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왜 가끔 시가 되느냐 (김영춘 시집)

너는 왜 가끔 시가 되느냐 (김영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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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람의 입술 사이를 떠나온 말들이
오늘밤 잠시 시가 되려고 한다”

생명체가 갖는 슬픔,
그 슬픔을 받아들이게 된 또다른 슬픔
그 위로 내리는 조촐한 저녁 빛

『다정한 것에 대하여』이후 3년 만에 네번째 시집을 펴내는 김영춘 시인의 신작 시집.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삶의 정서를 섬세한 언어로 풀어내온 시인은 이번 『너는 왜 가끔 시가 되느냐』를 통해 더욱 짙고 깊어진 슬픔과 그리움의 서정을 간결하게 펼쳐가고 있다.

“돌아보는 일이 많아졌다. 어딘가로부터 꽤 멀리 떠나와서일 것이다. 시라고 하는 것에서는 맑은 날의 저녁나절처럼 조촐한 빛이 새어나와야 할 것인데. 사람들의 숨소리도 잘 품고 가야 할 것인데. 슬픔을 배경으로 하고 있을지라도 살아 있는 것들은 어떻게든 피어났으면 좋겠는데. 이런 생각을 곁에 두고 쓴 몇 편의 시들을 묶는다.” -「시인의 말」

1988년 『실천문학』 복간호를 시작으로 사십년 가까이 삶의 언어를 빚어온 시인은 시집의 시작에 앞서 “돌아보는 일이 많아졌다” 말한다. 이윽고 오랫동안 곁에 두어온 ‘시’까지도 되돌아보기에 이르렀고, “슬픔을 배경으로 하고 있을지라도” 어떻게든 피어나는 그 애잔한 생명력을 “맑은 날의 저녁나절처럼 조촐한 빛”으로 그려내어 한 권 시집에 모아놓고 있다.

“사는 일도 쓰는 일도 내 것이 아닌 때가 더 많았다”고 자신의 일상을 고백하면서도 “지나간 시간들이 가끔 시가 되”는 순간을 담담히 바라보고 있는 시인은, 이제 “마루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보고 싶은 것들이 쌓여만 간다”며 “손바닥보다 작은 잎사귀”에 잘 있느냐고 적어 우리의 일상에게 안부를 물어온다.
저자

김영춘

전북고창의바닷가가까운마을에서태어나고자랐다.
1988년『실천문학』복간호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고,시집『바람이소리를만나면』『나비의사상』『다정한것에대하여』가있다.
오랫동안아이들과함께학교에있었다.

시인의말
돌아보는일이많아졌다.어딘가로부터꽤멀리떠나와서일것이다.시라고하는것에서는맑은날의저녁나절처럼조촐한빛이새어나와야할것인데.사람들의숨소리도잘품고가야할것인데.슬픔을배경으로하고있을지라도살아있는것들은어떻게든피어났으면좋겠는데.이런생각을곁에두고쓴몇편의시들을묶는다.

2026년봄
전주에서김영춘

목차

1부
몇조각의말/뒷고기/노지쏘주/이름을잊었네/흘러내리는길/쌉쌀한껍질/목이긴흰새/흉내/밥냄새/상추씻는바다/가을바람/저만큼으로/뜨겁다거나가볍다거나/발등위의주름/행간行間/달랏

2부
파문/실버들아래로/전생애/홀로있는시/눈물에게/위도화투/이름/
모든것/옛스러운그리움/이명/꼬박꼬박/이것은무엇이느뇨/마늘밭사진/다래나무를본다/숫미역

3부
전라도말/손길/바다에는이르지못하고/글씨에젖다/한반도/돌아오는길/오래된수건/유종화/타는소리/한다리로서서/무한송전無限送電/생강석점/장마/방문

4부
아침/마음이라고부를까?/풀뽑기/마을/어떤나무/다시새싹/화엄매/늦여름에쓰는시/엽서/이가을/바람에나뭇잎/그윽하군/12월/어둑어둑한날/이런때/오늘

발문|이‘말맛집’에와보실라요?-바람에일렁이는물의빛그림자,어른거리는삶의기미|김진경(시인)

출판사 서평

“지나간날들은왜가끔시가되느냐”

“아무일없었다는듯이훌쩍떠나갈수는있겠다만
빛깔이생겨나는시간이오면……글썽이고있을지도모를일이지.”

