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잘 쓴 한 페이지가 있다 : 민윤기 초에세이

나도 잘 쓴 한 페이지가 있다 : 민윤기 초에세이

$17.00
Description
유튜브의 쇼츠처럼 짧고 빠르게 읽는 산문
일상에서 얻은 지혜가 보석처럼 빛나는 글
‘짧은 시간 빠르게 읽는다’는 뜻에서 저자 민윤기 시인이 최초로 선보이는 ‘초에세이집’이다.
‘초에세이’에 대해 민윤기 시인은, 단순히 글의 길이만 짧게 쓰는 게 아니라 다루는 소재는 물론 주제나 글의 전개 방식 또한 필자의 주장이나 견해를 강요하는 듯한 내용으로 쓰지 않는, 예를 들면 요즘 인터넷에서 오래 전부터 핫한 스타일로 자리 잡은 쇼츠 영상이나 틱톡 같은 스타일의 에세이를 ‘초에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초에세이’를 주창하는 민윤기 시인은 좌우 이념에 대한 소재, 세대 간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소재 등을 가능한 한 쓰지 않고 그 대신 “세상의 모든 글은 사람이다” “철학도 문학도 길가의 개똥이다” “농담처럼 시를 쓰자”는 주장을 펼친다.

저자

민윤기

저자:민윤기
윤동주와좋아하고,이육사를존경하고,‘아래아한글’을사랑하는시인이자문화비평가,문학잡지‘월간시인’발행인이고,유연의일치로BTS멤버슈가와동명이인이다.
1966년중앙대국문학과재학생때월간‘시문학’으로등단하여‘창작과비평’‘심상’‘상황’등을통해시를발표하다가,1974년에,베트남전쟁종군연작시「내가가담하지않은전쟁」이포함된첫시집『유민』을냈다.1975년대이후문학의저항적작품발표등통제가심해지자모든시작활동을중단한채절필상태로,방송스크립터·출판·잡지·신문기자·편집자로생업에몰두하였다.
2011년오세훈서울시장재임시절서울시문화관광디자인부위촉으로수도권지하철스크린도어관리용역을맡은것을계기로다시시를쓰기시작하였고,지하철시연간앤솔로지『지하철시집2014』『지하철시집2015』출판하면서‘알기쉬운시’를통한‘시의대중화운동’을지향하는시인시민단체서울시인협회창립에참여하였다.
시집에『시는시다』『삶에서꿈으로』『서서,울고싶은날이많다』『홍콩』『무궁화꽃이피었습니까』『사랑하자』등을냈고,청춘소설『사랑먼저할래요』,문화비평서『일본이앞에서뛰고있다』『그래도20세기는좋았다』『일본에는여자가없다』가있으며,평전『어린이운동가소파방정환』,산문집『산애미친』『빗자루를든사장님』『가족이희망이다』가있다.또한『노천명전집종결판』『박인환전시집』『못다핀청년시인이상윤동주박인환』등을엮었고,윤동주시인관련국내외발굴자료집『윤동주살아있다』가있다.

목차

머리말

001
광화문을사랑하는이유|동갑내기친구이세룡시인|윤동주가탐나지?|시인은시를쓴다|시잡지가사라졌다|농담하듯유머러스한시|시를지키는독립군이고싶다|나는세상에입원하고있다|나,윤동주는한국인입니다|신춘문예심사후기|시를소리내어읽으면|김남조시인의마지막나들이|피천득선생님과의인연|김대규시인은큰형님같았다|AI가쓴시를읽고|노천명의사진한장|아무개아무개시인님|앤솔로지운동|김수영시인의금이빨|사회적테러와홀로싸운시인|나도잘쓴한페이지가있다|생애마지막시낭독|펄벅여사와공초오상순|RM은윤동주같은시인이되고싶었다

