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초록 스웨터

나의 초록 스웨터

$12.28
저자

엄혜숙

연세대학교독문학과와같은학교대학원국문학과에서문학을공부하고,인하대학교와일본바이카여자대학에서아동문학과그림책을공부했습니다.오랫동안출판사에서편집자로일하다가지금은그림책번역과창작,강연과비평을하고있습니다.우리말로옮긴책으로는『깃털없는기러기보르카』,『플로리안과트랙터막스』,『개구리와두꺼비는친구』,『이름없는나라에서온스케치』,『비에도지지않고』,『은하철도의밤』,『작가』,『끝까지제대로』등이있습니다.쓴책으로는『세탁소아저씨의꿈』,『야호,우리가해냈어!』,『나의초록스웨터』등의그림책과미야자와겐지원작을고쳐쓴『떼쟁이쳇』,그리고100일동안매일쓴산책일기『100일동안매일』등이있습니다.

출판사 서평

60년대이후산업화시대우리네삶과생활을뒤돌아본다.
함께추억을나누고,어른과어린이가소통하는그림책<이야기별사탕>

시대가바뀔수록생활모습은달라진다.지금의모습과10년전의모습이다른것처럼,아이들의생활도달라지고,부모세대의생활도점점변화한다.각각의세대는저마다의시대와생활을경험하였기때문에추억하는바도다르다.우리가아이들에게‘옛날옛날에~,엄마아빠가어렸을적에~’하고이야기를하는대상이나모습은우리가어릴적들었던이야기와또많이다르기때문에우리는흔히‘세상이참많이바뀌었다,달라졌다.’고말하기도한다.우리가생활하고있는현재가과거가되어가면서,현재의모습들이모여역사가된다.나와우리이웃이살아온모습을복원하고,추억하는것은사람들간의관계를잇고,세대를있는잇는연결고리를만드는것이다.그리고개개인마다의역사를쓰는것이아닐까?30대든,40대든아니면더나가서5,60대든어른들의어린시절은이제우리아이들에게들려줄‘새로운옛날이야기’가되었다.그것이비록호랑이담배피던정말옛날이야기는아닐지라도말이다.어른들이유년의경험을이야기하고,역사의한부분으로기록될생활사에대해아이들과이야기를나누는것도하나의소통이다.이소통은아이들의성장에꼭필요한부분이기도하다.다음세대,또다음세대의모습들을기록하는어린이를위한책이필요하다.<이야기별사탕>은60년대이후산업화시대의우리네생활모습을배경으로,나와가족,우리이웃의삶과이야기를담은부모와함께읽고소통하는생활문화그림책이다.<이야기별사탕>에서는내가살던우리동네골목,각각의집에서있었던,또는있었을법한이야기를통해이웃의모습을돌아보고추억을기록하고자한다.

