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 아이- ON 시리즈

오드 아이- ON 시리즈

$17.80
저자

우신영

저자 : 우신영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천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일하다 작가가 되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시티 뷰》 《죽음과 크림빵》 《대치동 1등급 고미정이 망하면》 《블랙 푸들》, 동화 《언제나 다정 죽집》(전 2권), 《맨홀에 빠진 앨리스》가 있다. 혼불문학상, 비룡소 황금도깨비상, 책읽는샤미 어린이장르문학상, 사회평론 어린이스토리대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1부. 도평의 눈

1장. 승진합격부(昇進合格符)
2장. 가택흥왕부(家宅興旺符)
3장. 망신살소멸부(亡身煞消滅符)
4장. 치병벽사부(治病?邪符)
5장. 소망성취부(所望成就符)

2부. 방울의 눈

1장. 귀문관살(鬼門關煞)
2장. 양인살(羊刃煞)
3장. 반안살(攀鞍煞)
4장. 백호대살(白虎大煞)
5장. 천라지망살(天羅地網煞)

작가의 말

출판사 서평

학교폭력으로 한쪽 눈을 잃은 무녀 ‘영아’
불쏘시개가 되어 복수의 살을 날리다!

모계를 따라 흐르는 신령을 받은 영아. 누름굿을 해주던 외할머니가 죽자 숨길 수 없는 신기 때문에 왕따가 된다. 미술시간, 국어 교사였던 도평의 아들 태오가 영아의 눈을 연필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하고 영아는 한쪽 눈을 잃은 채 무당의 길로 접어든다.

“거지 같은 학교 계속 다녀서 뭐 해. 내 앞길은 불 보듯 훤하고, 물 흐르듯 뻔한데. 왜? 중졸보단 고졸 무당이 더 용하대? 이모. 내 눈 이렇게 만든 애 과학고 갔대. 안심중 앞에 플래카드가 붙었대. 걔 부하였던 애가 나한테 알려줬어. 태오 걘 좀 있으면 좋은 대학 가서 의사가 되겠지. 하얀 가운 입고 수술 칼을 쥘 거야. 걔네 엄마가 거기 목숨을 걸었으니까. 나는 그 꼴 못 봐. 남은 한쪽 눈에 또 칼침을 맞는대도 좋아. 독을 차고 가서 그 모자, 아니 그 가족 다 도륙을 낼 테야. 두고 봐. 그러니까 얼른 무업이나 가르쳐줘.”
_본문 중에서

“잊지 않을 거야. 소처럼 곱씹어서 곱으로 갚아줄 테야.
난 가짜 말고 진짜 시왕도를 그릴 거라고.”

무당이 된 영아, 방울애기씨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태오와 그 가족이 자신이 겪은 고통만큼이나 깊은 절망 속으로 떨어지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더 높은 곳에 올려놓아야 했다. 방울애기씨의 부적이 효험이 있었던 걸까. 시골 중학교 국어 교사였던 도평은 대학교수 임용에, 3수까지 한 태오는 서울대에 의대에 합격하고, 가족은 고가의 강남 아파트에 입성한다. 그리고 마침내 복수의 때가 왔다.

악을 쓰며 부적을 그릴 때마다 장군님이 힘을 불어넣어주었다. 저 집안이 망하는 걸 그분도 원하는 것 같았다. 꿈속 여인이 준 붓으로 부적을 그려 그들을 에워쌌다. 래미안은 이제 세 식구가 벗어날 수 없는 그물, 날아갈 수 없는 사육통이었다. 표본 통에 눕혀놓고 날개에 핀셋을 들입다 꽂은 뒤 바삭바삭 말려줄 작정이었다.
_본문 중에서

방울애기씨의 복수는 거침없고 처절했다. 학교폭력의 상처와 한쪽 눈을 잃은 고통, 아무도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던 시간까지, 자신을 짓밟았던 사람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온몸을 내던진다. 그러나 그 복수의 끝에서 마주한 것은 뜻밖에도 통쾌한 승리가 아니다. 가해자들이 무너진 자리에서 발견한 건 함께 폐허가 된 자신의 삶일 뿐. 복수는 과거를 지울 수 없고, 누군가의 불행이 자신의 상처를 온전히 낫게 해주지도 않는다.

복수의 끝에서 마주한 진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 후에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오드 아이』는 학교폭력이라는 현실적인 상처에서 출발해 오컬트적 상상력과 복수극의 긴장감을 더해 내달리며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그 숨 가쁜 질주가 멈춘 순간, 우리에겐 무엇이 남는지에 대해 고요한 질문을 던진다.

“……진실을 알게 되면, 붓에 피 대신 물감을 묻힐 테냐?”
“진실?”
나도 모르게 픽 웃고 말았다. 진실 운운하는 석도호를 비웃던 태오처럼.
“그래, 감당할 자신이 있느냐 물었다. 보이는 대로 읊어대면 돌을 맞고 피멍이 들지 않느냐. 모르는 척 굽이굽이 넘어가는 것도 살아가는 한 방법이다.”
_본문 중에서

영아에게 복수는 삶을 이어가는 유일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복수가 완성되면 정말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일까. 『오드 아이』는 복수에 모든 것을 걸었던 무녀의 삶을 통해 용서도 화해도 아닌, 복수를 끝낸 뒤에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사람의 마음을 서늘하게 그려낸다.


