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타기와 어장관리에 대한 철학적 고찰

썸타기와 어장관리에 대한 철학적 고찰

$15.00
Description
인생의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하는 세대의 사랑법, 썸타기
‘요즘 애들’의 사랑법이 드러내는 탈진리 시대 한국 사회의 현주소
언젠가부터 너도나도 당연한 듯 쓰는 그 말, 썸타기. 그런데 썸탄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일까? 그리고 도대체 왜, 언제부터, 썸타기가 우리 연애사의 일상적 장면이 된 걸까? 철학자 최성호 교수는 썸타기와 어장관리를 진지한 철학적 주제로 삼아 ‘의지적 불확정성’이라는 개념으로 썸타기의 본성을 포착한다. 상대방을 향하는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하지 못하는 두 사람의 관계, 사랑을 결심할 의지를 세우지 못하는 관계가 바로 썸타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토록 많은 젊은이들이 사랑에 대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불확정 단계에서 맴도는 걸까? 그 배후에는 바로 탈진리의 시대가 있다. 자신이 과연 어떤 사람이며 어떤 삶이 바람직한 삶인지에 대해 참조할 만한 답을 찾을 수 없는 회의주의 시대의 젊은이들은 사랑에 대해서도 답을 내리지 못한다. 일상적 개념 분석과 시대적 고찰을 넘나드는 분석철학자의 예리한 진단 뒤에, ‘너’를 사랑하려면 우선 ‘나’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는 울림 있는 통찰을 만난다.
저자

최성호

경희대학교철학과교수.그전에는영국케임브리지대학교,호주시드니대학교,캐나다퀸스대학교에서재직했다.《Mind》,《Nous》,《PhilosophyandPhenomenologicalResearch》등의학술지에논문을발표했다.《스탠퍼드철학백과사전(StanfordEncyclopediaofPhilosophy)》의〈성향(Dispositions)〉항목을작성했다.저서로《피해자다움이란무엇인가》,《그럼군대다녀온나는비양심적이란말이냐?》,《인간의우주적초라함과삶의부조리에대하여》가있다.

목차

들어가며:우리시대의남녀상열지사에대하여

1.썸타는그들
‘썸타다’라는말의의미|썸타기를탐구해야하는이유
|썸타기에대한개념분석

2.썸타기와인식적불확실성
줄타기와썸타기|네마음을몰라서썸타기가불확실한걸까
|썸타기의불확실성은인식적불확실성이아니다

3.썸타기와의지적불확정성
너를향한내마음이갈피를잡지못할때|프랭크퍼트의의지이론
|의지분열과의지적불확정성|썸타기의불확실성은의지적불확정성이다

4.그(녀)와연인이되기까지
내가사랑에빠질때|결심,내가누구인지에대한나자신의답변

5.썸타기와밀당
썸타기와밀당을구분하기|그것은썸타기가아니다

6.썸남썸녀의만남과이별
연애로가는길목에서썸을타다|나는썸만탈거야
|최종-목적행위와경로-목적행위|나의썸이너의썸과다를때
|썸타기의종료

7.나의썸,그대의썸,그리고우리의썸
썸타기는사회적행위|사회적행위와공동행위|썸타기는공동행위일까
|썸타기에는없고연애에는있는것|‘오늘부터1일’의철학적의미

