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대한관념이바뀌었다
우리주변에는돈을악착같이벌어야겠다고결심하고실제로그렇게살아가는사람이있다.반면에그저벌리는대로만벌겠다고편하게생각하는사람도있다.보통은두가지생각사이에서왔다갔다하며살고있을것이다.
한국의베이비부머는6·25전쟁직후어려운상황에서어린시절을보냈다.이들은‘커서돈을많이벌라’는실질적인가르침을받기도했지만‘황금보기를돌같이하라’는식의교육을틈나는대로,어쩌면더많이받았다.욕심덜내기,부족해도참기,양보하기,나누기,사치아닌검소를삶의덕목으로여기도록배웠다.당시경제상황등에맞춰필요한사회윤리였을것이다.
이후세대는일반적으로훨씬더풍요로운환경에서살았다.돈에대한관념도훨씬자유로워진듯하다.돈에관한도덕시험에서정답이하나만있는게아니라는것을깨달은것같다.가치관,인생관이다양해진M세대,Z세대는더말할것도없다.MZ세대의돈에대한인식은부머들의그시절보다앞서가는것같다.‘돈걱정에서벗어나경제적자유를얻기위해.’이것이요즘20,30대가돈에집중하는이유중하나라고한다.이전세대가노후준비,내집마련같은목표를가졌다면MZ는경제적자유를통한주체적인삶을추구한다고한다.크로같은MZ는경제관념이밝고돈에대한편견이없다.
이들에게투자는일상이다.이들은돈에관해의사표시가분명하다.공정성을중시하고차별을거부한다.자신이받는연봉을기꺼이공개하는비율도이전세대의두배다.
돈많이벌었다=다른사람위해많은일했다
이책은철학,경제학,정치학을섭렵한제이슨브레넌교수가썼다.그는미국조지타운대학교맥도너경영대학원에서전략,경제학,윤리학,공공정책학등을강의한다.그는이책에서돈은더러운것이아니며,돈이개입된사회가오히려부패하지않고정직하다고말해준다.
원제는‘부자가되고싶어하는것이괜찮은이유WhyIt’sOKtoWanttoBeRich’이다.이책은재테크지도서도아니고투자비법소개서도아니며경제이론서도아니다.사람들이당연한것으로넘기는이슈를철학적,경제학적으로다시생각해보자는취지의기획서중하나다.저자의박식한설명과관련연구소개를따라가기만해도머릿속이환해지며뿌듯한느낌이드는책이다.
브레넌은미국,넓게봐서서양사람들이돈에대해이중적인태도를갖고있다고지적한다.간단히말해돈을좋아하는사람을손가락질하면서도스스로돈을탐내고부자가되고싶어한다는것이다.
사실이런태도는나라구분없이정도차이만있을뿐어디에서나비슷한것같다.한국도이런양면적태도가강한나라이다.부자를보면탈세나편법을동원해나쁜방식으로돈을벌었을것으로일단의심부터하고검소한부자는없다고속단해버린다.그러면서자신은운이나빠돈을못벌었다고자위한다.
현대에어울리는돈에대한새로운관념필요
그럼미국이나한국에서‘돈은나쁜것이니너무가까이하면좋지않다’고교육하는것은무엇때문일까?도덕론자들이“돈을밝히는게모든악의근원”이라고말하며손가락질할때많은사람이고개를끄덕이는것은무엇때문일까?돈을많이벌려면다른사람을착취할수밖에없다고생각하는사람이많은것은무엇때문일까?
브레넌은흥미로운대답을들려준다.초기인류는생존형수렵채집경제를꾸려나갔는데이시대에통용됐던도덕적판단기준이우리DNA속에남아있어돈과부자에대한과거식인식과평가가아직도영향력을발휘한다는해석이다.하지만현대사회에과거형관념과윤리를내세우는것은맞지않다는것이브레넌의주장이다.
