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궁장의 고백 (조승리 소설)

용궁장의 고백 (조승리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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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날 밤 용궁장에 불이 났다. 모두가 행복해졌다.”

살아남기를 원했고,
그렇기에 인연을 모조리 불태운 사람들
날카로운 관찰력과 거침없는 문장으로 금기를 부수는 조승리 작가의 연작소설 『용궁장의 고백』이 출간되었다. 첫 책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에서 특유의 “훤칠한 문장”(이병률 시인)으로 독자들의 입소문을 불러일으켰고, 단편 앤솔러지 ‘월급사실주의 2025’ 표제작인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와 자전적 소설 『나의 어린 어둠』으로 “탁월한 이야기꾼”의 면모를 보여준 조승리 작가가 이번에는 가족미스터리 소설을 선보인다. 터질 듯 달려나가는 서사와 쉴새없이 넘어가는 페이지로, “머리에 불도저가 쳐들어온다는 느낌”과 “이야기의 힘이 말문을 막히게”(장강명 소설가) 하는 강력한 소설이다.

“기이할 정도로 평온했던 어느 장례식장에서 구상”되었다는 이번 소설은 ‘천륜’과 ‘인륜’이 지옥이 되는 순간과 그 지옥에 대항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분투를 대범한 상상력으로 그려냈다.

“이 이야기는 기이할 정도로 평온했던 어느 장례식장에서 구성됐다.
천륜이라는 굴레를 짊어진 채 각자의 지옥을 버텨내고 있을 이들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_「작가의 말」에서
저자

조승리

세상을바꾸지는못해도누군가의잠을설치게하는소설을쓰고싶습니다.화려한트릭은쓰지못해도평범한이웃이가장잔인해지는순간을포착해글로씁니다.무너진사회의틈새를서늘한상상력과따뜻한문장으로채우려합니다.

2024년첫책『이지랄맞음이쌓여축제가되겠지』로작가생활을시작했고그해알라딘‘올해의신인상’을수상했다.에세이『검은불꽃과빨간폭스바겐』연작소설『나의어린어둠』단편소설앤솔러지『내가이런데서일할사람이아닌데』등을집필했다.

목차

작가의말

1부피해자의고백
2부가해자의고백
3부설계자의고백
4부생존자의고백
5부조력자의고백

출판사 서평

“머리에불도저가쳐들어온다는느낌이들었다.
조승리작가는탁월한이야기꾼이다.
그는강력하고용감한이야기를쓴다.”

-장강명(소설가)

“부모가죽어버리길바라는자식을
하나님은용서해주실까?”

피해자는가해자가되고,
가해자는피해자가되는폭력의순환

“이이야기는기이할정도로평온했던어느장례식장에서구성됐다.”_「작가의말」

신도시빌딩숲사이,낡고허름한외벽이드러난모텔‘용궁장’이도심한가운데를차지하고있다.도심의정돈된풍경과지독한대조를이루는이곳에서어느날투숙객전원이참변을당하는화재사고가발생한다.그러나기이하게도피해자합동장례식장에는곡소리가나지않는다.사연있는자들만모인다는용궁장,가해자는보이지않고오직피해자만이넘쳐나는이사고는과연우연이었을까.소설은1부부터5부까지각기다른화자의‘고백’을통해인륜이라는숭고한가치가어떻게“올가미”가되어개인을파괴하는지,그리고그지옥을끝내기위해왜‘불’이필요했는지를추적한다.

