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골매를 찾아서(50주년 기념판)

송골매를 찾아서(50주년 기념판)

$19.73
Description
송골매의 아찔한 힘과 대담함을 몰아경의 언어로 묘사한,
문학사에서 유사한 작품을 찾을 수 없는 자연 문학의 걸작
전 세계에서 환경운동의 움직임이 커져 가던 1967년, 자연문학의 전범이 될 《송골매를 찾아서》가 세상에 나왔다. 저자는 영국 에식스의 시골마을에 사는 평범한 사무직 노동자. 그는 전문적인 생물학 교육을 받지도 못했고, 문학과도 전혀 연이 없었다. 그저 송골매를 완전히 마주하려는 강렬한 집착과 욕망을 가졌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강박적이기까지 한 집착과 욕망은 10년 동안의 송골매 관찰과 기록으로 이어져 문학사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송골매를 최대한 정확하게 그려내려는 베이커의 문체는 탐미적이면서 과학적이고, 냉혹하면서도 아름답다. 또한 인간과 자연 어디에도 초점을 두지 않고 같은 선상에서 묘사하려 한 베이커의 비-인간적인 글쓰기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마주하고, 자연을 사유하게 한다.
이 책은 발간 즉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걸작으로 인정받았고, 출간 이래 반세기가 넘는 동안 영미권에서 자연 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고 있다.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초크, 《언더랜드》의 작가이자 자연주의자인 로버트 맥팔레인, 조류관찰자이자 BBC 라디오 프로듀서인 팀 디 등 많은 이들이 이 책에 찬사를 보냈다. 특히 헤어초크는 이 산문을 조지프 콘래드의 성취와 비견하는 한편, “영화를 찍고자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만 할 책”이라고 추천했다.
출간 후 55년이 지나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송골매를 찾아서》는 저명한 작가와 환경운동가의 서문과 후기, 존 A. 베이커를 소개하는 글, 그리고 베이커의 다른 글 ‘에식스 해안에 관하여’를 추가한 50주년 기념판을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은 자연을 가장 아름다운 문체로 느끼고자 하는 이에게 그 어떤 문학과도 비교할 수 없는 올해의 선물이 될 것이다.
저자

존A.베이커

J.A.Baker(1926~1987)
20세기영국에서가장중요한자연문학작가로꼽힌다.영국의시골마을첼름스퍼드에서나고자랐다.송골매의아찔한힘과대담함을독창적이며절제된언어로묘사한첫책이1967년에발표되자,그즉시걸작으로인정받았다.베이커는자기글에서개인적인관점을드러내길거부했던것과마찬가지로,대외적으로사생활노출도극도로꺼렸기때문에그에관해알려진정보는매우적다.평생《송골매를찾아서》와《여름의언덕》두작품만을남겼다.1970년펭귄판《송골매를찾아서》에소개된그의약력은다음과같다.
“존A.베이커는현재40대로아내와함께에식스에서거주하고있다.집에전화를놓지않고,사교를위해외출하는일도거의없다.열일곱살에학교를졸업한뒤,벌목과대영박물관에서책수레를미는일등약열다섯가지의온갖직업을전전했지만어느것도성과가없었다.1965년에직장을그만두고그동안모은돈으로생활하면서,지난10년동안집착해온대상,즉송골매에모든시간을바쳤다.그는송골매이야기를출판사에보내기전에다섯차례고쳐썼다.조류학교육을받은적도,이전에책을출간한적도없었지만,1967년에출간되었을때《송골매를찾아서》는서정적인산문으로열광적인서평과찬사를받았다.그해말베이커는저명한더프쿠퍼상을받았다.두번째책《여름의언덕》은1969년에출간되었고,마찬가지로평단의광범위한찬사를받았다.”