가슴속물결을일렁이게하는조용한바람
가장낮은곳의숨소리를품고자하는시인의따듯한시선

돌아보는일은
애잔한꽃잎을바라보는눈빛을닮아있기도해서
지난한한사람의노동이얼룩져있기도해서
자꾸만멈칫거리다가
손을적신물자국을낡은수건에닦는다
-「오래된수건」부분

김영춘시인의네번째시집『너는왜가끔시가되느냐』에는오랜시간맑은눈으로자신의삶과시대를바라본시인이지나간날들에대한감정을그만의따듯한시선으로되짚어낸61편의시들이담겼다.
한생애를통해학교를바꾸어내고싶어했던시인답게“밖으로나올수없는섬학교선생들(「위도화투」)”“우리선생님결혼식/교실두칸을/열었다닫었다텄지(「모든것」)”“행정실박주사님의퇴임이화장실에걸려있다(「오래된수건」)”등시인이그리는학교에서의풍경은존재의본질을꿰뚫는다.바닷가마을에서자라며수천번맞이했을바닷바람은“바람없이는/봄바람없이는/아무것도아니었던것처럼(「실버들아래로」)”“햇빛이나바람같은것들이/따듯하거나서늘하게살고있기를바랐다(「행간」)”와같은시적언어로그려졌다.그리고이모든삶의지난장면들은“돌아보는일”이라는시인의말처럼담담하게어딘가를향해말없이흘러간다.

“살아있는사람가슴속바다엔살아있으므로어쩔수없이솟아오르는외로움의바람이있지.……갈데없는외로움을묵묵히견디며막막한세상을바람처럼살아가는거지뭐.”
-「발문」중에서

그묵묵함과덤덤하고자하는지향은생명체가견뎌온“어쩔수없”는슬픔과외로움,우리가“우리의자연과현실의삶에깃들어”사는“평범한사람들”과교감하며습득한시인의감정이만들어낸다.시인은주변에서쉽게발견할수있는사물과자연물을통해보편적인감정을슬쩍건드린다.그리고우리의마음을일렁이게한다.

누가물결을울린것인가
밀어낸것인가
머뭇머뭇퍼져나간다
깊고그윽한곳까지간다
무엇이다가와서네마음을만진것인가
밀어보낸것인가
울먹이듯떨리며퍼져나간다
누구에겐가로가서
사람의무엇인가가된다
-「파문」전문

김진경시인은시집의발문에서김영춘시인이품고있는‘바람의말맛’을“물을살짝일렁이게하여물의빛그림자를어른거리게하는,그어른거림을통해삶의섬세한기미를느끼게하는바람”에비유하며,“그런바람은사람들에게다가가그사람의존재를살짝흔들며‘무엇인가가된다’”고설명한다.

하지만시인은그흔들리는감정에서한걸음벗어나오히려다른세상의이야기를바라보고있는듯하다.간결한표현과긴여운은그길을함께가고있다.

개울밑을들여다보느라
목이길어지다가휘어지고만
휜새
담담한노래마냥
긴다리를뻗어어딘가로날아가네.
잠시라도
생계는부여잡았으나
퍼덕이는물고기를잡는일은없었다는듯이
훨훨
-「목이긴흰새」부분

“하루하루를건너고있는사람들도/저런하염없는눈빛을하고있을까(「한다리로서서」)”라고낮게말하며,시인자신을포함해매일매일지난하게“생계는부여잡”는사람들의일상을애잔히바라보다가도“퍼덕이는물고기를잡는일은없었다는듯이/훨훨”날아가는것을슬프게바라보고있다.비록우리의삶이“슬픔을배경으로”하고있을지라도,그안에서만나는“조촐한빛”으로“정신이싱싱”한아침을맞이하길바라는시인의마음이그곳에자리한다.

김영춘시인이일으키는이‘파문’은결국각자의삶이라는바다로흘러든다.그래서“너는왜가끔시가되느냐”는시인의물음은지나간날들에대한안부인사일뿐아니라지금이순간을묵묵히견뎌내는우리모두를향한따뜻한위로가되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