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보의 화원을 거닐다 :  조경기사의 식물 인문학, 당신의 꽃은 무엇인가요?)

이규보의 화원을 거닐다 : 조경기사의 식물 인문학, 당신의 꽃은 무엇인가요?

$16.00
Description
고려의 대표 시인 이규보가 사랑한 꽃과 나무를 대상으로 그의 시를 소개하고, 조경기사가 각각의 특성과 키우는 법을 덧붙인 시와 그림이 있는 식물 인문학 도서. 이 책은 800여 년 전 이규보가 살았던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 그가 가꾼 화원을 함께 거닐고 그의 시를 음미하면서 시작된다. 그가 노래한 꽃과 나무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각각의 특성과 고사, 키우는 법까지 상세히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마주하는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가 독자 여러분께 특별한 의미를 지닌 존재로 자리 잡게 되기를 바란다.

저자

홍희창

꽃과나무,채소와벌을키우는것을좋아한다.2003년봄주말농장에서텃밭을시작한이래재미를느껴2012년부산은행지점장에서퇴직한후아예밀양삼랑진으로들어왔다.1996년부산대학교경영학석사과정을마쳤으나조경에뜻이있어2013년방송통신대농학과에편입,2015년에졸업한후조경기사자격증을취득했다.이후동대학일본학과를졸업한뒤대형번역회사소속으로일본어번역을하기도...

목차

들어가는글

1_꽃,오늘밤은꽃을안고주무세요
당나라시대에모란꽃백송이가격이비단25필값
향기롭고고우며추위를견뎌더욱사랑스러운국화
동전을닮은꽃,금불초
눈속에피는꽃동백
추워도향기를팔지않는매화
학문과벼슬에뜻을둔선비들의그림,맨드라미
우리나라에서만부르는이름,무궁화
박꽃은노인
배꽃은흰눈처럼향기로워라
배를타고복사꽃피는마을을찾아서
봉황이나는듯한모습의봉선화
살구꽃,이봄에구경하지못하면영원히한이되리라
연꽃은진흙에서났으나더러움에물들지않고
누가그대를불러옥매화라전하던고
나에게작약은없어서는안되는꽃이지요
가시가돋았다해서흠이아닌장미
그마음이아주몹시간절하여,접시꽃
굶주린아이에게조팝꽃을알리지마라
패랭이꽃은소년
황매화는황금을오린듯

2_나무,나부끼는잎새는구슬처럼흩어졌어라
술취한양귀비같은해당
식물학상풀에가까운대나무
꽃봉오리가북쪽을향하는목련
한시에가장많이등장하는버드나무
봉황이머문다는벽오동
더디게자라지만이점이많은밤나무
정조임금이유일하게사랑했던석류
뽕나무를심으면쓰이기쉬우나
대감벼슬을받은소나무
탱자,속에는하얀살도있지만

3_과일과채소,한바탕잘먹은그은혜를
겉과속이똑같이붉은과일인감
임금님의하사품이었던귀한귤
기원전4천년전부터재배한능금
백가지과일중앵두가먼저익어
자두가번창하니즐거움이끝이없네
세계에서가장많이생산되는과일인포도
고운꽃보고열매도먹는가지
삼국시대부터전해내려온무
임금께도바친봄미나리
문닫아걸고먹는가을아욱
물안줘도오이넝쿨잘도뻗어나네
밭에서나는달걀,토란
잎을따서피리처럼불었던파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이규보가사랑한꽃과나무,과일과채소
조경기사가들려주는교양이쌓이고눈이즐거운식물이야기”

지난해꽃을심을때도/그대마침찾아왔었지/두손으로진흙땅을파주고는/술을마주나누며거나하게취했었지/올해도꽃이한창피자/그대또어디에선가찾아왔구려

이시는「집정원의장미아래술을마시다」라는제목의시로,스스로정원을가꾸면서여러꽃과나무를노래한이규보가꽃과벗의유별난인연을읊은것이다.고려시대의문인으로많은시를남긴이규보는특히식물을사랑했는데,조경기사인저자는그러한그의시로식물인문학의입장을알리며우리를800여년전이규보가살았던시대로안내한다.
총3부로구성된이책에는모란,국화,동백,무궁화,장미등20종의꽃과대나무,밤나무,소나무등10종의나무,그리고감,귤,무,아욱,파등13종의과일·채소이야기가담겨있다.우리곁에서너무나친숙하게만날수있는식물이야기여서더욱흥미롭게다가온다.특히이규보의시뿐만아니라,퇴계이황이나백거이등유명한분들의시와함께신사임당,고흐등국경을뛰어넘는화가의명화까지담고있어보는재미가쏠쏠하다.더불어조경기사인저자가꽃과나무들을하나하나살펴가며각각의특성과고사,키우는법까지상세히알려준다.
자,이제저자의안내로800여년전이규보가살았던시대로시간여행을떠나보자.그래서그가가꾼화원을함께거닐고그의시를음미해보자.이여행을통해서당시사람들이즐기던꽃과나무에는어떤게있으며,각각의식물이무엇을상징하고,또우리의선조들과는어떤인연이있는지알아보자.나아가우리주변의꽃한송이,나무한그루,열매들이특별한의미로다가가기를,그리하여올해에는우리집마당에,옥상에,혹은베란다한편에서나만의화원을꾸며볼수있기를바란다.

