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위기를 기회로

경주, 위기를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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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3년 전, 경주에 지진이 났을 때 황성공원 아파트단지 앞길에 서 있었다.
아파트 단지에서 쏟아져 나온 주민들은 대피할 곳을 찾아서 우왕좌왕하면서 불안에 떨고 있었다. 차량이 밀려서 공원 앞길은 주차장이 되었다. 필자의 바로 앞에 섰던 부부가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여보, 경주를 떠나서 이사 갑시다. 불안해서 못 살겠어. 아니면 당신만 남고 아이들과 나부터 친정이 있는 대구로 이사를 가든지. 출퇴근하면서 가게를 해도 되잖아. 장사도 너무 안 되니 대구에서 하든지”
그 부인의 말대로 그 가족이 경주를 떠나갔는지 어쩐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 장면은 천년고도 경주의 현주소를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경주는 유출 도시다. 인재가 빠져나가고, 돈이 빠져나가고, 경주는 갈수록 퇴행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황남동의 황리단길은 젊은이들의 새로운 명소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하지만 지속적인 콘텐츠가 나와서 “황리단길을 걸으러 경주에 꼭 가야한다.”는 정도로 발전할지는 아직 장담하기 이르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느닷없이 탈원전 정책을 들고 나오는 바람에서 경주는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었다. 경주는 박정희 정부의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노무현 정부의 방폐장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원전산업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해온 도시다. 경주가 만약에 다른 몇몇 지역들처럼 님비현상을 보였더라면 한국은 원자력산업을 수출하는 수준으로 발전시킬 수 없었을 터이다.
경주는 원자력발전소와 방폐장이 좋아서 묵묵히 원전산업을 따라온 것이 아니다. 원자력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발전과 인재육성의 메카가 되고자 해서 온갖 내부진통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왔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국책으로 밀어붙이기로 했다면 경주에 대해서는 마땅히 원전산업을 대체할 다른 국책산업을 밀어주어야 한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시절 다른 지역이 꺼리던 방폐장을 압도적인 지지로 유치한 경주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 정부의 정통을 잇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으로 대전환을 한다면 경주에 대해선 특별히 배려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대체산업을 조성해야 마땅한 것이다.
경주는 국가 이익과 지역 이익 사이에서 갈등할 때 천년고도라는 자부심과 책임감 때문에 속앓이를 하면서도 국가이익을 우선하는 전통 속에서 살아왔다. 정부는 경주를 일반 기초자치단체와 꼭 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 마침 현 정부가 전주를 문화특별시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주도 함께 지정해서 한민족의 민족개념이 출발한 삼한통일의 도시의 고민을 덜어주고, 역사의 가치에 걸맞은 대접을 받도록 해야 한다.
경주는 인구가 줄어서 25만 명 남짓하게 되었다. 하지만 중동의 뉴욕으로 불리는 이스탄불,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베트남의 호치민과 손잡고 세계문화엑스포를 추진할 정도로 나라 밖에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대접을 받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지방도시다. 세계지도를 펴놓고 나라마다 도시 2개를 표시하라고 해보라. 당연히 수도를 표시할 것이고 그 다음은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도시를 찍을 것이다. 이를테면 일본은 수도인 도쿄와 교토, 중국은 베이징과 시안, 터키는 앙카라와 이스탄불 이런 식일 것이다. 한국은 어떨까. 서울 다음에 부산 대구를 표시하지 않고 경주를 표시하는 세계인이 더 많을 것이다.
부산 대구는 중국의 대도시에 비하면 도시 규모에서 경쟁상대가 아니고 일본의 2대 도시인 오사카의 절반밖에 안 되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주는 이처럼 국제적인 도시이자 민족역사 도시이며 동시에 도농복합 지방 중소도시이다.
경주가 이 세 가지 입지와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시민들이 자부심에 걸맞은 행복한 도시가 되려면 경제가 잘 돌아가야 한다. 경제가 잘 안 돌아가는 경주는 ‘가난한 종가’처럼 자부심보다는 근심걱정만 커져서 비관적이고 퇴행적인 도시가 되기 십상이다. 과거 박정희 정부시절만 해도 경주는 보문단지를 ‘보불단지’라고 부를 정도로 한국 관광, 레저 리조트의 1번지였고 역사도시, 교육도시로서 위상을 뽐냈다. 그러다가 해외여행시대가 열리면서 방문객이 급감하고, 세월호 사태 이후 수학여행도 두절되고, 지진 이후 기존 주민까지 빠져나갈 조짐을 보이는 절대 위기에 놓여있다. 이 과정에서 경주는 도시 정체성을 잃어버렸고 퇴락 조짐이 완연하다.
그래도 경주는 희망이 있다. 특히 AI(인공지능)시대가 현실화되면서 천년고도의 가치와 활용성은 다시 빛을 발할 수 있는 호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잡으면 경주는 부활 할 것이고, 놓치면 그리스의 망해버린 유적 도시들처럼 급격하게 인구가 줄고 그나마 있는 산업도 유출하거나 소멸할 것이다. 경주가 시대적 변환기를 잘 활용하여 일천 년 만의 부활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탈원전을 지렛대로 한 첨단국가산업발전, 교육혁신과 도시재생을 통한 인구증가와 관광객 유치를 이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를 아는 사람들이 지혜와 힘을 모아서 경주시를 이끌어야 한다. 경주는 그동안 행정관리도시로 유지됐으나 이제 한계가 드러났다. 이대로는 위기를 벗어나기 힘들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면 창의적인 경영자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저자

