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행성의 먼지 속에서

이 행성의 먼지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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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철학과 공포의 관계를 탐구하는 ‘철학의 공포’ 연작 제1권
세계는 갈수록 사유 불가능해져 간다. 범지구적 재난, 유행병 출현, 지각변동, 이상기후, 기름 덮인 바다 풍경, 은밀하지만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멸종 위협 등으로 가득한 세계.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일부로서 살아가는 세계를 이해하기는 나날이 어려워진다. 세계를 이해하는 우리 능력의 절대적 한계에 맞닥뜨리는 것, 언젠가부터 이런 관념은 공포 장르의 핵심 모티프가 되었다. 유진 새커는 ‘사유 불가능한 세계’라는 모티프를 통해 철학과 공포의 관계, 즉 다양한 인접 분야(악마학, 오컬티즘, 신비주의)와 겹치는 철학이 소설, 영화, 만화, 음악, 기타 미디어에서 나타나는 초자연적 공포 장르와 맺는 관계를 탐구한다.
새커의 《이 행성의 먼지 속에서》는 그간 철학이 공포를 다루었던 방식, 예컨대 문학과 영화 등에서 엄밀한 형식적 체계로, 인간적 두려움으로 제시되는 공포를 주제로 하는 한낱 ‘공포의 철학’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한다. 반대로 철학이 사유 자체의 한계에 부딪치는 순간, 예컨대 우리가 사는 세계나 지구가 아닌, 우리-없는-세계, 즉 행성을 직면할 때 드러나는 한계를 공포로 규정하며, 철학이 비철학적 언어로만 표현할 수 있는 저 사유 불가능성의 사유를 철학 그 자체로 다루는 자신의 시도를 ‘철학의 공포’로 명명한다. 새커는 비인격적이고 무심한 우리-없는-세계를 철학적으로 사유하려는 비철학적 시도를 통해 인간적 관점의 틀 내에서만 규정되어온 사유의 대안을 모색하려 한다.
저자

유진새커

EugeneThacker
미국의철학자,미디어이론가,시인.뉴욕의뉴스쿨TheNewSchool미디어학과교수로있다.지난20년동안유진새커는철학적허무주의와비관주의뿐만아니라동시대의사변적실재론과붕괴학연구로학계이론가와문화계실무자들의관심과상상력을사로잡았다.그의독특한사유는쇼펜하우어,니체,시오랑,키르케고르,마인랜더,파스칼,우나무노,에크하르트등비관주의사상가들에게서영감을받았다.비관주의,악마학,신비주의,허무주의의매력을풍기는새커의작업은생명정치,네트워크문화및멸종등철학과문화이론을둘러싼중요한질문들을제기한다.저서로는‘철학의공포’연작《이행성의먼지속에서IntheDustofThisPlanet》(2011),《생각하는별들의시체StarrySpeculativeCorpse》(2015),《밤보다긴촉수TentaclesLongerThanNight》(2015)와,《삶을위한이상AnIdealforLiving》(2000),《사후의생AfterLife》(2010),《우주적비관주의CosmicPessimism》(2016),《무한한후퇴InfiniteResignation》(2018),《세계의고통에대하여OntheSufferingoftheWorld》(2020)등이있다.

