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축제 - 현북스 청소년소설 17

어린 축제 - 현북스 청소년소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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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80년 5월 당시 소년은 17살이었습니다
삶과 생명의 힘을 담은 어린이 청소년 문학 작품으로 잘 알려진
이상권 작가가 40년을 지나고서야 겨우 써 내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경험한 17살 소년의 이야기.

당시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작가가 직접 경험한 경험담이자 증언이다.
40년이 넘은, 역사의 한 사건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너무 생생한 작가의 기억과 감정이 독자에게 그 특별했던, 끔찍했던 실제 같지 않은 시간의 복판으로 휩쓸리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해 준다. 마지막 작가의 말까지 읽고 나면 한참을 먹먹함으로 숨을 참게 된다.

사실 그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몇 조각씩 안고 있을 보편적인 기억일 것입니다. 더구나 저는 한 번도 시민군 차를 타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겁 많은 아이였습니다. 그런데도 그날만 생각하면 아찔해지면서 항문에다 힘을 꽉 주게 됩니다. 전생의 물똥까지 다 쏟아 내던 그날의 치욕이 언제나 희미해질까요?
⋯⋯
이 글에 나오는 홍무채는 사실적이면서도 허구적인 인물입니다. 저는 여전히 그 형이 당신만의 세상에서 푸르게 살고 있을 거라고 상상합니다. 그 소년을 비롯하여 무채 형, 모두 다 편안하시기를.
_작가의 말에서
저자

이상권

저자:이상권

산과강이있는전라남도함평마을에서태어나대학에서문학을공부했다.어린시절본수많은풀과꽃,동물들의삶과생명의힘을문학에담고있다.1994년계간<창작과비평>에소설을발표하면서본격작가가되었고,《애벌레가애벌레를먹어요》로제24회어린이도서상을받았다.일반문학과아동·청소년문학의경계없이자유롭게글을쓰고있다.

작품으로는《시간여행가이드,하얀고양이》,《시간전달자》,《서울사는외계인들》,《위험한호랑이책》등이있다.소설《고양이가기른다람쥐》,《하늘로날아간집오리》가중고등학교교과서에실렸으며,10여권의책이일어,프랑스어,스페인어,중국어등으로소개되었다.

목차

프롤로그
1.우상이무너지던날
2.교실안녹색광장
3.소염진통제안티푸라민
4.계엄군앞으로지나가던택시
5.인간사냥꾼
6.귀신에게홀린호동이작은아버지
7.이세상최고의가장행렬
8.수건을쓰고싶다
9.죽음에대한기억
10.시민군과담배피우는어머니
11.아무데도갈곳이없는도시
12.극락강검문소
13.묻고싶다
14.나무심는아이
15.삐꾸씨에게보내는사연
16.어린축제는끝나지않았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민수,무채,시래모두풋풋한청춘이었다

라디오를친구삼는몽상가민수,얼굴이하얀기타치는무채형,민수어머니가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사람이라고하는시래누나.이들셋은모두창창한미래를앞두고있는청춘이다.더넓은세상을향해더큰미래를기대하며도시광주로간다.

아직봄의기운이채사라지지않은5월광주,시내가심상치않다

도시에계엄군이진입하고믿기지않는흉흉한소문이돈다.동네에큰일이있으면일을돕던같은나라군인들이시민들을마구죽이고있다는목격담을듣게된다.소식이없는무채를걱정하여찾아간민수와시래에게무채는‘계엄군은인간사냥꾼’이라며‘재수없으면죽는’다고시내상황을전한다.

계엄군이물러간광주는축제이다,해방의공간이다

계엄군이물러간광주에는체육대회에서본가장행렬과도같은축제행렬이이어진다.총구멍이뚫린버스도아직완성되지않은군용트럭과장갑차도축제행렬을이루고있다.이축제행렬에난리통에는절대나돌아다니면안된다고손주들을단속하는할머니만유일한이방인이다.할머니는‘니가해방이뭣인지아냐?’며동학군도나라전체를바꾸지못하고동네몇군데바꾼것에불과해그렇게되었노라고한다.

민수의심장을겨누는총구,오로지목표를향해서달려드는본능밖에없는총알

계엄군은군홧발로개머리판으로인간이품을수있는잔인함의경계를넘어서는폭력을즐긴다.누런마대에겹겹이덮여있는민수를인간의눈을한아버지얼굴을한군인이나타나구해준다.

17살소년의동경과설렘그리고아득함을읽어내려가며작가가경험한그특별한시간을따라가다보면우리는그역사속으로함께휩쓸려들어간다.아직마무리되지않은그역사는그를기억하는우리모두에게여전히깊은울렁임을일으킨다.
이러한경험들이역사가되어바로지금우리의현재를이루고있음을깨닫게한다.

책속에서

80쪽
지금시내에서는재수없으면죽는거야.계엄군이어디에숨어있는지어떻게알아?계엄군은인간사냥꾼들이야.다미쳤어.이게뭐야?전쟁도아니고,같은나라군인들이시민들을저렇게죽여도…….아,개새끼들!”
민수는진이빠질정도로토악질하고나서야무채가내뱉는말의여백을되새김질하였다.전쟁도아니고,같은나라군인들이시민들을저렇게죽여도,뉴스에서는진실을말하지않는다.그러니다른지역에사는사람들은이사실을알수없다.아,답답하다.모르겠다.그냥꿈이었으면좋겠다.

90쪽
“군인들이그아이들한테총질한것이맞다면……아이고,내가그냥차를멈추지말고가버렸어야하는디,내잘못여!아이고오,내잘못이여!”
호동이작은아버지는한동안당신무릎틈에다얼굴을처박고끄억끄억울었다.그울음소리가어찌나무겁던지자꾸만민수가슴으로내려앉았다.
어른이우는것을보면더슬프다.왜그럴까.어른이란부모가돌아가셨을때를제외하고는,함부로울어서는안되는존재일지도모른다.그렇다면작은아버지는지금스스로어른이란경계를벗어난상태일지도모른다.
민수가방으로들어오자호동이가혼잣말에가깝게물었다.“진짜군인들이아이들을쏘았을까?”
민수는침을꼴깍삼켰다.총에맞으면어떨까.아플까.그도토리만한것들이아직살이무른아이들몸으로들어갔다면,그대로뚫고지나갔을것이다.그렇게아이들도모르게지나가버렸으면좋겠다.그냥바람이지나간것처럼아무런상처도없었으면좋겠다.민수는그런상상을하려고애를썼다.

102쪽
“형,저기봐!”
고속버스가오고있다.
민수는눈을문질렀다.이거야말로꿈이야!
점점가까워지는고속버스에서엄청난메아리가터져나왔다.차에탄사람들이깨진창문밖으로팔을내밀고,저마다몽둥이로차체를두들기면서노래를부른다.
“계엄군은물러가라,좋다,좋다!계엄군은물러가라,좋다,좋다!”
봐도봐도낯설고희한한광경이다.민수는다른세상에서온아이처럼두리번거렸다.어,이게대체무슨상황이란말인가.고속버스가시위대를싣고오다니!고속버스가저렇게도변할수있단말인가.순한새색시가여전사로변해버리는느낌이랄까.

206쪽
민수도그말을믿고싶다.진짜아무렇지도않다고,아버지닮은계엄군이도와줬다는말도하고싶다.하지만글자까지보이지않자,그어떤표현도할수없다.너는인간이될수없다는어떤신호로여겨졌다.그런사실을받아들일수가없다.왜이렇게되어버렸을까.왜이렇게가혹한벌을받아야만할까.무슨잘못을했을까.아,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