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불탈 때

숲이 불탈 때

$18.00
Description
더 이상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재앙, 초대형 산불
우리는 ‘불의 문화’를 되찾아야 한다
오늘날 지구곳곳에서 발생하는 초대형 산불, ‘메가파이어’는 과거의 산불과는 본질적으로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인류가 초래한 기후 변화로 지구는 그 어느 때보다 불에 타기 좋은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메가파이어를 잠재우려면 비 또는 눈이 내리거나, 주변 모든 것을 집어삼킨 불이 스스로 잠들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는 비단 외국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피해 면적이 가장 컸던 상위 세 건의 산불 역시 전부 21세기에 발생했다. 불이 날 시기를 알고, 첨단 장비로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춰도 점점 피해가 커져 가는 실정이다. 이렇듯 전 지구를 휩쓸면서 인간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산산이 부수는 메가파이어는, 우리에게 기어코 무엇을 경고하려는 것일까?

이 책은 산불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나는,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두 가지 관점을 검토한다. 한쪽에는 산업자본주의 논리 아래 자연을 무자비하게 착취하면서 산불을 철저히 통제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쪽에는 ‘본질적 가치’를 지닌 자연을 불가침한 영역으로 여기며, 자연의 소관인 산불을 방임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대립하는 듯한 두 입장은 사실 자연과 인간을 구분 짓는 이분법적 사고를 공고하게 하는 공범이자, 메가파이어라는 재앙을 불러온 주범이다. 저자는 탈출구를 찾기 위해 자연과 인간이 서로에게 적응하며 함께 진화해 온 역사를 되짚어 나간다. 오늘날의 자연은 인간과 별개로 존재하는 ‘원시 자연’이 아닌, 인간에 의해 형성되었고 인간에게 익숙해진 ‘경관’임을 발견한다. 아이가 독립적으로 자라려면 조건이 마련돼야 하듯이 경관이 독립적으로 유지되려면 인간의 손길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통제된 불’을 피우고 땅을 돌보던 ‘불의 문화’를 되찾아야 한다. 화마에 갇힌 인류의 막다른 길에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자연과의 지속 가능한 공생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 2020년 프랑스 문화방송 페트라르카 에세이상 수상
◆ 프랑스 해외문화진흥원 출판번역지원프로그램 선정작
저자

조엘자스크

프랑스엑스마르세유대학교에서철학을가르치고있다.주전공은존듀이와사회철학으로,민주적참여방식에대한여러저서를출간하며참여민주주의의선구자로평가받고있다.교육,농업,예술,공공정책,생태학등다양한분야를가로지르며민주주의와생태학의상호연결성을강조하고,이를통해사회가발전할수있다고주장한다.

《동물원도시Zoocities》,《어딘가에서있다는것Setenirquelquepartsurlaterre》,《생태학과민주주의Écologieetdémocratie》등을저술했으며,특히《들판의민주주의LaDémocratieauxchamps》에서는농업실천과공동체를민주주의의요람으로제시했다.사회과학고등연구원산하마르셀모스연구소,비교인식론및작업학센터,노르베르트엘리아스센터에서활동중이다.

목차

머리말

1.메가파이어를향해
2.불로인해모든것이변한다
3.산불은“정상적인”현상인가?
4.불에내어줘야하는것
5.불,“살인괴물”
6.불산업복합체의탄생
7.숲이라고다같은숲이아니다
8.문제의국토개발
9.숲속의집
10.기후온난화의문제
11.산불세
12.불의문화
13.자연에는불이필요하다
14.불의소멸
15.최악의시나리오
16.“땅청소하기”:숲을가꾸고경관을열다
17.“새들이비처럼내렸어요”
18.경관의상실
19.메가파이어가경관에대해말해주는것
20.미래가없는세계
21.혐오
22.화염테러

맺음말:“불의문화”를향해

미주
참고문헌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인류는더이상산불을막을수없다
불가해한생태적재앙,메가파이어

2018년11월,캘리포니아주의‘패러다이스’마을은지옥으로돌변했다.85명의목숨을앗아가고1만8천여채의건물을파괴한산불때문이었다.이산불에붙은‘역대최악’이라는수식어는오래가지않았다.그뒤를잇는초대형산불이,지금이순간에도,우리나라를비롯한전세계곳곳에서연이어발생하고있기때문이다.최첨단장비와수많은인력을동원해도통제되지않는이불가해한재앙에사람들은‘메가파이어’라는이름을붙인다.

메가파이어라는이름은사회에미치는영향,그피해규모,발생상황등에따라채택된다.정확히어떤불을‘메가파이어’라고명명할지는아직정해진기준이없다.나사(NASA)는메가파이어를이렇게정의한다.“기후변화및거의100년가까이이어져온화재억제정책을겪으면서산불은그규모와심각성,복합적인양상과진화에대한저항력측면에서더욱극단적으로변했다.이러한화재는일반적으로메가파이어라고불리며,역사적변동값의극단에위치해있다.”저마다의다른정의속에서도모두가동의하는사실이있다.기후변화로인해대기는건조하고더위는극심하며,바람이강할뿐더러산은메마르고단조로워졌다.변모한환경에서탄생한메가파이어는,강도,확산속도,범위,영향등모든면에서기존산불과본질적으로다르다.

모든것을통제할수있다는신화가무너지다

따라서기존의산불을막았던방법으로는메가파이어를막을수없다.1989년옐로스톤대형화재에1만명의소방관이투입되었지만진압하지못했다.2018년스웨덴에서발생한메가파이어를잡는데수백톤의물로는역부족이었다.그리고2025년봄,경상도지역에서발생한대형산불도마찬가지이다.수천명의인력과수백대의진화수단이투입되었으나,불은쉽사리잠들기미를보이지않는다.이러한불들은눈이나비가내릴때,혹은주변모든것이타버려더이상먹이가없을때에서야꺼진다.초대형화재는지진이나홍수,쓰나미처럼인간이통제가능한범위를한참넘어선재난인것이다.

