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현 - 네오픽션 ON시리즈 31

작별의 현 - 네오픽션 ON시리즈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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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는 반드시 만나야 했던 존재들처럼 눈을 맞췄다.”
육지와 심해, 인간과 미지의 생명체
결코 닿을 수 없는 두 점을 잇다
네오픽션 ON시리즈 31권으로 강민영 작가의 판타지 소설 『작별의 현』이 출간되었다. 『작별의 현』은 심해 속 미지의 생물과 육지의 인간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동안 여성의 연대와 자립을 주로 다루던 강민영 작가는 이번에도 전혀 다른 두 인물이 겹치는 지점을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인물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과 서사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면서, 심해라는 신비로운 배경을 토대로 이색적인 세계관에 독자를 한껏 몰입시킨다.
누구보다 바다와 해양생물의 보존을 바라는 해양 과학자 ‘유진’과 깊은 바닷속에 서식하는 발라비 종족 ‘네하’. 원을 그리듯 영영 닿을 수 없을 것만 같던 두 존재가 우연히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는 순간, 지독히 깊은 수심도 더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언어도 환경도 다른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더 오래 눈을 맞추고 머지않아 닥쳐올 위험으로부터 상대방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내던질 뿐이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바다에서 서로를 알아본 두 존재의 눈부신 만남을 보고 나면, 누구라도 한 번쯤 오래도록 기억될 소중한 존재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강민영

저자:강민영
2020년자음과모음경장편소설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부디,얼지않게끔』『전력질주』『식물,상점』『작별의현』,산문집『자전거를타면앞으로간다』를썼다.영화매거진『CAST』의편집장을맡고있다.

목차

빛나는조각
신호
접촉
탐사
첫번째만남
해무
기록
두번째만남
경고
수면위로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우리는반드시만나야했던존재들처럼눈을맞췄다.”
육지와심해,인간과미지의생명체
결코닿을수없는두점을잇다

해저900미터아래에서보내온
낯선생명체의다정한신호
어두컴컴한심해에터전을잡은발라비종족의일원‘네하’는오늘도마을구성원들몰래‘빛의경계’로향한다.발라비종족에게금지구역으로통하는그곳은육지의빛이희미하게나마전달되는,심해에사는네하에게는신비하고도낯선공간이다.여느때처럼마을을빠져나온네하가소꿉친구인‘키라’의도움아래빛의경계를탐험하던그때,난생처음보는작은조각이네하의눈에들어온다.바닷속에떠도는물건을숱하게주워본네하에게도생경한조각이다.처음보는물건에들뜬네하는그조각을마을로가져가려고조각을담을만한자루를찾는다.그리고그순간,조각에서알수없는빛이반짝이기시작한다.
한편인류의생존을위해심해자원을연구하는‘유진’은맡고있는프로젝트에회의감을느끼던차였다.그런데몇년간잠잠하던유진의핸드폰에뜻밖의알림메시지가온다.인간이감히가닿을수없는수심1600미터지점에서최근분실한측정기의신호가잡힌것.믿기지않는메시지내용에반신반의하는유진은혹시모를연구의성과를기대하며측정기의기록을다운받고,기록에남은사진을두눈으로확인한다.화면에는유진이전혀예상하지못한존재의모습이떠있다.

그러나변하는건없었다.헛것을본게아니었다.세장중두장에는아주작은불빛과비닐처럼투명한인간의형상이명백하게찍혀있었다.(50쪽)

네하는빛나는조각을이상하게여겨키라와함께단서를추적한다.그러다예전부터전해내려오는금서에까지손을대게되고,우연히인간에대한정보를보게된다.절대접촉하지말라는금서의경고에도네하는발라비와흡사하게생긴인간이라는존재에호기심을거두지못하고,동시에빛나는조각이육지에서왔음을직감한다.결국네하는혹시모를인간과의만남을기대하며금지구역너머광원근처까지헤엄쳐간다.그리고그곳에서위험을무릅쓰고심해까지내려온유진의잠수정을마주치게된다.

어디에도기록되지않은찰나의만남
그리고종족을뛰어넘는아름다운연대
『작별의현』은영영마주칠일없는공간에살던네하와유진이우연히서로의존재를이해하고끝내서로를구하는이야기다.처음보는낯선존재에대한호기심과반드시만나고야말겠다는무모함으로시작되는두인물의관계는심연처럼깊고어두운바닷속에낯선물보라를일으킨다.종족이다른두인물의교집합은우정과사랑처럼보편적인감정으로표현하기어렵다.누군가를소중히하는마음과모든걸내려놓고서라도상대를이해해보려는마음은바닷속뿐만아니라독자의마음에도작은파동을불러일으킨다.

수천수만번의상상에서빠져나와실제로벌어진지금이순간의일.돌아가면다시는바다로내려올수없는징계를당한다고해도좋았다.이제는기록도정리도필요없었다.
오직두눈으로확인하고기억하자.(161쪽)

그런마음덕분일까.경계와두려움도잠시네하와유진은금방서로를알아본다.마치만나야할존재가만나게된것처럼둘은다정히눈을맞춘다.말을전할수도,그렇다고오래도록서로를붙잡고있을수도없는그들에게허락된건오로지눈으로나누는대화가전부다.생전처음,어쩌면모든역사를통틀어처음일만남은그렇게잠깐이지만아주강렬한인상을서로에게남긴다.
하지만발라비종족도,유진의연구소도그들의만남을쉽게허락하지않는다.욕심과원한으로얼룩진두종족의과거가네하와유진의발목을잡는다.보고싶은마음이커질수록그들에게남은시간이얼마없다는사실만자명해질뿐이다.연구대상을목도하고도그생명체를지키려하는유진과자신의천적인인간을기꺼이만나려는네하의외로운유영이그렇게시작된다.
찰나의만남이만든의미는과연무엇일까.네하와유진의결말은과연작별일까.그들처럼낯선누군가를이해해보려는마음이우리에게도남아있는가.그렇다면그마음은어디에서비롯되는걸까.『작별의현』이던지는질문의무게는가볍지않다.서로에게완벽한타인이기보다서로다른두사람이만나다름을이해하고단단해지는연대의힘을독자도느낄수있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