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 있는 사람 : 이병률 여행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 : 이병률 여행산문집

$15.30
Description
가능하면 사람 안에서
가능하면 사람 틈에서
사람 틈에서 사는 일이 자주 궁금해서, 바람이 멈추지 않아서 이병률 작가는 다시 여행가방을 꾸리고 펜을 꺼내들었다. 작가는 『끌림』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에 이어 세번째 여행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2015)』을 출간했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여행 삼부작의 최종장으로, 지금껏 수많은 독자들의 애정을 받아왔다.
그리고 5년이 지나 개정증보판을 출간한다. 빛나는 이야기들을 새로이 더하며 좋은 곳에 가고 좋은 삶을 사는 일에 집중했다. 풍경을 사진에 담고 이야기를 언어로 기록하는 일은 뼛속 깊이 여행자로 태어난 작가가 지닌 사명이었다. 작가는 이 숙명 같은 일에 두 손을 들고, 오래된 필름들과 새로 찍은 필름들을 그러모아 사진관에 맡겼다. 새로운 별이 탄생하는 일에 눈시울을 붉히고 그 별의 이름을 짓는 일에 벅차오르기도 하며, 온몸이 반응할 만큼 좋은 사람과 그를 만난 사건을 떠올리며 다시금 그곳에 가고 싶어지기도 하는 마음들을 추가적으로 담았다.
표지의 오브제는 ‘연결 고리’이다. 어릴 적 색종이를 잘라 붙이며 동그란 고리를 이어 만들곤 했던 그것을 기억하는가. 이어붙이면 끝없이 엮이는 종이 타래처럼 새로 알게 될, 좋은 사람에게까지 이어지고 싶은 호기심 가득한 마음을 담아보았다. 그렇게 새로워진 모습으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다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저자

이병률

1967년충북제천에서태어났다.서울예술대학문예창작과를졸업하고,1995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시「좋은사람들」,「그날엔」이당선되어등단했다.시힘’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저서로는시집『당신은어딘가로가려한다』,『바람의사생활』,『찬란』,『눈사람여관』,『바다는잘있습니다』등과여행산문집『끌림』,『바람이분다당신이좋다』,『내옆에있는사람』,산문집『혼자가혼자에게』...

출판사 서평

우리는여행의점선들을모아
하나의인생을완성해가는중이다

사람사이로걸어들어가는일이여행이라믿는사람의눈앞에는실제로많은것들이펼쳐진다.작가는자신이마주한장면의긴서사에집중해본다.많이듣고,끄덕이고,인사와안부를나누다보니자연히내면에쌓이는것들이많았겠다.이기행들은굳이여행이라명명하기보다는자연스러운삶의확장이며연장선이라보는것이맞을것이다.

시(詩)캠프를떠나계룡산계곡에앉아함께시를낭송하던시간,제주도의한동물원에서조용히돌고래와조우한일,어느한적한진안버스터미널에서마주친남자와여자사이를짐작하는일,오래전잘따르던흑산도소년을무려어른이되어서재회한일,공항에서뒤바뀐다른사람의여행가방을들고집으로온해프닝,한때문경여행길에서스치듯인연이었던어르신의부고(訃告)를듣고그집에서머물게된하룻밤,한겨울태백에서자동차바퀴가눈에파묻혀고생할때어디선가나타나도와주고떠난사내,한글학교에서만난베트남친구와함께했던단양으로의여행등등…….
이책에존재하는각각의산문은아주평범한일상같기도하지만전혀예상치못한인연이만들어내는굉장한이야기로확장된다.그것은스스로칭하기를‘예술을하고’‘영감을부르는’사람그러니까시인(詩人)이기에가능한열린마음으로부터기인한다.아름다운감각과세심하게선택된시적언어들로이루어진문장들은묘한운율감을만들어내고,이야기는절로뒤가궁금해진다.
여행에는정해진시작도끝도없을것이다.이책을펼치는곳이여행의시작이고책을덮는것이여행을마치는순간일것이다.우리가언제어디서든여행을시작할수있기를바라고,그여정들이모여하나의멋진인생이되기를바란다.

