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서 지중해를 보았다 (밥 차리는 남자의 단짠단짠 인생 자문자답)

부엌에서 지중해를 보았다 (밥 차리는 남자의 단짠단짠 인생 자문자답)

$13.26
Description
그 남자가 부엌으로 향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였다. 직장에서 일하고, 일과가 끝나면 사람들과 술 한잔 걸치고, 주말이면 피곤하다는 이유로 소파와 한 몸을 이룬 채 TV 리모컨만 이리저리 돌리고……. 그랬던 그가 어느 날 TV를 끄고 거실 소파를 떠나, 식탁을 지나쳐 부엌으로 향했다. 대체 무슨 이유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부처님이 제자 1250명과 함께 있다가 밥때가 되자 제자들을 이끌고 발우를 든 채 성으로 들어가 밥을 얻었다. 그러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와 밥을 먹었다. 옷과 발우를 거둔 후 발을 씻고 자리에 앉으니…….”

바로 『금강경』 때문이었다.
1250명의 행렬이 성내를 천천히 돌며 공양을 받는 모습, 다시 거처로 돌아와 밥을 먹고, 그릇을 깨끗이 씻은 뒤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연후에야 정좌하는 그 모습…….
남자는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진리가 펼쳐지기 시작하는 곳이 밥 먹고 설거지하는 일상”이라는 『금강경』의 메시지에 감동하고 감탄했다.
그는 바로 다음 날부터 부엌에 들어가 한 손에 식재료, 한 손에 칼을 들고 거룩하고도 숭고한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이 일상이 되었고, 부엌은 남자에게 신비한 공간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알아차렸다. 부엌이 주는 위로와 안락을.

부엌은 이제 그 남자의 거처가 되었다. 그는 부엌을 통해 잠시라도 삶의 황홀함을 맛본다. 다른 세상인 것처럼.
그래서 날도 채 밝지 않은 새벽. 부스스한 머리를 한 채 허술한 차림에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으로 진입한다. 밤새 누구도 건들지 않은 적막한 공간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남자는 깊은 산속을 헤매는 것도 같다. 이슬 맞은 대나무 잎들 파르르 흔들리는, 단아한 숲의 끝자락에 자리한 산사(山寺)를 향해.
그곳에서 남자는 날마다 선(禪)한다.
칼과 도마와 냄비와 프라이팬을 차례로 바꿔 들고, 갖가지 식재료를 씻고 썰고 익히면서 세상을 관(觀)한다.
그러고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조용히 살피고 찬찬히 맛본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이야기들을 적었다.
『부엌에서 지중해를 보았다』에는 미역과 홍어, 도다리쑥국과 샐러드, 그리고 기타 등등의 요리와 음식(당연히 술도 포함!)을 통해 달고 시고 쓰고 짠 우리네 삶과 세상을 관조하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저자

이지형

기분이가라앉을땐색이고운음식을만든다.조용히살피고찬찬히맛보면서,떠오르는이야기들을적는게즐거웠다.푸드칼럼니스트란직함은덤이랄까.매일경제신문에「이지형의식탁정담」,주간조선에「맛기행」을연재했다.100쪽남짓분량의주담(酒談)『소주이야기』를썼다.에세이집『주역,나를흔들다』와『강호인문학』,사진작가허영한과함께한유라시아횡단의기록『끝에서시작하다-시베리아에서발트까지』등또다른몇권의책들.서울대학교에서경영학과미학을공부했다.

목차

프롤로그남자의부엌

1부미역은늘옳다

미역은늘옳다
양파를썰다집을나갔다
아침에홍어를먹었다
엄마나가면라면이다
술취하면냉면이다
소고기의세계는깊고도넓다
고기덮밥의유래가석연찮다
어머니는매일아침사과를씻으셨다
새콤한물회앞에서울었다
팥죽을데우다버럭했다
사우나에선계란을먹는다
그날도우설을먹었다

2부달콤한게필요했다

그에겐달콤한게필요했다
실존주의보다향신료다
‘사시스세소’는과학이다
그건라면이아니었다
향(香)으로행복하다
색(色)으로행복하다
샐러드는색의향연이다
마무리는피칸파이로한다

3부쫄깃한걸사랑하세요?

