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고개넘고,두고개넘고,세고개넘어
‘외톨이딱지’떼러가자!
고미는아빠가기가막힌태몽을꾸고얻은귀한딸입니다.하얀아기곰이아빠품에폭안기는꿈이었지요.게다가아기곰을품에안으니,아빠가손대는것마다다황금빛으로변하는게아니겠어요.
엄마아빠는고미가태몽처럼큰사람이될거라며기대가이만저만이아닙니다.그도그럴것이고미는날때부터백곰처럼덩치도우람하고목소리도우렁찼거든요.그뿐이겠어요.학교에보내놓으니공부도썩잘하는게아니겠어요.
엄마아빠는고미를큰사람으로키우겠다며할머니와고미만남겨두고도시로돈을벌러나갑니다.고미는고미대로그런엄마아빠를실망시키지않으려고하고한날책만붙들고살지요.공부만잘하면큰사람이될수있을줄알았거든요.
물론고미도친구들과어울리고싶은마음이아주없지는않습니다.하지만큰덩치와어울리지않게걸핏하면토라지는통에같이놀아주는친구가없습니다.같은반친구영이말처럼마음이개미콧구멍속코딱지만한것이문제지요.그바람에쉬는시간에도혼자책을들여다보고있기일쑤입니다.큰사람이되려면놀틈도없다며애써자신을위로하면서말이지요.
그러던어느날,고미에게마른하늘에날벼락같은일이벌어집니다.문제를꼼꼼히읽지않은탓에수학시험에서한문제를틀리고만것입니다.그보다더큰문제는새로전학온최고봉은백점을맞았다는것이지요.게다가고미와달리틀린문제를물어보는친구들에게최고로친절한목소리로설명을해주기까지합니다.그런최고봉을보고있자니최고봉이야말로진짜로큰사람인것같아마음이복잡해집니다.“우리고미,오늘은몇점받았는감?”하고전화를걸어올엄마아빠를생각하니더더욱그렇지요.
아무도없는집에서혼자이리뒹굴저리뒹굴마음을끓이던고미는만보와말숙이가다녀온고갯길을떠올립니다.만보가‘겁보딱지’를,말숙이가‘심술딱지’를떼고돌아온그고갯길을말이지요.《백점사전》을옆구리에끼고집을나선고미는누구를만나무엇을얻고돌아오려나요?
“네존재자체가백점이야!”
어른들의기대와욕심에휘둘리느라,고립과단절의시대를살아가느라,남과어울려살아가는법을익힐겨를이없는어린이들이점점늘어나고있습니다.우리의주인공고미도그런어린이중하나입니다.고미는“우리고미,오늘은몇점받았는감?”하고묻는엄마아빠에게“당근백점이지!”라는대답을들려줄생각에친구들과어울릴겨를조차없습니다.그나마정이많아가끔말을걸어주는같은반친구정이에게도오만정이다떨어지게대꾸하기일쑤지요.학교공부만들이파느라친구의마음을헤아리는법은배울기회가없었던탓입니다.그기회를철저히차단한것은물론고미자신이고요.
자신의존재를증명할방법이라고는오로지백점을맞는것밖에모르던고미는곧수학시험에서‘한문제씩이나’틀리는인생최대의위기를맞게됩니다.그러고는비로소주변을돌아보게되지요.공부만최고로잘하는게아니라,친구들에게도최고로상냥한전학생최고봉을말입니다.친구들에게둘러싸여있는최고봉을보고있자니쓸쓸한마음이밀려듭니다.그제야자신이얼마나외롭게지내왔는지깨닫게된것입니다.거기에또백점을놓치면어쩌나하는불안감까지겹쳐,그좋아하는책을펼칠마음조차들지않습니다.
하지만‘좌절’이나‘절망’은어린이에게어울리지않는단어지요.고미는금세자리를훌훌털고일어나겁보만보도,심술딱지말숙이도갔던고갯길로모험을떠납니다.인생최대의위기를인생최대의기회로바꿀모험을말이지요.
고미는고갯길에서만난꼬부랑할머니에게《백점사전》을뒤져찾아낸빵굽는법을알려주고‘사람맹글어주는쑥떡’과‘틀려도괜찮다’는말을선물받습니다.그리고그선물을자신과똑닮은호랑이에게나누어줍니다.“호랭아,실패혀도괜찮구먼.니가최선을다혔으믄되는겨.그리고호랭이니께호랭이모습고대로도멋지구먼.”하는더멋진말로바꾸어서말이지요.나아가공부만들이파다귀신이되고만장롱귀신에게서지금까지의자신을발견합니다.
그것만으로도넘치게큰선물을받은셈이지만,집에돌아온고미에게는더큰선물이기다리고있습니다.고미가사라졌다는소식을듣자마자부리나케집으로돌아온엄마아빠가그동안마음에만담아두고미처전하지못한말이바로그것이지요.“엄니아부지헌티는우리고미가태어나준것이백점이구먼.”김유작가가이유쾌한모험담을통해어린이에게들려주고싶은이야기도바로이것이아닐까싶습니다.“틀려도괜찮아.실패해도괜찮아.너는지금그모습그대로이미백점이야!”
교과연계
국어1-2-10인물의말과행동을상상해요
국어2-1-3마음을나누어요
국어3-2-1작품을보고느낌을나누어요
*인증유형:공급자적합성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