『용궁장의고백』은가족간폭력을다각도로그려내며하나의폭력이어떻게또다른폭력으로흘러가는지를보여준다.1부「피해자의고백」속화자는칠십년간의처절한학대끝에‘가정폭력의피해자’에서‘부모의죽음을바라는가해자’로역할이전환되고,2부「가해자의고백」속화자는부친의편애와비호아래형제들의희생을발판삼아안락하게살아온또다른형태의‘가해자’로등장한다.가족에게착취당한1부화자와그수혜를당연시하는2부화자의순차적인고백은가족내에흐르는부조리한평화가누군가가살을내어만든것임을독자앞에서늘하게드러낸다.
3부「설계자의고백」속화자인‘신주’는‘오장로’와함께작품속모든인물과연결고리를갖고있다.그들의냉정한이해타산아래,작중인물들은각자의이유로현실을타개하기위해불꽃을갈망한다.주목해야할것은약자로그려지는이인물들이단순히수동적인피해자에머물지않는다는점이다.그들은“사람된도리”혹은“인륜”이라는견고한굴레에서벗어나살아남기를선택했고,그선택의결과로누군가를향한처절한복수를감행하거나폭력의구조안으로기꺼이편입된다.4부「생존자의고백」속화자가이름을바꾸며권력의내부로들어가길선택한행위나5부「조력자의고백」속화자가형제들을고립시키기위해고향집진입로를차단해버리는행위는생존본능이자동시에정교하게설계된복수다.

비극을파헤치기에앞서중요한질문은
언제나“누가”가아니라“왜”다

생존을위한처절한몸부림이누군가에게는치명적인폭력이되는이역설적인순환.저자는독자에게이들의행위를과연‘악’이라규정할수있는지묻는다.사건의결말부에서용궁장이전소되며모든인연을모조리태워버린뒤에야비로소인물들은새삶을건설한다.그것은어쩌면그들이그토록기피해왔던방식,누군가를고립시키고자신의고통을무기로삼는행위를통해이뤄졌다.
1부의화자가“흰지팡이로바닥을탕탕두들기며자신의길로”걷는순간,2부의형네부부가장례식장에서“자꾸만웃음”을짓는순간,언니때문에자살로내몰렸던3부의‘영미’가“미소를지으며”인사하는순간,5부의화자가“내일은머리를검게염색하리라”다짐하며신도시빌라로이사를떠나는순간,비극을양분삼아완성된‘불행의극복’은독자에게단순한카타르시스이상의묵직한질문을던진다.

『용궁장의고백』은한국사회에서천륜이라는이름으로자행되어온관계내폭력을생생하게그려낸다.소외된이들의삶과비극의사회성을다루면서도,이작품은개인이내린선택의무게를다룬다는점에서현대적이다.처참하리만치매끈하고거침없는결말에다다를수록선명해지는것은아이러니하게도인물들이느꼈을‘해방감’이다.“불운은나의다른이름”이라며자신의운명을수용하려했던이들이자발적으로외부의계획에공모하며지극히사적인복수에성공했을때느끼는그비정한평온말이다.
고백의과정이모두끝나고,마침내“봄볕아래”에모인인물들을바라보며독자는그들이맞이한이기묘한평화의정체를한동안응시하게될것이다.폭력의연쇄와옳고그름사이의간극을해독하는것은이제오롯이독자의몫이다.고백을끝낸화자들은이미과거와연결된모든진입로를불태웠고,이제막각자의새로운지옥혹은천국을향해첫발을내디뎠으므로.

터질듯달려나가는서사와쉴새없이넘어가는페이지
“탁월한이야기꾼”의탄생

첫책『이지랄맞음이쌓여축제가되겠지』로“훤칠한”문체를자랑하며단숨에독자들의시선을사로잡았던조승리작가는단편소설앤솔러지의표제작「내가이런데서일할사람이아닌데」,연작소설『나의어린어둠』을연달아집필하며‘시각장애인에세이스트조승리’에서‘소설가조승리’로거듭났다.그리고이번『용궁장의고백』을통해그는명실상부“탁월한이야기꾼”임을증명해냈다.
앞선두소설이자전적소설로서의성격이강했다면『용궁장의고백』은온전한창작소설이다.형식의변화와함께저자의문장은한번더예리하게벼려졌고,저자는그첨예한관찰력으로‘눈앞에실재하는문제를외면하지말라’는듯독자들앞에현실의부조리를거침없이펼쳐놓는다.사회적금기를깨부수는‘조승리표서사’는장강명소설가의말처럼“불도저가쳐들어오는”듯한파괴력을지녔다.소설가로완벽히자리매김한“탁월한이야기꾼”이선사하는이야기의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