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모텔

아이 러브 모텔

$17.00
Description
“누구든 뜨겁게 들어와 외로이 떠나가는 이곳
프런트에서 발견한 쓸쓸하고 투명한 사랑, 사람”
나는 모텔 하는 여자
어서 오세요, 오늘도 재워드립니다!
어느 모텔의 프런트, 고객이 입실한 지 10분 만에 울려퍼지는 ‘문이 열렸습니다’ 알람에 마음 졸이는 사람이 있다. 7년 차 모텔 운영자인 『아이 러브 모텔』의 저자다. “방에서 담배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흡연 객실이지만)”, “너무 춥다(한겨울에 창문을 열어서)” 등 갖가지 이유로 객실 교환 및 환불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긴장한 채로 곧 들이닥칠 고객을 기다리지만… 마주하는 것은 나른한 미소를 얼굴 가득 꽃피운 연인들이다. 저자는 얼레벌레 안도하며 자리로 돌아간다. 머무는 시간이 10분이든 1시간이든 그것이 사랑이라면 무슨 상관이랴, 그들의 미소에 덩달아 흐뭇해진 표정으로 생각할 뿐.

7년 전 운명적으로 주어진 ‘모텔 사장’이라는 직함은 아직도 낯설지만,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씩씩하게 사업을 꾸려나가는 백은정 작가는 프런트에 앉아 수없이 오고가는 다양한 사람과 사랑을 바라보고, 그것에 자신만의 상상력을 덧붙여 유쾌하고도 쌉싸름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24시간 연중무휴, 입실이 곧 퇴실이고 퇴실이 곧 입실인 무한굴레의 모텔. 풋풋한 연인들과 어딘지 모르게 비밀스러운 연인들, 언제나 새로운 진상들이 끊임없이 파도처럼 오고가니 신물이 날 만도 하지만, 작가는 책의 말머리에서 당차게 선언한다.

“여러분의 광대가 되겠습니다. 지금부터 춤과 노래를 대신해 종이와 연필로 신명나게 한판 놀아보겠습니다. 여러분의 삶에 녹아들어 잠시라도 기억될 수 있다면 대성공이겠지요. 감정 노동이 심한 직업 1위가 숙박업, 2위가 텔레마케터라고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쓰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글감이 생기니 제법 견딜 만해요!” - 5쪽

저자

백은정

버스타면핸드폰말고창밖을보는사람입니다.
밥은굶어도바다보는것은포기못하고요.
약속을잘지키는사람을좋아해요.
아직도별똥별에게소원을빌면이루어진다는말을믿기에가끔하늘을봅니다.

숙박업종사7년차로,책읽는모텔인‘북텔’을국내최초로만들어머문자들의일상을기록중이고요.모든고객들의마음속에‘두번째우리집’으로기억될숙소를만들어가고있습니다.

목차

체크인

1부나는모텔하는여자

평일대실은몇시간인가요?(13)
욕망은소중하니까(16)
떡잎부터달랐던모텔사장(19)
시작해볼까요,모텔(33)
제주-재주-죄주:모텔사장이자리를비우면큰일난다(39)
모텔은분위기죠(52)
원조맛집할머니처럼,모텔비법대공개합니다(58)
저스트어텐미닛(68)
우리모텔도우미,시아버님(71)
성인채널이나오니모텔아니겠습니까(79)
프런트에서마주친학부모(81)
올케가하룻밤쏩니다!(85)
206호에세워진군인방화벽(90)
이곳의사랑은생각보다잔혹하다(93)
모텔과자라나는새싹들(99)
신음소리가모텔주인에게미치는영향(102)
모텔용어첫걸음(104)
눈사람여인(110)
모텔이라는숲(116)

2부프런트라는창문으로바라본사람들

이거비밀인데,금팔찌를두고가셨어요(129)
단골가게를잃는방법(131)
손님과거리두기(137)
방을바꾸지말고프레임을바꾸라고요(144)
누구랑일은해야할까(147)
사람들에게모텔이란무엇일까요?(150)
고사양남자(158)
꼬리가긴남자(161)
이미친아줌마가아침부터돌았나!(165)
신고들어왔습니다(170)
세얼굴을가진사나이(172)
우리는두얼굴을가지고살아가요(179)
사람이니까그냥이해해버리자(182)
외도라는섬(185)
내가일부러그랬겠어요?(197)
팬데믹시대의숙박업(204)

