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문학 서설

환상문학 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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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환상문학 장르를 종합하고 분석한 문학 이론서의 고전
우리 시대의 소설을 이야기할 때 환상이라는 키워드는 이제 절대 빼두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유령과 변신 등 초자연적인 장르 요소를 다루거나 환상 장르의 문법에 영향을 받은 소설의 수가 나날이 늘고 있는 만큼, 문학에서의 환상을 분석하는 작업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츠베탕 토도로프의 《환상문학서설》은 그러한 환상문학을 분석하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고전이다. 이 책은 발자크와 모파상, 고골과 카프카 등의 텍스트를 주된 기반으로 삼아, 18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이르는 시간 동안 서구에 나타나온, 환상적인 것을 다루는 소설들을 분석하면서 환상 장르의 범주를 구획해나간다. 러시아 형식주의의 후계자이면서도 구조주의자인 츠베탕 토도로프는 작품 내부에 고집스럽게 머무른다. 그러면서 연역에 기초한 과학적 방법론을 도입한다는 기조 아래, 작품의 다양한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분석한다. 그럼으로써 환상적인 것의 핵심인 망설임을,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계속 망설이며 자연과 초자연의 경계에 위치하게 만드는 환상문학의 고유성을 규명한다. 더 나아가 토도로프는 환상문학의 사회적 의의를 이야기하며,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독자가 초자연적인 것을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라는 큰 질문을 남긴다.
저자

츠베탕토도로프

TzvetanTodorov

불가리아태생의프랑스철학자,문학이론가,역사학자,사회학자.1939년불가리아의수도소피아에서태어나소피아대학교에서철학을공부했으며,공산당정권을피해1963년프랑스파리로건너가1970년프랑스국가박사학위를받고1973년프랑스국적을취득했다.구조주의의영향아래문예비평을시작한이후,러시아형식주의를프랑스에소개하여동시대문학담론을풍부히하는데기여했으며본저서로문학연구의장에서환상문학의위상을끌어올렸다.1980년대부터는식민주의와홀로코스트문제에비판적관심을두고사상사,기억,타자등의문제로연구지평을넓혔다.이처럼인문학의다양한분야에서펼친왕성한연구와저술을통해세계적지성으로평가받았다.프랑스국립과학연구소CNRS연구원장으로재직했고,하버드대학교,예일대학교,뉴욕대학교등미국유수의대학에서강의했다.《문학이론,러시아형식주의자들의텍스트들Théoriedelalittérature,textesdesformalistesrusses》,《산문의시학Poétiquedelaprose》,《구조주의란무엇인가Qu’est-cequelestructuralisme?》,《아메리카의정복:타자의문제Laconquêtedel’Amérique:laquestiondel’autre》부터2010년대의《전체주의의경험:인간의서명L’expériencetotalitaire:lasignaturehumaine》,《빛의그늘아래있는고야Goyaàl’ombredesLumières》등에이르기까지다방면에걸쳐30여권의저서가있다.2017년2월타계했다.

목차

01문학장르
02환상적인것의정의
03기이장르와경이장르
04시와알레고리
05환상적담론
06환상적인것의테마들:서론
07나의테마들
08너의테마들
09환상적인것의테마들:결론
10문학과환상적인것

역자후기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문학의주변부에머물던환상문학을중심부로이끌어낸문제작
문학에서환상이소재로등장하는것은흔해진일이다.유령과괴수등초자연적인존재,변신,도저히진위를알수없는현대적기담등을예로들수있다.오늘날환상문학은엄연히리얼리즘소설과동등한문학의한갈래로자리잡았다.그러나환상문학이문학연구의장에진입하기까지는꽤오랜시간이걸렸다.지금은주류문학과장르문학의구분이흐릿해진지도오래지만,과거환상문학은주류문학에속하지못하는유사문학paraliterature으로불렸다.이책,츠베탕토도로프의역작《환상문학서설》은환상문학을문학의언저리에서한가운데로끌어낸데에큰공헌을한문학연구서로서,그간쓰인여러환상문학을집대성하고당시유행했던구조주의의흐름아래에서환상문학의미학적가치를설명한것으로유명하다.환상문학이문학장場에서지녀마땅한자리로마침내가게된데이바지한것이물론이책한권만은아니며누보로망등당시의여러새로운문학적흐름때문도있지만,환상문학을하나의장르로규정하고그것을사실주의적소설과동등한층위에서분석하는데에가장결정적인역할을한사람은바로이책의저자츠베탕토도로프라할수있다.
《환상문학서설》은환상문학을중심으로하지만환상문학을분석하는차원에그치지는않는다.그는서사작품들에서의장르구분을제시한노스럽프라이의이론을비판적으로계승해나가면서,문학에서의장르연구가필요함을역설한다.그는일상언어를쓰지않으려는노력아래일상언어와의차이를드러내는문학의기술記述,그리고그러한기술을추상화한이론사이의지속적인왕복사이에서규정되는것이장르라고말한다.다만장르로작품을한정하는것은,그에게는문학을분석하는데에한계를안겨주는것이기도하다.어떠한작품을함부로장르로규정하기가어렵기때문이다.그리하여그는개별의문학작품을장르의범주안으로포섭하는데에조심을기하면서환상문학에접근한다.이러한태도는뒤이어나올환상문학의핵심과도맞물린다.

