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아

쇼아

$20.39
Description
20세기의 가장 무거운 악에 대한 ‘기억의 기록’
가장 위대한 다큐멘터리〈쇼아〉를 책으로 만나다
1985년 유대계 프랑스인 영화감독 클로드 란츠만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전 세계의 관점을 바꿀 장장 9시간 26분의 다큐멘터리 〈쇼아〉를 세상에 내놓는다. ‘쇼아(Shoah)’는 ‘재앙, 참사’라는 뜻의 히브리어로, 유대인들이 영어권에서 쓰는 홀로코스트라는 용어를 거부하고 나치의 학살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학살 장면의 직접적 재현을 ‘트라우마적 포르노’라고 배척하는 란츠만 감독은 일체의 과거 영상기록 자료를 쓰지 않고, 오직 생존자, 가해자, 목격자들의 인터뷰만으로 역사적 고통의 ‘재현 불가능성’이라는 문제에 도전한다. 극도로 절제된 형식을 취한 그의 접근 방식은 영화적 재현 윤리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바우만과 랑시에르, 아감벤 등 동시대 철학자들의 정치적, 미학적 논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편 란츠만은 〈쇼아〉의 자막 전문을 활자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 ‘각본’집 《쇼아》는 영상의 보조 역할만 하고 사라지는 자막에 “일종의 영원성”을 부여하여 구술된 기억과 정신적 외상이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도록 하는, 영화와는 다른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 책의 서문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는 게토와 절멸 수용소에 관하여 수많은 증언을 읽었지만 《쇼아》를 읽으며 우리는 그 끔찍한 경험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오늘날 《쇼아》를 읽으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다고 착각했던 ‘홀로코스트’의 이면을 새로운 관점에서 경험하면서, 20세기 가장 어두운 단면에 대한 기억과 재현의 문제에 대해 사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클로드란츠만

ClaudeLanzmann

20세기프랑스의대표지성이자다큐멘터리영화감독,저널리스트,작가.
1925년파리의유대인가정에서태어났다.제2차세계대전당시10대의나이로아버지,형과함께레지스탕스운동에가담했다.전쟁후에는독일튀빙겐대학교에서철학을공부했다.장폴사르트르,시몬드보부아르와함께당시프랑스의지성,문화,정치의장을선도하는잡지《현대LesTempsModernes》의편집자로활동하며철학,정치,문학에관한논설과르포르타주를기고했다.이후잡지사에서기획한이스라엘-팔레스타인연구와출판을계기로영화연출의길을걷기시작해1973년첫번째작품인〈왜이스라엘인가?PourquoiIsrael?〉를제작한다.이후제작에만11년이걸린두번째작품〈쇼아Shoah〉는‘클로드란츠만’이라는이름을전세계적으로알림과동시에다큐멘터리역사에한획을긋는작품이되었다.이후〈차할Tsahal〉,〈빛과어둠LightsandShadows〉,〈카르스키보고서LerapportKarski〉등총10편의다큐멘터리를제작했고,〈쇼아〉에담기지않은네명의생존자들의증언다큐멘터리이자,그의마지막작품이된〈네자매Lesquatresoeurs〉는92살의그가세상을떠나기전날인2018년7월4일에개봉되었다.

목차

|서문|시몬드보부아르
|머리말|

1부
2부

인명색인
|해제|정성일

출판사 서평

20세기의가장무거운악에대한‘기억의기록’
가장위대한다큐멘터리〈쇼아〉를책으로만나다

베를린국제영화제칼리가리상,국제비평가연맹상
로테르담국제영화제최우수다큐멘터리상
영국아카데미영화상플라이어티다큐멘터리상
프랑스세자르영화제명예세자르상
국제다큐멘터리협회IDA상

“홀로코스트는전적으로부적절한이름입니다.”
홀로코스트라는단어앞에서는누구나마음이무거워질수밖에없다.유대인게토,아우슈비츠수용소,가스실등등을떠올리며.그러나〈쇼아〉를접하는순간,시몬드보부아르가고백했듯사실은아무것도알지못했다는것을깨달을것이다.우선홀로코스트라는표현에대해따져봐야겠다.홀로코스트는?‘불에태워신에게바치는희생제물’이라는뜻의그리스어에서비롯된말이다?.란츠만감독은홀로코스트라는말을사용하는것은나치독일을희생제의를집례하는사제로묘사하는것이며,학살당한600만명의유대인을신에게닿기위한제물로간주하는것이라고비판하면서이용어의사용을거부한다.대신재앙이라는뜻을가진‘쇼아’라는히브리어를사용한다.
쇼아의대부분은어두운잿빛하늘이아니라푸르고화창한날,폴란드의농부들이평화롭게농사를짓는일상공간의바로옆장소에서벌어졌다.오랜굶주림으로앙상하게마른열세살소년이발목에쇠사슬을찬채로폴란드의아름다운강가에서독일군찬양군가를부르고,아이는풀어주면안되느냐는폴란드농부의부인에게SS병사가아이도곧부모를따라하늘나라로갈것이라고서슴없이말한다.목격자,생존자,그리고풀려나서인터뷰할정도로가벼운처벌을받은나치가해자들의증언은그어떤영화보다도그공포를머리와마음과몸으로느끼게만든다.