3부진상퍼레이드

저좀재워주세요(209)
모텔비깎는여자(210)
먹튀연기자들(213)
주차빌런(215)
적반하장삼형제(218)
로비에서다급한남자(224)
당기라면당기시고,하지말라면하지마세요(226)
추워요(228)
당신애인은어떤사람이에요?(231)
내가너덜너덜해질때까지(238)
그애처로운손짓(242)
벌거벗은사나이(244)
네가왜거기서나와?(248)

4부뜨겁고도외로운모텔다반사

나는야모텔프로파일러(253)
호텔사장의꿈(259)
호텔거지의꿈(263)
너는콘돔을흘렸고나는눈물을흘렸다(267)
난원래꿋꿋한체질이었다(271)
커피포트에다뭘끓인거니?(273)
누나,우리방에서같이술마실래요?(278)
항구에울리는뱃고동소리(280)
사라진운동화(283)
바람과함께사라진직원(287)
우리모르는사이예요(289)
모텔이라는무대(294)
미성년자입실,그결과(298)
나는모텔에오는사람아닙니다(300)
우리미성년자인데여기서잤어요(305)

5부오늘도재워드립니다

모텔은안망하나요?(313)
모텔이말해주는그들의수준(317)
잠이오니까자는겁니다(319)
아가씨는잠깐놀고가면그만이지만(322)
하늘에서떨어진금반지(326)
치킨까지깨끗이청소해드려요(328)
동전교환기에가득든지폐들(331)
염색은미용실에서(335)
범인은302호에숨어있다(337)
사랑하니까그러는거다(342)
볼일은화장실에서(352)
지금바로나갈게요(356)
대실하듯왔다간8만원(359)

체크아웃

출판사 서평

매일밤펼쳐지는서른다섯가지의작은우주
‘아이러브모텔’그리고‘아이러브모텔’

사람들은서로다른사연을갖고모텔로들어선다.누군가는여행을떠나오고,누군가는사랑을만나러,누군가는잠시지친몸을뉘이고자이곳을찾는다.서른다섯개의객실로이뤄진백은정작가의모텔에는매일새로운서른다섯가지사연이모이는것이다.머나먼곳에서각자출발한이들이한장소에모여누군가와만남을갖고밤새반짝이다이내사라지니,저자는우리에게모텔이란사실운명적이고아름다운공간이라말한다.
“먼우주의양끝단에서출발해우리는결국도착했다.우주의중심인이곳,사랑이시작되는곳.모텔이아닌우주의궁전으로!그래서우리에게모텔의의미는특별하다.”-157쪽

『아이러브모텔』의제목을그대로읽자면‘모텔을사랑한다’라는뜻으로,서툴지만애정을갖고열심히모텔을가꾸는저자의고군분투가생생하게담겨있기때문이다.어느날에는객실을엉망으로만들고도망친고객을잡으러가거나미성년자혼숙을막기위해계단을뛰어올라간다.다음날에는성희롱을남발하는진상을당차게상대하고,공공장소에서실수하려는취객을막지못해좌절한다.하루건너하루발생하는사건사고에종종지쳐쓰러지지만,끝까지웃음을잃지않는작가의태도는독자들에게유쾌한위로로다가온다.
한편이책은제목을‘아이러브모텔’이라고띄어읽을수도있다.‘나’와‘러브모텔’,이책의독특한지점을나타내는두번째제목인셈이다.저자는스스로“우리는그들의사랑앞에서풍경이된다”고말하는만큼프런트에서오고가는사람들을,그리고그사랑들을고요히관찰한다.그러고는그들이모텔에남기고간파편들을수습하며작가적상상력을발휘해그들이품고있었을사연을머릿속으로그려보인다.
그사랑이때로는떳떳하지못해잔혹할뿐이더라도작가는그저풍경으로서그들의사랑을짐작하며바라보는태도를보인다.언뜻듣기에건조한자세로보이지만,백은정작가가표현하는사랑을읽다보면‘관찰’이란모든인간상을이해하려애쓰며사랑의형태를넓게수용하는자세라는것을알수있다.그리고사람에대한애정으로가득한작가의시선은곧우리의것이되어,사람을바라보는또다른시각으로우리를안내한다.
“나는그들의이야기가쉽게흘러들어올수있도록자세를낮춘다.가장낮은곳에서자신에게흘러들어오는모든강물을받아들이는바다를닮고싶다.그리고관객이되어그들의사랑을,그들의삶을,진심을다해응원해줄것이다.”-366쪽

