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파자마 파티

오월의 파자마 파티

$15.00
Description
제3회 현북스 역사 동화 청소년소설 공모전 대상 수상 작품 심사평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보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학교폭력에 연루된 주인공과 518 당시 군부의 폭력을 경험한 아버지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구성이다. 학교폭력과 국가 폭력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그를 극복하려는 노력 또한 정의와 연대로 가능하다는 점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정유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중고책방에서 우연히 518 당시 또래가 남긴 기록을 발견하여 518의 실상을 알아가게 된다. 주인공이 518을 접하게 되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자신이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방관자로서 양심과 무기력증 사이에 방황하는 설정의 도입 부분이 518의 초입을 보는 듯하다. 국가의 폭력 앞에 평범한 한 가정의 일상이, 도시의 일상이 뿌리까지 무너져 내리는 과정이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친구 생일파티에 참석하러 간 동생, 이를 찾으러 가는 길에 무고한 시민이 계엄군에게 사살당하는 장면 등이 충격적이다. 518의 당시 실상과 학교폭력의 상황 모두 생생하게 다루어져 현재의 청소년들이 당시의 폭력에 대해 공감하며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압도적 폭력 앞에서 그에 저항하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과 학생들의 노력이 크게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실감 있는 구성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몰입감이 뛰어난 작품이다.

강철이와 정유가, 연대해서 폭력에 맞선 것처럼

저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한 E.H.카의 말이 참 공감이 돼요. 역사는 한곳에 머물러 있거나 박제돼 있지 않아요. 우리가 말을 걸어 주고 이름을 불러 주면 여태껏 보여 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으로 짜잔 하고 나타나죠. 왜 그들에게 말을 걸어야 하냐고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역사가 말해 주고 보여 주거든요. 강철의 이야기는 강철의 이야기만으로 끝나지 않죠. 그 아픔과 깨달음이 현재를 사는 후손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지요. 그 역사가 뒤틀리고 왜곡된 채로 남아 있으면 현재도 결코 건강할 수 없어요. 그래서 자꾸 말을 걸어 주고 그들이 왜곡됨 없이 바르게 기억될 수 있도록 토닥여 주고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강철이와 정유가 연대해서 서로의 아픔에 맞선 것처럼, 지금도 모양만 다를 뿐 더욱 교묘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폭력이라는 녀석에게 맞설 든든한 힘이 생기니까요.
-작가의 말에서
선정 및 수상내역
현북스 역사청소년소설 공모전 제3회 수상작
저자

이수연

저자:이수연
대학과대학원에서국문학(현대소설)을전공했습니다.아이들과독서논술수업을오래하면서아동청소년들이즐기며읽을책을쓰고싶다는꿈을품게되었습니다.현실에서한발물러나현재를돌아보게하는역사동화와판타지(SF)를즐겨씁니다.
2023년한겨레아동문학작가교실에서공부하고,계간〈어린이와문학〉(2024여름호)에청소년단편소설〈2030프로젝트를찬성하십니까〉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습니다.《배다리를지킨아이들》로2025년서울문화재단예술창작활동첫책발간지원을받았습니다.《오월의파자마파티》는2024년제3회현북스역사동화청소년소설공모전대상수상작품입니다.

목차

1.녀석의첫맛,민트초코정유의첫번째이야기
2.동생의실종-강철의첫번째이야기
3.우리는알고어른은모르는-정유의두번째이야기
4.투명망토가필요해-강철의두번째이야기
5.목욕탕에서만난지옥-정유의세번째이야기
6.다락방의무서운엠티-강철의세번째이야기
7.경계에선아이들-정유의네번째이야기
8.다함께벗어날때까지만-강철의네번째이야기
9.뭔가시작하기좋은날-정유의다섯번째이야기
10.피묻은발에핀흰꽃-강철의다섯번째이야기
11.오월의파자마파티-정유의여섯번째이야기
12.우리를잊지말아주십시오-강철의여섯번째이야기
13.너는,나는혼자가아니야-정유와강철의마지막이야기
에필로그오월에못다한파자마파티
작가의말끝나지않은대화

출판사 서평

어릴적친구에게학교폭력을당하는정유
중2에올라간정유는학폭에연루된다.엄마의죽음이후방황하던정유는자신을지탱해주는보호막이라여기며반에서영향력을행사하는동욱무리에휩쓸린다.아지트로집을내주고라면을끓여주고과제를대신해주고게임레벨을올려준다.정유는집현관비번과체크카드비번을동욱에게공유하고도저항하지못한다.수시로장난이라는이름의구타와고문을당하지만아빠에게털어놓지못하고혼자가슴앓이를한다.

