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의 칸트 (우주정치적 철학픽션)

외계의 칸트 (우주정치적 철학픽션)

$18.08
Description
칸트와 카를 슈미트, 철학사의 두 거목이 외계인을 언급했다고?
칸트의 세계시민주의와 슈미트의 노모스를 철학픽션으로 해독하는 독보적인 철학서
이 책은 독일 정치철학의 두 거목, 칸트와 카를 슈미트의 저서에 외계인에 관한 논의가 있다는 다소 자극적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저자는 자칫 미심쩍은 가십으로 오해받을 위험을 무릅쓰고, 두 철학자가 외계인을 언급한 이유가 무엇일까를 깊숙이 파고든다. 저자는 이들이 인간 및 지구 중심주의를 넘어선 보편적 사유를 전개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허구적 가설로서 외계인의 존재를 저작 곳곳에서 소환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를 SF에 빗대 ‘철학픽션’(philosofiction)이라 명명한다.
페테르 센디는 기후위기와 전쟁, 세계화와 난민 문제 등 현대의 지정학을 사유하는 우회로로 ‘완전한 타자’로서의 외계인의 관점이 필요함을 역설하면서, 퐁트넬의 《세계의 복수성에 대한 대화》를 비롯한 SF적인 텍스트 및 SF 영화의 고전들을 훑으며 우주정치의 새로운 지평을 모색하려 한다. 칸트의 《판단력 비판》과 슈미트의 《대지의 노모스》를 비롯한 두 철학자의 주요 저작들에 대한 독특한 입문서로 읽을 수도 있는 이 책은, 미학과 정치철학, SF 문학과 영화를 넘나드는 넓은 스펙트럼으로, 외계인의 정치적 함의를 치열하게 사유해보고 싶은 인문서 독자뿐만 아니라 SF 마니아들에게도 흥미진진한 지적 도전이 될 것이다.
저자

페테르센디

PeterSzendy
1966년프랑스파리에서태어났다.철학자이자음악이론가,브라운대학교비교문학과인문학과교수.파리10대학교(낭테르대학)에서철학과미학을가르쳤으며,뉴욕대학교와프린스턴대학교에서객원교수를지냈다.필하모니드파리의콘서트프로그램음악자문위원이기도하다.
저서로《쥬크박스의철학‐히트곡Tubes:Laphilosophiedanslejuke-box》,《종말-영화L’Apocalypse-cinéma.2012etautresfinsdumonde》,《환상의몸Membresfantômes》,《듣기,우리귀에대한이야기Écoute,unehistoiredenosoreilles》,《리바이어던의예언:멜빌따라읽기LesProphétiesdutexte-Léviathan:LireselonMelville》,《엿듣기:스파이의미학Surécoute.Esthétiquedel’espionnage》등이있다.

목차

약간의관광
1장별들의전쟁
2장외계의칸트
3장코스메티크와코스모폴리티크
4장무중력상태에서(감각적인것의아르키메데스점)

출판사 서평

인간의관점이아닌외계인의눈으로보는세계혹은철학
파리10대학(낭테르대학)에서철학과미학을가르치고있는페테르센디는《주크박스의철학-히트곡》,《엿듣기:스파이의미학》등매번대중문화와철학을넘나드는파격적인소재를다루는철학서를내기로유명하다.그가다루는소재들은철학이다루는대상으로는사소하다못해부적절해보이기까지하지만,히트곡이나스파이영화속의엿듣기행위가왜철학적인지를설명해내는그의글쓰기방식은몽테뉴에서시작한프랑스철학특유의에세이적글쓰기를계승한것이다.소재주의에빠지지않고,재치있는문체와깊이있으면서도독창적인논증으로독자를설득해내는그의공력은눈여겨볼만하다.《외계의칸트:우주정치적철학픽션》도마찬가지다.‘칸트’와‘외계’,‘우주정치’,‘철학픽션’이라는기묘한조합으로,독자들을예상치못한곳으로이끈다.

이책은저자가“어느화창한날칸트를읽다가화성인또는금성인을거의손으로만질수있을만큼자세하게묘사”하고“심지어다른행성에사는존재에대한일종의비교이론혹은분류,말하자면합리적외계인론을제안하는데까지나아”가는대목을발견하는장면으로시작한다.자신을매료하는이발견을넘어,저자는이런궁금함에이른다.“칸트는무엇때문에우리지구인들에게알려지지않은생명체를생각하게되었을까?”

