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루나파크: 회사를 그만두고 런던으로 | 홍인혜 에세이)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루나파크: 회사를 그만두고 런던으로 | 홍인혜 에세이)

$17.80
Description
표지와 내지 모두 새로운 감각의 디자인으로 리뉴얼한 것은 물론, 런던으로의 긴 여행을 다녀온 지 8년, 그후 못다한 이야기도 ‘코멘터리’의 형태로 추가 수록된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개정판. 기존의 책이 고급스러운 양장 제본으로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만듦새였다면, 이번 개정판은 한손에 쏙 들어오는 아담한 사이즈에 보다 가벼운 종이를 이용하여 여행길에 휴대하기에 용이하도록 만들어졌다. 오랜 시간 비행기나 기차를 타야 할 때, 가방에 슬쩍 넣어도 전혀 부담이 없을 크기와 무게다.

이 책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처럼 크게 네 챕터로 나뉘어져 있으며, 런던에서 보낸 그녀의 계절에 루나만의 수식을 붙여 구분해놓았다. 이뿐만 아니라 책 전체를 휘리릭 훑어보아도 본업인 카피라이터다운 발상이 여기저기 반영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평소 카툰을 통해, 본인의 섬세하고 다소 소심하면서도 준비성 철저한 빈틈 없는 성격을 잘 드러내주는 에피소드를 공개해왔는데, 이번 에세이에도 그녀의 이런 면모는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장기여행을 마음먹고, 회사에 사표를 내고, 각종 티켓을 예매하고, 머무를 거처를 고르는 모습에서 촘촘한 준비의 계절을 만난다.
저자

홍인혜

카피라이터,만화가,시인.

기억하지않으면
애초부터없던일이되어버리는것같아서
매일을또박또박써내려가는기록전문가.
회사밖넓은우주가궁금해
조심스레발내디뎌본
세상에서가장겁많은모험가.

목차

Prologue

촘촘한준비의계절
위기의청년들
독설의효과
짐뱉지못하는사람
╂식도락포기선언

우울한적응의계절
준비광의최후
우울한나의집
알뜰한당신
광고를믿지마세요
╂청소년은어디에
나의굴,나의둥지,나의행성
미움의도시
구호의손길
마요르카,마요르카,마요르카
╂두갈래의마음
사소한작별
디지털여행자

사는맛삼삼한정착의계절
펍은늘열려있다
문득,아침
╂좌우반전된생활
눈에띄는사람들
칭찬받고싶어요
여행자의로망
╂여행지의친절지수
나의거실로
익숙한그상황
프라이마크찬가
╂독일인과맥주대담
부모님의여행
시계를보지않는사람
그대도,나도
가족의재회
╂스네이크바이트
내셔널갤러리에서의낮잠
갖고있을땐모른다
개미와나의영역다툼
╂리버티의호인
안달병호전
마음의거리
쇼생크탈출
╂두바퀴위의런던
스카치테이프예찬론
급성고독감
동전의양면
╂메인은아닙니다
다들좋아하는데는이유가있지

깊어가는성찰의계절
고독전문가
예술에서찾아낸당신의흔적
더치열하게,더격정적으로
╂런던에서축구보기
여행자의작별
셜록홈즈의구원
다국적대화
외로움과그리움은다르다
╂창작하는외톨이
뮤지컬런던
3만원어치불행
커튼을걷으면
조심스러운행복
╂독신자의장바구니
안녕,나의민트
너는나
마음다림질
가깝고도아득한
╂불청객의방문
행복프리즘론
여행적위기상황
쓰는재미,아끼는가치
팁을드리자면
╂긴장의증거
나를사유하기
런던을떠나며

Epilogue

╂코멘터리8년후의루나로부터

출판사 서평

기억하지않으면
애초부터없던일이되어버리는것같아서

평소매일본인의홈페이지‘루나파크’에카툰을그림일기처럼올리던루나.그리고그것들을묶어╂루나파크╂(2007)╂루나파크:사춘기직장인╂(2008)등으로출간한바있는그녀는지금도여전히SNS나블로그등의개인공간에그날그날을빼곡하게쌓아두는,‘기록의여왕’이다.╂지금이아니면안될것같아서╂(2011)출간이후╂루나파크옷걸이통신╂(2014)과╂혼자일것행복할것╂(2016)등을출간하였고,꾸준히시를쓰는가싶더니급기야2018년시인으로등단하기까지했다.카피라이터라는본업또한꾸준하게열심이니,참부지런하고다재다능하다고할수밖에없겠다.
출간이후지금까지도꾸준한사랑을받아온,첫에세이집╂지금이아니면안될것같아서╂의개정판이출간되었다.표지와내지모두새로운감각의디자인으로리뉴얼한것은물론,런던으로의긴여행을다녀온지8년,그후못다한이야기도‘코멘터리’의형태로추가수록되었다.기존의책이고급스러운양장제본으로소장욕구를불러일으키는만듦새였다면,이번개정판은한손에쏙들어오는아담한사이즈에보다가벼운종이를이용하여여행길에휴대하기에용이하도록만들어졌다.오랜시간비행기나기차를타야할때,가방에슬쩍넣어도전혀부담이없을크기와무게다.