그러나우리는여전히‘불과의전쟁’이라는신화속에살아간다.불의이야기를구연하자면반드시‘화마’라는괴물과,그에맞서는소방관이라는‘영웅’을등장시킨다.이는진압의실패를영웅의실패로치환한다.귀책을관리부서의소홀,소방장비의미비,소방관개인의실책에두는것은불이통제될수있다는신화를유지시킨다.그러나앞서말했듯이“메가파이어를막으려는것은폭발하는화산에뚜껑을덮는것과같다.”메가파이어에직면한인류가할수있는것은오로지,현재우리가도달한자리가기후위기로황폐화된세계의낭떠러지임을깨닫는일뿐이다.

메가파이어의불쏘시개가된이분법적사고방식

눈앞에는절벽이펼쳐지고등뒤에는불길이넘실대는지금,우리는어디로향해야할까?저자는산불을대하는태도에서드러나는,자연을바라보는인간의두가지지배적관점을검토한다.하나는자연을통제할수있는대상으로여기고무자비하게착취하려는산업주의적·기술주의적관점이다.이들은산불에게소중한자원을한톨도넘겨줄수없다는일념으로,이를철저히진압하려고든다.그반대편에는자연이‘본질적가치’를가진존재라고보는일부생태주의적관점이있다.이들에게자연은관조만이허락된불가침의영역이며,산불또한그자율적균형의일부이기에방임해야한다.대립하는듯한두입장은사실자연과인간을구분짓는이분법적사고를굳히는공범이자,메가파이어라는재앙을불러온주범이다.자본가들뿐만아니라일부생태주의자마저숲을인위적으로태운다는이유만으로,통제가능한불을일으키며살아오던원주민들을환경파괴범으로몰아갔기때문이다.원주민들에게서탈취된숲은두관점의논리아래다루어졌다.한편에서는단일림을조성하는등숲을철저하게착취하면서기후위기를촉발시켰고,다른한편에서는숲을방임해고목과같이타기좋은물질이축적되는데일조했다.그결과,오늘날지구는전례없이불에타기좋은상태가되었다.

오늘날의자연은인간과공진화한결과로만들어진‘경관’이다

저자는해법을모색하기위해‘자연’이아닌‘경관’개념으로의전환을촉구한다.그에따르면우리가자연이라고여기고그동안우리와함께살아온것은‘원시적자연’이아니라,인간과의상호작용으로탄생한‘경관’이다.예를들어코르시카섬의털가시나무는원시림의상징으로여겨진다.두꺼운껍질과그특유의재생방식덕분에불이나도다치지않기때문이다.그러나사실,털가시나무는처음부터그렇게태어난것이아니다.인간이불을피우던환경에적응하면서그렇게만들어진것이다.이는비단털가시나무뿐만아니라모든자연에게해당되는이야기이다.자연과인간은이지구에함께태어나서로영향을주고받으며공진화했다.그결과서로의문화에적응하여변화한모습이바로오늘날의세계를이룬다.인간이자연을필요로하듯이자연,즉경관도인간을필요로한다.우리는삶의터전인경관을‘유지’하기위해이를‘조성’하고‘관리’해야한다.일부생태주의자가추구하는,원시적자연으로회귀한결과는‘야생’이될것이다.그곳은인간이살수없는불모지와같다.

이러한경관은인간의한축을이룬다.산불로인한경관의소멸은단순히집이나재산,마을이사라졌다는차원의문제가아니다.이는한개인이세계와맺고있던연결고리가끊어지는일이다.역사,전통,문화와의접점이모두사라지는것이다.메가파이어는인간과자연이맺고있던유구한상호작용마저끊어내면서개인의존재를파편화시킨다.세계로부터유리된인간은결국,자기자신의삶에서조차도멀어질운명에처한다.

우리는‘불의문화’를되찾아야한다

저자는자연과인간이함께진화해온역사를되짚는다.멀지않은과거에인간이자연과슬기롭게공생하던시절이있었다.그때인간은땅을돌보고,자연은그돌봄에따라‘자율적’존재가아닌‘독립적’존재로거듭날수있었다.예를들어호주의원주민들은6만5천년동안의도적으로불을사용했다.그들은생태계의적극적인일원으로서여러종류의불을,각각의용도에맞게,제어할수있는선에서피우면서균형을유지했다.원주민들이주기적으로피우던불덕분에오히려산에서고목이제거되고,하층식생은유지될수있었다.산불이실제로자연과인간에게유익했던시기가있던것이다.그러나산불억제정책으로원주민이축출된숲에는건조한물질이쌓이기시작했고,이는오늘날메가파이어가나타난원인중하나가되었다.이러한역사를돌아보며저자는촉구한다.19세기중반까지도유지되었던,그러나자연과인간을분리한이분법적사고로부터밀려난‘불의문화’를되찾아야한다고.

인류는완벽한통제라는신화에서벗어나,지속가능한산불예방을실천해야한다.나아가그간앞세웠던이분법적사고방식에서탈피해적극적인공생의길목으로들어서야한다.초대형산불은이땅에서계속해서살아가고싶다면삶의방식을바꾸어야한다는자연의마지막경고장이다.그리고어쩌면,자연이수없이내밀었던화해의손길을뿌리친인간을향한,자연의마지막울부짖음일지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