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섬 : 역신의 제단 - 네오픽션 ON시리즈 24

도깨비섬 : 역신의 제단 - 네오픽션 ON시리즈 24

$17.50
Description
아무도 믿지 말고 모든 것을 의심하라!
도깨비에 현혹되는 순간,
눈과 귀를 잃고 짐승의 탈을 쓰게 되리라.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유령, 악마 등을 다루는 장르가 ‘오컬트’로 불리기 시작한 때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인간의 힘으로 온전히 막을 수 없는 ‘신’과 그 ‘신’을 모시는 인간의 세계를 엿보는 일이란 어려우며, 때로는 그 참상이 너무나 비극적이기 때문이다. 한국문학에서 지금처럼 ‘오컬트’ 소설을 보기 힘들었던 이유는 장르가 연상하는 보편적 이미지가 지극히 미국적인 것도 있지만, 우리가 선호하는 공포/호러 소설이 ‘혼’ ‘악령’ 같은 것보다 ‘귀신’에 가깝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의 무속 또는 민속신앙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늘어나고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해짐에 따라, ‘오컬트’ 장르에 요구되는 복잡한 이해보다 생경한 장르가 주는 신선한 재미가 부각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K-오컬트의 부흥을 이어갈 역작이 탄생했다. 배준 작가의 장편소설 『도깨비섬: 역신의 제단』은 도깨비를 ‘요괴’가 아닌 ‘신’으로 모시는 어느 외딴섬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다. ‘신’의 두 얼굴이 선사할 예상치 못한 반전과 입체적인 캐릭터, 잠깐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 서스펜스로 오컬트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도깨비’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신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과 한 번 싹튼 신에 대한 ‘의심’이 부딪혔을 때 들이닥칠 재앙이 궁금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책을 펼치길 바란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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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배준

저자:배준
2018년제1회자음과모음경장편소설상을수상했다.장편소설『시트콤』『호환마마:100일의사투』를펴냈다.

목차


도깨비섬7

출판사 서평

눈과귀가먼아이를둘러싼두개의믿음,
신을향한인간의맹신과불신이불러온재앙

주인공‘주영’은대학친구인‘수현’과‘한아’,‘은솔’과요트여행을즐기던중‘은솔’의멀미가심해져남해의어느외딴섬에서잠시쉬어가기로한다.‘주영’은평소보다심한뱃멀미에시달리는‘은솔’에게서알수없는기시감을느낀다.‘주영’일행의요트를제외하면고깃배두척이정박해있는작은섬은외부인의방문이거의없는듯보였으나,“키가작은활엽수와여름풀로뒤덮인”푸르고포근한풍경에안도한다.그때,그들은멀리서다가오는무언가를보고제자리에우뚝선다.열살도채안되어보이는조그만남자아이가아지랑이에반쯤녹아든채걸어오고있었다.‘주영’은미묘한위화감을풍기는아이와시간이지날수록낯빛이창백해지는‘은솔’을번갈아바라보며다시한번심상치않은기운을감지한다.‘주영’은그들과거리가완전히좁혀졌는데도걸음을멈추기는커녕뛰다시피돌진해오는아이에일순몸이굳는다.

정확히‘주영’일행의한가운데에멈춰선아이는아무리인사를건네거나말을걸어도미동이없었다.아이를이리저리살피던‘한아’가안타깝다는듯말했다.“아,청각장애인인가보다.”그녀는양주먹을쥐고앞으로내밀었는데,무슨뜻인지는모르겠으나인사라는것쯤은어렴풋알수있었다.그런데도아이는‘한아’를쳐다보지않고여전히입을꾹다물뿐이었다.“이아이,아무래도시청각장애인인것같은데?”‘주영’은보이지않고들리지않는다는이아이가정확히그들을향해뛰어오던장면을떠올렸다.그순간,‘수현’이손에쥔과자봉지의뒷면을다급히펼치며‘실종아동란’아래사진을가리켰다.실종아동과눈앞의아이는너무나닮아있었다.‘수현’은아이의손바닥을잡아끌더니그위로글자를써내려갔고,얼마간의필담을주고받았다.

“지금같이사는사람들은‘이모’들이랑‘이모부’들인데,다들이아이를지칭할땐……‘도련님’이라고부른대.실종아동이맞아.우리가데리고나가자.”하지만‘한아’는‘수현’의등뒤를바라보며이미늦었다고대답했다.아이의‘이모’인듯한중년여성들이빠른걸음으로그들을향해다가왔다.동시에‘은솔’이헛구역질을하더니방파제쪽으로달려가미친듯이속에있는모든걸쏟아냈다.그녀는몸을사시나무처럼벌벌떨며‘주영’에게물었다.

“못느꼈어?저아이,정상이아니야.”

