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자들의 힘

힘없는 자들의 힘

$14.00
Description
벨벳 혁명 30주년 기념 출간
철인 대통령 바츨라프 하벨의 “진리 안에서의 삶”을 위한 저항적 통찰
《힘없는 자들의 힘》은 체코의 극작가이자 반체제 인사로서 벨벳 혁명을 이끌고 뒤이어 대통령이 된 바츨라프 하벨의 정치 에세이다. 1978년 지하출판물로 출간된 이 책에서 하벨은 상부의 지시에 따라 “만국의 노동자여 연대하라!”라는 플래카드를 진열하는 공산주의 치하의 어느 야채상을 등장시켜, 전체주의 체제하에서 거짓 속에 살아야 하는 개인의 삶을 성찰하고, 체제가 어떻게 양심에 따라 살고자 하는 평범한 시민들을 반체제 인사로 만드는지를 섬세하게 그려 보인다. 그리고 거짓된 삶을 강요하는 전체주의 체제를 무너뜨리는 가장 큰 힘은 정치적 반대 투쟁이 아니라 ‘77헌장’ 참여자들처럼 진리 속에서 살고자 결심한 힘없는 개인들의 느슨한 공동체 개념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 에세이는 체코슬로바키아를 넘어 폴란드 및 다른 공산주의 국가의 반체제 인사들의 선언문이 되었고, 공산주의가 소멸한 지금도 정치 분야의 고전으로 꾸준히 읽히고 있다.

*《힘없는 자들의 힘》은 2019년 체코슬로바키아의 민주화운동인 벨벳 혁명 30주년이자, 한국-체코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체코 공화국 문화부의 출판프로그램으로 선정되었다.
저자

바츨라프하벨

(1936.10.5.~2011.12.18.)
체코의극작가겸정치가.프라하에서태어난하벨은명문지식인집안출신이라는이유때문에공산화된체코슬로바키아치하에서학교교육과직장배정등에불이익을받으며자랐다.군복무를마치고23살때본격적인극작가의길로들어섰고,희곡《뜰의축제》등을발표하며주목을받았다.1968년프라하의봄당시소련군의침공을알린〈자유체코슬로바키아라디오〉활동으로극활동에제약을받았고,1974년에는맥주양조장에서비밀경찰의감시를받으며일하기도했다.
체코슬로바키아민주화운동의상징과도같은‘77헌장’의발기인으로참여하며전체주의에저항하다1979년투옥당해4년6개월간옥고를치렀다.체코슬로바키아‘시민포럼’창립을도우며자기초월,양심,책임,우주적관점등을기반으로‘실천도덕으로서의정치’를추구했다.1989년체코슬로바키아벨벳혁명을주도하며공산독재체제를무너뜨리고민주화시대의대통령이되었다.이후1993년체코와슬로바키아분리후체코의초대대통령을역임했다.퇴임후에는본업인극작가로계속활동했다.인디라간디상,필라델피아자유메달,카탈루냐국제상,서울평화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추천사…김민웅

Ⅰ∼Ⅸ
Ⅹ∼ⅩⅠⅩ
ⅩⅩ∼ⅩⅩⅡ

해제…박영신

출판사 서평

‘진실의정치’가‘정치공학의마키아벨리즘’을이길수있을까?
진리안에서살기위해싸운반체제지성인하벨의정치에세이
군대와경찰,법규와관료,제도와이데올로기로권력기구를움직이는독재체제에맞서힘없는민중들이싸워이길수있을방법은무엇일까?체코의벨벳혁명을이끌었던극작가겸반체제운동가바츨라프하벨이쓴《힘없는자들의힘》은바로이문제를천착하는정치에세이다.실질적힘의관점에서볼때이길전망이보이지않는독재정부와민중사이의이런역사적투쟁에서,우리나라의1987년6월항쟁이나,체코의벨벳혁명,튀니지의재스민혁명에서보듯민중들은종종독재권력에맞서승리를거둔다.

특히벨벳혁명은평화적인방법으로오랜권위주의정권을몰아내는데성공했다는점에서우리나라의촛불혁명과유사한면이있다.하벨의이책은1989년벨벳혁명이일어나기11년전인1978년에써서지하출판물로유통되던팸플릿이다.하벨은특유의극작가적인상황묘사로,‘만국의노동자여연대하라’라는슬로건을상점진열장에전시하는어떤야채상을등장시켜먹고살기위해권력에순응하며힘있는자들에게무릎꿇고사는힘없는자들의삶의문제를예리한시선으로파고든다.