세상에는쫄깃한것들이많다
주꾸미에겐남다른사연이있다
해삼·멍게·말미잘은억울하다
멍게의삶은숭고하다
과메기의정체성논쟁엔이유가있다
도다리쑥국은실연도잊게한다
멸치들은때로은빛용(龍)이된다
둘째아이의별명이‘앤초비’다

4부설국에서온쌀

‘봄나물의제왕’을만나러갔다
‘봄나물의제왕’을만나지못했다
초여름매실은한겨울설중매가보낸선물이다
설국(雪國)에서온쌀을먹었다
밀이단단했다면국수도없다
만두는서리가피워낸꽃이다
제갈량이만두를만들었을리는없다

5부시간의술,불의술

술에는시간이담겨있다
‘처음’도‘이슬’도실은가짜였다
삼겹살을과도하게먹는건사실이다
순수한맥주를원했을뿐이다
시베리아횡단열차에서샌드위치를먹었다
한겨울에는독주(毒酒)가최고다
압생트는영혼을피폐하게한다
해장국집이너무많다
해장국을안주로또술을마신다
섞어찌개의원조는우리외할머니다

6부궁극의레시피

그해여름‘맛의달인’을만났다
부엌에서지중해를보았다
푸드트럭의‘맛’이궁금했다
딤섬이당신의마음을어루만진다
궁극의레시피를만났다

출판사 서평

양파를썰다집을나간이유는?

이책을통해독자들은우리주변에서흔히볼수있는한평범한남자가부엌에들어가음식을하면서떠올린갖가지기억과추억과상념들을마주하게될것이다.그것들은일상에서자주접하는상황들이라,그렇다면왜그남자가양파를볼때마다분노를느끼는지도충분히공감할수있을것이다.
남자가양파를볼때마다분노를느끼는건바로어느늦은가을의일요일에일어난,뜻밖의일때문이다.

별나게한가한날.남자는동네시장에마실나가해삼세덩이를샀다.저녁준비를위해그해삼을꺼내놓고그는잠시고민했다.
날로먹을까,익혀먹을까.
그는중식당에서먹어본해삼의풍미를집에서즐기고싶었다.그래서‘해삼야채볶음’을하기로결정했다.
남자는해삼의배를가르고실처럼생긴주황빛의내장을뽑아낸뒤,듬성듬성썰었다.냉장고야채칸에서마늘과브로콜리와표고,양파를꺼내함께썰었다.
여기까진별일없었다.
그런데해삼과야채들을프라이팬에들이부으면서문제가생겼다.뒤늦게합류한아내가재료를볶으면서내뱉은무미건조한한마디때문이었다.
“양파를너무잘게썰으니까요리가지저분해지는거같아.”
양파때문에지저분하다니…….그는결국,집을나갔다.그러고는휘황한일요일의밤거리를홀로,외롭게걸었다.남자는요리할때양파를너무잘게썬다는걸인정했다.하지만“열을받아축늘어진양파의모습이입맛을떨어뜨리기때문”이라는변명또한잊지않았다.
그러고는월요일아침,그는언제나처럼아내와함께아침을준비했다.미역줄기를먹기로했다.미역줄기를30분정도물에담가소금기를뺀뒤먹기좋은크기로잘랐다.이제프라이팬에볶으면된다.미역줄기볶음에별다른재료는필요하지않다.당근을조금썰고,비린맛을잡기위해마늘두어개를다졌다.그러고는큼지막한양파를하나꺼내들었다.
남자는가지런한양파채를가로로돌려놓고,온마음과정성을다해칼을놀렸다.잘게썰어진양파가하얀눈꽃의형상으로도마위에피어날때쯤,그의눈엔눈물이고였다.

이책에는이처럼요리주변,요리전후의이야기들이들어있다.독자들은토요일오전의한가한브런치대하듯홀가분하게,그리고밥차리는남자의실없는자기고백에피식~웃을수있을것이다.

영혼이위로되는푸드힐링에세이!

남자는투박한식재료들을냉장고에서꺼내씻고,자르고,데치고,볶고,찌는동안광활한자연이자신의집부엌으로기어들어오는것을느낀다.팍팍한도심에앉은채숲과밭과바다의한가운데로순간이동을감행하다니정말멋진일아닌가.
이책을읽다보면독자들또한그남자가느꼈던감정을생생하게공유하게될것이다.그리고이책을추천해준임성한작가(드라마<하늘이시여><인어아가씨><보고또보고>집필)의말대로‘가슴이따뜻해지고,지금은먹을수없는엄마의밥상이그리워지고,영혼이위로되는’감동과여운을선사받을것이다.이책을읽고당장부엌으로달려가고픈욕구를억누르지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