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는 나뭇가지에 앉지 않는다

갈매기는 나뭇가지에 앉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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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오장

저자:이오장
《믿음의문학》신인상으로등단,한국문인협회·국제PEN한국본부이사,한국현대시인협회부이사장역임,부천문인회명예회장,한국NGO신문신춘문예운영위원.
시집『바람꽃을위하여』『꽃과나이테』『꽃과바람의변주』『왕릉』『화석의울음』『꽃의단상』『날개』『아버지,아버지』『인간학개론』『고라실의안과밖』『천관녀의달』『노랑리본』『99인의자화상』『꽃구름탔더니먹구름나룻배탔더니조각배』『이게나라냐』『상여소리』『고발장』『나무가생명이다』『은행꽃』등19권,동시집『서쪽에서해뜬날』『하얀꽃바람』,평론집『창의적인언어,언어의광합성』,시평집『시의향기를찾아서』등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1
삶의언저리|달의크기|계수나무|위고비|대화|축제의서막|아름다운인생|사랑의무게|낙엽을밟으며|징검다리자리|축제|감떨어졌다|관절통|돈대|선거|초분|사랑연구소

2
분꽃앞에|농다리에서|출렁거리는삶|매화|나무는기대지않는다|청개구리|물의경계|허공을걷다|소리의풍경속에서|호수|귀를걸다|어깨|소리깎기|삶의셈법|춘수의꽃|새들은|지게|푸른피를닦다

3
희망|팽창의종소리|두더지와지렁이|꽃잎|샅바|산다는건|신마당놀이|축제|공존|병꽃의물을재다|갈등|선인장|소리의길|나리|사다리|문자도(文字圖)|비둘기

4
말다래|좌표|계단|까치밭|아스파탐|중심잡기|죄와벌|그네타기|시간의줄|불꽃속으로|목이버섯|남자의비애|깃털|간격|갈매기는나뭇가지에앉지않는다|수의는주머니가없다|높이의부력|추락위험

저자의시담론:경직된언어는특수한언어의집합만남는다

출판사 서평

이오장시인이꼬집은출렁거리는인생이야기
시는말의의미를결정하고사유와삶을지배한다

시인의최대목표는명작을만들어내어누구나가알아보는,누구나가읽으려드는그러한작품을쓰는것이다.그렇지만그것을이루는데일반적인언어가동원된다면아무런성과가없다.특정한언어를표현한문장의밑바닥에보편적인문법이있다는사실을놓치지말고,그것을기반으로새로운문장을만들어야한다.전통적으로내려온구조주의언어를배제하고특정한언어를찾아야하는것이다.예를든다면“산이높다”를“산이깊다”로“바다가넓다”를“바다가좁다”로표현하면서문장을끌어간다면거기에따르는새로운이미지가생겨나종래의이미지를완전히탈피하는효과를얻게된다.구조적인언어요소의범주에서말하는사람이나듣는사람이보편적인언어적권능의규칙을깨트리는것이다.

시는말의의미를결정하고사유와삶을지배한다.따라서보편화를넘어경직화시키는의미를만들어낸다면특수한언어의집합만있을뿐이다.시의언어는이상적인언어도없고언어의보편성도없어야한다.방언이나은어와속어들이혼합되는것은어쩔수없다고하여도기준을넘는언어는바람없이사라지게된다.동질적인언어사회가존재하지않듯이이상적인언어도있을수없다.오직현실적인언어만남는다.언어의의미는사물의본질과긍정적인연결을통해서나타나게되는것이아니라부정적인관계에서드러나게되는예가많다.붉음은노랑이아니고푸름이아니라는식으로계속이어진다.
이오장시인은“22번째말그네를탄다.탈때마다어지럽고올라가는높이와내려가는깊이를재보지만아직잣대하나를만들지못했다.백두산,한라산,에베레스트산높이를알면서도시의높이를모른다.”고말한다.

<책속에서>

최고의달이뜬다는소식에
계수나무묘목을샀다
뿌리와잎에물적셔
백지로곱게싸토방에올려놓고
석양에젖어드는마루에누웠다
어둠이짙어가며서서히떠오른달
울타리참죽나무가지에걸렸다가
순간뿌리치고솟아오른다
-16쪽‘계수나무’중에서

관절통을팝니다
무릎어깨발가락통증이
최고로저렴합니다
척추협착증근육통은매진
오전에다팔렸습니다
기부는하지않습니다
대등한것과는교환이됩니다
-32쪽‘관절통’중에서

넘보지마라
여기는경계의나라
발적신자는물총맞는다
아리수물계단은일곱
임진강물굽이는아홉
둘이만나열여섯을이루지못하고
색을바꿔돌아서는물머리
옷벗은백로가몸을씻었는가
물속에빠진가마우지똥쌌는가
황톳빛위에내린햇살
바람지나듯스쳐가버리고
먹구름빛고인물살에
둥둥떠내려가는자유의깃발
뒤따라온함성은저혼자시끄럽다
-52쪽‘물의경계’중에서

담장에기댄꽃은
꽃이아니다
색에색을입힌꽃은
꽃이아니다
허무의옷을입은꽃은
꽃이아니다
남의입에오르는꽃은
꽃이아니다
꽃을꽃이라부르지못하는
이름의순서를무너트린
춘수의꽃
이름불러주거나
이름을지워도
이름만남은꽃
꽃이아니어서이름을부른다
-68쪽‘춘수의꽃’전문

입구끝에출구가있다
쫓기는자와쫓는자의씨름이아닌
벽을뚫으려는욕망이
햇빛을잊은채지하도를팠다
직선의용맹과곡선의망설임이
원형의입구를만들고
차단된빛을등불로대신하는지름길
바로세운출구엔독선이남는다
-77쪽‘두더지와지렁이’중에서

꽃과꽃사이에강이흐른다
돛없는나룻배에올라
물길에맡긴흐름
왼쪽으로가다가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틀었다가다시왼쪽으로
방향정하지못한망설임
색깔무시하고모양외면한얽힘으로
바람은멈춰갈길묻는다
어느이름불러도
양쪽에서들리는대답
두귀의문은여닫이가되었다
-90쪽‘갈등’중에서

첫번째칸에서
손잡아주는어머니목소리
조심조심오른다

둘째칸에서
밥먹여주는어머니손길
길이훤히보인다

셋째칸에서
회초리든아버지목소리
후다닥뛰어오른다

넷째칸에오르니
앞뒤모르고뛰는걸음에
학교종소리가재촉한다
-106쪽‘계단’중에서

단한번의날갯짓으로묶여버리는삶
만남을위한걸음에
햇살은재빠르게미끄러져가고
성급한울음은항상뒤처진다
울림소리키우고키워도
울음통없는짝은정해지지않는다
정해진생의귀퉁이에날개밀어넣어
시간의끝을바라보는수컷매미의비애
암컷의귀는열렸다금방닫히고
한번생의울음을끝낸다
-122~123쪽‘남자의비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