목차

서문_마크코커
존A.베이커에관하여_존팬쇼

시작
송골매
사냥생활

후기_로버트맥팔레인
에식스해안에관하여
감사인사

출판사 서평

“나는10년동안송골매를추적했다.나는송골매에사로잡혔다.나에게송골매는하나의성배였다.”
읽는이를전율케하는,어떤집착의기록

1954년부터1964년까지10년동안,에식스출신의존앨릭베이커라는사무직노동자는자신이사는주의전역에서사냥을하는송골매들을추적했다.근시에관절염을앓던베이커는자전거와도보로송골매를뒤쫓으면서,송골매들이목욕을하고,날고,급강하하고,죽이고,앉아서쉬는모든모습을쌍안경으로관찰했다.들판에서하루를보내고나면,그는그가살던첼름스퍼드테라스하우스의남는방에틀어박혀일기장에상세하게내용을기록했다.일기를모두합치면원고지1600매가넘는다.그리고1963년부터1966년까지3년동안베이커는그일기를6만단어가조금안되는,황홀하고격정적이며희열에넘치는산문으로짜인한권의책으로압축했다.일기가원석이라면,《송골매를찾아서》는다이아몬드,베이커를거장반열에오르게한작품이자그의데뷔작이다.종종《침묵의봄》과도비견되는이작품이출간55년이지난지금에야한국에최초로소개된다.이책은자연을마주하고쓰고자하는이들에게는넘어야만할산같은작품이라고도할수있다.작가로버트맥팔레인은“우리의문체는베이커의아류였기에,언제나원형에비해허약하고인위적으로느껴졌다”라고말했다.《송골매를찾아서》는나온지50년이넘었지만바로어제쓰인듯느껴진다.작고강렬한이책은출간이후반세기동안송골매의발톱으로우리를단단히사로잡았다.문학적으로뿐아니라작곡가로런스잉글리시,영화감독베르너헤어초크,탐조가이자프로듀서팀디등에이르기까지그에게사로잡힌이들의이름은길게이어진다.
이제이책은섬뜩한예언서로읽힌다.인류세,대량멸종,기술과자연의복잡한관계,암울한생태계,심지어가상현실에대해서까지.고대로마의‘하루스펙스’는제물로바친짐승의내장을살펴보고점을치도록훈련받은사람이었다.내장이제거된새들이곳곳에묘사되고,예견과추적에사로잡혀있는베이커의책은살해와예언에대한글이며,피와내장으로미래를점치는글이다.그의책은우리의현재를예고했으며,이책에드러난혜안은아직다고갈되지않았다.

“인간특유의수상하고괴이한행동을피하고,두려워하는법을배워라.”
송골매라는‘신’을마주하는구도자의문체!