8.썸타기와어장관리
어장관리란무엇인가|어장관리의두가지유형
|썸인가어장관리인가|기만없는어장관리는없다

9.그들은왜썸을타는가
썸타기의시대적배경을찾아서|썸타기와신자유주의
|탈진리시대인생의질문에대한답을찾지못한이들의남녀상열지사,썸타기

부록:그(녀)와썸타고있는줄알았는데

후주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썸타기,본격철학적탐구의주제가되다
‘썸타기’와‘어장관리’에대한‘철학적고찰’이라니?어쩐지어울리지않는단어조합같다.과연이런가벼운유행어들이진지한철학적탐구의주제가될수있을까?어쩌다철학책의소재가된다더라도,농담섞인대중서가아닌심도깊은학술서의주인공이될수도있을까?이책은‘그렇다’고답할수있게하는책이다.젊은세대의연애문화는철학적으로탐구하기에충분히가치있고중요한주제다.더군다나그연애문화가,‘썸타기’처럼이전에는두드러지지않던현상을동반한다면말이다.한사회의연애문화는그사회와긴밀하고역동적인관계를맺고있고,그런점에서‘썸타기’라는신조어는한국사회의의미심장한변화를암시한다는것이저자의문제의식이다.서로만나고끌리고마음을나눈다는,인생의중대사에대해한국사회의젊은이들이어떤태도를지니고있고,그태도가이사회와어떤관계를맺고있는지를‘썸타기’와‘어장관리’라는언어현상을분석함으로써탐색할수있다는것이다.최성호교수는더없이일상적이고가벼운이신조어들에대한치밀한개념분석과명료한논증을통해,이시대에대한중요한통찰을내놓는다.그리고어쩌다이시대에자신들인생의중요한시기를지나고있는MZ세대의내면에대한놀라우리만치세심한이해에도달한다.

“근데…우리무슨사이야?”
영화〈건축학개론〉은개봉후몇년이지난지금도주인공들의관계,그리고주인공들이서로를대하는태도에대해서의견이분분한영화다.정말그들은썸을탄것일까?아니,당장지금나와내‘썸남/썸녀’는무엇을하고있는것일까?
실제자신의생활에서든,대중매체에서든썸타기를경험하거나목격한이들이라면,썸타기가불확실한관계라는데에는대부분고개를끄덕일것이다.그런데대체이불확실함의정체가뭘까?썸타기가정확히어떤관계인지,그본성을밝히기위해최성호교수는우선이불확실함의정체를밝혀내는데집중한다.썸타기의불확실성이상대방의마음을충분히알지못하는데서오는‘인식적불확실성’이라는견해를반박하고대신‘의지적불확정성’을제안한다.
미국의저명한철학자프랭크퍼트의‘의지이론’을바탕으로한이개념은상대방에게끌리는자신의마음을진정한자아로수용해야할지,‘탈법적침입자’로간주하고자아에서추방해야할지를결정하지못함에서오는불확실성이다.즉상대방의마음이불확실한문제가아니라,나의마음이불확실하다는문제가썸타는관계의핵심이라는것이다.
썸타기가연애로,사랑으로발전하려면자신의의지를확정하는결심이필요하고,그러려면자신의자아에대한명징한이해가필요하다.“누구를사랑할것인가라는질문에대한답변은자신이진실로어떤인간이고자하는가라는질문에대한답변에의존한다”는최성호교수의통찰은이책에서가장빛나는대목중하나로,썸타는이들로하여금자연스레자신의내면을살피게한다.

탈진리시대,그래서우리는썸을탄다
요컨대썸타기현상이만연하다는것은의지적불확정성의단계에서서성거리는젊은이들이그만큼많다는의미이다.왜이토록많은젊은이들이의지적불확정성을극복하지못하고있는것일까.최성호교수는‘썸타기’현상의대두에대한시대적배경으로2010년대이후의탈진리(post-truth)시대의발흥을지목한다.소셜미디어와유튜브로보고싶은것만보고듣고싶은것만들을수있는시대,모든주장이상대화되고개인들의세계가각자파편화되어참과거짓의구분마저의미를잃어가는시대다.“어떤사람으로살것인가”,“바람직한삶은무엇인가”등에자아관을견고히할근원적질문에대해서도참조할만한모범답안을찾을수없는회의주의전성시대의우리젊은이들은사랑에관해서조차자신의자아가어떤의지와욕구로채워져야할지결단을내리지못하고방황하는것이다.이처럼최성호교수는젊은세대가사용하는일상언어현상을통해우리사회가놓인현주소를짚어내고,이어그속에서살아가는젊은개인들의내면을재발견하기에이른다.
최성호교수가최근연구성과를바탕으로전개하는분석철학특유의논증은밀도높고정교하다.그러나동시에이해하기쉬운언어로명료하게쓰여있어,독자가찬찬히따라간다면흥미로운지적여정을체험할수있을것이다.그철학적여정을마치고서는모처럼사회와삶,사랑,자아에대해곰곰이성찰해보게될수도있겠다.여느‘멘토링’서적처럼강요하지않고도,그저있는그대로를보여주는것만으로읽는이에게성장의계기를가만히건네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