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자신의 잘못된 점을 솔직히 인정하는
용기를 가지렴.
용기를 가지렴.
[줄거리]
“아줌마, 좀 비켜주세요!”
머리끝까지 쌓아올린 종이 상자 때문에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앞을 가로막은 큰 엉덩이는 움직일 줄 몰랐다. 그런데 굵직한 목소리, 털이 듬성듬성 난 종아리, 넓은 얼굴에 코가 주먹만큼 큰 사람은 아줌마가 아니라 아저씨였다. 그 아저씨는 긴 머리를 하나로 묶고, 아줌마같이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있었다. 동수네 앞집으로 이사온 608호 아저씨였다.
분명 어제 저녁까지 책상 밑에 있던 동수의 돈통이 없어졌다. 어제 608호 아저씨가 자신의 종이 상자 안에서 플라스틱 통을 꺼낸 걸 떠올린 동수는 608호 아저씨가 범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증거를 찾기 위해 608호를 미행했다. 반찬가게에서 이것저것 가득 산 608호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다. 돈을 세 번 접는 습관이 있는 동수는 자신의 돈인지 확인하기 위해 눈을 부릅떴지만 608호가 몸을 돌리는 바람에 돈을 보지 못했다. 608호가 돌아가자 동수는 반찬가게로 들어가 608호가 낸 돈을 보여달라고 했다. 세 번 접힌 자국의 돈을 보자 동수는 608호가 범인임을 확신했다.
동수는 경찰이 될 거라고 큰소리치는 누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누나는 동수에게 직접 608호로 찾아가 뭔가를 찾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조심스럽게 돈통을 찾아보라고 했다. 608호에 간 동수는 기절할 만큼 놀랐다. 바닥에는 뭉쳐진 양말과 옷가지들이 흩어져 있고, 냄비와 젓가락도 마구 뒹굴고, 휴지도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었다. 동수는 누나가 시킨 대로 맨날 놀면서 무슨 돈으로 반찬을 사는지 물었다. 608호는 그럴 돈은 있다면서 피자를 시켜주었다. 잠시 후 피자가 오고 608호가 돈을 꺼내자 동수가 달려들어 낚아챘다. 세 번 접힌 돈에 대해 묻자 608호는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돈을 접는다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누나는 608호의 몽타주를 그려서 아파트 여기저기에 붙이라고 했다. 그러면 분명히 608호가 자수할 거라고 했다. 넓은 얼굴에 째진 눈, 주먹만 한 코, 커다란 입, 가장 중요한 긴 머리. 608호를 그리는 건 쉬웠다. 몽타주를 붙인 건 대성공이었다. 사람들이 608호를 보며 수군거렸고, 608호는 당장 떼라며 경비 아저씨에게 화를 냈다. 동수는 경비 아저씨 옆에 가서 608호가 어린아이 돈을 훔친 나쁜 놈일 수도 있다면서 몽타주를 떼지 않으면 안 되냐고 물었다. 하지만 경비 아저씨는 608호 선생님은 유명한 화가 선생님이라서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며칠 후 동수는 누나가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물통을 흔들어보았다. 물통 뚜껑을 연 동수는 기절할 만큼 놀랐다. 그렇게도 찾던 돈이 물통 안에 있는 것이 아닌가.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가슴도 벌렁거렸다. 며칠 전 물감과 크레파스가 배달되어 왔고, 물통을 보는 순간 돈통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빨간 플라스틱 통에 있던 돈을 물통에 옮겨 담았던 것이다. 그리고 분리수거 날 플라스틱 통을 버린 거였다.
동수는 608호 아저씨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엘리베이터도 못 타고 마음을 졸이며 학교에 다녔다.
비가 오늘 날 아파트 현관 앞에 이삿짐 차가 서 있었다. 608호가 이사 간다는 말에 기분이 좋은 동수는 이제 마음 고생은 끝이라는 생각에 오랜만에 다리를 쭉 뻗고 잤다. 다음 날 학교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등 뒤에서 608호 아저씨 목소리가 들려왔다. 등줄기가 오싹하며 소름이 돋았다. 608호 아저씨는 이사 간 게 아니라 전시회를 열기 위해 그림을 실어간 것이었다. 608호 아저씨는 우리 동네 나쁜 놈은 자신이 아니라면서 정신 바짝 차리고 진짜 범인을 찾으라며 파이팅을 외쳤다. 608호 아저씨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며 동수는 중얼거렸다. 진짜 우리 동네 나쁜 놈은 자신이라고.