그리고그녀의말이끝나기가무섭게깊은어둠이섬에그늘을드리웠다.재앙이들이닥치기라도하는것처럼.하늘이열리고비바람이거센풍랑을일으켰으며,한차례천둥소리가울려퍼지더니거대한태풍이섬을집어삼켰다.‘주영’일행이절대섬밖으로나갈수없으리라는,저주같았다.

도깨비의것을탐내는외지인들과
도깨비의것을지키려는섬사람들의숨막히는대립

아이가실종아동이아니라는의심을지우지못한‘수현’과‘주영’은결국아이를데리고몰래섬밖으로나가려한다.그러나어디선가물귀신처럼나타난섬사람들에의해가로막히고,그대로‘주영’일행은연행되어마을회관으로들어간다.아이를‘납치’하려했다는죄책감에‘주영’은고개를조아리며어떤벌을받더라도감수하겠다고생각하는데,외려잔뜩겁을집어먹은쪽은섬사람들이었다.마을이장으로보이는중년여성은화를삭이듯나직한목소리로물었다.“화를내기전에너무궁금한거야.멀쩡하게생긴학생들이왜이렇게막돼먹은일을벌인거야?”‘수현’은대답대신‘실종아동란’이적힌과자봉지를내밀었다.그녀는아이를처음부터데리고있었다는섬사람들에게공격적인어투로그들을자극하는말을내뱉었다.그옆에서죄지은사람처럼온몸을떠는‘은솔’이수현을말렸으나,그녀가계속해서아이를데리고나가겠다고말하자‘은솔’이경기를일으키듯소리쳤다.“제발!그만좀하라고.자극하지말라고…….”울먹이다시피‘수현’을말리는‘은솔’을보고,‘주영’은직감했다.아니,확신했다.일이단단히꼬였다는것을.절대건드려서는안될무언가를건드렸다는사실을.

태풍이멎을때까지마을회관에머물게된‘주영’은귓속을찢어발기는천둥소리에잠에서깼다.그리고“번개가소리없이번뜩이며하늘을대낮처럼”밝힌순간,충격적인장면을목도한다.귀신에홀린듯혼이나간‘은솔’이짐승의소리를내며‘수현’위에올라타그녀의목을조르고있었다.섬사람들이‘은솔’을떼어내려했지만그녀의힘은가히대단했다.불안한예감을틀리지않는다고했던가.‘귀신’을보는‘은솔’이정말무언가에빙의된듯‘수현’을죽이려한이사건은,앞으로‘주영’일행에게펼쳐질미스터리하고기이한일들의시작에불과했다.

다음날,‘주영’일행앞에잘차려진음식이놓이자마자독실한크리스천인‘한아’는식전기도를올리지도않고허겁지겁음식을먹어댔다.다섯공기째먹는‘한아’의걸신들린듯한모습에불쾌해진‘수현’이핀잔을주자,‘한아’는일순정색하더니말했다.“왜,먹는거가지고지랄이야.”지금껏알던‘한아’와전혀다르게돌변한모습에셋이당황해멈칫거리는사이,갑자기‘한아’가화장실로달려가더니먹은것을모두토해냈다.그리고그날밤‘주영’은또다른소란에잠에서깨고,‘한아’에게심하게구타당하는‘수현’을목격한다.어젯밤에이어서오로지‘수현’만을노리는무언가와이유모르게죽어나가는짐승이늘어나자마을이장은‘주영’과‘수현’을어느저택으로초대한다.‘도련님’이라불리는아이가사는,웅장하고을씨년스러운그저택으로.

“우린무당이에요.이섬에있는사람들모두가.
도련님은이섬에서모시는도깨비를받들기위한신체神體,
그러니까살아움직이는신전같은존재예요.”

‘주영’은그제야여태껏벌어졌던일들이하나씩이해되었다.‘수현’도더는반발하지않고순순히이장의말에순응했다.마을회관으로돌아가는길에,‘주영’은아이를건들지않겠다는‘수현’의말을떠올리며물었다.“아까한약속,진심이지?이제아이포기하는거지?”수현은코웃음을치며단번에답했다.“아니.”어떤말을하든‘수현’을말릴수없다는생각에,그들은함께저택에몰래들어갔고잠에서깬섬사람두명을마주친다.소식을듣고저택으로몰려온섬사람들은집안에낭자한핏자국과피를흘리며쓰러진섬사람들그리고아이를인질삼아칼을들이밀며악을쓰는‘수현’을보고서경악을금치못한다.최선을다했다는듯,이제는돌이킬수없다는듯이장은냉소적인목소리로말했다.

“우리가그간소홀했나봐…….그러니이런망조가들지.
만약학생이직접도깨비에씌면,그땐믿어줄래?”

차갑게식어버린얼굴로,이장은알수없는미소를띠었다.그리고여전히태풍이몰아치는새벽,죽은팽나무가놓인신의제단앞에서도깨비를부르는굿이시작되었다.과연,그들은노한도깨비를잠재울수있을것인가?

“잊지마.죽을수도있어.
도깨비를거스른다는건그런뜻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