정유는민준이에게자기처지를물려주고학교폭력에서벗어날수있을까
학교가지옥같은정유에게새로무리에들어온민준의존재는,정유가자신의처지를물려주고자신은거기서벗어날수있지않을까하는얄팍한희망이된다.자기보다만만한친구,경계성자폐를앓고있는민준이무리에새로들어오며정유도가해자와방관자입장에놓이게된다.정유는양심과무기력증사이에서방황한다.

책장구석에서발견한한소년의지옥같은이야기
동욱에게아직은넘겨주지않은유일한공간,아빠의중고서점에서정유는한소년의지옥같은이야기를우연히발견한다.‘1980년오월의엠티’.진짜지옥이펼쳐져있는1980년5월의광주,정유는그곳에서지옥에맞서싸우는사람들을알게된다.

학교폭력과,5.18광주민주화운동시기에군부의무력으로자행된국가반란세력이행한폭력은다르지않다는걸알게된정유와,친구들이선택한새로운길은…….

책속에서

20쪽
책장으로다가갔을때는불빛이사그라든후였다.정유는불빛이새어나오던곳의책들을조심조심들춰보았다.정확히그즈음이라고생각되는지점에못보던가제본책이있었다.가제본된책답게옛날타자기로작성된텍스트였다.얇은책자였지만표지에제목과날짜까지쓰인게제법공들여만든티가났다.
“1980년오월의엠티?”
책제목부터무슨암호같았다.1980년이면지금부터40년도더전인데.표지아래에검은매직으로무언가지운흔적이있었다.

30쪽
그형이군홧발들에게어떻게끌려갔는지나는보지못했다.내가창밑에주저앉아우는동안둔탁하게무언가터지는소리와비명이들려왔을뿐이다.
지옥이따로없었다.왜우리동네가불지옥이된거지?뭘잘못했길래…….저형은공부를잘해서울로공부하러갔다가고향에다니러온죄밖에는없다.아니면쓰러진안내양을일으켜주려한죄밖에는없다.그리고흰적삼을정갈하게차려입고대문밖큰길가로나선할아버지는젊은이를지켜주려한죄밖에는없다.그것도죄라면말이다.

41쪽
시뻘건육개장국물이담긴급식판으로동욱이머리통을갈겨주고급식실을박차고나왔어야했다.정유는그때그러지못한걸두고두고후회했다.그러나순간의분노를다스리는게매번더큰이익으로돌아온다는걸정유는동욱이무리에끼고난다음터득했다.가만히있어도아이들은정유를함부로대하지못했다.심지어여자애들조차도정유에게잘보이고싶어했다.동욱이와친하다는이유만으로아이들은정유에게우호적이었다.
그건인기하고는조금다른거였다.건드리지않는게여러모로편하다는걸터득한아이들의생존전략같은거였다.

71쪽
정유는만약철이의이야기가실화라면철이와자신이겪은지옥중어느지옥이더생지옥일지생각했다.사람을곤봉으로쳐죽이고대검으로찔러죽이는군인들이있는그곳일까,물고문과정서학대로매일자신이실종되는걸꿈꾸는중딩이사는이곳일까.자기집현관비번을바꿨다고다리를걷어차인중딩의시퍼런멍이덜고통스럽다고말할사람이있을까.그렇다면그사람은자다가도고막을자극하는부스럭거림에화들짝놀라불청객의침입흔적을단속해본적이없는사람이다.아빠가매달용돈을넣어주는체크카드비번을누군가와원치않는공유를해본적이없는사람이다.
정유는머리를흔들었다.누구의지옥이더지랄맞은지저울질하는자신이진저리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