이동우

목차

경주,위기를기회로차례

특별대담김황식전총리에게길을묻다

1장
천년고도,길을찾다

천년고도를살리는3가지정책방향/지방을발전시킬절호의기회/
지방도시를살리는평범한비법/경주,위기를기회로/
동남권공항,네트워크공항이답이다/1997년(IMF)보다힘든이유와유일한해법/
김영란법,생활과경제의활력소로만드는법/

2장
청년일자리,경주에서길을찾는다

베트남-경주세계문화엑스포와해외청년일자리/영국에서배우는청년일자리창출법/
청년일자리창출에대한비방/신세대의만성질환정치불감증치료법/
창의적인재와는동떨어져가는코딩조기교육/전대미문의각오를해야하는이유/
신발신고발바닥을긁는리더들/

3장
교육,경주에서길을찾는다

경주부활의지름길-어린이교육/부동산문제를경제정책만으로못푸는이유/
이세돌-알파고의대결과한국의세계적역할/
21세기과제를20세기방식으로풀수는없다/
한국의저커버그가나오게하는방법/노벨과학상콤플렉스에서벗어나는방법/

4장
지역발전,경주에서길을찾는다

‘되로주고말로받는’문화외교/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베트남으로가는까닭은/
한국의대외전략과베트남-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역할/
한국의최대난제와경북적해법/서울보다지방의부동산대책을서둘러야하는이유/
새해최우선국정과제,지방가계부채/지방분권,국가와지방동시발전의지름길/

5장
안보와통일,경주에서길을찾는다

통일을앞당기는근본처방/사드배치결정의예기치않은소득/
사드사태로드러난어리석은중국의선택/미·중·일사이기로에선한국의선택/
한·중·일에대한미국시각대응법/정치불신이커지고있는이유와해법/

6장
세상의길을찾는다

차이나쇼크,모두에게좋을수있다/중국이한국을함부로하지못하게하는방법/
‘강한남자’들의시대-한국의차기리더선택법/한·중·일갈등에대한근원처방/
호찌민에서펼쳐진감동의드라마/‘브렉시트’이후세계와한국의선택/
각자도생의생존전쟁/나라의리더십이부실한이유와해법/
국민에못미치는일본지도자에대한우려/리더의은퇴와리스크관리/
국정위기의근본원인/

출판사 서평

지진으로천년고도경주가전대미문의위기다.지진전에도경주는늙은어머니처럼지쳐있었다.신혼여행객이거들떠보지도않게된경주를겨우메워주던학생들의수학여행마저세월호사태이후반토막으로줄었기때문이다.경주는지난30여년간내리막길을걸었다.그전까지경주는삼국통일로이땅에최초의민족국가를이룩한‘성지’처럼대접받았다.수학여행과신혼여행의메카로각광받던시절도있었다.그랬던경주가그이후정치환경과이념의격변속에서모든것이침체되는상황에서설상가상으로지진까지발생한것이다.
경주는이렇게우리국민들에게외면받으면서도유네스코세계유산도시로선정돼규제는오히려강화됐다.문화재복원에서부터각종건축까지사사건건문화재전문가들을비롯한중앙으로부터간섭을받아왔다.관광산업으로유지되던도시가활기를잃어가고있는것이다.이러한규제를경주시민들은쉽게납득하지못한다.유네스코세계유산이많은서울과비교하면더욱그렇다.경복궁앞정부청사에서부터종묘인근등에빌딩과오피스텔등고층건축을수십채씩허가한정부가경주에대해서는추상같은잣대를적용하고있는것이다.
이론적으로서울과비교할수없다하더라도경주시민들의느낌은지역차별로비친다.마치‘추석때고향은찾지않고해외여행가면서힘들게고향지키는종손에게는차례를너무간소화하지말고전통예법에어긋남없이하라.’고주문하는모양새다.책에서는저자가자신이나고성장한도시경주를위해이러한점을두고오래동안고민한흔적을엿볼수있다.현재의당면과제를진단하고옛날의영화를되살리기위한방안을책전체에서읽을수있다.
특히한국경제신문편집국장때부터청와대근무시절,경주를세계에알리기위해노력했던경주세계문화엑스포사무총장시기까지의기록을바탕으로위기에처한경주를살리기위해누구나쉽게읽고이해할수있도록현장경험담을위주로풀어내고있다.저자는'이사오고싶은경주'탈원전을지렛대로활용한'사이다정책'만이행복한경주건설이가능하다고주장한다.