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어 괜찮아 사랑해 (김지유의 그림이 있는 시집)

수고했어 괜찮아 사랑해 (김지유의 그림이 있는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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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는 내 자신을 위해 썼지만
그림은 다른 이의 행복을 위해 그렸습니다
그렇게 그린 그림들은 모두 그분들에게 선물 했습니다”
김지유 시인은 어릴 때부터 시를 좋아했던 나는 일기를 쓸 때도 거의 시로 썼다.
슬픔과 분노를 세세히 나열하기에는 내 일기가 너무 더렵혀지는 것 같아 싫었다. 어느 정도 감정을 가라앉힌 다음 최대한 짧게 쓸 수 있는 시가 있어 행복했다. 감정을 다 표현하고 살면 내가 스스로 그 감정을 감당하지 못할까 봐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그 감정을 내 안에 가둬놓을 수만은 없었다. 조금씩이라도 흘러 보내야만 호흡하며 살 수 있었다.
김지유 시인은 연세대 법학과를 다니면서도 시에 대한 마음은 여전했다.
법대 건물 가까이에 있는 문과대 건물에서 들리는 웃음소리가 왜 그렇게도 부러웠을까. 문과대 건물 근처 윤동주 시비가 놓여 있는 벤치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것은 나의 낙이었다. 그 시비 앞에 누군가가 늘 새로운 꽃다발을 놓아두고 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신기했다. 윤동주 시비 앞에 누군가 갖다놓은 싱싱한 꽃다발을 보며, 시는 시들지 않는 꽃과 같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나의 기억 때문에, 시를 떠올릴 때 꽃이 함께 떠오르는지도 모르겠다. 「윤동주 시비 앞에서」는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하지만 늘 보고 싶은, 짝사랑하는 사람의 마음과 같은, 시를 짝사랑하는 나의 심정을 이 시집에 담았다.
저자

김지유

목포출생
목포혜인여고,연세대법대졸업
‘월간시’‘추천시인상’으로등단(2019)
부부시집『진주가된생채기의사랑』(2020)

목차

독자들에게

제1부,삶
나,시인|윤동주시비앞에서|시|시인|뉴스와시|자식이란|아빠로살아간다는건|엄마의품|마음항아리|용서|안주인|손그릇|수국|목마태운자의고통|돌맞은개구리|버스안세상|날씨의위력|삶의본분|모호한밤낮|하늘|나의척,너의척|짬|슬픔을가둔희망|잡초|고통이낳은예술

제2부,위로
그림이란|그림으로전하는선물|시와그림사이|빛나는풍경|빛이만들어낸색|저녁노을|목련|벚꽃|해바라기|민들레|민들레씨앗|부지런한나팔꽃|대나무|봄의전령|봄이살아있다|들꽃이주는위로|식물이살아남는법|바오밥나무|동백꽃|아가새|겨울바다는내삶의심장박동기|비워야채우는법|우산을쓰면서|소일거리|비오는날

제3부,사랑
죽음과맞닿은사랑|영원한사랑|사랑이할퀸자리|못다한이야기|해산의고통|꽃이열매에게|겨울에피는꽃|성화|삶의희비|탄생|사랑초|무궁화

평설:김지유의시와그림에대하여-꽃과사람이참많이닮았다는것을알았다/민윤기(시인,문화비평가)
후기

출판사 서평

문화비평가민윤기시인은,김지유의시와그림에는“꽃과사람이참많이닮았다는것을알았다”고했다.