책속에서

나의대답이끝나기도전에남자는빳빳한지폐한장을나에게던지며,여자의하얗고보드라운손을살며시잡아끈다.참희한하다.사랑하는이앞에데려다놓는것은발이하는일인데,사랑은죄다손이차지하는걸보면.손을잡고,손으로그사람을어루만지고,손등에키스한다.
―「욕망은소중하니까」중에서

열이계속오르지만집에는얘기할입장이아니었다.이시간에도만두는혼자객실화장실바닥을벅벅닦고있을터였다.제주도에재주부리러왔는데여기는제주인가,죄주인가?무사히일정을마치고돌아갈수있을까?
모텔을운영하고나서부터나에겐내작업을할틈이전혀없었다.단지‘자기만의방’이필요했을뿐이었는데.글을쓰기위한나만의방.가게에대한글을쓰기위해가게생각은잠시접어두고싶었을뿐이었는데.
―「제주-재주-죄주」중에서

우리는한참을고민했다.만약임대를놓으면월세매출은,적어도리모델링전모텔매출의약두배인천만원정도가될터였다.하지만기껏돈들여리모델링한가게를그대로내놓으면건물관리가제대로되지않을것같았다.그리고무엇보다이렇게사업을접고싶지는않았다.우리에게필요한것은돌파구였지비상구가아니었다.
―「모텔은분위기죠」중에서

헐레벌떡달려온만두는무사히프런트에서그들을응대했고,그뒤로도몇번씩찾아온그녀를나는애써외면했다.외면하는것은최소한의배려고그녀에게줄수있는작은선의였다.
구겨진구석없는사람이어디있겠는가.곪은것이있다면터뜨려야살수있을텐데내가뭐라고그녀를판단하나.완벽하지않기에우리는불완전에서완전을향해흐르는인간이아니겠는가.고객의내밀한사정은모르는것이약이다.
―「프런트에서마주친학부모」중에서

유희에게706호키를건네는나는도대체뭐가옳은건지혼란스럽다.유희의친구니까그녀의사랑을지켜주는것이도리인지,그녀가가정을지킬수있도록냉정하게대하는것이답인지말이다.그러나불륜을쉬쉬하며숨기는법조차모를만큼,그래서친구의가게로불륜상대를데리고올만큼그녀의사랑은순수했기에지켜보기로결정했다.사랑이이렇게잔인하다.모든걸줄것처럼쏟아지더니모든걸빼앗아간다.
―「이곳의사랑은생각보다잔혹하다」중에서

신기한일이었다.우리는모텔방에서처음만난날누구보다뜨겁게사랑했다.그사랑은충동적이고본능적이었지만수치스러운비밀이아니었다.우리는간절히바라왔기에저먼우주로부터여기까지운명이라는강렬한별의빛줄기를타고내려온서로였다.그리고그것은앞으로시작될아주긴사랑이야기의시작점이기도했다.
우리는만남의첫날에모텔에서잤고,그김에결혼을했으며,지금은모텔을운영한다.어쩌면우리에게모텔은궁전이아닐까?그래,먼우주의양끝단에서출발해우리는결국도착했다.우주의중심인이곳,사랑이시작되는곳.모텔이아닌우주의궁전으로!그래서우리에게모텔의의미는특별하다.
―「사람들에게모텔이란무엇일까요?」중에서

남자가지하철에올라탄다.잠시후다음역에서여자가지하철을탄다.둘은잠시나마같은칸에머물며호흡한다.그렇게함께욕망이라는역을지난다.남자는다음역에서내린다.여자는남자가내린그다음역에서내린다.두사람에게지하철은스치듯닿은장소,그이상그이하도아니다.나는그들에게지하철요금을받으면그만이다.
―「나는야모텔프로파일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