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를 마주하며

쇼펜하우어를 마주하며

$11.50
Description
문제적 작가 미셸 우엘벡의 관조적 철학 에세이
《쇼펜하우어를 마주하며》는 프랑스의 거장 미셸 우엘벡의 철학 에세이다. 프랑스와 영미권에서는 그의 소설만큼이나마 잘 알려진 작품이지만 국내에는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다. 쇼펜하우어를 마주할 당시 저자가 느꼈던 희열을 말하면서 시작하는 이 책에는 한 소설가가 한 철학자를 읽고, 그를 마주하고 투쟁하면서 자신의 사유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생생히 담겨 있다.
우엘벡은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몇 가지 키워드로 압축해 정리하고 그것들에 대한 단상을 차근히 풀어나가는 한편, 쇼펜하우어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단지 쇼펜하우어를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독자는 우엘벡이 쇼펜하우어를 감싸고, 쇼펜하우어를 발췌하고, 쇼펜하우어와 투쟁한 과정을 살펴보며 우엘벡의 문체, 사유, 염세주의가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유추할 수 있다.
책의 앞뒤에 붙은 해설 역시 책의 의의를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들어준다. 특히 이은지 평론가의 해제는 쇼펜하우어의 사유를 아우르며 우엘벡의 관점에서 쇼펜하우어의 세계관이 어떻게 불가능해지는지를, 쇼펜하우어와 우엘벡이 어떻게 대결하는지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나간다는 점에서 독서의 풍부함과 만족감을 더해줄 것이다.
저자

미셸우엘벡

MichelHouellebecq
21세기프랑스최고의논쟁적작가.1958년프랑스의해외영토인레위니옹섬에서태어났으며,부모님의이혼으로대부분의어린시절을조부모와보냈다.국립농업학교에서농업경제학과정보학을공부하고,졸업후전산관련직,국회전산부행정보좌직등다양한일을하다1985년시인으로데뷔했으며,1996년부터는전업작가로창작활동에매진한다.
1992년첫시집《행복의추구》로트리스탕차라상을수상하였다.1994년첫장편소설《투쟁영역의확장》을시작으로《소립자》,《플랫폼》,《어느섬의가능성》,《복종》,《세로토닌》,《러브크래프트:세상에맞서,삶에맞서》등
을썼고,2010년에는《지도와영토》로공쿠르상을수상했다.

목차

[서문]혁명의역사-아가트노바크-르슈발리에

벗이여,유년기에서벗어나,깨어나라!
1장세계는나의표상이다
2장사물을세심히들여다보라
3장그렇게삶의의지가객관화된다
4장세계라는연극
5장삶의태도:우리존재에대하여
6장삶의태도:우리가가진것에대하여

[해제]쇼펜하우어를마주하는우엘벡을마주하며-이은지

출판사 서평

미셸우엘벡은왜쇼펜하우어를직접필사하고번역했을까?
1980년대초,이십대중반의우엘벡은이미“보들레르와도스토옙스키,로트레아몽백작,베를렌,거의모든낭만주의작가는물론,과학소설까지꽤섭렵한상태”였고,“성경과파스칼의《팡세》,《도시》,《마의산》도읽은지오래”였다.“직접시를몇편쓰기도”했던우엘벡은더이상독서에새로운발견은없으리라고느낀바로그시기에파리7구시립도서관에서쇼펜하우어의《인생론》을발견한다.그리고“갑자기불과몇분만에모든것이균형을잃고흔들렸다.”“타격은결정적이었”고,“모든것이바뀌어”버렸다고고백한다.이책은바로그만남의충격에대한회고록이자숭배자에대한비판적독해,그리고씁쓸한결별에대한기록이다.
《쇼펜하우어를마주하며》는쇼펜하우어입문서로도,우엘벡입문서로도흥미진진한철학에세이이다.쇼펜하우어의철학은니체,프로이트,비트겐슈타인같은철학자뿐만아니라허먼멜빌,조지프콘래드,레프톨스토이,호르헤보르헤스,사뮈엘베케트,에밀시오랑같은문학가들에게도영감을제공했다.그목록의끝자락에이름을올린우엘벡은2005년《어느섬의가능성》을탈고하고는쇼펜하우어의두주저《의지와표상으로서의세계》와《인생론》에서30편에달하는글을발췌하고직접번역하고해설하는작업에몰두한다.무엇이그로하여금이러한프로젝트에착수하도록했을까?