우리조상들은거의자급자족했고거래보다는나눠주기방식으로살아갔다.작은집단에서낯익은사람들간의대면소통방식으로협업하면서부자가될기회조차누리지못했다.그런데18세기이후세계적으로부유해졌다.많은사람들이과거조상들이꿈꾸지도못한부를누리
며살고있고지구적인협력이가능해졌다.그러니현대에어울리는돈과부에대한새로운관념이필요하다는것이다.
시장경쟁은협력하기위한것
많은사람이경쟁이라는단어에질색한다.하지만브레넌은“시장경쟁은협력하기위한경쟁”이라고의미를부여한다.남을탈락시키고해를입히기위해서가아니라더넓은세상에서다수에협력하기위해서경쟁한다는것이다.거래는모든참가자에게이익을주거나최소한손해를보지않게해준다.내가돈을번다는것은시장에서누군가에게도이익을준다는것을의미한다.거래는참여자들모두가이익을얻을수있는포지티브섬이기때문이다.
브레넌은이런점에서일반적으로돈을더많이버는사람은이미다른사람들을위해더많은일을하고있는것이라고주장한다.평균적인직장인이라도각자자기일을하는것만으로도사회에생산적으로기여하고있고사회에보답하고있다고주장한다.
브레넌은“돈을벌어부자가되면세상에접근하는능력을갖추게돼자유를확보할수있다”고말한다.부는우리가진정으로자신의삶을영위할수있는최고의기회를제공해주며우리를해방해준다는것이다.브레넌은인류가그동안부를축적해오면서그결과로레저,생명과건강,빛과책,안전과평화,문화와그것에대한접근,심지어사랑까지얻는쪽으로발전해왔으며현대들어대규모협업이가능해졌다고설명한다.
자선도필요하지만부채의식은벗어야
몇가지의문.‘그럼부자가아닌가난한사람은어떻게하지?가난한나라의수많은사람은어떻게살아가지?예로부터자선과기부가어두운세상을밝게해준다고하지않았나?’
브레넌이이런고민을놓칠리없다.브레넌은우선“돈이많을수록다른사람들을도와야한다”고말한다.일반적인미국인은세계전체로보면거의모두가부자이다.그러니도와가며살아야한다는것이다.똑같은논리를한국인에게도적용할수있다.세계적수준에서지금한국인은거의모두가부자다.당연히자선이필요하다.
수입의최소10%를효과적인자선단체에기부하자고외치는‘할수있는만큼기부하기(GivingWhatWeCan)’라는단체가있다.이들은“연간세후6만달러를벌면당신은세계1%고소득자”라면서10%를기부하면기아와질병등으로부터수억명을구할수있다고호소한다.이사이트는나라별소득을제시하면세계인구중몇%에해당하는지를알려준다.미국인1인가구가세후연3만달러를벌면세계5.1%에해당한다는식이다.한국인2인가구세후소득5,000만원을넣어보니세계6.1%에해당한다.이가구가10%인500만원을기부해도세계7.2%로여전히높은소득랭킹을지킨다는것을보여준다.한국인대부분이국제적으로는이미부자라는사실을새삼느끼게해준다.
그렇다고해서우리가사회에대한영구적인부채를갖고태어난것은아니지않느냐고브레넌은반문한다.주변의가난한사람을돕는것도중요하지만무한대의의무감,부채감에서돕기만하는것은좋은해법이아니라는말이다.경제학자로서브레넌은“장기적으로볼때자선보다투자”가좋은측면이있다고외친다.
브레넌은세계빈곤문제는자선으로는풀리지않는다고본다.그는이렇게강조한다.“국가간협력을촉진하고인적물적자본에대한장기적투자를장려하는제도를가진나라가부자가된다.가난한나라를그렇게하도록유도하는일이중요하며그나라에수십억달러를던져주는것보다낫다.”
사람들은누구나돈을원하며,더많이갖고자하고,가진부는지키려한다.그러면서도한편으로는스스로의그러한모습에대해부끄러워한다.하지만이책을통해브레넌은철학적,윤리학적,경제학적인논리를바탕으로그럴필요가없다고말한다.우리가부자가되려고하는것에는‘아무런문제가없다’는것이다.개인도그렇고국가도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