저자는사실철학사에서외계인을다루려는시도들이꾸준히존재했으나,헤겔의《자연철학》이후로중단되었으며그리하여서구철학은인간및지구중심주의로귀결되었다고진단한다.센디가보기에외계인에대한상상은칸트에게필연적인것이었다.칸트의시대에근대적의미의국민국가가형성되고인류라는공통주관으로서의주체개념이정립되면서,인간과지구를보편적이고총체적으로사유하기위한허구적외부로서의외계의거주자가요청될수밖에없었던것이다.카를슈미트의‘노모스’개념에서우주가요구되는논리또한마찬가지이다.공간의원초적취득과분배를의미하는노모스가성립하기위해서는취득되지않은공간,즉절대적으로자유로운외부공간이전제되어야한다.대지에대해바다가,유럽에대해미대륙이자유로운공간으로서노모스의존립을받쳐주었듯이,지구에대해서는우주가그러한역할을떠안을수밖에없다.

페테르센디가칸트의외계인과슈미트의‘우주해적’,‘우주파르티잔’이야기에매혹된이유는이들의사유가오늘날세계화라불리는이슈와,생태및난민문제,인공위성과우주여행을비롯한우주의지배와분배문제등우주정치적쟁점들과구조적으로연결된다고보기때문이다.

별들의전쟁과새로운노모스
칸트의《판단력비판》을우주정치적으로해독하는책의본론에들어가기에앞서센디는카를슈미트의노모스개념,즉최초의공간취득과분배를통한원초적질서확립이라는개념을도래할,아니이미진행된우주공간의분할과지배라는새로운전망속에서살펴본다.즉지구의노모스에서우주의노모스로지평을넓혀우주와외계인을정치적인사유의장소와대상으로삼으려는정초작업을한다.“빈공간이없으면움직임도없다.자유로운공간없이는어떠한법도있을수없다.…자유는이동의자유이지,그밖의어떤자유도없다.더는외국은없고자국만있는세계,개척되지않은길이더는없는세계란얼마나끔찍한가”라고했을때그는오늘날세계화된지구,더이상빈공간이없는지구를말하고있는셈이다.적과동지의구별을정치적인것의핵심으로본슈미트는여기서정치의종말을본다.세계화가완성된지구에서정치는경제에봉사하는세계경찰에의해해체될것이다.“하나의전체로바라본인류그자체는이행성에적이없다.”

그러나1962년출간된《파르티잔론》에서그는땅을벗어난‘우주파르티잔’을통해세계화이후의정치의가능성을모색한다.“기술적진보는우주공간으로의항해를가능케하고그에따라동시에정치적정복을위해무한히새로운도전이열린다.그새로운공간은인간에의해취득될수있고또취득되지않으면안되기때문이다.…그렇게된다면…유명한우주비행사들은우주해적,어쩌면우주파르티잔으로변모할기회가생길지모른다.”

인류의다음번새로운노모스를형성하게해줄우주의텅빈공간을발견한뒤센디는“이미우주선이되어버린‘우리가거주하는지구자체’의닻을올릴준비”를마치고는,세계시민주의와‘영구평화론’을기획하는칸트의외계인에대한성찰로넘어간다.

왜없겠는가?
완전한타자에대한철학픽션
센디는‘왜없겠는가?’라는부정의문문을통해칸트의외계인을불러들인다.먼저칸트의초기작《천체이론》에서중기작《판단력비판》을거쳐후기작《실용적관점에서본인간학》에이르기까지어떻게외계생명체에대한질문이고집스럽게,반복해서,책들곳곳에은유로,각주로,사고실험으로나타나는지를소개하며,외계인이칸트의저작을관통하는심오한논리와연결되어있다고주장한다.예를들어《인간학》에서칸트는속내를감추는인간과달리“다른행성에는소리내어생각할수밖에없는이성적존재”가있을수있다고상상하고는“이러한타자의행동은우리인류의행동과어떻게다를까?”질문한다.《순수이성비판》에서는“적어도우리가보는행성중일부에거주자가있는지아닌지를어떤경험을통해결정할수있다면,나는여기에전재산을걸것이다.”라고외계인의존재를확신하고있다.《판단력비판》에는나이트샤말란의영화〈싸인〉을상기시키는,사람이살지않는곳에그려진의심스러운기하학도형을마주하며“그어떤자연적원인도…이러한현상을불러일으킬수없을것”이며,“이성만이부여할수있는개념”의결과가저편에있음을주장하며현대의SF영화와의장르적유사성을보여주기도한다.

