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레드카펫 - 네오픽션 ON시리즈 20

미드나잇 레드카펫 - 네오픽션 ON시리즈 20

$16.80
Description
눈부신 그녀들의 세계로 초대하는 김청귤 작가의 첫 번째 단편소설집!

이 세상이 소녀를, 언니를, 나의 여왕을 괴롭힌다면
우리는 더 지독하고 명랑하게 투쟁하리라!
인간이되 인간이지 않은 존재의 모순

김청귤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미드나잇 레드카펫』은 이 시대에 아포芽胞처럼 퍼져버린 수많은 사회문제를 작가만의 독특한 판타지세계와 첨예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우리와 밀접하게 닿아 있는 디스토피아를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비현실의 감각으로 풀어낸 것이다. 이 책은 계속해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성별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세대를 거듭하는 고질적인 선호사상’, ‘비일비재한 폭력’ 등을 가감 없이 다룬다. 「한밤의 유혈 사태」는 살인이나 스토킹 같은 경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일종의 면죄부처럼 사용하는 황당한 현상을 비판한다. 직접적으로 드러난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내리지 않으면서, 우연한 사고로 용의자가 된 주인공 ‘나’에게는 희롱적인 말을 서슴없이 내뱉고 자신을 변호할 수 있는 발언권을 강제로 묵인한다. 이런 강압적인 수사 속에서 주인공이 ‘생리’는 어째서 ‘심신미약’의 이유가 되지 않느냐고 되묻는 대목은 특히 인상적이며, 그렇기에 이 작품은 현 시대를 적나라하게 표상한다고 볼 수 있다.
유사한 맥락으로 ‘피해자’가 분명 존재함에도 ‘가해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는 문제는 「서대전네거리역 미세먼지 청정 구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이 ‘미세먼지 인간’으로 변이하게 되었다는 판타지적 설정이 더해진 이 작품에서는 미세먼지 ‘괴물’이 미세먼지 ‘히어로’가 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성별로 우위를 가르고 권력과 지위에 따라 범죄 사실이 미화되는 불편한 현실을 보여준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퇴근하던 ‘도연’은 학교 선배이자 같이 일하는 ‘기혁’에게 위협을 당한다. ‘도연’에게 이성적인 호감이 있다는 이유로 집착하듯 연락을 하고, 제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손목을 잡아채고 욕설을 퍼붓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가한다. ‘도연’의 도와달라는 외침을 들은 ‘다정’의 도움으로 상황은 일단락되지만, 다음 날 ‘기혁’은 술에 잔뜩 취한 채 카페에 찾아와 또다시 ‘도연’에게 난동을 부린다. 그러나 ‘기혁’이 경찰서에 연행된 이유는 ‘도연’에게 저지른 폭력 때문이 아닌, 카페 기물을 파손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어쨌거나 처벌을 받게 되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그때, 저 멀리서 들려온 소란에 ‘도연’은 다시 한번 참담해진다. ‘기혁’이 미세먼지 인간으로 변이해 경찰서 일대가 청정 구역이 된 것이다. 그렇게 ‘기혁’은 ‘가해자’에서 순식간에 미세먼지 ‘히어로’가 되었고, 사람들은 그가 경찰서에 있던 이유를 알면서도 그 사실을 모른 체한다. 작품에서 미세먼지 인간을 묘사한 “인간이되 인간이지 않은”이라는 수식은 온몸이 미세먼지로 바뀌어 이 세상의 이방인이 된 미세먼지 인간을 그대로 서술하는 동시에, 차마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인간이면서도 인간이지 못한’ 자들을 꼬집기도 한다.
위의 두 작품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 누군가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는 플롯을 공통적으로 갖는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밤의 유혈 사태」에서는 ‘용의자’가 조사를 받는다는 것과 「서대전네거리역 미세먼지 청정 구역」에서는 ‘피해자’가 조사를 받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김청귤 작가는 가해자인 ‘기혁’의 조사 장면이 아닌 피해자 ‘도연’의 조사 장면을 앞세워 보여준다. 우리는 이 ‘장치’에 숨겨진 본질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바로 두 작품의 조사 장면의 분위기나 경찰의 언행, 사건의 결말이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 어째서 용의자와 피해자의 조사 장면이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는가? 만약, ‘기혁’이 조사받는 장면이 「한밤의 유혈 사태」와 대응했다면? 우리는 분명한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세상은 여전히 “인간이되 인간이지 않은” 존재들에 둘러싸여 있고, 우리는 너무 쉽게 그들에 노출된다. 그렇기에 김청귤 작가는 우리가 끊임없이 그들에 맞설 수 있도록, 아포에 감염되지 않도록 이 책을 통해 외치는 것이다.
저자

