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 (황인숙 산문집)

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 (황인숙 산문집)

$14.30
Description
있겠죠 또 좋은 일들
오겠죠 더 좋은 날들
서울 한가운데 남산 마을의 비탈과 기슭에서
황인숙 시인이 전하는 명랑한 기류

서울 한가운데 자리한 남산 마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해방촌은 긴 시간 동안 도시 개발의 여러 정책 속에서 낡아가다가 개발되다가 멈추었다가 최근 들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예전부터 지금까지 이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여전하고 태연하다. 돌계단 아래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지나가던 사람에게 말을 걸며 참견하기도 한다. 4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이 동네를 살아가고 있는 황인숙 시인 또한 그렇다. 시인은 해방촌의 옥탑방에서 자신의 고양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낮과 저녁 시간에는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그 외의 시간에는 틈틈이 시를 쓰고 또 간간이 산문을 쓴다. 그리고 그간 써온 산문들을 이 책 『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에 담았다.
그간 펴낸 시집과 산문집 『우다다 삼냥이』 장편소설 『도둑괭이 공주』 등을 통해 꾸준히 고양이 이야기를 해온 시인이기에 그와 고양이는 꼭 붙어다니는 짝꿍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런 시인에게는 시를 쓰는 일도 고양이를 돌보는 일도 어느 하나 양보할 수 없어서 두 가지 일의 균형을 맞추려 애쓰지만 쉽지 않다. 주변에서는 “고양이 밥 주는 걸 반으로 줄여”라든가 “시쓰기에 시간과 힘을 모아”라며 염려하지만 그러한 조언 속에서도 시인은 “어쩌겠어, 내가 더 잘 해야지” 하며 자신이 정한 삶의 규칙을 깨지 않는다. “내 삶은 확실히 길고양이들 밥을 주기 전과 후로 갈렸다”고 할 정도이니 더욱 그렇겠다. 그래서일까. 시인의 시에는, 언제나 삶이 곁에서 두 팔을 벌린 채 꾹 끌어안고 있다. 그리고 시인은 그런 삶의 표정이 밝든 어둡든 슬프든 그 안에 깃든 환함을 기어이 찾아내고야 만다.
저자

황인숙

서울에서태어나서울예대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해방촌에살면서길고양이를돌보고시를쓴다.시집『새는하늘을자유롭게풀어놓고』『슬픔이나를깨운다』『우리는철새처럼만났다』『나의침울한,소중한이여』『자명한산책』『리스본行야간열차』『못다한사랑이너무많아서』『아무날이나저녁때』,장편소설『도둑괭이공주』,어른들을위한동화『지붕위의사람들』,산문집『인숙만필』『그골목이품고있는것들』『황인숙·선현경의일일일락』『해방촌고양이』『우다다,삼냥이』,시모음집『하루의시』등을펴냈다.동서문학상,김수영문학상,형평문학상,현대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해방촌에서

순하고따뜻하고맑은,남쪽바다
고양이밥주는알바를구할거야
눈의젖은왈츠
이제밤도말랑하고따뜻하겠지
꽃피는재래시장
선의로가득한지옥이었네
강너머저쪽의사정
자정지나남산에서
어두운카페들의거리
가을하늘공활하고
내게도노년이,노년이있을거라네
12월의즐거움
겨울나기,겨우나기
공터의블루스
나의해방촌
꽃사세요,꽃요

2부달려라캣맘

여름의향기
그것은꿈이었을까
이렇게가혹한여름
순해지고강해지다
달려라,캣맘
란아,애틋한우리장녀
비일상으로의탈주
새들,해방촌에와서죽다
다행한나날들

3부모든것이아름다울뿐

그골목이품고있는것들1
그골목이품고있는것들2
뻔뻔스러울정도로떳떳하기를
직업,밥벌이와자아실현의그어디쯤
친구생각
깊은삶,기품있는삶
나는어머니를기억하지못하지만
우리가불행감에서헤어나지못하더라도
하나의생에는하나의몸이주어진다
달걀의추억
딩동댕,파라솔아래서파도소리들으며책을읽으리
나,덤으로살고있는것같아
단아하게살기
모든것이아름다울뿐

출판사 서평

그럼에도삶에는좋은일들이있다
순박하고다정한이웃과사랑하는나의고양이

책에는시인이해방촌에서그곳사람들과부대끼며살면서겪은일상의면면(1부해방촌에서)과길고양이를돌보는‘캣맘’으로서경험한일(2부달려라캣맘)그리고나이들어가는한사람으로서사유한것(3부모든것이아름다울뿐)을총3부에걸쳐담았다.
시인이살아가는해방촌마을사람들과의일상은흡사한편한편의드라마처럼웃음이나기도하고다큐멘터리처럼현실의민낯을들추어마음한편을서늘하게만들기도한다.지나가던시인에게삶은계란을한알을불쑥내밀며“아까부터언니주려고기다렸어”하는이웃이있는가하면시인의부스스한차림새에“에이기분나빠!”하며노려보는이웃도있다.지나가는길에시인을불러세우곤자장면한그릇을먹고싶은데전화번호를모르니알아봐달라며부탁하는노인도있다.여러가게들이생겼다가사라지고다시번성하는가운데해방촌시장의풍경또한일상속에하나하나담긴다.
길고양이밥을주러다닐때도마찬가지다.남산의비탈과기슭을오르며밥을주는와중만난길고양이들의얼굴을‘삼색고양이’‘노란고양이’‘회색고양이’등으로설핏하게기억하지만곁에있었던아이들은매정한도시에서그의곁에남아있기도하고행방을모르는곳으로묘연히사라지기도한다.거처없이다니는길고양이도길위에똥을뿌리며다니는비둘기들도어느새도시인의미관을해치는것들로인식되었고어디에도그들의‘편’은없지만그것이단지싫어하거나혐오하는것으로간단히끝나는문제는아니라는것을그는알고있다.마음을쓰다가그마음을별수없이거두어야하는일들을겪으며시인은여러번삶의더께를느끼지만그럼에도그손길을쉽사리거두지는않는다.
살면서여러번다짐하게되는것들도있다.단아하게살아야지,순해지고강해지도록,뻔뻔스러울정도로떳떳하게.내게도노년이있을테니까.이렇듯청년과노년의어디쯤을살아가는,나이듦에대한산문들은읽는사람으로하여금더욱깊은울림을준다.시인의풀어내는문장은목가나관념보다는현실적이고구체적인것에가깝다.그래서글을읽다보면해방촌사람들의표정과몸짓그리고시인과고양이의동선이그려지듯선하다.사연을담아내는시선또한지나치게감상으로빠지거나모자라거나건조하지도않은채그만의다정하고명랑한기류를유지한다.
서울한가운데에서아직개발이이루어지지않은마을.가려면마을버스를타고오르막을오르고올라야하는해방촌.어쩌면당신이가볼까말까하다가가보지않았거나,서울에가면한번들러야지했거나,아니라면이미당신의단골산책로일수도있는곳.서울의낡은정서를머금고있는곳에서고양이들과함께살아가며나이들어가는시인이한시절을담은긴이야기를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