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

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

$29.75
Description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를 탄생시킨 첫 저작
‘악의 평범성’을 말한 철학자의 출발점이자 도착점, ‘사랑’
《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현대 정치철학의 거장 한나 아렌트의 박사학위논문으로, 철학자로서의 그가 쓴 최초의 저작이다. 아렌트 정치철학의 기원인 동시에 그 종착지로 인도하고 있다. 이는 후일 지적 원숙기에 들어선 그가, 이 논문의 출판을 준비하며 자신의 더욱 발전한 사유를 반영하는 수정을 진행해서만은 아니다. 이 논문의 핵심적인 주제 ‘이웃사랑’은 후기 저작의 주요 화두인 ‘세계사랑’의 원형이라고 할 만하다. 더 나아가 ‘사람들이 함께 구성하는 “세계”’로서의 공영역이라는, 그의 정치철학에서 중추를 이루는 개념이 이 논문에서 그 싹을 틔우고 있다. 또한 여기서 다룬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자유의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마지막 저작 《정신의 삶》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데서도, 이 저작이 아렌트의 전체 “사유의 맥”의 맨 처음과 맨 끝을 잇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존재감을 지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아렌트 초기 사유와 후기 사유가 접하는 지점을 만나볼 수 있어 중요하고 의미 깊은 저작임에도 아렌트 본인의 수정 작업 중단 이후 거의 잊히다시피 했던 박사학위논문을, 아렌트 사후 20년이 지나 그의 제자였던 조애나 스코트와 주디스 스타크가 원본과 수정본 등을 정리하여 엮고 자신들의 해설을 더해 한 권의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2013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바 있으나 절판되었던 이 책이, 기존 번역자인 서유경 교수의 한층 정확하고 세심해진 번역으로 독자들과 새롭게 만나게 되었다. 아렌트의 기존 독자들에게는 물론이고 아렌트의 사유 세계에 첫발을 들이려는 사람에게도 반가운 책이 될 것이다.
저자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20세기 정치사상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중 하나인 작가, 평론가, 그리고 철학자. 1906년 독일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칸트의 고장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자랐고 대학에서 하이데거와 야스퍼스를 사사했다. 1929년 논문 〈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로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33년 나치 정권을 피해 파리로 망명해서 벤야민 등 다른 유대 망명 지식인들과 교류하며 유대인 운동에 참여했다. 1941년 미국으로 두 번째 망명 후 뉴스쿨, 버클리 대학, 프린스턴 대학, 시카고 대학 등에서 강의하고 연구했다. 《전체주의의 기원》, 《인간의 조건》, 《과거와 미래 사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혁명론》,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등 다수의 저작을 발표했다. 1975년 심근경색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때 집필 중이던 《정신의 삶》은 사후 출간된다. 이후에도 뉴욕 소재의 한나 아렌트 센터에서 《책임과 판단》 등 유고 저술들이 출간되었다.

목차

옮긴이의 글

서문 | 《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재발견
감사의 말

_ 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
서론
1부 갈망으로서의 사랑: 예견된 미래1. 갈망의 구조2. 자애와 탐욕3. 사랑의 질서 체계
2부 창조주와 피조물: 기억된 과거1. 기원2. 자애와 탐욕3. 이웃에 대한 사랑
3부 사회적 삶

_ 한나 아렌트의 재발견1. 서론: 새로운 시발점들2. 사유의 맥들3. 하이데거: 과거와 미래 사이의 아렌트4. 야스퍼스: 아렌트와 엑시스텐츠철학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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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929년, 만 23세의 젊은 여성 철학도 한나 아렌트는 자신의 박사학위논문 〈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를 완성한다. 다분히 신학적이고 고전적인 주제를, 당시 유럽 철학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흐름이었던 현상학과 실존주의의 방법론으로 탐구한 이 논문은 아렌트가 공식적으로 학문의 장에 내보인 첫 저작이었다. 당시의 학계에서는 다소 파격적인 시도였던 만큼 이 논문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으나, 주목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명민하고 빛나는 지성을 갖춘 신인의 등장이라는 사실만큼은 다들 공통적으로 인정했다.

