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오원쉬엔모든작품의원형을지켜주는파수꾼과같은작품
2016년4월국제볼로냐아동도서전중국부스에서는환호성이터져나왔다.아동문학의노벨상이라일컬어지는“한스크리스티안안데르센상”의수상작가로차오원쉬엔이선정되었기때문이다.차오원쉬엔의작품은수채화를떠올리게하는유려한풍경묘사,따뜻한인간애를바탕으로성장기청소년의심리를탁월하게묘사하는것으로탐미주의의극치라는칭송을받아왔다.
수십년간그는많은작품을발표하였고,중국내에서는이미대중성과예술성을갖춘아동청소년대표작가로인정받아왔다.[란란의아름다운날]서문에30년전-원작,[펑린두]는2014년중국에서출간-에써놓고잊고있던작품을우연히발견하여출간하였다고하였으니청년차오원쉬엔의첫장편소설임에분명하다.잊혀질뻔했던작품이우연히생환함으로써,대작가의청년시절의담백하고순수한분위기,풋풋한필체를느낄수있게되었으니보너스같은일이다.
작품의구성과줄거리는간단하다.다만그의대표작들과비교해보면[란란의아름다운날]은서사성이강한편이다.그의대표작들이복잡하고긴밀한서사보다는자연의묘사,사람과동물의심리묘사가많다고본다면,[란란의아름다운날]은차오원쉬엔의작품이어떻게변화해왔는지그단초를제공해주는작품이라고하겠다.그래서차오원쉬엔의제자이자중국해양대학문학부교수쉬예는[란란의아름다운날]을“차오원쉬엔식동화의원형을끊임없이지키는파수꾼과도같은작품”이라고평했다.
따뜻한마음의고향펑린두로돌아가기까지1년의시간
소설의시대적배경은문화대혁명직후다.10년의모진혁명기를거치면서아빠와외할아버지는죽고,엄마와외할머니만도시의원래자리로돌아온다.시골펑린두에서할머니손에자란란란도10살이되어서야엄마와외할머니가사는도시의추탕제8호집에돌아온다.
생활환경은비교할수없이좋아졌지만10년간들과강을누비며자유롭게자란란란에게는모든것이낯설다.모진세월에대한보상을받으려는듯엄마는딸란란에게집착한다.잃어버린10년을단숨에보상받으려는듯란란에게피아노를가르치고,좋은학교로보내려하고,평범한동네아이들과멀리하게한다.그과정에서란란과엄마는기름과물처럼겉돈다.란란의할머니와엄마즉고부간의보이지않는갈등도골이깊어간다.가난하고초라한란란의할머니는애초도시와는어울리지않는다.동생퉁퉁은점점안하무인으로행동하며친구를무시하고차별하는아이가되어간다.퉁퉁역시란란과는섞이지못한다.
다만도시의시장인외할머니는따뜻한마음을가진합리적인원칙주의자로사려가깊다.외할머니는가정의일이든바깥도시의일이든지난10년의격변이낳은문제들을해결하고화합을시도하려끊임없이노력하는중간자의입장에서있다.그러나갈등의골은쉽게좁혀지지않는다.
란란은점차도시에적응하지못하고밝았던모습을잃어버린다.외로운소녀란란은사촌다오후,펑린두의자유로운들판,아름다운종달새그리고무엇보다펑강을그리워할뿐이다.잠시,란란의담높은집너머에일반서민들의동네(공동마당마을)친구들과우정을나누며착하고밝은모습을되찾는듯하지만엄마의개입으로인하여다시고립무원에빠진다.
그리고연이어사촌다오후의방문,꽁지의죽음,할머니의교통사고등여러사건들속에서엄마와의갈등은최고조에달한다.할머니마저펑린두로떠나자란란을지탱해주던존재는아무도남지않는다.란란은결국마지막선택을한다.펑린두로돌아가는것!
중국근대사의상처를상징한작품
[란란의아름다운날]은문화대혁명기가남기고간깊은상처의치유과정을그리고있다.중국현대사의가장큰생채기인혁명은가족의해체와갈등그리고재결합이라는숙제를낳았다.란란의가족은그상징의중심에있다.등장인물,집의배경,공동마을,동물등모든소설의요소들은상징성이뚜렷하다.
란란은순수한아이의모습을퉁퉁과친구징징의모습은현대화와도시화속에서자만과독선에빠져훼손되어버린순수성을대변한다.할머니와외할머니는서로동시대를살아왔기에공감은하지만양립하기어려운계층의격차를대변하고있다.특히이소설에서모든갈등의정점에있는엄마는피해자이자가해자의위치에있다.그러나가치의중심을잡지못하는면모를보인다.여기에또한명의문제적인물인엄마의친구뤄이모를통하여작가는도시화,현대화속에서허물어진비인간성의전형을공고하게구축하고있다.
이밖에높은담장으로둘러싸인란란네집과대치하듯담장넘어놓인평범한사람들이사는공동마당마을,등장하지는않지만무시와구박을견뎠을가정부리씨아줌마,묵묵히자신의임무를다할뿐인마오마오의아빠,란란을위해서모든희생을마다않는할머니그리고사촌오빠다오후,마치모든사람들의마음을꿰뚫어보는듯한고양이꽁지의존재,갇혀서는살수없는존재인종달새!
단순해보이지만고도의상징적서사와묘사를뒤섞어놓은[란란의아름다운날]의결말은자칫아무것도해결되지않고란란이원래의자리,펑린두로돌아가는,어찌보면힘빠진결론에이른다.
그러나차오는그의문학에서늘그래왔듯이어떤기발한엔딩을구사하지않는다.깊은여운과암시를남길뿐이다.모든아이들이원하는마음의고향으로서펑린두를그리고있으며,그곳으로돌아가는것은개인갈등의해결로보아야할것이다.각박하고팍팍한삶에지친모든현대인들이궁극에찾아가고자하는마음의고향으로펑린두를상징하고있다.
그리고그펑린두에는물이있다.차오가그의작품들에서물을생명의원천으로그려왔듯란란의펑린두역시물과떨어져있지않음을알수있다.이로써[란란의아름다운날]은그의첫장편작으로서그이후그의작품들의원형이되어온작품이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