김청귤

저자:김청귤

아주오랫동안,즐겁고행복하게글을쓰고싶은사람.경장편소설『재와물거품』과연작소설집『해저도시타코야키』를펴냈고,앤솔러지『미세먼지』『이상한나라의스물셋』『앨리스앤솔러지:이상한나라이야기』『귀신이오는밤』『판소리에스에프다섯마당』『하얀색음모』등에참여했다.

목차


한밤의유혈사태
마법소녀,투쟁!
이달의네일
서대전네거리역미세먼지청정구역
찌찌레이저
앨리스인원더랜드

작품해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인간이되인간이지않은존재의모순

김청귤작가의두번째소설집『미드나잇레드카펫』은이시대에아포芽胞처럼퍼져버린수많은사회문제를작가만의독특한판타지세계와첨예한시선으로담아냈다.우리와밀접하게닿아있는디스토피아를매우현실적이면서도몽환적인,비현실의감각으로풀어낸것이다.이책은계속해서심각한문제로대두되는‘성별에대한차별적인식’과‘세대를거듭하는고질적인선호사상’,‘비일비재한폭력’등을가감없이다룬다.

「한밤의유혈사태」는살인이나스토킹같은경범죄를저지른가해자가‘심신미약’을일종의면죄부처럼사용하는황당한현상을비판한다.직접적으로드러난피해가없다는이유로가해자에대한처벌을내리지않으면서,우연한사고로용의자가된주인공‘나’에게는희롱적인말을서슴없이내뱉고자신을변호할수있는발언권을강제로묵인한다.이런강압적인수사속에서주인공이‘생리’는어째서‘심신미약’의이유가되지않느냐고되묻는대목은특히인상적이며,그렇기에이작품은현시대를적나라하게표상한다고볼수있다.

유사한맥락으로‘피해자’가분명존재함에도‘가해자’에게솜방망이처벌이내려지는문제는「서대전네거리역미세먼지청정구역」에서도확인할수있다.인간이‘미세먼지인간’으로변이하게되었다는판타지적설정이더해진이작품에서는미세먼지‘괴물’이미세먼지‘히어로’가되는일련의과정을보여줌으로써,성별로우위를가르고권력과지위에따라범죄사실이미화되는불편한현실을보여준다.카페에서아르바이트를하고퇴근하던‘도연’은학교선배이자같이일하는‘기혁’에게위협을당한다.‘도연’에게이성적인호감이있다는이유로집착하듯연락을하고,제말을들어주지않는다는이유로길거리에서손목을잡아채고욕설을퍼붓는등폭력적인행동을가한다.‘도연’의도와달라는외침을들은‘다정’의도움으로상황은일단락되지만,다음날‘기혁’은술에잔뜩취한채카페에찾아와또다시‘도연’에게난동을부린다.그러나‘기혁’이경찰서에연행된이유는‘도연’에게저지른폭력때문이아닌,카페기물을파손했다는이유에서였다.

어쨌거나처벌을받게되어다행이라고해야할지혼란스러운그때,저멀리서들려온소란에‘도연’은다시한번참담해진다.‘기혁’이미세먼지인간으로변이해경찰서일대가청정구역이된것이다.그렇게‘기혁’은‘가해자’에서순식간에미세먼지‘히어로’가되었고,사람들은그가경찰서에있던이유를알면서도그사실을모른체한다.작품에서미세먼지인간을묘사한“인간이되인간이지않은”이라는수식은온몸이미세먼지로바뀌어이세상의이방인이된미세먼지인간을그대로서술하는동시에,차마같은사람이라고생각하기어려운‘인간이면서도인간이지못한’자들을꼬집기도한다.