002
으악새는가을에울지않는다|작고,말랑말랑하다|홍지서점의마룻바닥|성은이망극하옵니다|헐버트박사의묘|세상의모든책은사람이다|슬픈무궁화|혈구산정상의태극기|묵호에서는철학도문학도모두개똥이다|쌍문동?추억은희미하지만|고물은보물이다|나는국수주의자입니다|압록강여행―단둥에서투먼까지|피맛골의주막시인통신

003
키오스크세상|문학청년과신춘문예병|초단편유행중|국뽕좋아하십니까?|외로움부장관|백발도백발나름이다|멋지다,ROKA티셔츠|반가운트로트열풍|N분의1시대|하늘공원의느린우체통|이순신장군동상|챗GPT시대|스타벅스의정체|과연배달의민족이로구나|윤여정현상|BTS―세계를정복한피땀눈물

004
잘난척은이제그만|약력을제대로,잘쓰자|사사를받았다?|발문은발로쓴다?|명함이웃겨요|퇴고할까하지말까|서명하지않은시집|제자리로가세요|문화를무시하는문화체육부|왜하필옥자냐|예약하셨어요?|선글라스쓰고사진찍기|가짜김일성진짜김일성|꼰대를사양합니다|수상한애국심

005
번아웃증후군|귀화식물돼지풀|만년필로글을쓰면|시그니처|자찍어요,파이팅!|무공해도시네옴시티|본캐와부캐|먹지못하는골뱅이|QR코드와친해보자|5G가뭐지?|천조국공포

006
한글의활용|화자와필자|민들레는홀씨가없다|영인본의매력|아래아한글은위대하다|이른바도꼬다이|대머리총각|해방과광복|신해철의노래가사|토착왜구|서부전선이상없음?|참수작전|갑질|보이코트|국정교과서소동|먹방과오빠|볼펜신체검사|수저계급론|바나나는묵혀야맛있다|비빔밥론|시한부음식보신탕|미세먼지때문에|말모이|쪼다|인구절벽앞에서

출판사 서평

간결한문장과아름다운문체에배어있는따스함
잡지창간으로기네스북에오른만능편집자

저자는처음에책제목을「작고말랑말랑하다」로하려고했다.이책속에수록되는글들이무슨거대한담론을담은것도아니고논리적이지도못해‘작다’고하는게좋겠고,이‘작은’글을읽는독자들이‘말랑말랑하다’고느꼈으면하는바람때문이었다.또한글의길이만작을뿐만아니라글의내용또한작아서이산문집의성격은‘초에세이집’이라할수있다.다만책의제목은천양희시인의시에서따온<나도잘쓴한페이지가있다>로정했다고저자는말했다.
이책에수록된글들이시대에대해서,시대의현상에대해서,시대의정신에대해서“꼬치꼬치따지고,사이다처럼톡톡쏘는맛”을드리려는저자의마음이읽혔으면하는바람과함께독자들께서는간결한문장과아름다운문체에배어있는따스함을느꼈으면한다.

<책속에서>

천양희시집을하필이면왜마감을앞두고읽었을까?오월호‘한편의시를위한여행’화보는박용철시인의고향을취재할생각이었다.‘한편의시를위한여행’화보는그달작고한시인을취재하여소개하곤했기때문이다.
박용철시인은5월12일에작고하였다.당연히박용철의고향광주를다녀오려고했는데,수소문해봐도시인의묘소가어디에있는지알수없었다.
그때천양희시인에게서받은시집『새벽에생각하다』를읽게되었다.심쿵!요즈음젊은애들이잘쓰는말그대로,내심장이주저앉는것같았다.이제까지읽었던천양희시집들과는달랐다.어떤시는송곳같기도하고어떤시는마음을안마해주기도하고어떤시는주먹질하는것같고또어떤시는냉철해서나의영혼이그만송두리째얼어버릴것같았다.
그시들중에서백석에대한시가두편있었다.백석의「흰바람벽이있어」를떠올리게하는작품과일산백석역을지나면서백석의고향정주와연인자야를그리워하는내용이었다.
-64~65쪽‘나도잘쓴한페이지가있다’중에서

