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루이비통 : 제주를 다시 만나다 (개정증보 2판)

어머니의 루이비통 : 제주를 다시 만나다 (개정증보 2판)

$20.00
Description
신이 제주에 거칠고 아름다운 자연을 주었다면, 그 위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우리 세대로 이어지는 삶의 흔적, 그 자취와 정서는 밖으로 빛나는 화려한 보석은 아니지만 저마다의 가슴속에 꺼지지 않는 배롱배롱한 빛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아름답던 제주가 너무 많이 변하기 시작했다. 올레길이란 명분으로 제주를 빙 둘러 해안 도로가 나타나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그 칼질이 제주 내륙을 여러 겹으로 관통하고 그 길 위에는 렌터카들이 앞다투어 정차해 있다. 그 옆으로는 미려한 건물들이 세련된 형식의 위안인 양 머물러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문명을 거역할 수는 없지만 그 문명이 우리가 추구하는 문화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금은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시간이 흘러 어느 순간 우리는 편리한 문명에 싫증 나 포장된 올레길을 원상태로 되돌리는 노력을 할지 모른다. 거친 자연을 업고 할머니 어머니들이 걸어온 이 길 위에 시멘트를 바르고 왁스를 뿌려 더 이상 인공적인 윤기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만큼 제주를 아끼며 제주의 멋을 되살리고자 하는 이들을 만나고 제주의 옛이야기를 더 모아 개정판을 준비했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맨드글락’, ‘호끄멍헌 & 몬트글락’, ‘곱드글락’, ‘배롱배롱’, ‘코시롱헌’, ‘뎅기당 보난’ 등 정감 어린 제주어의 의미를 빌려 제목을 지은 여섯 장에 풀어놓았다.
개정증보 2판은 특히 제주 바당(바다), 정감 어린 제주어 그 자체, 마깨, 촐, 음식 등의 이야기가 한층 깊어지면서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되고 가슴이 잔잔하게 물결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의 유년시절 이야기가 보석같이 빛을 내며 공감을 통하여 모두의 이야기로 다가가길 바란다.

사람들이 화려한 관광지 제주뿐만 아니라 고즈넉한 분위기와 우리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지닌 제주도 함께 기억해 주면 좋겠다. 드라이브 코스는 어디에든지 있다. 나는 드라이브 코스를 달리기보다는 해녀들이 구덕에 삶을 지고 다녔던 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그분들의 삶과 사랑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저자

송일만

1963년제주출생
제주대영어영문학과졸업
스위스에서유학
일본에서근무
부산에서호텔마케팅
서울에서프랑스회사근무
호주에서golfdaddy

저서「어머니의루이비통」-한국문화예술위원회2020년문학나눔선정

목차

펼치며

1장맨드글락
놀부렁바당이데싸져베수다
제주보리&보리밭의추억
한여름올래에서의휴식
우리의여름나기등등

2장호끄멍헌&몬트글락
집에고만히안장놀아바짜사주게에
올래
바람이분다
알동네등등

3장곱드글락
산도록헌폭낭그늘아래서쉬멍놀멍
권력의힘
그리운성산포
어머니의마깨등등

4장배롱배롱
물에들멍
좀녜
늙은호박
불턱등등

5장코시롱헌
화~악들어갔당나오크메
막들럭키멍놀암져게
지슬
다랑쉬오름

6장뎅기당보난
혼디뎅겨사주게!
그녀는제주바당이다
용기보단생활
친구여등등

접으며

출판사 서평

유네스코세계자연유산으로지정된제주는우리나라가가꾸고보존해야할소중한환경자산이다.하지만관광자원개발이라는명목하에제주곳곳에올레길과카페가생기고호텔이들어서고있다.제주가더편리하고접근하기좋게변화되고있다는시각은관광객들의시각일뿐,제주토박이의눈으로보는제주의현실은좀다르다.제주에서나고자란저자는집앞돌담이사라지고,토속적인맛과풍습들이사라지고,콘크리트로포장된길이여기저기뚫리는안타까운현실을보며‘조금만천천히가자’라고이야기한다.

이책에는제주에서보낸저자의어린시절추억과제주의아픈역사,해녀였던어머니를비롯한가족간의사랑,그리고너무도변해버린지금의제주에대한아쉬운심정이어우러져있다.독특하고정겨운제주도방언을그대로살려독자들에게제주의생생한모습을전달하려고노력했다.

이번개정증보2판은제주의옛향취와재미있는제주의정서와문화이야기를더했다.저자는건강했던제주를그리워하며그동안제주가너무빨리달려오면서개발과유희의가치에의존했다면,이제는문화와정서그리고자연과환경을보호하는보존의가치로함께해야한다고이야기하고있다.저자는그것이제주다움,제주스러움이라고여긴다.저자자신도바다환경지킴이활동을하면서제주에대한애정과제주가나아가야할방향에대한고민을함께나누고있다.
《어머니의루이비통(개정증보2판)》은우리집마당에서계절과함께하면서일상의즐거움과쉼을주는나무와같은이야기를담고있다.지식을전달하는게아니라마음을나누고자하는정감어린이야기를통해‘제라헌(진짜)’제주를다시만나본다.

책속에서

제주는바람이많이분다.길이비탈지고돌이많아육지처럼여인네들이머리에짐을이고다니지못한다.그래서대부분등에짐을진다.
감저(고구마)를수확하면헌구덕에잔뜩넣어지고집으로향한다.촐(억새)을베고이동할때,바당에물질하러갈때,고기팔러시장에갈때,심지어애기업고밭에갈때도그녀들은구덕에자신들의생활을담는다.가끔은촐령다닐때도그녀들의구덕은옆구리에있다.마치세련된핸드백을어깨에멘것처럼.
이구덕은대부분장방형이나방형형태로원재료는대나무이다.대나무는가볍고내구성이강하며제주도전역에서손쉽게구할수있어구덕을만들기에아주좋은재료다.-18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