김지유시인은책머리에이렇게썼다.
“시를통해자신의마음을위로해주고나니,나를행복하게해주었던것들이남을행복하게해줄수도있지않을까하는소원이생겼다.내눈에담아두었던것들을그림으로담아선물하면,그그림을받는사람이행복해지지않을까하는마음으로나는고된작업을시작했다.초등학생시절담임선생님은우리부모님을찾아와그림을가르쳤으면좋겠다고조언해주셨지만,많이배우지못해한이있었던아버지는공부를시켜야한다며거절하셨다.
그림을그릴때굳이유화를선택하는이유도마음에들지않으면얼마든지그캔버스에다시덧칠하여고치고그릴수있기때문이다.「그림으로전하는선물」과「시와그림사이」는이러한나의마음을담아냈다.꽃과풍경만이나에게위로를준것은아니었다.주위를둘러보면누가알아주지않아도열심히살아가는사람들,속상함을참아내며인내함으로써최선을다하는사람들이있다.유명하지않은평범한사람들이지만그분들의모습을보고나는위로를얻었다.그리고그들도누군가위로해주면지치지않고끝까지삶을잘살아낼수있지않을까하는소박한마음을담아내가그린그림을선물하기시작했다.
이시집에담긴그림은그런마음으로그림을그려선물한그림이다.선물하기위해그린그림이라서모든그림들은자신의소임을다했다.내가지금갖고있는그림은오직하나뿐이다.버려진창틀에천을씌워그위에그린그림외에내가가지고있는그림은없다.버려진창틀에애매하게제작한캔버스위에그리지않았다면,그마저도내수중에없었을지도모르겠다.
체구가작아보이지만내게는너무나크신분이계시다.범접할수없는위엄이있지만시를사랑하는사람들에게는손이닿을만큼가까운곳까지내려와친근하게대해주는분이다.유명한문학인들과대화하는모습을보면화려한삶인것같다가도,진솔한자신의삶의모습을내비치실때는그냥소탈한분이다.하지만시에대한사랑은일편단심이라서마르지않는샘처럼에너지를쏟아내는분이다.나는무궁화와이분의모습이오버랩되어「무궁화」라는시를쓰게되었다.
이렇듯꽃과사람의모습이닮아있어서시를쓰고그림을그려선물한것들이대부분이다.내가평상시에알고지내는분들외에도이렇게성실과순수한열정으로살아가고있는사람들은많을것이다.나는그분들에게도한권의선물꾸러미를전하는마음으로이시집을펴낸다.그리고날위해시를써준분에게도감사하는마음을전한다.”고했다.

민윤기시인은논평에서김지유시인의시는감성과소재와주제가상당히‘윤동주’를닮았다.‘닮았다’는말은흉내낸다는말과는다르다.같은시대의이웃에게서느끼는연민과사랑을표현한다는면에서닮았다는뜻이다.예를들고싶은작품이여러편있지만그중에서「슬픔을가둔희망」한편만을콕집어소개한다.

슬픔이죽음으로끌고가지못하도록/머리부터발끝까지희망을장착하라/슬픔은온몸을감싸는눈물과같아서/벗긴다고벗길수있는것이아니니/희망의높은장벽으로슬픔을가두라/슬픔은슬픔대로그냥내버려두고/희망의장벽을높이높이쌓아올리라

‘장착하라’‘가두라’‘쌓아올리라’같은명령어가등장하지만시를읽으면이명령어는오히려화자(시인)와독자가함께하자는‘동행’의의미가강해진다.김지유시인의거의모든시에서보여지는이런표현방식은이웃을제3자입장에서‘구경하듯’바라보지않고함께그들과함께하는공감과연대의식으로느껴진다.이것이김지유시인의미덕이요강점이라고생각한다.
“꽃과사람의모습이닮아있어서시를쓰고그림을그려선물합니다.”고말하는김지유시인의헌사한마디는이시집의의미를더욱소중하게하고있다.참으로혼탁한말과글들이범람하는시대를흐르는맑은물과같은귀한선물이아닐수없다
김지유시인이그림을그리는여느시인들과다른점이바로이점이다.자신이그림을소장하거나그모여진그림으로전시회를열거나할생각이전혀없다.오로지‘남에게선물로주기위해’그린그림이다.그러므로당연히김지유시인은현재자신의그림을단한점도갖고있지않다.김지유시인의그림그리기는예술행위라기보다남을위한이타행위다.그림을잘그려재능을뽐내기보다는그림을선물받는사람의행복과안심이우선이다.자신의그림을선물받은사람으로부터“덕분에행복해졌어요”“살아갈힘을얻었어요”라는말을들을때비로소힘든작업을한보람을느낀다고김지유시인은말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