김수영시인은생전에,자주미제금이빨의‘완강함’을미국의힘,미국의세계전략과비교하면서“이금이빨은미제니까.”하면서시니컬하게웃곤했다.‘금이빨과미제’를대입하는것과같은엉뚱한사고방식이김수영시인의독특한화법이다.‘미제금이빨’과미국의힘의경우처럼어머니의손과시,시의자유와38번,고드름과냉전해빙등…서로어울리지않는것들을대입시켜그것을통해극적인이미지를창출해내는것이시인으로서의그의능력이다.
-59쪽‘김수영시인의금이빨’중에서

김남조시인은올해아흔둘이다.설명하기민망하지만,우리시단의최고령이다.내가1974년첫시집『유민』을출간하여보내드렸더니,직접전화를거셔서“매우훌륭한시집”이라고칭찬하며저녁을함께하자고약속했다.
약속장소인북창동의일식집‘남강’으로갔더니,한승헌변호사와함께먼저와계셨다.천방지축신출내기신인에지나지않은내게용기를듬뿍담은덕담을해주셨다.내게는평생잊지못할한장의앨범같은추억이다.
그때김남조시인은(실례가안된다면)40대후반의눈부신미모였다.나직하게말하던그음성은얼마나사람을감싸고분위기를압도하던지잊혀지지않는다.
-67쪽‘생애마지막시낭독’중에서

1960년11월2일오후4시,국내외신문기자들은반도호텔(현재롯데호텔자리)다이너스티룸에모였다.1931년노벨문학상수상자이자세계적인여류소설가인펄벅여사를취재하기위해서였다.
펄벅여사는“오래전부터오고싶었던한국땅을밟게되어기쁘다”고말했다.그해4월은4월민주혁명이성공하여민주당정부가들어선때다.
펄벅여사는명동의서라벌다방으로11월4일공초를만나러왔다.장편소설『대지』3부작으로노벨문학상을받은펄벅여사는9일동안머물렀는데,그바쁜일정속에서도공초오상순시인을만나러방문한거다.
공초보다두살위인펄벅은공초가담배를좋아한다는소문을어디서들었는지,국산고급담배인‘사슴’두갑을사갖고와공초에게선물한다.그리고오상순의‘청동문학’에다“어둠을불평하기보다는차라리한자루의촛불을켜라”는메시지를영문으로적어넣는다.
-70~71쪽‘펄벅여사와공초오상순’중에서

인터넷에사진한장이올라온다.사이다같은시원한사진이다.
방탄소년단멤버RM(남준)이언덕을올라간다.단풍이곱게물들고잘정리된,자하문고개터널앞왼쪽언덕길이다.바로윤동주「서시」시비를찾아가는‘윤동주시인의언덕’이다.이사진한장으로일본은다시발칵뒤집혔다.
이사진을올리기며칠전일본아사히TV는출연하기로되어있던방탄소년단인터뷰를전격취소했다.일방적으로아무런이유설명도없이취소해버린거다.
-72~73쪽‘RM은윤동주같은시인이되고싶었다’중에서

나의하루일과는책방산책이다.공짜로책도구경하고고즈넉한분위기도즐긴다.책방은가장좋은휴식장소다.
그런데책방의책들이달라졌다.예전에보던,그런책이아니다.평생잡지며단행본을만들어왔다고자부하는나도깜짝깜짝놀란다.
그이유가분명하다.독자들이바뀌어서다.선호하는취향이바뀌고,읽고싶어하는책이바뀌어서다.
이렇게바뀐책들을가리켜“작고,말랑말랑하다”는한마디로말하고싶다.다른분야는몰라도적어도인문학―그중에서도시집과에세이집은거의모두들판형이작아지고제목과꾸밈이말랑말랑해졌다.책의볼륨은얇아지고무게가가벼워진거다.
-82쪽‘작고,말랑말랑하다’중에서

