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사항 보고서

특이사항 보고서

$17.50
Description
“오늘도 창구 건너편에서
또 다른 상실이 걸어 들어오고 있다.”
타인의 슬픔을 마주하는 일
그 처절한 순간들의 기록
2021년 공직문학상 금상, 제9회 네오픽션상 우수상을 수상한 최도담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 ON 시리즈 스물한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전작에서 긴장감 넘치면서도 잔잔한 울림을 주는 서사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최도담 작가가 이번에는 자신의 현 직장인 ‘실업급여과’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마치 응급실 속 생과 사를 넘나드는 환자들처럼, 실업급여과를 찾은 상실의 목소리들을 생생하게 들려주며 작가는 가장 보통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특별하게 전한다.
이야기는 여느 날과 다를 것 없는 금요일 퇴근 무렵의 실업급여과에서 시작된다. 초조하게 일주일의 마지막을 기다리는 사람들 앞에 평범했던 일상의 종말이 조용히 찾아온다. 순식간에 윽박지르는 소리와 비명, 총성과 사이렌 소음으로 뒤섞인 혼란한 공간은 그곳에 있던 직원들에게 각기 다른 흔적을 남긴다. ‘삶에 닥치는 상실과 재난 앞에서 어떤 인간도 우아하고 견고하게 버틸 수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매일같이 실업급여과에 흘러들어오는 사연과 그로 말미암은 재앙을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된다. 동시에 창구 건너편에 있는 직원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보게 되면서 삶의 다양성과 그들 간의 극적인 연대의 희망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최도담

최도담

2021년단편「책도둑」으로공직문학상금상을수상했고장편소설『그렇게할수밖에』로네오픽션상우수상을수상했다.낮에는공무원,밤에는소설가가되는이중생활을이어오며『특이사항보고서』를썼다.현재는『그렇게할수밖에』의후속편을준비중이다.

목차


금요일의복면들
1부
2부
3부
4부
에필로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평범했던일상을전복하는묵직한상상력

금요일퇴근시간을앞두고주안시고용센터실업급여과에복면을쓴테러범들이들이닥친다.옆구리에총까지찬그들의위협에실업급여과는순식간에아비규환이된다.밖으로나갈통로는봉쇄되고,핸드폰은모두빼앗기고,센터로걸려오는전화를받지못해벨소리는시끄럽게울려댄다.단십여분만에실업급여과는완전히다른차원의세상으로빨려들어간것이다.

돈이목적이라면은행을털지왜하필고용센터를찾아온걸까.이런질문을던질독자에게이야기는재빠르게‘복수’라는답변을내놓는다.민원인과창구직원,실업급여를두고만들어진원한으로인해서사의인과관계는설득력을갖는다.민원인으로상담을받았던누군가가앙심을품고일으킨비일상적인사건이라는점에서,독자는이면의이야기가궁금해질것이다.한편으로는같은민원인의입장이되어창구직원들의항변이듣고싶을지도모른다.그러나센터안의적막을깨는총소리가울리는순간,이야기의전개는독자의관점과함께기존과전혀다른국면을맞는다.

“시선속에들어온것은침대위에드러누워있는나였다.눈꺼풀이단단히잠겨있고보랏빛입술도틈새없이맞물린모습이었다.”(35쪽)

실업급여과4번창구직원이자이야기의주인공인이안은테러범의총에맞아혼수상태에빠졌다.그러나어찌된영문인지육체에서영혼이분리된기이한현상을겪게되고,그덕에공간을이동하거나남의이야기를엿들을수있는능력이생긴다.이안은아무도자신을볼수없고자신의이야기를들을수없는그공간을‘제로의공간’이라고이름붙인다.언제벗어날지,벗어날수는있을지모를공간에서이안은그동안미처알지못했던이야기들을듣게된다.

다소판타지처럼느껴질수있는요소지만,이안의유체이탈은독자에게새로운관점을제시한다.이안의눈과입을통해독자는민원인의사연뿐아니라창구직원으로서의고충역시엿볼수있기때문이다.우리가미처생각지못한이들의사정을이해하는데까지많은시간과노력이필요하다는것을판타지적상상력을빌려와우리에게보여준다.이렇듯〈특이사항보고서〉에드러나는상상력은단순히범죄사건의용의자와피해자,민원인과상담직원이라는설정에서그치지않고,‘나를둘러싼타인에대한이해’라는작품전체의주제의식을시사한다는점에서그무게감이느껴진다.

‘보통의삶’이지니는특이점

이안은제로의공간에서자신이상담했던민원인이나함께근무하던다른창구직원들의이야기를듣는다.덕분에이안은창구건너편에서들려오던상실과아픔을마음깊이헤아려보기도하고,같이근무하는직원들의말못할사정까지도우연히듣게된다.하지만이렇게많은이야기를들으려면누군가의조력이필요하다.제로의공간밖,현실에머무르는누군가가.2번창구직원‘호찬’이바로그런존재다.

호찬은감정을통드러내지않는사람이어서고용센터내에서도유명인사였다.무뚝뚝한인상에불편을토로하는민원인이있을지경이었지만,누구도호찬이왜그렇게되었는지에는관심을갖지않았다.그런호찬이테러사건이후제로의공간에있는이안을알아본것이다.호찬의도움아닌도움으로이안은더많은이야기를들을수있게되고,어째서호찬은늘무뚝뚝한사람이되었는지에대해서도듣게된다.

“호찬은행복해지기위해애쓰지않기로했다.세상에대한애정이나희망은점점희미해졌다.거기에비례하여삶의두께도얕아졌다.크게불행하지도않았지만행복도없는단조로운삶이었고호찬은그래서다행이라고생각했다.”(96쪽)

〈특이사항보고서〉속인물이나사건을들여다보면,작품곳곳에서느껴지는공통점이있다.모두가‘보통’을원하지만그것이잘이뤄지지않는다는점이다.이는사실소설초반부터명징하게드러난다.남들은모르는자신만의시련때문에간신히‘평범’을유지하고있는사람들에게강도사건이라는끔찍한일이닥치기때문이다.그렇기에작품은당연하게도,그어떤인물의사연도동정하지않는다.이안과호찬,수많은민원인,심지어는테러용의자들에게도사연은있다.자신의힘듦을말하지못하지만,그것이각기다른방식으로표출되고그게때로는재앙으로변모하기도한다는사실을담담하게이야기할뿐이다.누구나보통의삶을원하지만각기다른특이점을지닌우리는보통이될수없다.대신그특이점을귀기울여들어줄수만있다면,이안과호찬이그랬듯서로가도움이되어줄수있지않을까.

작가의말

삶에닥치는상실과재난앞에서어떤인간도우아하고견고하게버틸수없다.어떤종말도우리에게쉽지않다.그러나우리는매일매일밀려드는수많은재난과종말을뚫고가고있다.상실이우리를아프게하지만우리는또한발을내딛고있다.그한발에는분명사랑이있다.삶에대한,타인에대한,자신에대한,그어떤것에대한것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