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엄마에게 (한시영 에세이)

죽이고 싶은 엄마에게 (한시영 에세이)

$17.00
Description
“엄마라는 사람이 어떻게 저래”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지만, 엄마가 된 나는 이렇게 생각해
“어떻게 저런 사람이 ‘엄마’를 해냈을까”
“자식 마음을 이렇게 후비는 부모가 어디 있냐고.” 딸은 엄마의 장례식장에서 혼자 되뇌었다. 그후 시간이 흘러 딸은 어머니가 되었고,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엄마의 어린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죽이고 싶은 엄마에게』는 27년간 ‘알코올중독자의 딸’로 살아온 저자가 지나간 시간을 열심히 곱씹은 기록이다. 나와 가장 오랫동안 살을 맞대었던 엄마가 나를 가장 외롭게 만든다는 것이 서러워 어린 저자는 다이어리에 빨간 크레파스로 ‘이영숙 죽어라’라고 적었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도 엄마를 성실히 사랑했다. 그렇다면 엄마는, 엄마는 어땠을까?

저자는 『죽이고 싶은 엄마에게』를 통해 술 냄새 나는 시간들을 용감하게 풀어헤쳤다. 그러고는 머리를 땋아주던 엄마의 손길에서, 그녀가 퇴근길에 사온 뜨거운 치킨봉투에서, 그녀가 접어준 전교임원선거 ‘출마의 변’ 전지에서, 그리고 미처 딸인 자신조차 잊고 있던 모든 순간에 분명히 자리했던 사랑을 찾아낸다. 누구에게나 “어떤 형태의 돌봄이 되었든 나를 키워낸 엄마”가 있다. 엄마를 죽일 듯이 미워해보고, 또 누구보다도 성실히 사랑해본 우리 모두는 이 책에서 결국 사랑의 증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

한시영

저자:한시영
1989년생.회사에서는노동자로,집에서는두아이의양육자로,남는시간에는읽고쓰는사람으로삽니다.

목차

프롤로그|빨간크레파스6

1부
그해여름오이지냉국18
엄마없는결혼식23
그때나는아홉살이었다32
분홍색나뭇잎44
이야기가흐르는침대49
한시영,알림장가져와60
홈스위트홈73
삼종이아저씨84
닫힌방문95
송은옥어머니107
환승통로위의온기121
글쓰기연대기131
머리푸는아이143

2부
아저씨,접니다152
명동아줌마161
이모네반찬174
나의할아버지187
프로페셔널금자198
섬섬옥수207
첫외출219
세모난공간227
예감한상자236
벽제추모공원246
시작하는마음259
복강경수술268
그글은저에대한배반이거든요276

에필로그|엄마의사과편지287

출판사 서평

“죽이고싶은데사랑하고싶다.아니,사실같이살고싶다.
보통의모녀처럼살고싶다.”_김민철(작가,『모든요일의기록』)

엄마가나의엄마가아니길바랐던
그모든감정이죄책감으로남지않길

“내가엄마한테배운건그래도사랑이잖아”

『인생의역사』에서신형철교수는“자신을사랑하지않는부모는아이에게가해자가되고말것이다”라고말했다.그시점으로보자면저자에게‘영숙씨’는보호자이자가해자였을지도모른다.알코올중독자는타인에게폭력적일뿐아니라자기자신에게도폭력적이다.온몸의장기가알코올을더이상받아들이지못해수없이구토하고손발이덜덜떨리지만,술이깨면서나타나는섬망이두렵고그후마주해야할현실이두려워계속술을마시고마는행위를자기파괴말고무엇이라말해야할까.
문제는그행위의주체가나의부모라면,비단고함을지르고손을휘두르지않아도그는나에게가해자가되고만다는것이다.보호자가나를두고어딘가로가버리는걸수긍하며바라보는아이는없으니까.『죽이고싶은엄마에게』의저자역시한달에한두번,일주일씩장취(長醉)하는엄마를보며생각이그리흘렀다.

“어릴적부터해오던‘나를사랑하지않기때문에엄마가술을마신다’는생각은늘‘내가사랑받을만하지않다’는결론으로귀결되곤했다.…엄마의음주와나에대한애정사이에는아무런관계가없을지도모른다.하지만엄마가중독으로겪는고통이실재였듯,딸인내가겪어야할일들도실재였기에그의사의말은그다지큰위로가되지못했다.”(224쪽)

내가엄마를속상하게만들어서,내가엄마의사랑이되지못해서엄마가술을마시는건아닐까.가장의지하는존재가나를가장외롭게만든다는걸깨달아도부모를놓는아이는없다.그렇게27년간저자는엄마를붙들어왔고,끝내엄마를술로떠나보냈다.그리고10년이지났다.

‘술냄새배인사랑은사랑이아닐까’두려웠던
어린나에게보내는사랑의증거들

이제는두아이의엄마가된저자는어느날문득자신과아이사이에서재현되는엄마와나의모습을발견했다.아침이되면언제나자신을쓰다듬으며“자고나면예쁘고,자고나면예쁘고”라고말해주던엄마처럼,자신도첫아이를본날“자고나면예쁘고”라고말한것이다.그것을시작으로저자는술냄새가짙게밴지난27년을들여다보기로했다.
물론그과정에서‘어떻게엄마라는사람이그럴수있었을까’라는의문이다시금들기도했지만,결국공백있는돌봄이래도틀림없이존재했던사랑의편린을마주하며그의문은‘어떻게그런사람이엄마를해냈을까’라는문장으로바뀌었다.주변으로부터손가락질받고타박듣던‘술먹는이혼녀’는그들의말마따나소주네댓병을품에안고안방으로숨어들기도했지만,언제든딸아이의머리를땋아주는‘엄마’의역할로돌아왔으니까.

“병원에는가지않겠다며술에취해나와할머니에게과도를들이대던모습과집에노트북을두고출근한내게노트북을전달하기위해슬리퍼만신은채로서울역까지온그모습을나는동시에기억한다.술을먹고‘네애비랑너도결국엔똑같구나’라고말하는모습과첫아이에게모유수유를할때유선염으로고생하던날위해채소반찬을신경쓰며밥을차리던모습을나는같이기억한다.그녀가내게남긴비현실적인삶의감각.엄마를사랑하지않을수없어서,엄마를믿지않을수없어서괴로웠다.그녀의보살핌에는불규칙한공백들이있었다.하지만듬성듬성이라도내게주어진,양육자로서그녀가내게남긴편안했던순간들또한분명존재했다.”(284쪽)

나의유년시절을가장가까이에서지켜본사람.어른과아이로시작해어른과어른이되기까지서로의사랑스러움과증오스러움을온몸으로부딪히며지내온사람.죽일듯이싸웠지만영원히승자와패자로나뉘지않을사람.미워하고이해할수없다가도끝내사랑이라는수식어말고는붙이기어려운사람.
호칭은다를지언정우리는누구나그런존재를가져봤다.그말인즉슨모두가한번쯤은그에게사랑받기위해부단히애써봤고,그렇기에그를죽일듯이미워도해봤으며그를이해하기위해온갖애를다써봤다는뜻이다.그과정도결과도사람마다천차만별일테지만우리에게는한가지공통점이있다.어떤형태가되었든우리는그에게서‘사랑’을배웠다는점이다.『죽이고싶은엄마에게』는지난한시간들속에숨겨져있던단단한사랑을찾아낸이야기다.끝내비극이되지못할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