환상을작동시키는것은기이와경이사이에선독자의망설임이다
츠베탕토도로프가환상적인것을규정하는데에중요하다고생각한조건은독자의망설임이다.독자가환상적인것을작품에서마주한순간,그대상을자연적인것으로해석해야할지,초자연적인것으로해석해야할지망설이게되는것이다.토도로프에따르면“환상적인것은망설임의시간만큼만지속”된다.이때망설임은독자와작중중심인물에게공통된것으로,이둘은자신이지각하는것이통상적으로인식되는모습그대로의현실영역에속하는지아닌지판단해야만한다.이는독자가이를어떠한장르로수용할지의문제로이어진다.토도로프는텍스트를시적인것이나알레고리적인것으로해석하기를거부하고,애매한비전vision을느껴야하는것이환상문학장르의고유한특성이라고이야기한다.망설임을중심으로한이책은우리가설명불가능한것의출현을어떻게인식하는지를분석한다.그는기이장르와경이장르라는두장르를구분하고,그경계에있는것을환상으로분류한다.기이장르는끝내설명된채로받아들여지는것,경이장르는끝내설명되지않는채로받아들여지는것이다.토도로프는기이와경이로만수렴되지않는,현재독자의망설임을일으키는것이바로환상적인것이라이야기한다.이러한환상은끝없이독자에의해해석되는“문학의고유한속성”을드러내는것이기도하다.이러한초자연적인것들은현실에서는등장할일이없고,오직문학의언어안에서만드러나면서그것이사실인가를의심하게하기때문이다.
토도로프는또한독자를망설이게하는요소가언어표현적양상,통사적양상,의미작용적양상이라는세층위에서드러난다고보고,이를토대로작품의여러요소가독자의망설임을일으키는메커니즘을분석한다.이는특히의미작용적양상의분석에이르러‘나’의테마와‘너’의테마라는차원으로드러나는데,나의테마는지각체계에서“심적인것과육체적인것의경계가파괴”되고이성과비이성의경계가해체되는것,너의테마는억압된무의식적욕망을드러내는것이다.그리고작품안에서‘나’와‘너’가만나는것은양립불가능한것이양립되는것으로,두테마를모두아우르는것은불가능의가능이다.이지점에서“문학은모든이분법의존재에이의를제기하는것”이라는토도로프의관점을상기하자면,실로환상문학은의미심장하지않을수없다.

환상문학이야말로문학의정수를실현하는문학이기에
그렇다면환상문학이문학과사회에가져오는의미는무엇이며,그것은왜중요한가.책에서토도로프는계속해서초자연적인것,이성으로는해석할수없는것은문학만이드러낼수있음을역설하며이속성을문학의고유한속성이라고까지이야기한다.정신분석학이문학에미친파급효과의의의를인정하면서도,문학에서의환상을너무명확히해명하여탈신비화했음을비판적인시선으로바라보는데에서도흥미롭게드러난다.
토도로프의논의를따라가면,환상문학은단순히문학의장르로만그치는것이아니라불가능성과가능성을동등한위치로양립하게만든다는점에서,불가능성을현실에기입한다는점에서,문학의고유성을드러내는문학이라는인식에마침내이르게된다.토도로프에게문학은“모든언어의본질에내재한존재론을언어내부에서파괴”하고“저너머로건너가는”것이다.논의의말미에서그는블랑쇼를인용하면서,문학은오직자신을불가능하게만드는한에서만가능해질수있는본성을지닌다고말한다.앞서말한것과종합해보면,토도로프는문학의본성이환상문학으로써가장분명하게드러난다고보는셈이다.그런점에서이책을이시대에읽는것은환상문학의의미를규명하는것이상의의미를지닌다.인간바깥의것을사유해야하는지금시대의사유와도더없이적절하게어울린다.인간의지각체계로포착할수없는,불가능한것들이도처에가득해지는지금,환상,혹은우리를둘러싼세계를다시해석하는관점을새로이제공하는이책은독자들에게더욱의미깊게다가설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