이책은문학사에서유사한작품을발견할수없는특이한책이다.자연속에서,송골매를관찰하며,농약가루가몸속에서서히퍼져,벌러덩누워서마지막경련을일으키며미친듯이허공을움켜쥐다가,쇠약해져서말라죽어가는송골매를그리며,사라져가는황무지를말하지만,딱히‘녹색’문학은아니다.송골매라는자연의신을완전히마주하려는강렬한,강박적인집착과욕망에서비롯한집착의기록이다.“송골매에게인식되고인정받으려면,같은옷을입고,같은길을지나며,같은순서로행동해야한다”라는문장에서알수있듯,그는송골매를《모비딕》의흰고래와마찬가지로겸허하게마주해야하는대상으로본다.다만에이허브가흰고래를정복하려한것과다르게베이커는송골매라는절대자를마주하려면“인간특유의수상하고괴이한행동을피하고,농장의적의가득한눈동자앞에몸을움츠려라.두려워하는법을배워라.두려움을공유하면가장강력한유대감이형성된다”라고이야기한다.“이번겨울나는그가가는곳마다따라다닐것이다.나는사냥생활이주는두려움,무한한기쁨,지루함을그와함께할것”이라는각오에서그런태도가드러난다.
잉글랜드에식스지방의자연풍경을있는그대로마주하면서자연에복종하고,자연이안기는고통을감내하려는것이《송골매를찾아서》의미학이라고할수있다.이책의후기를쓴맥팔레인은이책을“새를관찰하는책이아니라,새가될수있는것에관한책”이라고말한적있다(13년뒤에는“새가되는데실패하는것”에관한책이라고말하지만).이말만큼이책의핵심을잘요약하는문장은없을것이다.그는“매가발견되면,탐사자는이전까지찾아헤매고기다리면서겪었던그모든지루함과고통을사랑스럽게되돌아볼수있다.폐허가된사원의부러진기둥들이별안간고대의장엄함을되찾듯이,모든것이바뀌는것이다”라고말한다.작가가보는모든것이바뀌는경험을독자도따라가면서자연을마주하는태도자체를되돌아볼것이다.
이책은얼핏송골매를발견하려는여정으로보이나,실은자연이라는신을이해하고자하는시도에더욱가깝다.이책의여정이이토록아름다운것은작가가구도자의자세로글을쓰고있어서다.베이커의글쓰기를하나의문장으로요약할수있다면,“무엇보다가장보기어려운것은실제로존재하는것”이라는문장을예로들수있을것이다.베이커는우리가오감과이성을통해인식할수있는관념이아니라그너머의실체를겨냥한다.즉,송골매라는신,송골매라는물자체에도달하려는불가능한초월적인식에도전한다.따라서베이커의글은단순히매를관찰하고환경을고찰하는조류탐사기가아니다.오히려그는그러한고찰에철저히무심해보인다.그는작곡가잉글리시가“유령같은서술자”라고설명한것처럼,자신의개성이나개인적인관점을드러내려하지않는다.1962~63년으로짐작할수있는시기인데도이글을쓴연도를한번도언급하지않는다.무시간성속에서자연의영원성을느끼게하려는듯,작가는과거에도미래에도영원히미지로남을자연을다룬다.

우아하고잔인하고장엄하다!페이지를넘길때마다만나는빼어난문장들
베이커는과감한은유,독창적인문장구조를통해공감각으로자연을그려내고자한다.형용사와명사를비틀어만든동사,초현실적인직유법,불타오르는듯한부사가그만의문체를만든다.그의문장속에서,부리가노란수컷검은지빠귀는“입에바나나를문정신나간작은청교도같”고,겨울들판에서죽은산비둘기는“브로콜리처럼자줏빛과잿빛으로빛”나며,쇠부엉이네마리는“공기를잠재”운다.쏙독새의노래는“으깬포도와아몬드그리고짙은숲의냄새가날것이다.”
한편자연을낭만화하기보다는“법의학적인관심”을드러내는묘사가두드러지며이는탐미적으로까지느껴진다.이런묘사에서작가는그간문학에서가정된인간과자연사이의위계질서를무너뜨리려한다.인간의이성으로는자연의질서를절대파악하지못하리라는작가의신념이가장드러나는면이기도하다.이는송골매가다른새를죽이는것을묘사하는장면에서드러난다.매가다른새를죽이는장면들에드러나는잔혹성은송골매를아름답기보다는냉혹한살인기계로보이게한다.베이커의문체는자연에서인간이상실한무언가를보고자하는낭만주의적인태도와는확연히다르며,신을마주하고자하는구도자의문체에가깝다.자연이라는신이인간에게가하는폭력과냉혹함,부조리까지감내하면서자연과인간의사이에서실존적인의식을드러낸다.인류세에서자연을행위자로보려는시도,자연을상실한이상향으로보려는시도들이차츰생겨나고있으나,50년도더된이책은그러한문제의식을훨씬앞선다.초점을인간과자연어디에도두지않고,그저모든것을같은선상에서묘사하려는베이커의비-인간적인글쓰기는우리가있는그대로의자연을마주하고,자연을사유하게한다.
무엇보다이책은지금껏우리가마주할수없던고유한문학적체험을느끼게한다.이글은생생한이미지와감각오직아름다움만을탐하는문체의향연으로이루어진세계로우리를초대한다.문장을하나하나따라가면그끝에는진정아름다운자연의세계가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