홍지서점의서가가있는마루들은아직도새것인것처럼바닥상태가그대로였는데,유독카운터앞만겉이다닳아있는것이다.얼마나많은사람들이이계산대앞에와서책을사고,돈을내곤했겠느냐.그래서단단한마룻바닥이저리도닳아버린게아니겠느냐.이장면하나는홍지서림의연륜과책을사랑하는전주사람들의아이콘이라고할수있겠다.
홍지서점에들른시간이점심시간이어서손님은별로없었다.나는다다닳아버린카운터앞마룻바닥을손으로만져보다가스마트폰으로찍으면서“좋아요!”하고속으로외쳤다.
좋은풍경이다!
소중한장면이다!
-84~85쪽‘홍지서점의마룻바닥’중에서

“훈민정음창제는문자생활을송두리째바꾼혁명이었습니다.”한글학회연구위원이자훈민정음가치연구소장인김슬옹교수는한언론과의인터뷰에서말한다.
한글전도사로유명한김슬옹교수는한글을주제로다양한논문과저서를출간했다.그중에서『한글혁명』은역저중의역저다.이책에서김교수는한글창제를혁명으로볼수밖에없는이유를설명한다.“한글은사람의말소리뿐만아니라온갖자연의소리를가장정확하게적을수있는문자”라면서“이는알파벳과한자가갖지못한미덕”이라고했다.
-86쪽‘성은이망극하옵니다’중에서

한글은세계에서가장우수하다.이는움직일수없는팩트다.장편소설『대지』로노벨문학상을받은작가펄벅까지도“한글은전세계에서가장단순한글자이며,가장훌륭한글자”라고극찬하였다.
이렇게우수하고,배우기쉬운한글도세종대왕이‘훈민정음’이란이름으로창제할때만해도현재처럼쉼표도없었고마침표도없었고띄어쓰기도하지않았다.
지금우리가사용하고있는띄어쓰기와마침점사용등을최초로도입한분이있다.우리나라국어학자가아니라외국인이다.그의이름은호머헐버트박사(1863-1949)다.한글의띄어쓰기도입은“온백성으로하여금훈민정음을쉽게쓰게하겠다”는세종대왕의위업을완성하는실천작업이었다.그러나호머헐버트박사가없었다면지금도우리는불편하고답답한상태로한글을쓰거나읽을지도모른다.
-88쪽‘헐버트박사의묘’중에서

지금은‘족보’에있는시집들―예를들자면,시집을전문으로간행하는출판사의시집,한국시단의주류라고할수있는시인들의시집,이미작고한저명한시인들의시집―을보이는대로구입해두자고생각을바꾸었다.
그러다가헌책방간판에서아주의미있는‘간판’하나를발견했다.서울신촌에서동교동가는중간언덕배기에있는‘글벗서점’간판이다.
세상의모든책은사람이다
부산보수동헌책방거리입구‘보수서점’에는“사람이만든책보다책이만든사람이더많다”는간판이있다.둘다맞는말같다.표현이재미있다.
아무튼이런간판을내걸고헌책을버리지않고책을찾는독자를기다려주는서점이있으니까,중고서점쇼핑을중단할수없겠다.
-91쪽‘세상의모든책은사람이다’중에서

무궁화는우리나라국화이다.
그러나나라에서‘국화’로결의하거나법령으로공포하지는않았다.자연발생적으로국화가되었다는거다.
무궁화가사실상국화가된것은언제부터일까?아주오랜옛날부터라는설도있다.하지만본격적으로무궁화가국화로등장하여거론되기시작한시기는구한말개화기때부터라는게정설이다.외래문물이쏟아져들어올때,민족의자존을높이고열강들과대등한위치를유지하고자국화의필요성을인식하게되었는데,남궁억과윤치호등선각자들이협의하여무궁화를국화로하자고결의하였다.
-92쪽‘슬픈무궁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