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흐려도 모든 것이 진했던 (박정언 에세이)

날은 흐려도 모든 것이 진했던 (박정언 에세이)

$14.00
Description
나에게 꼭 맞는 내 자리는 어디일까?
아직도 나는 나의 쓸모를 찾아가고 있어


힘들거나 슬플 때, 행복하거나 기쁠 때 우리는 그날을 기록으로 남긴다. 서랍 안쪽 혹은 책장 한구석에서 우리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이, 해묵은 일기장이 펼쳐져 읽히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예전이라면 일기장 위에 적혔을 글들은, 요즈음에는 SNS 채널에서 한 장의 사진과 짧은 글로 그 감정을 대신한다. 어찌됐든 그날의 감정이 빼곡히 담긴 그 이야기들은 대개 시간이 아주 흐른 뒤에 다시 읽히곤 한다. 다시 읽힐 즈음에는 그날의 감정이 어느 정도 희석되었을 테지만, 그 당시의 날것의 감정을 품은 채 일기장 너머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건다. 나는 이때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었어, 지금 너는 어때? ‘지금 너는 어떠냐’는 물음에 어떤 대답이 적절한지는 알 길이 없다. 저마다의 사연이 다른 만큼 각자가 서로 다른 일기의 흉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책 『날은 흐려도 모든 것이 진했던』에는 저자가 신문사 기자에서 방송사 PD로, 그리고 그 속에서도 직종 전환을 하며 살아온 10년간의 한 시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을 하며 만난 사람들과 길을 걷다 스치듯 지나가는 익명의 타인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그려진다.
이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소리의 세계’는 저자가 라디오PD로 일하며 경험한 일들이 담겨 있다. 처음 라디오PD로 시작해 ‘들려오는 것’들에 대해 좀더 섬세하게 체감하게 되며, 라디오 음악 선곡을 하며 모르는 노래가 나올 때 “아, 국영수만 하지 말고 음악도 좀 할걸”하며 후회하는 모습, DJ의 팬들이 보내온 문자를 보며 어릴 적 본인의 팬클럽 활동 시절을 생각하는 모습은 공감과 함께 웃음을 자아낸다. 2부 ‘혼자서 말 걸기’에는 신문사 기자 생활을 하며 맞지 않는 자리에서 진짜로 하고 싶은 일들 혹은 자기 자리를 조금씩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갈피를 못 잡던 시절, 누군가에게 토로하고 싶었던 내밀한 마음들을 편지를 보내듯 건네고, 각자의 자리에서 담담하게 일하고 있는 사람들 또한 발견하게 된다. 3부 ‘멈추어 듣다’에서는 길을 가다가 만난 사람들과 그 속에서 발견한 삶의 표정들을 담았고, 마지막으로 어릴 적 살았던 복도식 아파트, 가족과 학창 시절의 추억 등을 회고하는 4부 ‘안녕 나의 세계’로 이어진다.
살아가고 있는 동안에는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흐리다고 생각했던 시절이지만 돌아보면 무엇보다 진했던 한때, 이렇듯 추억은 다시 기억되기 때문에 찬란한 것일까. 저자는 이러한 시간들을 거쳐 <푸른 밤 종현입니다>, <음악의 숲 정승환입니다>, 등을 연출한 라디오PD로 살아가고 있다.

그가 언제나 있고 싶었던 곳은 다른 이들의 이야기가 조곤조곤 들려오는 ‘소리의 세계’가 아니었을까. 저자는 어디서든 눈으로 보기보다 귀를 먼저 기울이며 거리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위에 자신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덧대어본다.


덜 기쁘게 살아도 좋으니
덜 슬플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일상의 기록들

우리가 가장 진했던 시절은 언제일까.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그때 우리는 모든 것이 흐렸고 막막했고 아무것도 몰랐다. 저자가 그려내는 시간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 겪어낸 감정들을 함께 따라가다보면 우리들 역시 각자가 가지고 있는 한순간을 포착해낼 수 있을 것이다. 흐리고 어두운 그리고 점점이 사라져가는 기억들 속에서 삶의 환등기처럼 비추는 진했던 한때, 그리고 그때를 향한 노스탤지어까지. 마냥 아름답게 보이겠지만, 그러나 우리는 안다. 그 안개의 시간을 건너왔기에, 안개가 걷힌 그 시기는 어느 때보다 찬란하게 빛난다는 걸.
저자

박정언

평일의라디오PD.주말의산책자.
2010년중앙일보에입사했다.10개월만에사표를쓰고MBC시사교양국PD가된다.2014년부
터는라디오국으로자리를옮겨현재까지MBC라디오PD로일하고있다.연출했던프로그램으
로는<윤정수신봉선의좋은주말>,<푸른밤종현입니다>,<이사람이사는세상>,<음악의숲
정승환입니다>,<FM영화음악한예리입니다>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오래된우편함

1부.소리의세계
잃어버린대화
소리의세계
팬클럽평행이론
어느무명배우
그냥일어나서일을하러간다
나의중력
국영수만하지말고
뉘앙스
취향의공동체
감정계약서
‘어디’의사람과‘무엇’의사람
눈물냄새
커피마셔도될까요
푸른밤
여러개의얼굴

2부.혼자서말걸기
보낸편지함:자리찾아가기
김부장과손톱깎이
한강의남자
특기는청소
그런적있으신가요
어떤날
이직
양복뒷자락이말해주는것

나의본질
어떤하루
회사원의사랑
선배
두번째파업의기억
기도하는이유
선택의흔적
비관으로낙관하기

3부.멈추어듣다
1월1일의결심
라면냄새
코털과흰머리
온도와습도의병
시간여행자의종로
대화의태피스트리
광화문빵집에서헤어지는연인
장소에대한사랑
강변북로의집
웃는주름
말의세계
행복
광화문에서너구리를보았다
143번버스의여자
수족관에서
시간과물건
어떤버스
3인칭관찰자시점
당신의스키드마크
주어진세계
라덱과60km청년
나는내가부끄럽다
기차에대한질투
VS
사랑한다,사랑하지않는다
평행우주

4부.안녕나의세계
과거의나
파국적상상력
보일러실의비둘기
건강염려증
싫다고말하지못한것
열일곱서른둘
일기의흉터
노래가저장하는것
안녕빛의세계
햇볕의힘
외할머니
혹시스무살?
너는어떤사람이되어있을까
니가세상에서사라졌으면좋겠어
기억에대하여
야경과안정감
엄마가다녀간자리
나의복도식아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