잘다니던직장에한순간사표를던지고영국으로훌쩍떠나무려8개월간체류하고돌아와그간의런던생활이야기를특유의재치넘치는입담으로풀어낸이책은,지금까지도스테디셀러로서꾸준한인기몰이중이다.매순간기록으로남겨자칫무의미하게흘려보낼일상도소중한일생의부분으로업그레이드하는그동안의습관이만들어낸훌륭한기록물인셈이다.글사이중간중간예고없이만나는15개의짧막한카툰을통해기억에남는에피소드들을간명하지만유쾌하게소개하고있음은물론이다.
이책은봄여름가을겨울사계절처럼크게네챕터로나뉘어져있으며,런던에서보낸그녀의계절에루나만의수식을붙여구분해놓았다.이뿐만아니라책전체를휘리릭훑어보아도본업인카피라이터다운발상이여기저기반영되어있음을느낄수있다.평소카툰을통해,본인의섬세하고다소소심하면서도준비성철저한빈틈없는성격을잘드러내주는에피소드를공개해왔는데,이번에세이에도그녀의이런면모는고스란히드러나있다.장기여행을마음먹고,회사에사표를내고,각종티켓을예매하고,머무를거처를고르는모습에서촘촘한준비의계절을만난다.

그간여행을하며신발은무조건한켤레,그것도항상긴시간걷기에무리가없는운동화일색이었는데,나는늘그점이아쉬웠다.불편한신발을신을수있느냐없느냐가여행자와생활자의차이라고생각했기때문이다.
‘오늘은여행책에소개된여기,여기,여기를기필코돌아보리라’다짐하며흙먼지낀운동화끈을조이는여행자보다,예쁜구두를내려다보며내일을기약할수있는생활자가되고싶었다.날마다종아리가아프도록맹렬하게다니는게아니라,내일도모레도이곳에있을것이기에하루쯤은날렵한구두를신어도되는사람이고싶었다.늘명승고적만찾아다니는게아니라,고운구두를신고그에어울리는고운장소에초대받고싶었다.
_‘짐뱉지못하는사람’중에서

잠시머물다떠나야하는‘여행객’이아니라,오래오래런던에사는‘생활자’가되겠다는것이루나의첫번째목표였다.그리고,어딘가용기도부족하고그저월급으로하루하루를반복적으로생활하는노동자의삶에서벗어나겠다는것이두번째목표였다.그런뚜렷한목표의식으로런던에서의당당한(╂)하루를다짐하지만,이역만리타지생활이처음부터어디그리호락호락하던가.온갖고생과서글픈날들이계속되었고,루나의우울한적응의계절은이때부터시작된것이다.
계약한홈스테이집을찾아갔으나,지독히도절약하는주인덕에졸졸졸흘러나오는물줄기로샤워를하거나밤늦게방에불도켜지못하는둥눈칫밥을먹은이야기,항상비가오거나어두컴컴한런던날씨탓에우울감에휩싸이던매일아침……그렇게온갖고난과역경의시간을보낸후에야,런던은조금씩조금씩매력적인곳으로의안착을허락했다.
그렇게그곳에서의새로운일상에익숙해지고자신감이생기기시작한루나는,그야말로런던구석구석을누비고다니기시작한다.바야흐로사는맛삼삼한정착의계절이시작된것이다.소심하고겁많던그녀가동네골목골목의펍에혼자앉아맥주를마시는일은물론,오랜만에날씨에좋은날에는동네공원에나가자리를펴고누워햇살을만끽하기도했고,나아가런던의유명박물관이나극장을다니며미술작품과오페라를관람하기도한다.그렇게조금씩깊숙이런던이라는사회에개입하며살아가면서루나는이방인으로서의시각과생각을다지며,사회전반의이모저모를보고느끼며대한민국의현주소를되돌아보기도한다.

런던하면떠오르는이층버스,이빨간버스만보아도바닥이나지막해유모차나다리가불편한이가오르내리기에충분했고,중간에유모차를위한충분한공간이있어서누가서있다가도아기를데리고다니는사람이타면미안하다며비키는게일반적인모습이었다.미술관지하식당에는백발노인들이차를마시며두런두런예술을이야기하고,대형마트에는휠체어를타며끌기편한특수카트가비치되어있었다.당당하게동성애인을소개하는사람들을마주하면서,나는아직도동성애‘찬반’토론을하는우리사회를돌아봤다.
_‘눈에띄는사람들’중에서

때로는혼자라는고독감에빠지기도하고,때로는반대로그런외로움을즐길수있는여유가생기기도했다.바쁘게돌아가는서울의삶에서잠시벗어나언제나충분히주어진생각의시간은좀더치열하고격정적으로살아갈에너지를얻게했다.낯선곳에서낯선사람들과만나고헤어지는일에조금씩익숙해질무렵고국의친구들이,매일듣던가족의목소리가그리워지며깊어가는성찰의계절을맞이했다.한도시에오래머물며버스정류장이며,갤러리에걸린그림까지익숙해져버리고머리에탈모가찾아왔을때,그저잠시외출을나왔던것처럼그렇게아무렇지도않은듯,아쉬운마음을애써숨기며서울의집으로돌아온다.

그녀인생에서8개월간의길다면긴여행은떠나기전의생각처럼인생에전에없었던일탈도,다시없을기회도아니며,‘떠남’은언제든다시벌어질수있는사소한사건인것이다.오늘을소중하게,내일도열심히,그렇게사는지금이순간이바로여행임을.지금이아니면안될것같아서떠났으나,매순간지금이아니면안될것같은하루하루를살아내는것,그것이런던에서배낭에짊어지고온가장큰수확이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