센디는이것을칸트의사유체계에서‘관점’이라고불리는것과마주할때요구되는어떤것,즉인간을지구중심주의에서벗어나공정하고보편적인시각에서되짚어보게만드는철학픽션의형태로나타나는것으로해석한다.보편적존재로서의인간이무엇인지정의하려면인간바깥의존재를상정해야하기에,칸트가SF작가처럼사유실험으로외계인을그의철학에도입했다고보는것이다.센디는자크데리다의용어를빌려이를‘완전한타자’의관점이라부른다.이책의압권은센디가칸트의미학과정치학을완전한타자로서의외계인이라는개념으로이으면서이둘을하나로묶는장면,특히《판단력비판》의숭고개념을우주정치적으로독해하는부분이다.

센디는아름다움에관한‘사심없는취미판단’을정의하는《판단력비판》의유명하고중요한단락(§2)에서나타나는로빈슨크루소의관점에서시작하여보편적인것을향해나아가는칸트의사유를추적한다.순수한미에대한판단이대상에대한관심에서독립적이어야한다는,즉욕망에서고립된일종의무인도여야한다는조건을세운뒤,칸트는미에대한관심이오직‘사회’에서만나타난다는이중성을통해판단주체의관점을범세계적차원으로확장한기반을마련한다.

칸트에게취미판단은객관적보편성이요구되는지적판단과달리주관적보편성에의요구,모두(alle)에게가아니라누구나각자(jedermann),각각의타인들(jedesandern)에게타당해야한다.판단력의규범,즉어떤판단이보편적이라고말해질수있으려면,각각의타자의관점을취해야한다.센디는칸트의이‘각각의타자’를‘다른모든인간’으로해석하는통속적인번역에대해의문을던지며,이를외계의이성적존재를포함하는‘완전한타자’로해석할것을촉구한다.보편적관점의문제는더이상지구와인간이라는제한된영역에국한될수없다.범세계적시선을획득하기위해요구되는것은“인류를외계라는경계로부터사유할필요성이다”(148쪽).“판단력비판의주관적보편성과《보편사의이념》의범세계주의를결합하는쐐기가《천체이론》의우주적시각에있”으며,“마치취미판단이지향하는근거위의각각의사람들모두가인류자체를포함할수있으려면외계의지구들에거주하는완전한타자들을통한우주론적우회를통해야만하는것같다”(149쪽).

감각적인것의우주정치적분할
센디의독창적인관점은,칸트의정치철학과미학이어떻게〈신체강탈자의침입〉〈화성인지구정복〉〈우주전쟁〉〈아엘리타〉같은SF소설및영화속에서재현되는지,또한데리다와랑시에르등현대의철학자들에게이어지는지보여주는데서빛을발한다.특히센디는“칸트가시나리오를썼다고해도좋을만한”미래주의코미디영화〈맨인블랙〉의분석에서엄청난내공을보여주는데,주인공제이가우주경찰이되기위해익명의검은옷을입은남자가되는것을‘보편적인관점을얻기위해행성에고정된속지주의를넘어,지구의땅과기반을넘어우주적범세계주의로나아가는것으로해석한다.또한우리가외계인의존재를알아서는안되고,본것을기억해서도안되는설정을랑시에르의감각적인것의분배로해석한다.단,이것은감각적인것의우주론적분할로서,랑시에르가단순히감각적인것의“인류및지구중심적분배로묘사했던것을앞서거나넘어선다”라고분석한다.

도대체왜지금우리가칸트의외계인에관심을가져야할까?그것은전지구적세계화와생태위기와난민문제와세계전쟁의위기속에서왜지금우리에게인간과지구의시각을넘어선보편적관점,우주적관점,결국신의관점이긴급하게요구되는지를묻는것이다.센디가칸트의외계인에게서발견한것은포스트휴머니즘과신유물론등인간중심주의를넘어서려는사상계의거대한흐름과맥을같이하는것으로,칸트의정치철학과미학을재고하는것이새로운관점형성에하나의출발점이될수있다고센디는믿는듯하다.어느서평가의말처럼“당신이지젝을좋아한다면이책도좋아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