책속에서



걷지않고도많은생각을할수있다는것은착각이야.보지않고더많은것을상상할수있다는것도마찬가지.그러니까여행을떠나더라도살아서꿈틀거리는상태가아니라면아무것도획득할수없게돼.
여행은,신이대충만들어놓은나같은사람이살아가기위해서는어쩔수없이손을뻗어야하는진실이야.그진실이우리삶을뒤엉켜놓고말지라도,그래서그것이말짱소용없는일이라대접받을지라도,그것은그만큼의진실인거야.
_[여행은인생에있어분명한태도를가지게하지]중에서

누군가를위해따뜻한마음하나쯤차려낼수있는사람,그사람이멀리간다.그그윽함이오래간다.내가뭐해줄게,하면서냉장고문을열고,도마를꺼내부엌조리대위에쿵,하고올려놓는사람.그이후의시간을관객이되어즐기는나같은사람.나의옆집에도또그옆집에도그런친구들이많이어울려살았으면싶은것은그것이내가믿어보려는‘안녕의방식’이기때문이다.
_[오늘의느낌은안녕합니다]중에서

가능하면사람안에서,사람틈에서살려고합니다.사람이아니면아무것도아닐것같아서지요.선뜻사랑까지는바라지않지요.사랑은사람보다훨씬불완전하니까요.아,불완전한것으로도모자라안전하지않기까지하네요,사랑은.
사람만보고살려고하는데그것도어렵지요.사람냄새참좋은데,사람냄새때문에사람답게살고있는데결국은사람냄새때문에골병이들지요.결국우리는아무도없는곳으로숨으려하지만사람이없는곳에서의삶,그게어디가능하기나한가요.우리는사람이그리워사람없는그곳을탈출하고맙니다.
_[매일기적을가르쳐주는사람에게]중에서

알고있겠지만,여행은사람을혼자이게해.모든관계로부터,모든끈으로부터떨어져분리되는순간,마치아주미량의전류가몸에흐르는것처럼사람을흥분시키지.그러면서모든것을다받아들이겠다는풍성한상태로흡수를기다리는마른종이가돼.
그렇다면무엇을받아들일수있을까.먼곳에서,그낯선곳에서.
무작정쉬러떠나는사람도,지금이불안해서떠나는사람도있겠지만결국사람이먼길을떠나는건‘도달할수없는아름다움’을보겠다는작은의지와연결되어있어.일상에서는절대로만날수없는아름다움이저기어느한켠에있을거라고믿거든.
_[여행은인생에있어분명한태도를가지게하지]중에서

땅만바라보고살았던사람에게어느밤의별들은그사람을다른세계로이끌어준다.이세계가아니면다른세계는절대존재하지않을거라고믿게하는사랑.그사랑은몇번의세계를거치고훈련하면서먼우주로나아갈수있다.작은물이모여바다로간다는그말처럼사랑은고통을치른만큼만사랑이된다.
_[사람이꽃]중에서

사랑을통해성장하는사람,사랑을통해인간적인완성을이루는사람은다른사람과명백히다를수밖에없다.사랑은사람의색깔을더욱선명하고강렬하게만들어사람의결을더욱사람답게한다.사랑은인간을퇴보시킨적이없다.사랑은인간을사랑하지않은적이없다.
_[사랑하는사람은무엇으로도침묵하지않는다]중에서

하나의나무가신호를보내면똑같이생긴나무가산너머에태어날것이다.내가신호를보내면당신도나처럼숲을좋아하거나이해하게되고,저너머먼도시에서당신도새로이태어날수있을것.
숲에서여름은익는다.가을은그것을감정한다.그리고겨울은그모두를잉태한다.그리하여봄은그모두를이해하고받아적겠다는듯사랑을시작할것이다.
_[하나의나무가신호를보내면산너머에똑같이생긴나무가태어난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