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 가는 길

심부름 가는 길

$10.00
저자

이승호

이승호는충청남도예산에서태어나초등학교3학년까지그곳에서자랐습니다.《심부름가는길》은초등학교1학년때‘이상한아빠’가실제로시켰던심부름경험을바탕으로한이야기입니다.그경험을지금까지기억하고있다가,요즘어린이들과함께깔깔대고싶은마음에글로옮겨보았습니다.실제이야기에서는빚받기에실패했다네요.지은책으로그림책《똥호박》,동화책《책좀빌려줘유》,어른책《옛날신문을읽었다》들이있습니다.자유언론실천재단(www.kopf.kr)에전세계귀신과괴물들의이야기를연재하고있습니다.

목차

1.아부지는심부름시키기대장
2.아,이아부지왜자꾸이런댜!
3.어,이게아닌디?
4.빚심부름하는법
5.빚받으러가는길
6.방아깨비와개구리의충고
7.누가내동생좀말려줘유!
8.동순이는아무도못이겨
9.미꾸용이나다났다!
10.빚은안갚구똥만싼대유?
11.빚받기는정말어려줘!
12.울려고내가왔던가
13.빚받아서집에오는길
14.가끔오빠라구불러주께
15.달그락달그락일요일이가는소리

출판사 서평

“꼭해내고말거여!”동이랑동순이의좌충우돌심부름대작전!
“동아!”우렁찬아버지목소리에코를드르릉거리던동이가눈을번쩍뜹니다.학교도가지않는일요일인데,아침댓바람부터잠이깨고말았습니다.주섬주섬일어나마당으로나가자아버지가으흐흐웃으며동이를반깁니다.실실웃는아버지얼굴을보니분명무슨속셈이있는게분명한데,실없는농담이나던지며자꾸말을빙빙돌립니다.아버지는한참뜸을들이더니,은근한목소리로동이에게묻습니다.“너,아부지심부름하나할텨?”그럼그렇지요.
아버지는심부름시키기대장입니다.장기라면껌뻑죽는아버지는툭하면동이한테장기심부름을시킵니다.동이는세상에서가장싫은게장기심부름입니다.아버지장기상대는우락부락산적같이생긴최씨아저씨입니다.게다가아저씨네집은멀어도너무멉니다.밭을지나고,논을지나고,냇물을건너고,그러고또산을올라가야있습니다.동이는장기심부름이라면단박에거절할작정입니다.
그런데이아버지,이상합니다.장기심부름은아니라는데자꾸말끝을흐리면서당최무슨심부름인지알려주질않습니다.얄밉게구는아버지한테심술이난동이는동생동순이를부릅니다.동순이는한살많은오빠한테맨날‘동이야,동이야.’이름을부르는밉살스런계집애입니다.그래도능글맞은아버지보다는동순이랑노는게훨씬나을것같습니다.동순이가잠투정을부리며비틀비틀방에서나옵니다.그런데이아버지,냉큼동순이한테달려가더니동이대신심부름을하지않겠냐며말을시킵니다.어른도하기힘들다는빚받아오는심부름을말이지요.오빠로서체면이있지,어린동순이혼자심부름을보낼수는없는노릇입니다.결국동이는동순이와함께최씨아저씨네로빚을받으러가기로합니다.
앞산에서해가조금씩고개를내밉니다.동이랑동순이가빚받으러대문을나섭니다.다리가셋뿐인개누렁이가절뚝거리며졸졸쫓아나옵니다.동이는아버지가일러준‘빚심부름하는법’을머릿속으로되뇌입니다.이심부름을꼭성공해서아버지한테도동순이한테도본때를보여줄작정입니다.
아이들의홀로서기를응원하는따뜻한마음
호박처럼동글동글한얼굴로벌쭉벌쭉잘웃던동이,애호박처럼곱다란데툭하면잉잉울던울보동순이를기억하시나요?그림책《똥호박》의귀염둥이오누이동이동순이가어느새멀리심부름을다녀올만큼훌쩍자랐습니다.
