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드라마 (드라마 제작의 슬픈 보고서)

가장 보통의 드라마 (드라마 제작의 슬픈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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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다’
〈혼술남녀〉 故이한빛PD가 꿈꾸던 세상
2016년 노량진 공시생들의 애환을 그려내며 장안의 화제가 됐던 tvN 드라마 [혼술남녀]. 마지막 화가 방영된 다음 날, 조연출이었던 이한빛PD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 내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다”는 유서 한 통만을 남긴 채.

그렇게 이한빛PD가 세상을 떠난 지 3년, 과연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불행하게도 그가 꿈꾸었던 세상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 여전히 스태프들은 촬영이 없는 시간을 틈타 구석에서 쪽잠을 자고,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등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형의 죽음 이후로도 바뀌지 않은 ‘그들이 사는 세상’. 이 바뀌지 않는 현실이 바로 이한빛PD의 동생 이한솔이 《가장 보통의 드라마》를 쓰게 된 계기다.

이 책은 이한빛PD의 동생이 카메라 뒤에 가려진 방송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고발하는 최초의 에세이다. 촬영·조명·음향·미술팀 등 실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스태프들의 제보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들의 24시간을 따라가면서 스스로 ‘염전노예’라 자조하는 방송노동자들의 삶과 애환을 조명하고, 이들이 존중받는 드라마 제작 현장을 만들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

이한솔

드라마〈혼술남녀〉조연출이었던故이한빛PD의동생이다.한빛PD의유지를이어받아방송현장의문제를해결하기위해〈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를설립하고비영리공익활동가로활동하고있다.현재〈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사장과〈이한열기념사업회〉이사를겸임하고있다.연세대학교총학생회장,〈민달팽이유니온〉위원장,서울시〈청년자치정부〉공동추진위원장으로도활동했다.

목차

프롤로그

1장풀샷
드라마제작의육하원칙

#1상암동이야기
#2카메라뒤의사람들-너의이름은
#3가장보통의드라마가만들어지는과정
#4너무나복잡한드라마세상
#5너무나간단하고무서운‘턴키계약’

2장클로즈업
카메라뒤에,OO은없다

#1잠잘‘시간’이없어졌다-카메라뒤에서잠못드는밤들
#2돈이없어졌다-장시간노동에도낮은‘임금’
#3‘프리랜서’-당신도노동자가맞습니다
#4너무위험한드라마세상-‘안전’의사각지대
#5누아르장르의드라마세상-‘폭력’의카르텔
#6절대복종을강요하는‘도제문화’
#7‘예술’은왜노동이아니란말인가-
#8보통보다도못한-‘여성’에게더잔혹한드라마현장
#9‘아이들’의직장이된드라마현장
#10‘작가’,쉬이상해버리는꿈
#11보통사람은가고싶지않은직장-드라마현장의미래

3장컷
응답하라,드라마제작의미래

#1해결의실마리-‘청년’
#2대안은있다1-해외사례
#3대안은있다2-국내사례
#4보통의드라마의변화1-제도
#5보통의드라마의변화2-현장

에필로그

부록
부록1어머니의글
부록2현장취업기
부록3한빛PD의글

출판사 서평

“이렇게촬영하다죽을것같아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한빛센터)'미디어신문고'에또한건의제보가들어왔다.제목만들으면대한민국국민누구나알수있는드라마제작현장에서일한다는한방송스태프의제보였다.제보자는벌써3주째,주당120시간이넘는촬영스케줄을버티고있다며살려달라고호소했다.한주는168시간.그중120시간을일하고있다는믿지못할이야기이지만,이런제보는한빛센터직원들에게는낯설지않은‘보통’의이야기이다.
드라마의엔딩크레딧에는카메라감독,미술감독,조명감독부터조연출,막내작가까지드라마제작에노동을제공한방송스태프들의이름이다올라온다.방송스태프들의이름을볼수있는유일한곳이엔딩크레딧이다.드라마제작현장을보도하는방송에서는반짝거리는표정과몸짓의주연배우들,웃음을머금고대화를나누는메인작가와PD들만을볼수있다.연신터지는카메라플래시로눈을뜰수없는화려한제작발표회에는현장의'높으신분'들만자리한다.드라마를만드는보통의사람들은보이지않는다.이책은엔딩크레딧의한줄로만보이는이들에대한이야기다.