스물다섯에만난“세상에서가장중요한책”
우엘벡에따르면쇼펜하우어가세상을떠난1860년이후는지성의관점에서볼때“아무일도일어나지않”은“하찮은시대”일뿐이다.“그수준을끌어올리기가불가능”해보이는이“불쾌한세상”에서그는“주변을둘러싼사유가좀더풍요롭다면,더훌륭한소설을쓸수도있으리란걸거의확신”한다.이때문에우엘벡은쇼펜하우어의《인생론》과《의지와표상으로서의세계》에서“가장마음에들었던몇몇부분을”직접발췌하고번역하고비평하면서“그의의견에동의하지는않을지라도왜그에게마음속깊이감사함을느낄수밖에없는지설명”한다.
우엘벡에게쇼펜하우어철학은잊기힘든첫사랑의추억처럼,평생떨쳐내기힘든어떤것으로보인다.그의최근작《세로토닌》에서첫사랑곁을맴돌던중년남자가그러하듯그도쇼펜하우어주위를거리를두고빙빙도는데,이책을통해왜미셸옹프레가“솔직히말해쇼펜하우어의철학을필터로사용한다면우엘벡의모든작품을읽어낼수있을것”이라고말했는지를알수있게된다.

쇼펜하우어와의철학적투쟁
이책은철학자가아닌소설가가쇼펜하우어를마주하고투쟁하면서자기작품의철학을만들어나가는과정을생생히담았다는점에서다른책과차별된다.우엘벡은쇼펜하우어의문장을낱낱이쪼개분석하기보다,뭉텅이째소개하고뒤로물러서서텍스트를읽는법을소개한다.우엘벡은해설에서쇼펜하우어를감싸기도,그의영향을인정하기도한다.또한쇼펜하우어의사유가왜현대에적용되지않는지를이야기하면서자본주의사회의잔혹성에맞서려한다.쇼펜하우어를존중하되맹목적인추종대신비판적으로마주하고대립하는치열한글쓰기는그가쇼펜하우어를자신의맞수로진정으로위하고있음을드러낸다.이책의재미는이흥미진진한대결을관전하는데에서온다.

쇼펜하우어의미적관조와우엘벡의냉소적관조
맹목적의지를실현하려는개별존재들의무한한투쟁의장일뿐인이세계를고통의바다로인식하는하는것은쇼펜하우어와우엘벡의공통점이지만,이를극복하려는두사람의전략에는‘한끗차이’가있다.쇼펜하우어에게그것은미적관조를통한의지의초월인반면,우엘벡에게그것은냉소적관조로나타난다.
이대응전략의차이가두사람이결별하는지점인데,책의말미에쓴이은지평론가의해설에따르면이차이는두사람이속한시대의차이에기인한다.쇼펜하우어가살았던19세기유럽은인간이성에대한무한한신뢰를바탕으로예술을추구할수있는고등한존재로서의인간을긍정한반면,우엘벡이살고있는신자유주의의세기는“더는인간중심적이지도않을뿐더러인간이성에대한낙관이뿌려놓은파멸의씨앗을거두고있는중이다.”자본의탐욕이지배하는이세계에서는“의욕을초월하여미적관조에도달하는진정한예술가는그저‘루저의모습’을한‘보잘것없고개성없는자들’로보일뿐이다.”따라서미적관조가더이상불가능하다고보는우엘벡은고통의원천인의지를거세하고“고저의기복이없는안정적이고잠잠한슬픔”상태인식물적인관조의경지에도달하려는해법을제시한다.
기존의우엘벡의책에비하면“순한맛”에속하는이책은우엘벡의첫작품《H.P.러브크래프트:세상에맞서,삶에맞서》가그러했듯,쇼펜하우어철학을지금여기서다시읽게끔한다.이책은쇼펜하우어철학에입문하고자하는독자에게도,우엘벡을깊게읽고싶은독자에게도푸짐한선물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