위의두작품은‘어떤사건으로인해누군가가경찰조사를받게된다’는플롯을공통적으로갖는다.우리가주목해야할부분은「한밤의유혈사태」에서는‘용의자’가조사를받는다는것과「서대전네거리역미세먼지청정구역」에서는‘피해자’가조사를받는다는것이다.다시말해김청귤작가는가해자인‘기혁’의조사장면이아닌피해자‘도연’의조사장면을앞세워보여준다.우리는이‘장치’에숨겨진본질에대해생각해야한다.바로두작품의조사장면의분위기나경찰의언행,사건의결말이매우흡사하다는것이다.어째서용의자와피해자의조사장면이비슷하게느껴질수있는가?만약,‘기혁’이조사받는장면이「한밤의유혈사태」와대응했다면?우리는분명한차이점을느낄수있었을것이다.이세상은여전히“인간이되인간이지않은”존재들에둘러싸여있고,우리는너무쉽게그들에노출된다.그렇기에김청귤작가는우리가끊임없이그들에맞설수있도록,아포에감염되지않도록이책을통해외치는것이다.

우리의연대는가장아름답고우아한투쟁이다

『미드나잇레드카펫』에수록된여섯작품은모두‘여성’인물을중심으로서사를이끌어간다.「마법소녀,투쟁!」에서마법소녀들은목숨을걸고괴물에맞서싸우지만,시민들은마법소녀들의희생을당연하게생각한다.‘히어로’라면응당희생이따르는것아니겠느냐고묻는다면,이미우리가목격해온많은‘히어로’들이있기에수긍할수있겠다.그러나마법소녀들에게짧은치마나딱붙는유니폼을입히고,괴물이공격하는긴박한상황에서조차아름답거나예쁜장면을기대하는대목에서는이또한히어로가마땅히감내해야하는지반문하게된다.특히마법소녀에서은퇴하면또다른마법소녀를낳기위해결혼을해야만한다는그들의삶은‘여성’이라는이유로부당한역할과책임을강요당하는우리현실과직결된다.이러한‘고정관념’에대한비판적시각은「찌찌레이저」에서도확인할수있다.어느근미래,여성들은순수혈통의인간을낳고영양소가풍부한모유를공급해야한다는이유로‘인공가슴이식수술’을받는다.소설속남성들은더건강한몸을위해인공장기나신체로교체하면서도,여성은‘임신’의의무를다해야한다며제대로된약조차처방해주지않는다.‘임신’이하나의성에국한된필수적책임인듯강요되는이불편한설정이성별에따른차별적역할부여가여전히만연한우리사회를연상케한다는사실이꽤나안타깝다.

‘여성’이라는이유로겪어야하는수난은「이달의네일」과「앨리스인원더랜드」에서도이어진다.하루아침에미세먼지인간으로변한「이달의네일」의‘하늘’은몸이바스라지고방안이먼지로가득해지는순간을맞닥뜨린다.그러나‘하늘’은옆에서자고있는‘언니’를깨울수도,‘미세먼지인간’변이자를찾는다며아파트를휘젓고다니는경찰앞에나설수도없다.‘하늘’이어떤선택을하든,‘언니’와동성연인이라는사실이알려져서는안되기때문이다.사회가규정한‘평범’의범주에속하지않는다는이유로,‘하늘’은‘소수자’가되어버린것이다.

「앨리스인원더랜드」는동화『이상한나라의앨리스』에등장하는‘여왕’과‘하트잭’‘앨리스’‘체셔’등의익숙한캐릭터를불러내새로운이야기를전한다.동화에서는남의목숨을가벼이여기는‘여왕’의잔인하고악랄한모습이주를이루었다면,김청귤의소설에서는‘여왕’임에도불구하고‘여’왕이라는이유로차별받는사회의모순을다룬다.나아가능동적으로삶의주체가되기를선택한‘앨리스’가‘여왕’의‘주체성’역시되찾기위해노력하며성장해가는과정은여성들의‘아름답고우아한’투쟁의길을보여준다.반면,작가는또다른‘여성’인물들을통해다양한인간군상을보여줌으로써우리가이시대를살아가는여성으로서,개인으로서,그리고사회의구성원으로서반드시짚고넘어가야할문제를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