가장보통의시선으로바라본‘그들이사는세상’

2016년노량진공시생들의애환을그려내며화제가됐던tvN드라마〈혼술남녀〉.마지막화가방영된다음날,조연출이었던이한빛PD가스스로목숨을끊었다.“우리가원하는결과물을만들기위해이미지쳐있는노동자들을독촉하고등떠밀고내가가장경멸했던삶이기에더이어가긴어려웠다”는유서한통만을남긴채.
이한빛PD가목숨과바꾼고뇌를세상에남기고떠난지3년,그가꿈꾸던세상은아직오지않았다.방송스태프들은하루18시간이넘는장시간노동에‘디졸브상태’에빠진채로,안전장비가미비한촬영장에막무가내로내몰리고위험에노출된다.형의죽음이후로도바뀌지않은‘그들이사는세상’.이여전한현실이이한빛PD의동생인이한솔저자가《가장보통의드라마》를쓰게한동력이다.
이한솔저자가드라마업계바깥에서‘가장보통의시선’으로바라본드라마제작의세계는근로기준법위반,인격모욕,폭력적인업무지시,갑질과성희롱이난무하는‘범죄도시’에가까운하드보일드범죄드라마였다.저자는실제현장에서일하고있는스태프들의제보와인터뷰를바탕으로,그들의24시간을따라가면서‘염전노예’라자조하는방송노동자들의생활을그려보인다.

보통보다도못한드라마제작현장의민낯

스타배우와작가의어마어마한개런티를감당할수있을만큼재정규모가커졌음에도,드라마제작현장에서일하는방송스태프들의여건은개선되지않고있다.배우와작가,PD가받는개런티와자신들이받는급여의차이는이들의자괴감을더욱부추긴다.회당1억이상을받는스타배우와작가,PD가존재하는이면에,카메라뒤에서한편의드라마를만들기위해땀흘리고있는스태프들의시급은천지차이다.극단적으로시급3,800원을받아가며일하는스태프들도존재한다.고수익,고효율을최우선목표로하는제작사와방송사에게방송스태프의노동은쥐어짤대상이지고려의대상이아니기때문이다.그래서드라마제작현장에는노동자의권리를침해하는다양한편법들이등장한다.도급계약,턴키계약,프리랜서계약등등.드라마현장에서실제‘노동자’기준으로대우받을수있는현장사람들은극소수다.
노동착취문제만이아니다.드라마제작현장의가장‘약한고리’라할수있는막내스태프와여성배우,아동·청소년배우들은폭언과폭력,성희롱,성폭력에빈번하게노출된다.10년차선배가일을시킨답시고여성조연출의무릎에앉아특정신체부위를쓰다듬었다든지,PD와식사를하던중키스를당했으면서도다음작품에서제외될까봐항의도제대로하지못했다는제보는흔히있는일이다.
저자는이러한문제들의시작점을도제시스템과군대식조직문화에물든드라마제작구조에서찾는다.권력이집중된한개인에게전체가의존하고,절대복종을강요하는도제시스템은방송노동자들이문제를제기하는것자체를불가능하게만든다.개선의가능성조차차단되는것이다.이러한구조가드라마제작현장의자생적변화를기대할수없다는절망에빠지게한다.
현장사람들은열정과꿈을갈아넣은이곳에서,과로와폭력의위협으로부터,퇴출과비난으로부터안전하기위해겨우버티고있다.“원래이바닥은이렇다”,“불가피한변수다”.제작사와방송사의반복되는레퍼토리를들으며.

故이한빛PD가남긴것,그리처절하지도,불가능하지도않은세상

드라마제작현장은변할수있을까?저자는최근국내외드라마제작현장에서나타나고있는몇몇긍정적인사례를들어가며충분히개선할수있다고말한다.실제로드라마〈밥잘사주는예쁜누나〉는정확한촬영현장기획으로불필요한시간낭비없이일정이진행돼,섬세하고밀도있는사전준비만으로도충분히개선점이있음을보여주는사례가되었다.또한드라마현장보다한발앞서표준근로계약서작성이현실화된영화현장의사례역시살펴볼만하다.최근칸영화제에서황금종려상을받은〈기생충〉촬영현장은표준근로계약서작성과실제근로시간준수를지켜낸것으로알려져,제작현장개선의희망이현실이될수있음을보여주었다.
저자는‘원래그랬던이바닥’을거부하는목소리가높아지고,다른방식으로도할수있다는생각들이확산된다면,드라마현장을개선하는일이그리처절하지도,혹은불가능하지도않다고말한다.
열사도히어로도아닌,그저평범한보통의조연출이었던故이한빛PD의폭로는우리사회에‘변화가필요하다’는공감과연대의식을불러일으켰다.한빛센터의출범역시변화를요구하는수많은‘이한빛’이모여이뤄낸성과였다.저자는그러한공감은‘카메라뒤에사람이있다’는시선이있었기에가능했다고말한다.

“카메라뒤의사람들이행복해진다면,형앞에서도더욱당당해질수있고,나스스로에게도위안을줄수있다.그렇기에언제끝날지모르는여정을밟으며오늘도열심히나아가고있는것이다.”

저자는“만드는사람이아프지않은드라마를정말보고싶다”는간절한소망을가슴에품고오늘도거리에나선다.《가장보통의드라마》는드라마제작현장의부조리를고발하고,먼저떠난형이한빛PD에바치는진혼곡이자세상에남겨진무수히많은또다른‘이한빛’에대한위로의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