-

책속으로

모란은고려로넘어오면서미인을상징하고부귀영화를염원하는꽃으로상류사회를중심으로더욱사랑받으며다양한품종으로개발되었습니다.기록으로볼때고려인들은특히꽃이화려한모란,작약,연등을즐겨심었는데,이중궁궐화원에심긴대표적화훼류를꼽으라면단연모란일것입니다.
고려임금들의모란애호또한중국에뒤지지않아서,예종(재위1105~1122)은모란을아껴늘신하들과함께이꽃을읊었습니다.이규보는모란을무척사랑하여그의문집에는모란에관한시가매우많아‘모란시인’이라부를정도입니다.(pp.18~19)

오색팔중산춘(五色八重散椿)이란특이한동백이있습니다.말그대로한그루에서다섯가지색깔의꽃이피고,꽃잎은여덟겹이며,다른동백처럼꽃송이째한꺼번에떨어지는것이아니라한잎씩떨어진다고해서붙은이름입니다.이동백은원래울산의학성(鶴城)이란곳에있던것인데,임진왜란때가토기요마사(加藤淸正)가가져다도요토미히데요시(豊臣秀吉)에게바친것입니다.줄곧지장원(地藏院)이란절에있다가,그후손이되는나무가1992년우리나라로돌아와울산시청앞에서자라고있습니다.(p.43)

매화를남달리사랑한인물로중국에임포가있다면,우리나라에는퇴계이황(1501~1570)이있습니다.조선시대의대표적인유학자인이황은매화에대한시107수를지었는데,이중91수를모은것이『매화시첩(梅花詩帖)』입니다.
이황은매화의고고한성품을늘곁에서보고자평생매화분(梅花盆)을가까이하며정성을쏟았고,평소매화를매형(梅兄),매군(梅君),매선(梅仙)으로부르기도했습니다.‘梅寒不賣香(매화는추워도향기를팔지않는다)’이라는말을좌우명으로삼아평생을살았음에도불구하고,생을마감하는유언으로‘분매(盆梅)에물을주라’는말을남길정도로애정이남달랐다고전합니다.(pp.52~53)

목근이란이름은김소운(金素雲)이쓴서간체수필인『목근통신(木槿通信,1951)』으로도유명합니다.‘일본에보내는편지’라는부제(副題)가붙은이수필은일제강점기와한국전쟁을겪으면서일본에대해느낀바를진솔하게적은글로,일본의『중앙공론(中央公論)』에도번역되어실리면서큰반향을일으키기도했습니다.
이런무궁화가나라꽃으로자리를잡은것은1900년경애국가가사가만들어질때후렴으로“무궁화삼천리화려강산”이들어가면서입니다.대한민국정부가들어서면서나라를상징하는꽃으로무궁화가선택되었습니다.(pp.72~73)

앵두는나무열매중가장먼저익어고려부터조선초까지제사에올릴만큼귀한열매였습니다.
조선시대임금들도앵두를즐겼는데,세종(재위1418~1450)은세자문종이따온앵두를맛보고세자의효심에크게탄복했다는이야기가있습니다.『국조보감』제8권문종조에보면문종은항상후원에다앵두나무를심고손수가꾸어잘익으면따다가세종에게올렸다는기록이나옵니다.이에세종이반드시맛을보고서말하기를,“외방에서올리는것이어찌세자가직접심은것만하겠는가.”하셨다합니다.이이야기는『조선왕조실록』중『문종실록』을비롯해여러기록에등장합니다.(pp.262~263)

신라말도선(道詵,827~898)은『도선비기(道詵秘記)』에서“5백년뒤오얏,즉이씨성을가진왕조가들어설것”이라예언했습니다.그래서예언이적중하지못하도록고려중엽이후에는한양에자두나무를심었다가벌리사(伐李使)를보내베어내왕기(王氣)를다스렸습니다.그럼에도불구하고이씨성을가진이성계가조선을세워도선의예언이실현되었습니다.
이처럼자두나무는조선왕조에서매우의미있는나무입니다.종묘제례악인『정대업(定大業)』에도“삼천개의열매맺은오얏이번창하네.오얏이번창하니즐거움이끝이없네”라는가사가등장합니다.이는오얏의번창이곧이씨의번창이라는것입니다.(pp.270~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