을떴다.랜턴불빛아래서도빨갛게충혈된눈동자가똑똑히보였다.입이열리고침과피로범벅이된혀가지렁이처럼꿈틀거렸다.윗입술이말려올라갔다.크으으.목구멍깊숙한곳에서위협적인소리가울려나왔고그때마다입술이파르르떨렸다.
“나,나래야?”
공격은갑자기시작됐다.마치개구리처럼나래가튀어올랐다.미처놀라기도전에나래의이가랜턴을든대현의손으로향했다.
딱.
랜턴과나래의이가경쾌한소리를내며부딪쳤다.
_p.111~112

순식간에아비규환이된영생도.살아남기위해서는산것도죽은것도아닌,방금전까지는친구이자동료였던이들을밟고지나가야만한다.차라리코로나같은전염병이라면모를까생전처음겪는사태에학생들과주민들은공포에떨지만곧전열을가다듬고앞으로전진한다.노인들이라고이해하지못하고젊은것들이라며손가락질하던그들은한팀이되어조금씩서로를이해하고위하기시작한다.
왠지모르게석궁을들고있는노인과치통을달고사는이장곽수의검붉은역사,학생들의묘한삼각관계와더불어극한에몰렸을때드러나는인간군상의면모가소설의재미를더욱북돋는다.그리고가슴찡해지는‘슬로우슬로우퀵퀵’의사연까지.단순한좀비극을넘어일말의유쾌함과인간밑바닥의섬뜩함이눈앞에서생생하게그려진다.

독보적인영웅이존재할수없는세상
모두가주인공이자엑스트라가되다

『슬로우슬로우퀵퀵』에는모두를위기에서구하는독보적인영웅은존재하지않는다.열심히도망치지않으면좀비가될뿐이다.등장인물모두가스스로를구하는영웅이자타인을비추는엑스트라가된다.이야기는주로대현을따라전개되지만리더십은대현의선배철민이자주발휘하고영웅적인면모는석궁과엽총으로엄호해주며진두지휘하는평수와종신에게서돋보인다.구구절절하고극적인사연은치통을달고사는영생도이장곽수에게있다.모두에게적당한사연이있으며모두가각자의자리에서자신의역할을하는현실적인면모가이소설의매력이다.
왈츠를연상하게하는제목처럼,이소설은‘호흡을맞춰가는이들의’이야기다.다른세대를살아온영생도주민들과미래대학교학생들이어떤식으로위기를헤쳐가는지지켜보는것이가장큰재미가될것이다.

작가의말
나는좀비가으르렁거리며내장을꺼내고목덜미를물어뜯는이야기를하고싶었던게아니었다.물론그런이야기를끝장나게좋아하기는하지만비슷한소설이세상에넘쳐나는이시점에숟가락을얹을필요는없었다.나는결국때로는느리게,또때로는빠르게움직이며보조를맞춰가야하는두엇갈린세대에관한이야기를하고싶었던거였다.거기까지생각이미치자제목은자연스레정해졌다.
『슬로우슬로우퀵퀵』.
마치처음부터이제목이었던것처럼내이야기와딱들어맞았다.완벽한호흡을자랑하는두선남선녀같이.

추천사
이소설에는성한사람이없다.즉아프지않거나탈없는사람이하나도없다.어디서부터사회화에실패한것일까싶은,날것그대로의인간군상과괴물들이뒤엉킨장면속에선누가적인지,뭘위해싸울지,지켜야할것은무엇이고등을돌려야할것은무엇인지어슴푸레해진다.작품속에서좀비는무력한군상중하나라는클리셰적인의미만을표방하지않는다.쉽게카타르시스로이끌지않는다는점이이장르의클리셰를마음껏주무르면서도틈새를파고드는베테랑작가의관록이구나싶다.
_황모과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