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숲속에 숨고 싶을 때가 있다 (김영희 에세이)

가끔은 숲속에 숨고 싶을 때가 있다 (김영희 에세이)

$14.30
Description
이스라지, 올괴불나무, 덩굴개별꽃, 눈개승마……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청량해지는 하나하나의 이름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초록, 그 계절에만 볼 수 있는 풍경들
자, 지금부터 숲을 보여드립니다

‘한 번씩 멀리 보는 멍때리기’는 눈 건강에 아주 좋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하던 일을 내려놓고 문득 먼 곳의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들여다보고 있던 스마트폰 너머를 눈앞의 모니터 너머를 빌딩숲 너머를 보며 시선은 더 멀리 향한다. 그렇게 파란 하늘의 구름과 초록빛 높은 산을 바라보다보면 이내 눈이 시리도록 환해진다. 동시에, 살면서 이런 기분을 많이 느껴야 한다는 자각과 함께 비로소 가로수와 잔디밭에 핀 민들레 그리고 횡단보도 옆의 화단에 다정한 시선을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이 책 『가끔은 숲속에 숨고 싶을 때가 있다』를 통해 김영희 작가는 그간 자신이 만나왔던 ‘숲의 풍경’으로 우리를 이끈다. 김영희 작가는 어려서부터 산골에서 자라왔고 커서는 수목원 등지에서 일했으며 때때로 자연 탐사를 떠나는 등 평생을 자연을 가까이하며 살아왔다. 매일같이 산책하는 시간을 내어 걷는 꾸준함, 그곳에서 만나는 식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섬세함을 가졌다. 저자가 불 밝히는 조그만 손전등의 빛에 기대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조금씩 선명해져오는 초록빛에 풍덩 발 담그는 히치하이커가 되고 만다. 가로등조차 어두운 시골의 밤길에, 지리산을 오르는 숲 탐사 여행에, 연꽃이 핀 호수와 폭설이 내린 날의 거리에, 산벚나무가 바람에 흩날려 꽃비 내리는 개울가에 서 있게 된다. 눈가가 차츰 상쾌해지는 이러한 간접 경험 끝에는 비로소 읽던 책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초록을 마주하고 싶어지거나 숲속에 숨고 싶은 기분이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함께 걸어보고 싶은, 보폭을 맞춰보고 싶은 그런 산책의 기록.
저자

김영희

숲에서걷는것을좋아하고풀과나무를자세히들여다보는것을즐긴다.
직접본식물을잊어버리는일이거의없어서,그덕으로혼자오랫동안관찰해오던식물인‘쇠뿔현호색Corydaliscornupetala’이라는신종을학계에발표할수있었다.
깊이있는식물공부를하고싶어서고려대학교에서식물생명유전공학을공부해석사학위를취득했다.국내외식물탐사를해오면서국립수목원등에서약10년동안산림교육활동을했고현재는산림교육전문가양성과정을강의하고있다.
이제껏숲을완전히떠나살아본적이없다.
지금도여전히숲을찾고숲속에서무언가를유심히들여다보는중이다.

목차

들어가며
식물을자세히들여다보는일004

1부
이숲에뭘하러왔더라?
나물을뜯다가,꽃비를맞았다014
바람결에꽃가루날려서021
제대로핀꽃에서향기가난다027
꽃을선물하는즐거움032
열매가열리는나무는따로있다040
모두조금씩다르게생겼다047
시부거리를아세요?051

2부
이상한아이
나,덩굴개별꽃058
잎을찬찬히펼쳐보면066
청개구리를보면브레이크를밟아라073
드릴게없으니이거라도드세요076
엄마의택배상자081
우리집사용설명서086
사랑스러운사람들090
이상한아이093


3부
조금느려도괜찮아
나의이정표100
나를닮은아이108
시간이멈춘숲113
그냥자연스러운것117
늙지말고사소123
손길가는서어나무129
내가신경쓸일아니야133
호수에도단풍이든다136

4부
오늘도,파릇
오래된빚을갚았다144
평온한하루의끝,어떡하지?151
너무날카롭지도않고너무뭉툭하지도않게157
배추꽃이피었다163
이십년지기를보내며168
폭설스케치173
당신은아세요?179
완벽한적당함182
겨울일까,봄일까188