목차

서문-무지의구름
Ⅰ.악마학에관한세질문
Ⅱ.오컬트철학에관한여섯강독
Ⅲ.신학의공포에관한아홉토론
“검은촉수형진공의저조파속삭임”
미주

출판사 서평

공포와철학에대한매혹적인사유
무한한공간의영원한침묵속에서파스칼은전율을느꼈고,우리에게무관심하고냉담한우주에직면하여카뮈가부조리를느꼈다면,유진새커는‘우리-없는-세계’,즉인간이멸종하고행성들만남게될우주를상상하며공포를느낀다.사실공포만큼지금우리가발디디고있는세계를잘설명할수있는키워드는없다.여전히전지구적유행병이기승을부리고있고,기후위기는우리가거주하고있는행성을송두리째뒤흔들고있으며,하루가다르게멸종의소식이전해진다.
철학자유진새커의《이행성의먼지속에서》는철학이공포를만나는장소로서의세계를사유하는독특한책으로,10여년전에출간되어영어권의대중문화계에상당한파문을일으킨바있다.국내에서도인기를끈HBO드라마〈트루디텍티브〉의각본가닉피졸라토가이책을자신의허무주의적드라마의주요레퍼런스로언급하면서인기를끌었고,비욘세의남편이자유명래퍼인Jay-Z가책의제목인‘IntheDustofThisPlanet’을등에새긴가죽재킷을입고뮤직비디오에나와화제가되기도했으며,〈폭스뉴스〉진행자이자보수논객글렌벡이허무주의를멋지게포장한다는이유로이책을비판하며논란을일으켰다.
당연히철학과문화비평사이의넓은스펙트럼을가진매혹적인이책은기독교근본주의성향의전직〈폭스뉴스〉진행자가오독했듯이허무주의의미덕을옹호하는일차원적인내용과는거리가멀다.오컬트,블랙메탈,악마학,신비주의,마녀론,실존주의,불교철학및호러문학을두루섭렵하는이몽환적에세이에서새커가추구하는목표는인간사유의한계에대한사유이며,더정확히는사유불가능한세계에직면했을때나타나는공포가드러내는것이무엇인지를탐구하는것이다.아울러온갖문헌과자료를연결하며독창적인관점을추출하는유진새커의글쓰기는그의사유만큼이나매혹적이다.중세의마녀학,현대의블랙메탈과〈엑소시스트〉등호러영화,이토준지의만화《소용돌이》,일본의선불교까지동서고금의호러를섭렵하는과정을따라가는재미도쏠쏠하다.

공포의철학이아니라철학의공포
새커는먼저자신의관심사가문학과영화등에서한낱인간적두려움으로제시되는공포를주제로하는‘공포의철학’이아님을분명히한다.그가말하는공포는인간의사유의한계에직면하여사유불가능한것을사유하려할때나타나는어떤것이다.예컨대기후위기와전염병,대량멸종사태등으로점점가시화되는‘우리-없는-세계’,즉더이상지구가아닌것으로나타나는‘행성’에대한사유를들수있다.그가굳이“철학이비철학적언어로만표명할수있는저사유불가능성의사유”를추구하는까닭은무엇일까?그것은“범지구적재난,유행병출현,지각변동,이상기후,기름덮인바다풍경,은밀하지만언제나도사리고있는멸종위협등으로가득한세계”속에서철학이인간중심적세계관의틀바깥에서사유할필요성이절박해졌기때문이다.
인류의역사적종말을우려하는목소리가높아지는오늘의세계는카뮈가말한인간에게무관심하고냉담한우주를넘어인간혐오적으로나타나기까지한다.이러한비인간적세계의문제를사유하기위해서는기존의철학적세계관이빠져있던인간중심적이해의틀바깥에서사유할필요가있다는것이새커의문제의식이다.이를위해인간과생명이사라진별들의시체로서의‘행성’적관점을끌어들이고,인간과비인간의경계로서의악마,마녀,검은촉수의괴물을탐구하는그의시도는,인간을지구중심주의에서벗어나공정하고보편적인시각에서정의하기위해외계인의관점을끌어들이며SF를탐구한바있는페테르센디의《외계의칸트》를떠올리게한다.
2011년에나온이책은지금우리에게더욱시급해진철학적사유를담고있다.유행병과기후위기를우주적공포로해석하면서인간중심주의에서벗어나사유할것을촉구하는이책은철학적비관주의에관심이있는인문서독자뿐만아니라,호러장르를창작하거나연구하고싶은이들에게도,호러를깊숙이알고즐기고싶은사람들에게도훌륭한책이다.또한문학을비판적인관점으로읽으려하거나,문학으로자기사유를만들고싶은사람들에게도이책은공포를사유하는훌륭한길잡이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