책 속에서

무당은, 뭐랄까, 탱화(?畵) 속에서 갓 뛰쳐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숨과 피가 도는 우리네 같은 구석이 없어 사람이라기보다는 한 폭의 강렬한 그림 같았다.

하얀 생모시 치마저고리 차림의 여자는 까마귀 깃처럼 새카맣게 광을 낸 땋은 머리에 능소화 자수 댕기를 물리고 있었다. 눈썹과 손톱은 정갈하게 다듬어져 있었으나 진종일 벗겨내도 모자랄 듯한 두꺼운 화장은 본래의 이목구비를 짐작하기 어렵게 했다. 아찔한 분내가 공기 중의 향 내음과 함께 코를 찔러왔다. 사자(死者)를 장식하는 지화(紙花)보다 흰 얼굴에, 먹빛으로 잡아 뺀 눈꼬리며 인주를 잔뜩 묻혀 찍어낸 도장 같은 입술은 움직임이 없어 가면처럼 섬뜩했다. 굳이 따지자면 추(醜)보다는 미(美) 쪽에 가까웠으나 뭐랄까, 인사동에서 파는 선물용 연지 인형처럼 순전한 가짜 같아 으스스했다.
--- p.23~24

“당신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으니 당신도 조심해야 해요.”

“그건 철길 사고였는데, 뭐. 그래도 조심할게.”

무명실로 감은 북어를 트렁크에 넣어둔 탓에 비린내가 풍겼지만 들뜬 기분에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사슴뿔 방패에 둘러싸인 흑마가 마구 내달리는 포르셰 엠블럼. 적색과 흑색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그것을 보는 순간 비로소 출세한 느낌이 들었다면 남들은 비웃을지 모른다. 그래도 어쩌랴. 지루하고 미적지근한 중년의 삶은 구체적이고 세속적인 생의 감각을 요구해오기 마련이다. 내 나쁜 사주도 저 방패로 다 막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 p.47

“무슨 생각으로 사진을 유포한 거야?”

“유포는 무슨. 살짝 엄포만 놓은 거지. 고안나는 이태오 거라고. 아, 송아지 한 마리를 길러도 이름을 박아두잖아? 엉덩이에 뿔난 송아지면 더더욱 그래야지. 아빠, 그년이 얼마나 기가 세냐면 말이야. 내가 안과 가고 싶어 하는 거 뻔히 알면서 자기도 지원하겠다는 거야. 모집 인원도 적은데. 괜히 경쟁률 올라가게. 기집애면 적당히 피부과나 가정의학과 갈 것이지. 난 진짜 세상에서 기 센 년들이 제일 싫어.”
--- p.61

“그래놓고 무당집을 옮긴 내 잘못이에요. 방울애기씨는 내림굿 받은 지 몇 년 돼서 신빨이 떨어질 거 같고 해서. 이게 신을 갓 받은 애들이 기가 세니까. 청담동 사는 연예인들이 작품 들어가기 전이면 무조건 보러 간다고 하고. 화경이며 말문이 줄줄 트인 동자라고 소문이 짜하길래. 장군님 모시느라 드센 애기씨에 비하면 싹싹하기도 하고. 그래서 혹했죠. 방울애기씨 신당엔 발길을 끊고 거기서만 치성이며 부적이며 했는데. 그게 패착이었던 거 같아요. 영 엉터리였나 봐요. 물론 여러 점집 부적 섞어 쓰면 안 되는 건 알고 있어서 방울애기씨한테 받은 부적은 싹 다 태웠는데. 너무 갑자기 발길을 끊어서 장군님이 노하신 건지.”
--- p.84

“네가 그래서 개 눈깔이구나? 사람이 못 볼 걸 봐서.”

전교 회장 이태오에게 그 말을 들은 것은 구 년 전이었다. 할머니의 장례를 치른 그해 3월 내내 신열을 앓았다. 전화를 받지 않자 찾아온 사회복지사가 집을 휘둘러보며 물었다.

“어우, 귀신 나올 것 같아. 안 무서워?”

무당집에서 귀신이 안 나오면 그게 무당집인가. 이미 당신 어깨 위에 떡하니 앉아 있는데. 그리고 귀신이 무섭긴 뭐가 무서워. 사람이 무섭지.
--- p.129

“개소리! 잊지 않을 거야. 소처럼 곱씹어서 곱으로 갚아줄 테야. 손이 눈을 뽑았으니 눈이 손을 뽑을 차례 아니겠어? 내 눈을 뽑은 그 다섯 손가락을 모조리 분질러다 돼지 밥으로 줄 거라고. 그 아비는 건초처럼 바싹 말려놓고, 어미 눈꺼풀에선 잠을 빼앗을 거야. 세 사람 가는 길을 큰비와 바람으로 뒤흔들고 말 테야. 알겠어, 이모? 난 가짜 말고 진짜 시왕도를 그릴 거라고.”
--- p.172

“어떡하긴 뭘 어떡해. 래미안인지 내미안인지 가고 싶으면 거기부터 막아. 하는 김에 쌍꺼풀도 새로 하고. 이게 피를 한 번 흘려야 흐름이 바뀌고 정화도 되는 거야.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살을 취할 수는 없지. 팔자 센 여인네들이 자꾸 얼굴에 칼질하는 것이 미색만을 위한 것은 아니야. 찰색을 바꾸어야 판이 바뀌는 것이거든. 눈깔 색도 머리색도 한 번씩 뒤집어주는 거지.”
--- p.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