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뇌 변호사 - 네온사인 3

무뇌 변호사 - 네온사인 3

$14.50
Description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독자 여러분 !
저는 안드로이드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닙니다.
존중받아 마땅한 약자를 변호할 뿐입니다.
여러분의 현명하고 지혜로운 판단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렇다. 나는 사이보그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실리콘 뇌’를 이식받은 무뇌 변호사다.
나를 따라다니는 소문은 무성하다. 인간도 아닌 주제에 변호사 행세를 한다거나 상대의 생각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아 기괴하다거나……. 뭐, 틀린 말은 아니다. 내 머릿속 해파리는 인간의 속마음이나 기계의 신호를 읽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무뇌 변호사’라는 이유로 안드로이드를 변호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인간처럼 기억을 갖고 감정을 느끼며 마음으로 소통하지만, 하루에도 수백수천 대의 안드로이드가 부당하게 폐기된다. 인간의 명령을 따라서, 인간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서. 인간 같지 않아서, 지나치게 인간 같아서.
내가 그들을 변호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안드로이드는 인간과 같은 생존 욕구를 감각하지 못하므로, 그들을 창조해낸 우리가 그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

신조하

저자:신조하

언젠가스페이스오페라를쓰는것이꿈이다.

「인간의대리인」으로2022한국SF어워드중·단편소설부문우수상을받았다.

공저로『감정을할인가에판매합니다』(2022)『매니페스토』(2023)를펴냈다.

목차

프롤로그
피흘리지않는제물
복종하는뇌
기억과유전자의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기계로환원되는세상에서환원되지않는존재들
신조하작가의『무뇌변호사』는인간과기계가공존하는어느근미래를배경으로한다.대부분의인력을대체한인공지능부터인간처럼행동하고감각하는안드로이드,기계의도움을받아살아가는사이보그까지.더는‘인간’과‘기계’만으로이분화할수없는세상이도래한것이다.그러나모든것이데이터와전기신호로환원된세상에서,마음까지환원되지는않은존재들이있다.‘법과질서’의김호인변호사는태어날때부터인공두뇌를이식받은사이보그다.안드로이드를주로변호하는그에게간혹변호사로서의소임이나신념을묻는이들이있다.김호인변호사는자신이사이보그이기때문에기계를변호하는것이아니다.‘약자’들편에선다는평판때문에안드로이드만을변호하는것이아니다.김호인변호사는인공두뇌속해파리를통한정확한사실을바탕으로,존중받아마땅한이들의곁에설뿐이다.인간에게부당한억압을받고무력하게폐기되는안드로이드를변호해구하는것.그것만이‘무뇌변호사’김호인의유일한소임이자신념일것이다.

인간이창조한기계의‘발전’과‘반란’
인간은필요에따라기계를생산하고그들에게의무를부여하지만,그들이제역할을해내지못하면곧폐기해버린다.기계는유기생명체와달리생존자체를최상위목적에두지않기에,자신이폐기된다는사실을인지하지못하기도한다.하지만그들이살고자하는‘목적’을갖게된다면상황은달라진다.그들에게살아야할‘이유’가,지키고싶은‘존재’가,기억하고싶은‘순간’이생긴다면.인간은아니,그무엇도기계의삶에대해쉽게논해서는안될것이다.강제로주입된기억때문이었으나한인간을위험으로부터지키려한「피흘리지않는제물」의안드로이드김유미처럼,제주인에게너무나복종해한몸이되어버린「복종하는뇌」의로봇들처럼,육십년간한결같이딸을키우며사랑이라는감정을자각한「기억과유전자의밤」의오혜성처럼.기계는인간과는다를거라고생각하겠지만,기계는발전함과동시에인간을보호하고지키고자애틋한반란을일으키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