야채상.이사람의마음에는사실‘만국의노동자여연대하라’라는슬로건에대한헌신의마음이없다.아니관심조차없다.마치자동기계가프로그램에따라일을처리하듯그저상부의지시를받아기계부속처럼복종하는것뿐이다.진열을거부했을때의불이익을두려워하여자신이믿지않는것에순종하는것이다.이처럼전체주의체제는평범한사람의마음과행동사이에간극을발생시키고,성찰하지않는삶을살도록강요한다.그렇다고이야채상이‘나는두렵다.그러므로절대로복종한다.’라는표어를진열하도록지시받았다면,그는이말이사실일지언정그것에수치를느끼고당황할것이다.왜냐하면그또한인간으로서자기의존엄성에대한의식을가지고있기때문이다.따라서‘만국의노동자여연대하라’는표어는전체주의하에서거짓속을살아가는개인들이스스로를기만하며살수있게돕는이데올로기로기능한다.

만일전국의모든야채상이이슬로건을걸지않는다면체제는위험에빠지게된다.체제가벌거벗은임금님이라는것이백일하에드러나게되기때문이다.이것이힘없는자들이가진힘이다.그런데보통은그힘을행사하지않는다.왜냐하면거짓속에서지시대로살면먹고사는데문제가없고편하기때문에.현실이라는이름의거짓된삶속에살면서진리속에사는삶을잃어버리고그가능성을깔아뭉개고산다.그래서거짓에기초한체제,공산주의라는독재체제에억압되면서도체제를지탱하는기둥의역할을한다.

어느날야채상의내면에서무언가끊기면서그저남들의비위를맞추기위해표어를게시하는일을멈추게되는상황을상상해보자.그는무의미한광대극을멈추고자기가진정으로생각하는것에대해말하기시작한다.그는억눌려왔던자기의본질과고결함을발견한다.그의저항은진리안에서살아가고자하는결단이다.힘없는자들의이런결심은그자체로정치적이지는않다.그저자기의양심에따라진리안에서살기로결심하고행동에옮기는실존적결단일뿐이다.그런데독재체제에서는개인의양심에따라행동하는것이단순히윤리적차원,실존적차원을넘어서게된다.체제에대한저항으로받아들여진다.그래서결과적으로정치적행동이된다.

여기서하벨이발견한심오한통찰은벨벳혁명의진정한힘은그것이독재에대항하는정치적반대투쟁이아니라진리속에서살고자하는개인의자유로운표현이라는점에있다.무의미한표어를전시하는것을거부하는야채상처럼,진정으로세상이바뀌는것은힘없는자들의내면에서양심의소리를따라진리안에서살고자하는조용하고단호한결의가깨어나고저‘힘없는자들의힘’을행사할때이다.진리안에서의삶이라는특수하고폭발적이며막강한정치적힘은모든곳에잠재적협력자가있다는사실을바탕으로한다.이개인들은권력에가까운이들도,권력을열망하는이들도아니다.시인이나화가,음악가,혹은단지자신의인간적존엄을유지하려하는평범한시민이다.정치개혁을향한시도때문에일깨워진것이아니라,양심의일깨움의최종결과로서정치개혁을향해나아가게된다.

후기전체주의의거짓된삶에대한하벨의성찰은공산주의독재체제에한정되는것일까?의회민주주의에바탕을둔자본주의사회는진리안에서살고있을까?우리가사는기술,소비사회도돈이라는가치의전체주의에종속된삶이라는점에서허위의체제가아닐까?이권집단의이익을대변하는의회민주주의속에서시민들은이웃과이어지지못한힘없는소비자들로분해되어있지않은가?이익추구에절대선의지위를부여한자본주의체제에서돈앞에무릎꿇지않고사는것은쉽지않은일이다.예컨대삼성바이오로직스사건을보면범죄조직이아닌멀쩡한대한민국의엘리트들이회사의부당한지시를거스르지못하고불법행위를저지르기까지한다.그런데우리사회누구라도그자리에있었다면불법에가담하지않았을것이라고자신하는사람이있을까?오히려내부자가사법당국에고발했다면배신자로낙인찍혀서고립되었을것이다.오너일가의갑질을고발했다는이유로좌천되고왕따당한대한항공의박창진전사무장의사례를보더라도,이런현실을깨기에개인의힘은너무나도미약해보인다.의회민주주의속의국회의원역시마찬가지다.최근불출마선언을한민주당표창원의원의표현에따르면국회의원으로서의삶이‘좀비에물린것같았다’고한다.그의말을하벨의언어로바꾸면진리속에서살고자하는정치인이거짓속에사는마키아벨리즘의현실정치를이기지못한것이다.

하벨은후기전체주의에서나타나는거짓속의삶의문제를현대소비,산업,기술사회의기계적자동작용과개인의실존적목표사이의갈등을해결하지못하는인류의무능함을보여주는특수한형태로이해한다.따라서비단공산체제뿐만아니라민주주의체제에서도,국가체제뿐만아니라거대한조직속에서도상부의부당한지시에매끄럽게복종하며살아야하는인간의비굴함이나타나는곳이라면어디서든,‘진리안에서’살고있는지를물어야한다는하벨의통찰은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