오누이는큰소리치며당차게대문을나섰지만,심부름가는길은고생스럽기그지없습니다.날은점점더워지고,갈길은아직멀었는데다리는점점아파오고,아침도못먹고나와배는고프고,무사히심부름을마칠수있을지슬그머니걱정이앞섭니다.
심부름은아이가성장하면서거치는일종의통과의례입니다.의지할사람없이세상에나가홀로서기를하는기념적인순간이지요.홀로집을나선아이에게는늘오가던동네골목도,엄마아빠와종종들르던슈퍼도,친구들과뛰어놀던놀이터도낯설게느껴집니다.모험을나선듯한설렘과호기심,혼자잘해낼수있을까조마조마해하는마음과무사히심부름을마치고집에다다랐을때느끼는뿌듯한성취감을,이승호작가는환상적이고유머러스한이야기속에담아들려줍니다.
아이가심부름을마치고무사히집에돌아갈수있도록함께지켜보고돕는건,새로운구성원을맞이하는공동체의몫이기도합니다.동이와동순이는신기한동물친구들이은근슬쩍건네는조언과도움덕분에위기의순간들을잘넘깁니다.이경험을통해다른이들과도움을주고받으며더불어사는법을배우게되지요.
냇물을건너다물에빠지는바람에옷이다젖은동순이가엉엉울면서집으로돌아가겠다고뻗대자,잠자코지켜보던누렁이가입을열어동이와함께동순이를달래줍니다.냇물에사는천년묵은미꾸라지미꾸용은부채를물고나와따듯한바람으로젖은몸을말려줍니다.예상치못한난관에부딪친아이들을한마음으로돌보고다시일어날용기를북돋아주는것이지요.
어디,그뿐인가요.동이와동순이는방아깨비가가르쳐준꾸벅꾸벅공손한인사덕분에무서운최씨아저씨한테감히말을붙일수있었습니다.인사는상대방을향해마음으로내딛는첫걸음이라고하지요.가족이아닌다른사람들과관계를맺는데서툰아이들에게소통이라는게그리어렵지만은않다는사실을깨닫게하는순간입니다.
우리모두처음으로홀로서기를하던순간이있었습니다.지나고나면누구나거쳐온길이지만,그과정을겪고있는아이들에게는일생일대의중대한순간일것입니다.홀로무언가를해내는것도대단하지만,타인과도움을주고받으며함께나아가는힘은더욱대단합니다.세상을향한걸음마를시작한아이들에게따뜻한격려가되어주기를바랍니다.
구수하고익살스런사투리의맛,한번느껴볼텨?
이책에글을쓴이승호작가는구수한충청도사투리로유쾌하고정감어린이야기를들려줍니다.전작동화《책좀빌려줘유》,그림책《똥호박》로독자들을사투리의매력에푹빠져들게했지요.
사투리에는어조나속도,높낮이,강약에따라쉬따라잡기어려운나름의맛이있습니다.고유한역사와문화가스며있는데다인생의희로애락이생생하게살아숨쉬는깊은말맛을곱씹어보노라면,시간과공간을훌쩍뛰어넘어동이,동순이와함께1980년대충청도시골길을걷는기분이듭니다.이책이30년전의엄마아빠어릴적이야기임에도지금아이들에게도성큼다다갈수있는건그때문이아닐까싶습니다.
전작들에이어이번에도이승호작가와함께호흡을맞춘김고은작가의그림은진득한사투리의맛을더욱맛깔나게살려줍니다.두툼한입술로히죽히죽잘웃는동이,화등잔만한눈을부라리며따박따박제할말다하는동순이,록스타처럼과격한헤드뱅잉을선보이는방아깨비,울퉁불퉁근육질몸에하늘높이솟구친빨간눈썹이강렬한미꾸용…….개성넘치는캐릭터들을익살스럽게그려냅니다.두작가가선사하는구수하고정감어린이야기세계를앞으로도더만나볼수있기를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