누구에게나하나쯤갖고있던손뜨개스웨터의추억

뜨개질전성시대

2019년현재,뜨개질은무엇일까?서점에가면뜨개질관련된책이꽤많다.이책들은대개취미생활코너에자리잡고있다.그렇다.오늘날뜨개질은취미생활의하나이다.그렇다면3~40년전에도그랬을까?
물론아니다.한국전쟁을겪고난후외화를벌기위한여러가지수단중에손뜨개의류도등장한다.그당시우리에게는산업기술과시설,자원이부족했기때문이다.주된수출품은수산물,광물등1차산업과손으로직접만드는수공업에의존했다.
전통적으로우리민족은손재주가있었다고하는데,뜨개질역시그유전자에서시작된것은아닌가싶다.때마침서구선진국에서는털실제품이유행했고손뜨개스웨터등은인기가높았다.수출이야기가아니어도손뜨개는가족들의의류생활에있어서중요한몫을차지했다.지금처럼옷이흔하지않았고,겨울철추위를거뜬히막아주는품질좋은방한복이흔치않았다.그러니두꺼운털실로직접뜬스웨터,장갑,목도리는겨울철필수의류가되었을것이다.
그렇다고털실이풍족하여다들손뜨개의류들을이것저것갖추었던것은아니다.아빠의커다란스웨터를하나짜려면꽤여러타래의털실이필요했을것이다.그렇게뜬스웨터가해가가면서늘어지고또는헤어지면그걸풀어서실을되살려여러가지손뜨개품목을만드는것은엄마들에게는예삿일이었다.
손뜨개의추억을되살려주는<나의초록스웨터>는엄혜숙작가의어릴적경험을바탕으로이야기의얼개가짜여졌다.실제로작가에게는아끼던초록스웨터가있었단다.지금은없어져찾을수없고친구들과함께찍은사진속에서만존재한다.그림을그린권문희는국민학교입학식에깁스를하고갔던특별한어릴적기억을떠올리며그때감정을그림으로되살렸다.입학을앞둔설렘과손뜨개스웨터의따뜻한추억이그림으로참잘녹아있어푸근하다.두작가의글과그림이뜨개질전성시대로우리를안내하여행복하고포근한한때를즐기게해준다.

손으로뜬스웨터는사랑의스웨터
<나의초록스웨터는>는국민학교입학을앞둔혜진이의겨울나기이야기이다.국민학교란호칭은지금은사용되지않지만90년대후반이되어서야지금의초등학교로바뀌었다.
눈이펑펑내리고추운겨울은온통아이들세상이었다.학교입학전에1학년공부를마치기위해겨우내학원을다니던아이들이있었을까?있었다면매우드문경우였으리라.아이들은추우면추운대로눈이오면눈이오는대로겨울놀이,눈놀이로겨울을보냈다.1980년대까지만해도겨울철난방으로연탄을사용하는가정이많았고,안방에커다란무쇠난로가자리잡고있던것은귀한풍경이아니었다.난로옆에서아이들의겨울옷을손뜨개로뜨던엄마의모습도정겹고친숙한풍경이다.
지금이야손뜨개질이취미생활중하나지만,70~80년대의손뜨개는의생활에서빼놓을수없는것이었다.없이살던50~60년대를지나70년대후반에이르러서는훨씬풍족해서의류품이품질도좋아지고그렇게귀하지않은세상이되었다.하지만그래도누구에게나엄마가할머니가,누나가직접손으로떠준스웨터며,벙어리장갑,털목도리,등따신조끼하나갖고있지않은사람은없었을것이다.그야말로뜨개질의전성시대라명명하기에부족함이없다.
아빠의늘어진스웨터를풀어물이끓는주전자를이용해실을재생시켜복수의여러의류를만들어내던엄마들의솜씨는가히요술손이라하지않을수없었다.혜진이의국민학교입학코스튬이된초록스웨터역시엄마의요술손에서탄생한다.
3월2일입학식을한달남짓남겨둔어느날혜진이의입학통지서가날아오고그날부터본격적인입학준비가시작된다.물건흔한지금에비춰보면별것아닌학용품장만하기는입학을앞둔아이들에게는정말커다란선물같은것이었으며설렘과기대또는불안이교차하는즐거움이었다.대부분의아이들은학교에들어가서야한글을배우던시절이었다.그래서입학전에자기이름과가족들이름석자를연습하는것은마치통과의례와도같았다.
하루하루손꼽아입학날을기다리는혜진이마음은어땠을까?눈을감고조용히돌이켜보면어른들누구에게나그시절입학의추억은다있을것이며혜진이의설렘이무엇인지어렴풋이공감이갈것이다.입학식전날완성된엄마가떠준초록스웨터를품에안고혜진이는행복한꿈을꾸었을것이다.
입학식날아침,혜진이는학생이된다는기쁨에가슴한껏뿌듯함과자신감을품었을것이다.그리고초록스웨터를입으며온몸을감싸도는엄마의깊은정성과사랑을또한한껏느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