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짓말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짓말

$16.80
저자

기원석

저자:기원석
더나은삶을믿고,더나은삶을향해애쓰는사람을믿으며,다른누구의것도아닌자기손에달린가능성을믿는다.그런믿음에는범죄자와비범죄자의구별이없다.그런간절함에는예술과예술아닌것의구별도없다.더나은사람이되려는모든이를응원한다.나자신까지포함해서.

시집『가장낭독회』를냈다.시를쓰고에세이를쓰면서교도관으로교정상담(矯正相談)일을했다.

목차

1부가장낯선곳으로의출근

Destory-11
뒹구는돌-19
첫인상-25
반존대-31
근묵자흑-38
비상벨-48
유전무죄무전유죄-54
절망-60

2부사람은변하지않는다는거짓말

믿음과의싸움-69
자격-79
숨은아버지-86
고집쟁이소년-93
원래그런사람-103
쓸모없는사람-112
수치심-122
소나기학교가알려준것-128
분투-134

3부죄에게질문받는시간

자신과의상담-141
찌르는말,머무는침묵-147
상담자의숙제-151
오지랖-156
예술가와범죄자-166
죄인의가족-173
기꺼이짊어진책임-178
동료들-184
일단기다리세요-189
죄에게대답하는시인-195
너머의손-203
삶의아름다운행간-209

감사의글-214

출판사 서평

“사람관계와상처에관한이야기이자
사람을이해하는가장내밀하고눈부신기록.”·문보영(시인)

시를버리고가장어둡고낯선곳으로향한시인
그곳은역설적이게도가장시적인공간이었다

기원석시인은2018년『시인수첩』으로등단했고육년뒤첫시집『가장낭독회』를출간했다.서른다섯의일이었다.하지만등단한지육개월도채지나기전,시인은이미“서른이되던해,나는내삶에게기소되었”다고말한다.스스로“시같은건다시는읽지도쓰지도않겠다”고다짐하며“문학과연루된삶에서쫓겨나듯도망쳐나왔다”고.삶이시인에게“추방형을선고”한셈이었다.“삼십대에아무런능력도스펙도없는백수”가되었다자조하던시인은생업을위해공무원시험을치렀고,삼년만에교정직교도관이되었다.

『사람은변하지않는다는거짓말』은총3부로구성되어있고,1부는시인이내쫓기듯도착한“가장낯선곳”인교도소에서시작된다.“수용동으로향하는철문이열리자마자풍기는특유의냄새”,모든것이멈춘듯적막하지만“분명사람들이살고있음을말해주는”냄새가머리에새겨진채로마주한교도관생활은그다지신비롭지않았다.시인의말에따르면“교도관으로서교도소의일과는무섭거나힘들다기보다는피곤하고지겹고환멸스러”웠다.

알고보면착한사람이라고호언장담하지만,자신과반목하는상대방에대해서는비난을서슴지않는수형자들.교도소는“타인은지옥”이라는말을생생하게구현하는곳이다.-29쪽

하지만타인을판단하지않으려는노력은결국자신을판단하지않으려는자세에서시작됨을깨달은시인은자신의삶에“자비로운영향력”을불어넣고자수형자들과진심으로대면하기를바랐고,상담관련자격증을취득하여심리치료센터에서‘교정상담사’가되었다.그렇게시를등지며스스로의삶에게몹쓸짓을했다는죄책감,때로는“수치심”마저품은채교도관이된시인은상담가로서‘죄’를지어국가로부터‘벌’을받고있는수형자들과“어지러이뒹구는삶”을시작했다.

“사람은변할수있을까?”

끊임없이질문하고치열하게답해온
믿음과의싸움

어떤사람들은너무나분명하게단정한다.사람은안변한다고,사람은고쳐쓰는게아니라고.교정시설에서의절망도‘결국사람이변하지않았다’라는데에서비롯한다.-62쪽

2부와3부에서는강력범들과의교정상담이본격적으로펼쳐진다.그경험을관통하는질문은단순하고명확하다.“사람은변할수있을까?”시인에게이문장은감성적인명제가아니라상담실문을열고들어오는얼굴들앞에서매번새로이던져야하는실존적인질문이었다.범죄자들과의강제이수상담은늘“왜제가상담을받아야하죠?”라는반발로시작되고,이저항앞에서시인도한때범죄자에대해‘제도적인’응보와격리쪽으로마음이기울었지만한차례회의론자의자리에서본뒤에야그반대편을말할수있게되었음을고백한다.

시인,교도관,상담자라는세가지정체성은이제문보영시인의말처럼“이셋이모여,의심하고,믿고,부수는관찰자”로변모한다.반신반의하던수형자가어느순간먼저고개숙여인사하기시작하는장면,가상의사례에대해수형자와논쟁을벌이다끝내그가“사실은그게제이야기입니다”라고털어놓는장면,그리고정신이온전치못하던노년의수형자가짧게되찾은명료함속에서건넨사과한마디.이런순간들은극적인‘갱생의서사’가아니다.오히려변화가얼마나드물고예고없이왔다가사라지는지를보여주는것에가깝다.시인은이것을낙관의근거로삼지않는다.대신“변화란오랜인내속에서갑작스레싹을틔우기도한다”는,조심스럽고겸손한믿음에도달한다.

누구에게나한사람분의마음과꿈이,
한사람분의그림자와사랑이존재한다

시인은수형자들에게종종묻곤했다.“당신의죄와지금받는벌은그만큼가치있고저지를만한행동의대가였”느냐고.그질문에“감수할만한것이었다고대답한내담자는단한명도없었다”.이사실은결국누구도자신의죄를정당화하지못한다는뜻이고,그사실자체로죄에대한‘판단’이아니라‘이해’로향하는문이된다.

나는사람은변하지않는다는말을믿지않는다.대신사람은언제든지다른방향으로나아갈수있다는말을믿는다./나는범죄자를용서하지않는다.대신자기자신의과오에대한범죄자의반성을긍정한다./나는타인이지옥이라는말이무슨뜻인지이해한다.동시에나는가장지옥같은내면에도평온과용기그리고지혜가심어질수있음을이해한다.-212쪽

『사람은변하지않는다는거짓말』의제목이갖는메시지는‘사람은변할수있다’는,반대명제의선언이아니다.오히려‘사람은안변한다’는문장이가진편리함,그확신이관찰과기다림의수고를면제해준다는사실을지적하는것에가깝다.변하지않는다고단언한다면우리는무엇도지켜볼필요가없다.시인이경계하는것은바로이‘사람이사람에게갖는무관심’이다.

강력범죄보도가나올때마다재범방지와엄벌을요구하는여론이들끓는다.‘회복적사법’이나교정프로그램에대한논의는종종“이예산을가해자가아니라피해자에게써야하는게아니냐”는결론으로향한다.이런분위기속에서실제교정상담을진행하며“그렇지만나는교도소안에서어떻게상담을하고있으며,스스로어떤의미를찾고있는지알고싶었다.적어도내가매일하는일을싫어하려면,제대로알고싫어하는게맞으니까”라고말하는시인의목소리는드물고,그래서더묵직하게들린다.

기원석시인이던지는“사람은변하지않을까?”라는질문은,가해자를옹호하지도피해자의고통을지우지도않으면서그사이의좁고불편한자리에오래머무른다.그리고이질문은이제독자에게돌아온다.당신은,나는,우리는,정말변하지않는존재냐고.손쉬운낙인과편안한외면사이,그좁고불편한행간에머무르는법을시인은조용히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