나치의증거인멸로탄생한,영화사에길이남을걸작
1974년클로드란츠만은이스라엘정부로부터유대인학살에관한영화의제작을의뢰받는다.그러나란츠만은곧벽에부딪혀야만했다.증거가부족했기때문이다.수백만유대인이학살당했을것이라고추정되지만,건물로남은것은파괴하다남은아우슈비츠수용소하나뿐이다.수십만명이학살된헤움노절멸수용소는흔적도없이사라졌고,생존해서증언할수있는사람은단두명뿐일정도로나치는철저하게증거를인멸했다.또한인류최악의범죄를어떻게영화로재현할수있는가라는윤리적인문제도걸림돌이었다.란츠만은이난제를해결하기위해11년의시간이필요했다.그리고난제를푼영화는예술의정치성과윤리를논할때가장논쟁적이면서도중요한작품이된동시에다큐멘터리역사에한획을긋는작품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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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증언과현재의풍경만으로쇼아를재현하다
란츠만은과거를직접보여주는자료화면은단한장면도사용하지않고배경음악등의장식적요소도배제한채,현재를살아가는사람으로서과거를회고하는증언자들과의인터뷰,그리고과거학살이있었던장소들의현재풍경만을담았다.한사람의증언이다른사람의증언을이어지면서,연필로소묘를그리듯이쇼아라는거대한참사를9시간26분동안그려나간것이다.
현재의장소들은그런일이벌어졌으리라고는생각할수없을만큼풍경이바뀌어있다.헤움노강가,트레블링카의들판과숲에버려진돌들,수용소를향하던철로등단지몇몇장면만이옛장소를어렴풋이보여줄뿐이다.그러나란츠만은바로그풍경위에증언자들의기억과말을덧입혀과거의모습을다시되살려낸다.결국증언하는이들의목소리와표정,그리고그들이서있는장소를통해과거가완전히폐기되지않고현재로이어지고있음을보여준다.재현될수없는과거의고통이현재를경유해역설적으로재현된것이다.

쇼아신드롬
이영화의독특한영상문법과극도로절제된제작방식은제2차세계대전이후서구지성계및예술계가마주할수밖에없었던윤리적화두,즉유대인학살의‘재현불가능성’에대한란츠만의해법이었다.완전한부재의증명을통해역설적으로쇼아현재의관점에서보도록유도하는것이다.학살장면을직접적이고노골적인방식으로재현하는것을‘트라우마적포르노’라고배척하는란츠만감독은〈쉰들러리스트〉는물론〈인생은아름다워〉와같은영화의재현방식까지도격렬하게거부했다.란츠만에따르면〈쉰들러리스트〉는시각적재현이가진스펙터클과매혹에경도된볼거리에불과하며관객을의도적으로안전한자리에위치시켜쇼아를그저과거에머물게만든다.이후비극을다루는다큐멘터리및영화의제작자들은란츠만의비판과접근방식을의식하고참고하지않을수없게된다.보편적인입장에서적힌역사가아니라,평범한사람의증언을통해은폐되어있던대안적인역사를만든〈쇼아〉는개봉즉시평론가와언론의극찬은물론학계에큰반향을일으켰다.《뉴욕타임스》는이영화가홀로코스트에대한관점을바꿨다고평가했으며,지그문트바우만은물론,자크랑시에르,조르주디디-위베르만,조르조아감벤등은이영화를기반으로정치와미학에대한사유를전개하기도했다.

영원성을보증한‘각본’집,《쇼아》
본래스크린속에서자막은중요한부분을차지하지않는다.그러나란츠만은일종의영원성을보증하기위해자막에또하나의새로운지위를부여했다.자막들뿐아니라영상속에서발화된모든질문과대답들,즉인터뷰어이기도한감독자신의질문과통역을경유한증언자들의구술을,반복되는말버릇이나머뭇거림혹은침묵까지도빼놓지않고활자화했다.란츠만의표현을빌자면“영화속에서는영상이제공되는순서에따라끊어서읽을수밖에없었던일련의순수한순간들을페이지한장한장에기록”한자막들을읽다보면,보부아르가란츠만의영상편집에대해말한“한편의시와같은구조”라고표현이떠오른다.

영화와는또다른체험
글을읽는것은영화를보는것과는아주다른체험이지만,영화〈쇼아〉를거의온전히글로옮긴이책에는기나긴서사시로읽히는,텍스트만이지닌고유한힘이있다.“이런단어를사용해서설명해도될지는모르겠지만”이런그들의목소리하나하나는산문이아니라시적인리듬으로들린다.
독자들은영화와는또다른방식으로쇼아라는과거의심대한비극이그시대를몸으로지나온개개인들에게어떤식으로든남긴심연을‘느낄’수있다.그비인간성혹은고통의기억과재현의문제에대해서,이미영화를접한독자들은보다찬찬히다시한번곱씹어볼수있는계기가될것이며,영화를접하지않은독자들은보다새롭게그리고충격적으로마주할기회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