톺아보기
책에서만난식물들192

출판사 서평

모르는사이바깥에서일어나는당연한순환
숲에들어가기까지우리가만나야하는것들

저자가제시하는‘자연바라보기’는도달이나성취가아니다.그것과는거리가먼사색과탐사에가깝다.물론산을오를때에정상에오르겠다는목표나그곳에올라‘야호’를외친뒤너머에서들려오는메아리를듣겠다는목표가있을수도있겠다.그러나저자는그보다다른것들에주목한다.바로“찾아가는과정에대한애정”이다.산과숲에서우리가원하는장면을보기위해서는“지난해줄기가땅바닥에자빠진모습도보아야하고,주변밤나무에서떨어져겨울동안너덜너덜해진밤송이도만나야”하며“조팝나무와쥐똥나무도헤치고지나야하고두꺼운낙엽을밟아서미끄러지기도해야한다”고말한다.“자세히보지않으면모를작은꽃들을만나기위해서는그주변도함께눈에담아야”하므로,저자는자연에서만난어쩌면스쳐지나가는풍경이될지도모르는곳에하나하나다정하고따뜻한시선을보낸다.세심한관찰력이장점인저자는,어릴적에예쁜꽃한송이를눈여겨보았다가식물에대해좀더공부하게된후그꽃을기억해내고‘쇠뿔현호색’이라는신종으로학계에발표할수있게된다.탐사가로서숲을다니는입장이지만숲에핀꽃인‘덩굴개별꽃’이라는꽃의시점에서인간의방문을관찰해보기도하고,부모님이농촌에서보내주신꽉찬택배상자속에서배춧잎을하나발견하고는곁에두고관심을기울이며꽃을피워내기도한다.
한번가본숲길산길은절대잊어버리지않는그이지만,도회지의길에서는무지상태가되어버리고만다.남들은건물이나간판을보고잘만찾아가는도시에서자주헤매고길을잃는다.그곳에서길을찾을수있는그만의비법은도시의틈에자리한자연,즉가로수들이다.“지금보이는가로수가무슨나무야”라는질문에“회화나무”라고자신있게대답할수있고,“회화나무가로수가끝나고버드나무가시작되는곳이있을거야.세번째버드나무아래서내가기다리고있을게”라는안내에의지해길을찾을수있다.길가의나무가그에게는이정표나마찬가지인셈이다.우리에겐당연한것이저자에겐당연하지않은대신,저자에게당연한이름들이우리에겐종종낯설어진다.그러나이러한상생으로독자는책속에서숲의풍경을읽고비로소소통하게된다.

“내가비목나무를모를때이숲에비목나무는단한그루도없었다”
가까이들여다보며이름들을알아가는일

책속에는식물에대한전문지식보다는직접체험한일상과그에대한감상이곳곳에녹아있다.산그늘이지고멀리서들려오는소리를들으며“청개구리소리같다”고말하는어머니와남의집마당에심어진초피나무를보고열매도안열리는수그루만심으면어떡하느냐는아버지가있다.“시부거리가어디냐”는질문에그이름이붙은유래를알려주는버스기사도있다.누군가는직접지나온시절그리고다른누군가는글을통해접하는장면그사이에이책은존재하고있다.
이렇듯자연을벗삼아살아가는저자의모습은,따스한그림과어우러져감성을더해준다.그림의부드러운스케치와색채는‘물기를머금은숲속’이라든가‘새벽이슬머금은잔디’처럼우리에게관념적으로존재하는자연을선명히보여준다.그림을보며함께글을읽으면눈앞에푸른빛이차오를것이다.
자연스레궁금해져오는것도있겠다.이나무는,꽃은어떻게생겼을까하는생김새에관한질문이다.독자의궁금증을해소할수있도록책의맨뒤에‘톺아보기’를통해저자가탐사하며직접찍은사진들을수록하였다.하나하나의이름과함께사진이첨부되어있으니,만나고싶은이름이있다면눈여겨보았다가언젠가숲에들어가게되면만나보길바란다.전에숲에들어왔을때는모든것이나무이고,나무아닌것은풀이고,꽃이피어있으면그저꽃이었던것들이하나하나제이름을찾아가고시선닿은곳마다새로운의미가되어오는순간.무성한것들의이름을알아가는일,그이름들에마음을나누어주는일.그것이야말로우리가시작할자연탐사의첫걸음이아닐까.
책을읽어가다보면유독마음에움트는새싹같은이름이하나쯤은있을것이다.이후에당신이언젠가‘가끔은숲속에숨고싶을때’에숲을찾게된다면그곳에숨어있는당신만의식물을찾아서마음을털어놓을수있게되기를바란다.저자가풀어내는이에세이속에서하나쯤찾아낸이름으로당신의계절이좀더푸르러진다면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