“아줌마, 좀 비켜주세요!”
머리끝까지 쌓아올린 종이 상자 때문에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앞을 가로막은 큰 엉덩이는 움직일 줄 몰랐다. 그런데 굵직한 목소리, 털이 듬성듬성 난 종아리, 넓은 얼굴에 코가 주먹만큼 큰 사람은 아줌마가 아니라 아저씨였다. 그 아저씨는 긴 머리를 하나로 묶고, 아줌마같이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있었다. 동수네 앞집으로 이사온 608호 아저씨였다.
분명 어제 저녁까지 책상 밑에 있던 동수의 돈통이 없어졌다. 어제 608호 아저씨가 자신의 종이 상자 안에서 플라스틱 통을 꺼낸 걸 떠올린 동수는 608호 아저씨가 범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증거를 찾기 위해 608호를 미행했다. 반찬가게에서 이것저것 가득 산 608호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다. 돈을 세 번 접는 습관이 있는 동수는 자신의 돈인지 확인하기 위해 눈을 부릅떴지만 608호가 몸을 돌리는 바람에 돈을 보지 못했다. 608호가 돌아가자 동수는 반찬가게로 들어가 608호가 낸 돈을 보여달라고 했다. 세 번 접힌 자국의 돈을 보자 동수는 608호가 범인임을 확신했다.
동수는 경찰이 될 거라고 큰소리치는 누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누나는 동수에게 직접 608호로 찾아가 뭔가를 찾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조심스럽게 돈통을 찾아보라고 했다. 608호에 간 동수는 기절할 만큼 놀랐다. 바닥에는 뭉쳐진 양말과 옷가지들이 흩어져 있고, 냄비와 젓가락도 마구 뒹굴고, 휴지도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었다. 동수는 누나가 시킨 대로 맨날 놀면서 무슨 돈으로 반찬을 사는지 물었다. 608호는 그럴 돈은 있다면서 피자를 시켜주었다. 잠시 후 피자가 오고 608호가 돈을 꺼내자 동수가 달려들어 낚아챘다. 세 번 접힌 돈에 대해 묻자 608호는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돈을 접는다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누나는 608호의 몽타주를 그려서 아파트 여기저기에 붙이라고 했다. 그러면 분명히 608호가 자수할 거라고 했다. 넓은 얼굴에 째진 눈, 주먹만 한 코, 커다란 입, 가장 중요한 긴 머리. 608호를 그리는 건 쉬웠다. 몽타주를 붙인 건 대성공이었다. 사람들이 608호를 보며 수군거렸고, 608호는 당장 떼라며 경비 아저씨에게 화를 냈다. 동수는 경비 아저씨 옆에 가서 608호가 어린아이 돈을 훔친 나쁜 놈일 수도 있다면서 몽타주를 떼지 않으면 안 되냐고 물었다. 하지만 경비 아저씨는 608호 선생님은 유명한 화가 선생님이라서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며칠 후 동수는 누나가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물통을 흔들어보았다. 물통 뚜껑을 연 동수는 기절할 만큼 놀랐다. 그렇게도 찾던 돈이 물통 안에 있는 것이 아닌가.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가슴도 벌렁거렸다. 며칠 전 물감과 크레파스가 배달되어 왔고, 물통을 보는 순간 돈통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빨간 플라스틱 통에 있던 돈을 물통에 옮겨 담았던 것이다. 그리고 분리수거 날 플라스틱 통을 버린 거였다.
동수는 608호 아저씨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엘리베이터도 못 타고 마음을 졸이며 학교에 다녔다.
비가 오늘 날 아파트 현관 앞에 이삿짐 차가 서 있었다. 608호가 이사 간다는 말에 기분이 좋은 동수는 이제 마음 고생은 끝이라는 생각에 오랜만에 다리를 쭉 뻗고 잤다. 다음 날 학교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등 뒤에서 608호 아저씨 목소리가 들려왔다. 등줄기가 오싹하며 소름이 돋았다. 608호 아저씨는 이사 간 게 아니라 전시회를 열기 위해 그림을 실어간 것이었다. 608호 아저씨는 우리 동네 나쁜 놈은 자신이 아니라면서 정신 바짝 차리고 진짜 범인을 찾으라며 파이팅을 외쳤다. 608호 아저씨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며 동수는 중얼거렸다. 진짜 우리 동네 나쁜 놈은 자신이라고.
우리동네 나쁜 놈 - 아이앤북 창작동화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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