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 불꽃놀이 (장정옥 장편소설)

나비와 불꽃놀이 (장정옥 장편소설)

$14.09
Description
한탕의 꿈을 좇는 이들의 출구없는 삶을 그린 도박소설
‘놀이’의 이데아


겨울이 시작되었다. 집을 나서면 아파트 벽을 따라서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 길게 이어진다. 길에 샛노란 은행잎이 처연히 뒹굴던 날이 먼 얘기인 듯싶다. 짓뭉개진 은행의 흔적을 따라 1km에 이르는 가로수 길을 뒤로 걸어보았다. 뒤로 걸으면 내가 지나온 길이 훤히 보인다. 뒤로 걷는다는 건 지나온 길이 내 등 뒤에 감추어지는 신비로움을 잃음과 동시에, 마주 오는 사람을 보며 걸어야 하는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이 소설을 쓰며 줄곧 뒤로 걷는 느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뒤로 걸으며 내 앞에서 한 걸음씩 멀어지는 길을 쳐다보려니 불안한 상념으로 가득 찼던 내 지난 시간이 훤히 보였다. 꽤 오래 잡고 있었던 소설이다. 불거진 문장 모서리를 자르고 또 자르며 이 글을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갈등으로 마음을 많이 볶았다. 무엇이 그리도 힘들었을까.
호모루덴스의 사전적 의미대로 놀이의 유희적인 개념을 살려 삶의 긍정과 해학적인 의미를 담으려 했는데, 농담에 익숙하지 않은데다 도박이라는 마약 같은 특이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니체는 놀이의 정신이야 말로 인류를 위대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고, 위대한 과제를 대하는 방법으로 놀이보다 좋은 것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인류를 위대하게 만드는 그 ‘놀이’의 이데아를 도박이라는 부조리한 상관물에 접목시켜 객관화하기가 내게 얼마나 어려운 과제였는지.
소설을 쓸 때마다 내가 그들이 되어 함께 괴로움을 당하는 건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니다. 인물을 지나치게 애지중지한 자기애가 없지 않다. 귀한 자식일수록 엄하게 키워야 한다는 옛말도 있는데 자식을 응석받이로 키운 것 같아서 불편하다.
그토록 염원하던 네 번째 장편소설이 드디어 세상에 나간다. 책을 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언제나 뜨거운 솥뚜껑에 앉는 기분에서 자유로울지. 따가운 매도 좋고 뜨거운 솥뚜껑도 좋다. 내 책이 세상에 나간다는 사실은 기쁘고도 기념할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저자

장정옥

저자장정옥은‘반월문학회’를만나서창작의불을지폈고,‘창작소설비평회’에서남의작품을읽으며소설쓰는법을익혔다.지금은집에꼭들어앉아서혼자작업을한다.97년에매일신문신춘문예공모에서<해무>가당선이되어‘문학의바다’에첫발을담갔고,2008년제40회여성동아장편소설공모에당선이되며두발을적셨다.집필한작품으로는<해무><대설주의보><달의지평선><와인과탱고><거대한농담>등이있다.바흐의음악을좋아하고,심리학에관심이많으며,읽었던책을반복해서읽는습관이있다.카뮈의<이방인>과에밀아자르의<자기앞의생>을특히좋아한다.

목차

작가의말
본문

출판사 서평

한탕의꿈을좇는출구없는삶

이책은‘한탕의꿈’을좇는이들의출구없는삶을그린도박소설이다.어둠속에서무성하게자라는악의꽃도박.그것은인간의욕망과고뇌를먹으며바이러스처럼확산되어보통사람을보통으로살수없게하고영혼을뿌리째흔들어마침내소멸시키기도한다.망하거나죽거나,그제로지역을벗어나지않고는살아날방법이없는데그것또한쉽지않다.한탕을노리는이들의주문은한결같다.
‘딱한번만더’
애타게주문을외우지만그들이기다리는한탕은좀처럼다가오지않는다.불법도박으로정신과육체가피폐되고가정의평화까지탕진하고마는도박꾼들의삶을가까이에서바라보며,그들의삶과사랑,빗나간희망을비추었다.경찰의끈질긴추격과방해에도불구하고불법도박과노름이없어지지않는것은마지막출구를찾는이들의몸부림이그만큼격렬하기때문이다.불빛이밝을수록그뒷면의그늘도짙다.누구나밝고휘황한삶을추구하지만안타깝게도뜻대로살아지지않는다.밝음이면의어두운부분도삶의한부분이다.

소설속의나는20%의배당금을먹고사는불법도박장의심부름꾼이다.내게신문지국장이라는직업이있지만사람들이신문을잘보지않아서문을닫았다.뭔가다른일을찾아야했지만나는긴잠에서깨어나지못하는아내곁에서는아무것도할수없다.전직경찰관박과민이동업으로불법도박장을만든다는말을듣고심부름꾼을자청한다.나는20%의배당금을위해형제나다름없는친구태우를도박장으로끌어들인다.춘희의꼬임에빠진태우와노영달,여장남자찰스가나비처럼불법도박장으로날아든다.서로먹고먹히지만그들이노리는한탕은끝내찾아오지않는다.
거기서이익을얻는사람은사채업자뿐이다.암사마귀같은민은사채업자이면서불법도박장인‘맨홀’의실제권력자이다.배당금을얻어먹고있지만나또한암사마귀의노예일뿐이고,삶의일선에서밀려난외부인답게돈을위해서성적노리개역할도마다하지않는다.
불법도박장이단속반의공격을받는다.바지사장이구속되고맨홀은해체된다.나는새로운일을찾아서마선장을찾아간다.전망이보이지않는삶을박차고바다로간다.간병인신혜에게아내를부탁한다.신혜또한공금을빼돌려카지노에들이부은남편을감방에보낸이력을가진인물이다.영애와나,신혜는욕망의삼각형을이룬세개의기둥처럼서로에게의지해서힘겹게삶을지탱해나간다.
불법도박장보조원인나와식물인간상태인영애,변심한약혼녀를잊지못하는노영달,한탕의유혹에빠져허우적대는노름꾼처럼삶의변방에유리된유형자들의얘기를해보았다.
어둠속에도삶이있다.어떤이는육체의유형을살고,어떤이는영혼의유형을살며,그들은오늘도주문처럼한탕을외친다.
‘딱한번만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