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를 다루는 시인이 있다. 건국철강의 대표 김창제 시인으로 ‘쇠’를 소재로 한 시집을 네 권 낸 시인이다. 그렇다보니 그가 가지는 시의 특성은 다른 시인의 시와 확연히 구분된다. 유일무이한 소재의 반영인 쇠를 형상화하여 보여줌으로써 다른 시적 ‘얼굴’과 자신을 구분 짓는다. 그런 면에서 ‘노동자로서의 족적’이 뚜렷한 김창제 시인의 시는 튼실하다. 시인의 시는 낯선 수사나 표현 구조 자체에 연연해하지 않는 리얼리즘시의 전통에 시가 서 있다. 때문에 일상에 기반을 둔 그의 시는 공감의 능력이 뛰어나고, 삶에 대한 위로와 질책을 아울러 갖는다. 그동안 낸 시집들이 쇠에 대한 불변의 명제라기보다 가치 부여 작용으로서의 상상력이 결부된 쇠에 대한 감성이라면 이번에 낸 『경계가 환하다』는 쇠를 비롯해 그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 대한 감성의 가장 고양된 형태로 나타난다.
칠월 염천, 앞 다투어 피어오르던 쇠불알 같은 꽃이 모가지 뚝뚝 꺾으며 뛰어 내린다
눈 비비지 않으려 용쓰는 나뭇가지나 뛰어내리는 꽃이나
딱히 피어도 핀 게 아니고 지고도 다 진 게 아닌
꼭 잡았던 손과 손 슬며시 풀리는 저 경계가 환하다
흘레 끝난 개다
그늘이 양지보다 뜨거운 사랑 몇 숭어리 채 진다 ―<능소화 지다> 전문
녹녹치 않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찢기고 갈등하는 모순적인 존재가 바로 시인이다. <경계가 환하다>는 “그늘이 양지보다 뜨거”울 수 있음의 역설과 “딱히 피어도 핀 게 아니고/ 지고도 다 진 게 아”니라는 관조를 담고 있다. 시의 완성도가 높은 것은 차치하고라도, 기존의 시 쓰기에서 벗어남을 예감케 하는 지점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에 몰입하는 사람은 뜨거울 수는 있어도 종종 외부를 망각한다. 자기 존재의 의미를 자기 상처에서 찾거나,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시를 쓰기 때문이다. 그런즉 쇠로 상징되는 열렬한 미망과, 아버지와 고향으로 대변되는 외부 사이에 김창제 시의 ‘경계’는 존재한다. 그 경계의 이쪽과 저쪽 끝에서 그의 시가 환하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시집은 현재보다 과거 지향의 시가 많다. 자랄 때부터 써온 경남 거창 사투리를 시집 전반에 걸쳐 사용하였다. 고향의 향수가 그리운 사람들에게 반가움을 안겨줄 것이다.
경계가 환하다 (김창제 시집)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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