30년 뒤, 그때 그 유망 신인이었던 아렌트는 완연히 명망 높은 정치철학자로 자리매김하여 《인간의 조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등 자신의 주요 저술들을 왕성하게 집필하는 지적 전성기에 있었다. 바로 이 시기, 그는 자신이 젊은 시절 쓴 그 논문, 철학자로서의 자신을 탄생시킨 그 논문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논문에 자신의 성숙해진 사유들을 옮기는 수정 작업에 매달린다. 마치 자기 사유 여정의 출발점이 그 도착점까지 품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듯이.

유감스럽게도 여러 이유로 생전의 아렌트 스스로는 그 작업을 매듭짓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박사학위논문은 그가 제시한 주요 정치철학적 개념들을 함축하고 있어 여러모로 중요한 저작이다. 이 저작에서 아렌트는 초기 기독교의 교리 확립에 큰 영향을 미친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제시한 ‘사랑’ 개념을 자신 나름의 철학적 관점에서 탐구하고 재해석하여, 그 개념이 현대 정치철학의 맥락에 놓일 때 던지는 의미와 시사점을 길어낸다. 이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고 의미 깊을 뿐 아니라 그 순도 높은 추상성에서 어떤 아름다움까지 느낄 수 있는 저작이지만, 현대의 아렌트 독자 및 연구자들에게는 더욱 각별한 텍스트가 될 것이다.

첫째로는 이 논문이 아렌트가 던지는, 이제 더 이상 ‘학생’이 아닌 한 사람의 독립적인 학자로서의 출사표였다는 점이다. 이 저작에서는 그의 두 스승 하이데거와 야스퍼스의 짙은 영향을 알아볼 수 있는 동시에 그가 스승들에게서 배운 바를 가지고 어떻게 ‘청출어람’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사유 세계를 정립해 나갔는지를 추적할 수 있다. 둘째로 원숙기의 아렌트가 당시 자신의 사유를 이 논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하려 시도한 덕분에 이 저작에서 아렌트 “사유의 맥”의 처음과 끝, 그 전체 윤곽을 조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세계’, ‘탄생성’의 원형을 여기서 찾아볼 수 있으며, 이 논문의 주요 화두 중 하나인 ‘이웃사랑’은 그가 ‘인간이 공적 세계에 대하여 가져야 할 삶의 태도’로 역설했던 바와 맞닿아 있다.

이처럼 다층적인 중요성을 지닌 저작임에도 〈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아렌트 연구의 장에서는 오래도록 존재감이 희미한 텍스트에 머물러 있었으나, 아렌트 사후 20년이 지나서 그의 제자들인 조애나 스코트와 주디스 스타크가 이 박사학위논문이 아렌트 사유 여정에서 지니는 중요성에 주목했다. 그들은 이 논문의 원본과 아렌트의 수정본 등 여러 형태의 원고를 꼼꼼히 정리하고 자신들의 상세하고 방대한 해설을 덧붙여 펴냈다. 그리하여 1996년, 아렌트의 박사학위논문은 드디어 한 권의 완성된 단행본 《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라는 책이 되어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2013년 한국에 번역 및 소개되었으나 아쉽게도 절판되었던 이 책이 2022년, 이제 다시 한층 세심하고 정확해진 번역으로 국내 독자들을 만난다. 아렌트 특유의 문장이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원서의 편저자들은 물론이고 한국어판의 번역자이자 국내 아렌트 연구의 권위자 중 한 명인 서유경 교수의 해설이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그리하여 이 책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전히 인기 높은 철학자 아렌트의 사유 세계에 첫발을 내디디려는 독자에게는 도전적인 입문서가 될 것이고, 또 아렌트의 기존 독자나 연구자들에게는 아렌트의 사유세계를 다시금 새로이 보게 하는 또 하나의 필독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